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추장 삼겹살구이를 해먹어볼까 해요."

"그래? 소스를 사라."

"아니에요. 소스를 만들어 먹어보기로 했어요."

"사서 먹는 게 더 맛있고 편할텐데?"

"아니에요. 한번 만들어볼게요."

 

이것이 엄마와 지난 주말 장보면서 했던 대화였다. 나는 괜히 고집을 부리면서 소스를 만들겠다고 재료를 챙겼고.. 오늘 드디어 시도를 했다. 구이 소스 뿐 아니라, 파무침 소스까지 만드는 정성을 보이며. 하고 나서 생각했다.

 

자고로 엄마 말씀은 틀린 게 없는 것이지...

 

그냥 만든 소스 사서 먹었으면 부엌도 폭파되지 않았을 거고, 설겆이도 1/3 밖에 안 나왔을텐데... 이게 뭐라고, 사실 소스 두 개 만들고 파랑 양파랑 채썰고... 그래 삼겹살도 저미고 굽고... 그래... 많네... 초토화된 비연 요리사는 역시나 초토화된 부엌을 보며 한숨만 푸욱. 어쨌든 만들었으니 먹었다. 맛은.. 흠. 그냥 일반적인 맛? 소스를 샀으면 더 맛났겠구나. 젠둥.

 

지난 번 음주의 여파가 너무 셌기 때문에 이 반찬을 먹으면서 맥주 한잔 안 먹은 건 안 비밀... 우걱우걱 먹으며 그래 뭐, 이것도 경험이지 혼자 스스로 위로하며 잘 먹었고.. 역시나 남아서... 잘 담아 냉동실에 푱 넣었다. 이건 또 언제 먹나.. 생각하며. 다들 식기세척기를 권하는데, 이것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에코페미니즘> 책의 관점에서 보면 해서는 안 되는 일. 아, 이렇게 이론과 실제를 병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진대.

 

그나저나 담엔 뭘 해먹을까? (이런이런 ㅜㅜ)

 

 

 

 

 

 

 

 

뱀꼬리) 저 세 번째 사진의 내 손. 왜 저리 퉁퉁한 거지? 손바닥에도 살이 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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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6-10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맛나보여요! 그러고 보니 최근에 삼겹살을 못 먹은듯 해요. 주말엔 저도 삼겹살!
전 소스 파무침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삼겹살!

비연 2020-06-10 21:1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먹어보니 역시 삼겹살은 그냥 삼겹살이 최고인 듯 싶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0-06-10 21:14   좋아요 0 | URL
이거슨, 이거슨.... 소스 삼겹살 먹은 사람의 여유란 말입니꽈!!!

비연 2020-06-10 21:16   좋아요 0 | URL
이것은 이것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은 것에 비해 맛에는 별 차이가 없다 느꼈던,
소스 삼겹살 먹은 자의 처절한 후회입니다..ㅜㅜㅜㅜ (나도 담엔 그냥 삼겹살로 고고..)

단발머리 2020-06-10 21:1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저도 그냥 삼겹살!!!

다락방 2020-06-11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겁나 맛있어 보이는데요! 저도 뭔가 양념해서 먹고 싶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시피 찾아보고 해봐야겠어요. 아 너무 맛있어보여요. 음...아니야 사먹으러 가야겠다. ㅋㅋㅋㅋㅋ

비연 2020-06-13 12:17   좋아요 0 | URL
홧팅! 인증샷 플리즈~

공쟝쟝 2020-06-16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것이 그 소문의 고추장삼겹살이로군요 ㅎㅎㅎㅎ

비연 2020-06-16 19:06   좋아요 0 | URL
우힛.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