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독서 측면에서는 망한 달이다. 일주일에 한 권도 제대로 못 읽고 있고 이런 달은 극히 드물어서 내심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우선 연초부터 일이 너무 많다. 매일 수원과 화성을 오가며 회의를 하고 그 후속작업을 하고. 동료 중에 아주 나쁜 넘(이런 말 들어도 싸다)이 있어서 매번 하는 행태대로 한달동안 일을 뭉개고 있다가 나한테 마치 위에서 시킨 것처럼 다 떠넘기고 출장이란 걸 가버렸고 결과적으로는 내가 맡게 되어 나는 오늘도 회사에 나와 있다. 스트레스와 일의 무게로 몸뚱이 어디 하나 안 아픈 데가 없는 터라 일어나는 데 꽤나 애 먹었다. 그냥 하지 말아버릴까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겨우 기어 나오니 벌써 12시.
나와서 스벅 커피 한잔 마시며 앉아 있는데 머리가 멍한 게 아무 짓도 하기 싫어 알라딘에 들어왔다. 다들 정말 열심히 책 읽고 열심히 얘기 나누고 계시는데 나혼자 저 안드로메다에 떨어져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페미사이드>는 매일 한두페이지라도 읽고 있는데 워낙 방대한 양이라 아직도 내 침대 머리맢에 고스란히 놓여 있다.
Anyway. 전철에서 읽는 책은 <비탄의 문>이다. 미미여사의 책은 에도물 빼고는 이제 읽어도 재미가 없다 하는 찰나인데 그래도 나오면 사게 되고 읽게 되고 그렇다. 사실 이 책도 읽기는 읽는데 다 읽기 위해서 읽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다지 재미가 없다고 해야 하나. 점점 얘기가 우주 저 어딘가로 빠지는 것 같고 묘사도 예전만큼 섬세하고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다만,... 이 전반적인 내용은 와닿는 부분이 있다. 인터넷의 세계가 이제 우리의 일부가 아니 어쩌면 대부분이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여기저기 많이도 토해놓는 말들이 나의 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주인공 고타로가 다른 사람의 그런 뒷모습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참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 평온해보이는 사람의 얼굴 뒷면에 그 사람 몸보다 더 큰 집채만한 시커먼 괴물이 꼭 따라붙어 다니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주위에 맴도는 악한 말들이 실오라기처럼 붙어다니기도 한다... 말이라는 거, 글의 형태를 빈 말까지 포함하여, 결국 내게 다 쌓이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소름이 끼친다고나 할까. 물론 그거 몰랐어? 라고 한다면 사실 그닥 새삼스러운 건 아닐 수 있지만, 미미여사의 글을 읽으며 좀더 차갑게 피부에 와닿는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분노하여 내뱉는 말들에 흠칫. 브레이크가 걸린다. 어쩌면 나에게도 누군가 신비로운 눈을 가지고 본다면 나보다 훨씬 큰 무거운 괴물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 존재를 없애면 나는 살덩이만 남을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