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들만큼 들었고 요즘 들어 병원 출입이 너무 잦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집중력도 저하되고 어딘가 늘 머리며 몸이 무겁고... 이런 상태를 견디다 못해... 요가를 시작했다. 정말이지, 몸 움직이는 걸 끔찍이도 싫어하는 나이지만, 요가의 기억은 좋아서 그래도 결심이란 걸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십수 년 전에 (아아... 시간은 왜 이리 빠른가) 그 때도 출장이 많고 잠을 잘 못자고 일을 해서 (이렇게 말하니 엄청난 일중독자같다. 그 땐 어쩔 수 없었다ㅜ) 안 아픈 데가 없는 와중에 선배 언니가 소개를 해줘서 요가를 다니기 시작했었다. 회사는 신촌 쪽인데 요가원은 서울역. 집은 또 거기서 한참 아래쪽. 그렇게 삼각형을 그려가며 넉달 정도 보냈던 것 같다. 반신반의 시작했는데, 이건 뭐 따라 할 수 있는 동작이 없었다. 몸치이기도 하지만, 운동을 워낙 안 하니 몸 자체가 굳어 있어서 접고 누르고 꼬고 하는 요가 동작을 소화할 수가 없더라는 것. 그래도 딱 세달만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못한다고 눈치주는 그 와중에도 (사실 요가원에서는 눈치 주지 않았다. 하는 데까지 하라고 했지. 내가 눈치를 많이 봤지) 꿋꿋하게 다녔더랬지.
그리고 한 석달 지난 어느날, 쟁기 체위라는 걸 하는데.. 그러니까 이게 뭐냐 하면 누워서 허리를 세워 다리를 들고 그걸 내 머리 위로 넘기는 자세인데, 이게 허리에 힘이 없고 살이 쪄 있으면 잘 안 되는 체위인 것 같았다. 아무리 해도 허리가 안 서고 힘들어서 늘 어기적어기적 하는둥 마는둥 하던 차에, 그날은 그게.. 되는 거다. 오마이갓. 내 다리가 내 머리 위로 넘어가 있는 거다. 그러면서 느껴졌던 그 꼬리뼈부터 척추를 타고 올라오던 시원함.... 그 느낌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느낌이다. 시원하면서도 뭔가 뚫리는 느낌이랄까. 아아. 그렇게 계속 했어야 했는데 정말 너무 바빠서.. 넉달 정도 하고 그만 두었더랬다.
이제 다시... 바닥 중의 바닥 상태로 요가원을 찾으니... 나이든 탓에 몸은 더 굳어 있고 저리고 .. 안 넘어가고.. 살은 쪘고.. 더이상 얘기하기 싫다 막 비참해진다... 요가 선생님 말씀이 "몸이 망가졌네.." 으흑. 네네.. 망가졌네요. 이러면서 억지로 따라하기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 되었다. 그래도 그래도 첫날보다는 훨씬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고.... 힘들고 땀나고.. 그래도 꿋꿋이 버텨보기로 한다. 왜냐. 예전에도 석달은 걸렸으니 나이가 한참 더 든 상태이고 독소도 훨씬 더 들어찬 상태인 내가 그거보다 빨리 익숙해지길 바라는 건... 안되지. 그냥 안 되어도 꾹 참고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게 진정한 내 것은 내 몸 밖에 없는데 말이다. 내 정신과 내 마음도 가끔은 내 것인지 헷갈리게 여기저기를 헤매지만 내 육체만큼은 그 어떤 순간에도 날 떠나지 않고 함께 하니... 좀더 소중히 하고 좀더 풀어주며 살아야겠다 싶다. 자자 여러분. 몇 달 뒤에 제가 쟁기 체위 되면 사진찍어 올리도록 하겠나이다. 공약. 물론 얼굴과 주요 부위 다 가리고..ㅎㅎㅎㅎㅎ(이렇게라도 스스로를 독려하고픈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