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요즘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펑크가 나는 바람에, 아, 아주 정확하게는, 고객사에서 근 두달 넘게 막 닥달하며 진행시키다가 갑자기 홀딩을 하라고 하더니만, 가타부타 연락도 없이 한 달도 넘게 엉덩이에 깔고 앉아 있는 바람에, 그걸 맡은 나는 그냥 고객사에서 연락오기만을 기다리는 해바라기가 되어 버려서 본의 아니게 무료한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주기적으로 연락을 넣어보면 기다려라 라든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이러고 있으니 그럼 나는 어찌해야 하나요 라고 물어볼 수도 없고 (모양 빠지니까) 회사에서도 거긴 너무나 중요한 사이트이니 일단 기다려 뭐 이런 태도라 그래 뭐 그럼 기다리지 하며 지내고 있다.
막상 이렇게 무료하게 지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시간이 오니 뭐랄까... 좀 힘들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매우 투덜거리는 와중이었는데 문제가 발생. 삐요삐요.
워낙 몸이 부실해서 매년 정기검진 받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종합검진 이외에) 오늘 그 중 하나의 결과를 들으러 갔더니 좀 이상하다고 조직검사를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전혀 예상을 못하고 갔던 일이라, 멘붕이 왔고. 자세히 물어보지도 못하고 다음 검사 날짜 잡고 다시 결과 들으러 가는 날짜 잡고 그러고 나왔다. 솔직히 지금 이렇게 도닥거리고는 있지만 마음은 심란함의 극치이고 내가 왜 무료하다고 투덜거렸을까 자책하는 중이다. 그런 평안한 생활이, 마음에 별다른 근심걱정 없는 그런 세월이 태평성대임을 모르고 투덜댔다니.
이번 주에 다시 검사 받으러 가야 하고 검사 받고 나서도 마음 졸이다가 다음주 초에 결과 들으러 갈 건데... 괜챦겠지 괜챦겠지 하면서도 속에 불안함이 먹구름처럼 낀 월요일이다. 괜히 더 피곤하고 힘들고 그런. 이런 걸 심인성이라고 하겠지만. 별 일 있으면 어쩌나.. 라고 혼자 생각하니 넘 심란해서 그 이상 생각의 진도가 나가지질 않는다. 일주일이 참 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