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추장 삼겹살구이를 해먹어볼까 해요."
"그래? 소스를 사라."
"아니에요. 소스를 만들어 먹어보기로 했어요."
"사서 먹는 게 더 맛있고 편할텐데?"
"아니에요. 한번 만들어볼게요."
이것이 엄마와 지난 주말 장보면서 했던 대화였다. 나는 괜히 고집을 부리면서 소스를 만들겠다고 재료를 챙겼고.. 오늘 드디어 시도를 했다. 구이 소스 뿐 아니라, 파무침 소스까지 만드는 정성을 보이며. 하고 나서 생각했다.
자고로 엄마 말씀은 틀린 게 없는 것이지...
그냥 만든 소스 사서 먹었으면 부엌도 폭파되지 않았을 거고, 설겆이도 1/3 밖에 안 나왔을텐데... 이게 뭐라고, 사실 소스 두 개 만들고 파랑 양파랑 채썰고... 그래 삼겹살도 저미고 굽고... 그래... 많네... 초토화된 비연 요리사는 역시나 초토화된 부엌을 보며 한숨만 푸욱. 어쨌든 만들었으니 먹었다. 맛은.. 흠. 그냥 일반적인 맛? 소스를 샀으면 더 맛났겠구나. 젠둥.
지난 번 음주의 여파가 너무 셌기 때문에 이 반찬을 먹으면서 맥주 한잔 안 먹은 건 안 비밀... 우걱우걱 먹으며 그래 뭐, 이것도 경험이지 혼자 스스로 위로하며 잘 먹었고.. 역시나 남아서... 잘 담아 냉동실에 푱 넣었다. 이건 또 언제 먹나.. 생각하며. 다들 식기세척기를 권하는데, 이것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에코페미니즘> 책의 관점에서 보면 해서는 안 되는 일. 아, 이렇게 이론과 실제를 병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진대.
그나저나 담엔 뭘 해먹을까? (이런이런 ㅜㅜ)
뱀꼬리) 저 세 번째 사진의 내 손. 왜 저리 퉁퉁한 거지? 손바닥에도 살이 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