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고 하기에는 좀 낯뜨겁지만, 이 나이에 부모님에게서 독립을 했다 뭐 이런 거다. 남들 같으면 벌써 벌써 버얼써 했을 독립이란 걸 난 지금 한 거지. 몇 살이냐고? 흠냐흠냐. 뭘 그렇게 알려고 하시나. 아주 많다는 것만.. 휘릭.

 

3월에 우여곡절 끝에 결정을 하고... 7월말에, 그 불볕같은 더위에 이사를 나왔다. 날짜를 잡아도 참으로 절묘하게도 잡았다.. 라고 주변에서도 말 듣고 나도 내 머리를 쿵쿵 치고... 뭐 그렇게 그렇게 해서 이사를 나오긴 나왔다는 거다.

 

생활인 비연. 이게 시작된 것. 이사를 준비하기까지 고생하고 돈 쓰고 한건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다. 인테리어(꽤나 거창해보이지만 어쨌든 도배도 하고 했으니...) 한다고 업체 고르고 상의하고 색깔부터 모양까지 다 고르고.. 도대체 결정해야 할 게 왜 이리 많은 거야 머리를 싸매면서 겨우겨우... 그리고는 세간살이 장만에 들어갔는데. 독립이란 걸 처음 해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련해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그냥그냥 있나보다 하고 지냈던 아주 사소한 것부터 큰 물건들까지 다 사대야 했다는 것. 오 마이갓. 이 더위에 가전 고르고 가구 고르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거 사고... 주민등록 이전하고 어쩌고 저쩌고. 아이고. 말하려니 다시 머리가 아파온다.

 

어쨌든 어쨌든 지금 독립한 지 딱 만으로 12일 되었다. 사람 사는 게 왜 이리 할 게 많은 것인지. 청소에 빨래에 밥짓고 설겆이하고... 으헝. 우리 엄마에게 다시금 고마움을 가슴 한가득 느끼게 되는 세월이다. 예전에 프로젝트 한다고 송도에 나가살아본 (고작 4개월이었지만) 경험이 있어서 대충 그런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 때보다는 집도 더 넓고 물건도 다 내 거고... 그래서 비슷하지만 다른 그런 느낌이긴 하다. 며칠은 혼자 자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잠을 설쳐대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

 

이사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책이다. 엄마 아빠 집에 일부 남기고 나왔음에도 책이.. 책장에 다 들어가지 않는 비극에 맞부닥치고 말았다. 내 소원이 서재를 가지는 것이라 가장 큰 방에 책장을 많이 넣어두었고 심지어 배송와서 설치하는 사람도 처음부터 이렇게 많이 사는 분은 없어서.. 라고 말을 흐리기까지 했는데도... 모자라다는... 그래서 지금 아무 데나 우겨넣고 다시 좀더 사야겠다 라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책을 살.. 아니다. 그래서 생각했는데, 저 책장에서 책을 뽑아서 어디다 내다 팔거나 기증하기 전에는 책을 사지 말자.. 라고 굳게 결심을 했다. 책장을 계속 늘려갈 수는 없으니까... 라는데 왜 이리 사고 싶은 책들은 자꾸만 나오는 것인지. 왜왜? ....

 

 

 

 

그저께 이러고 먹었다. 밥은? 아.. 밥... 이게 혼자 있으니까 마음이 허해서인지 내가 밥을 일꾼처럼 먹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한 무더기를 먹고 또 퍼서 먹고.. 그래서 그저께는 밥을 먹지 말자.. 하고는 맥주를... (아 부끄럽다) 그래도 삼겹살과 신선한 채소로 비교적 양질의 저녁을 먹은 날이라 한 컷 업로드.

 

앞으로 독립생활에 대해 페이퍼를 가끔 올려볼까 한다. 독립생활에 대한, 아니 생활에 대한 팁이 있다면 다들 공유좀..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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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8-06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비연님!! 멋져요! 더 푸짐한 밥상을 기대해보면서(응?) 독립생활 응원합니다!! >.<

비연 2018-08-06 18:36   좋아요 0 | URL
더 푸짐한 밥상... 노력해보기로 ..ㅎㅎ 근데 혼자 먹기엔 저것도 많은...ㅜ
이제 요리를 해볼까 싶은데.. 흠? 요리? 흠? (이건 우리 엄마 반응..ㅎㅎ)
독립생활 잘 해볼게요...캬캬 ...

로제트50 2018-08-06 1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립생활 축하드려요!
진정한 독립은 심리적 경제적인 거라고 하더군요~^^
자주 올려주세요♡

비연 2018-08-06 19:21   좋아요 0 | URL
심리적 경제적인 게 맞는 듯.. 정말 딱 맞는 말씀이세요~
자주 올릴게요.. 이 험난한 독립의 길을 ㅎㅎㅎ ㅜㅜㅜㅜ

2018-08-06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07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8-08-07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립 축하드려요! 저는 고교때이후 쭉 혼자살아서 부모님과 오래사시는 분들이 부럽지만, 여튼 장점이 많지요. 책은.... 싾이고 싾이다 사면을 채우고 만답니다 ㅋㅋㅋㅋㅋ

비연 2018-08-07 15:41   좋아요 0 | URL
저는... 부모님과.. 오래.. 오래 살아서..ㅎㅎㅎ
책은 이미 양면을 채웠고 이제 삼면을 채울 차례가.. 아.. 어쩌나 싶네요.. 허허.
암튼 축하 감사합니다. 열심히 지내기로!

2018-08-09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8-08-11 16:18   좋아요 0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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