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파 미스테리의 대가다.. 라고 생각해온 미야베 미유키가 최근에 열심을 다하는 분야는, 에도 시대 소설. 북스피어에서 계속 내고 있는데, 나는 이 시리즈를 정말 사랑한다. 책을 사두고도 아까와서 참다가 참다가 읽을 정도. 이 책, <삼귀>도 사둔 지는 좀 되었는데 지난 주말부터 조금씩 쪼개서 읽었는데... 아. 오늘 다 읽어버린 것이다..ㅜ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소설 시리즈는 (마포 김사장의 편집 후기에 나왔듯이) 세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오하쓰와 현명한 우쿄노스케가 함께 사건을 해결해가는 시리즈, 또 하나는 느긋한 도신 헤이시로와 총명한 어린 아이 유미노스케가 함께 사건을 해결해가는 시리즈, 그리고 이 <삼귀>가 속한 미시마야 괴담이야기 시리즈가 있다. 미시마야 괴담이야기 시리즈는... 고향에서 불의의 사고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오치카라는 소녀가 우연히 의탁하게 된 숙부집 미시마야(주머니 만드는 집)에서 우연히 '흑백의 방'이라는 곳을 빌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세상에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들, 마음에 한으로 남겨진 이야기들을 손님들이 풀어내는 동안,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던 오치카는 오히려 세상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간다.. 하는 과정이 즐겁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한 내용이라 에도 시리즈 중에서 내가 특히 애정하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은 때로 인생의 한 귀퉁이에 스며들어 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니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귀에 들어가는 건 곤란하다. 다만 한 번쯤 입 밖으로 내어 토해 버리고 싶을 뿐이다. 무덤까지 그대로 가져가기는 괴로우니까. 그 무언가가 비석 밑에 다 들어가지 않을까 봐 불안하니까.
그래서 미시마야의 특이한 괴담 자리에는 사람이 모인다.
어려운 규칙은 없다. 듣고 잊어버리고, 말하고 잊어버리고, 그것뿐이다.
오늘도 또 한 사람, 흑백의 방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
- p10 ~ p11
이번 책들에 속한 네 가지 이야기들은 더욱 마음을 파고드는 내용들이었다. 그넘의 괴담 이야기야 그게 그거 아니냐 할 수도있겠지만, 미미여사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정말 대단한 것이, 어디서나 들었음직한 괴담 이야기를 마치 새로운 내용인양, 무엇보다 소설 속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감정 이입되어 함께 웃고 울게 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래서 좋다. (마음이) 많이 건강해진 오치카가 앞으로 그 역할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게 될 것 같기도 해서 이 시리즈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더 깊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년 몇 권씩 읽어대는 이 에도 시리즈 중에서도 이 책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귀신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애달프기도 하고, 외따로 떨어진 곳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해야 했던, 그래서 그 마음들이 원혼이 되기도 하고.. 읽을수록 왠지 모르게 마음 한켠 따뜻해지면서 사는 게 무언지, 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닌가 라는 마음까지 들게 하는 책이다.
곧 <삼귀>의 속편을 번역한다고 하니 (마포 김사장님 감사!) 기대하면서 기다려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