일요일 하루는 참 잘도 간다. 나의 오늘 하루 주절주절.
1. 밥 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에코페미니즘>을 읽은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책이다. 아무래도 마리아 미스의 약간은 이론적인 글들이 더 와닿고, 반다나 시바의 글은 뭐랄까, 현장에서 내게 힘차게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책으론 안돼, 여길 좀 봐. 이런 외침 같은 느낌이랄까. 두 저자의 글이 잘 융합되면서 에코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이 조금씩 마음에 다가오고 있다. 이걸 읽고 나면 난 이제, 불필요한 것은 안 사고 자본의 힘이 들어간 음식은 안 먹고.. 그렇게 될까. 모든 책이 내게 action을 하게 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모든 일들을 결정하는 순간마다 한번은 더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많이 읽었다 했는데 (410페이지) 함께 읽는 분이 어느새 430페이지를 넘어가노라 올린 글을 보고.. 으헝. 철푸덕. 3일 천하였구나. 아흑.
2. 점심은 라면이었다. 건강을 지키자는 명목으로 아무리 먹고 싶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라면을 먹지 않는다. 이번 달엔 먹었던가. 흠. 한번 먹었던 것 같긴 한데, 오늘 점심은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에 그냥 먹었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게 최고인 것이지. 계란 탁탁 깨서 숑숑 넣고 밥도 그득 말아서 먹고.. 약간 신김치와 먹는 라면은 최고다.
3. 라면을 먹고 나니, 졸리긴 했지만, 지금 너무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이 책을 집어 들어 읽었다. 마야 안젤루의 책을 좀 뒤져보고 있다. 이 책을 읽고도 더 읽고 싶은 마음이 강렬히 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몇 권 더 사봐야 겠다. (흠? 또? ㅜㅜ)
4. 사실, 졸음을 참고 오늘 안 보면 10년 뒤에나 본다던 개기일식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꼬박 자 버렸고.. 일어나니 6시. 개기일식 끝났네 그려. 핸드폰에는 얼른 개기일식을 보라는 사람들의 메세지가 남겨져 있었지만.. 나는 그냥 사진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개기일식은 못 봤지만 두산과 LG의 야구는 볼 수 있었음에 혼자 만족하는 걸 보면.. 난 과학보다는 야구인가. 암튼 어제 그제 이겨서 사실 오늘 진다고 해도 큰 불만은 없겠지만, 또 이기면 좋지, 하고 보는데 지금 9회말 현재 3:1로 이기고 있다. 오늘 본 페북 글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이럴 바에는 LG가 두산을 인수해라" 였다. LG 팬들은 빡쳐서 올렸겠으나 나는 그냥 좀 웃겼다. 두산이 이래저래 인수당할 것 같은 분위기에 슬프기도 했지만.. 울다 웃다. 엉덩이에 뿔 나겠다. 암튼 이렇게 자꾸 두산에 지다가는 류중일 감독은 댓글 테러에 숨이 막히겠다. 묘하게 두산한테만 연패 시리즈네, LG가.
5. 이제 개인적으로 하는 일을 시작한다. 일을 오전에 했어야 하지 않았니, 라고 자책하는 마음도 있지만, 일요일만큼은 왠지 책부터 읽고 싶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루는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고... 이래저래 느긋하게 보내고 나니 허무하기도 하고. 그래도 쉬고 먹고 읽고 한 일요일이 아깝지는 않다. 뭐 이런 생각중. 그러면서 마야 안젤루 책이나 에코페미니즘 다 읽고 나면 뭐 읽을까 행복한 고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