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를 되돌아 보며 책장을 정리하며 버릴 책, 팔아 버릴 책, 기증 할 책 그리고 영원히 간직할 책들을 분류 하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온라인 서점들과 언론에서 한 해 가장 좋았던 책들, 잘 팔렸던 책들,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없었던 묻혀 버리기에 안타까운 책들의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올해 2022년 독서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 했던 해인 2020년 부터 2021년 동안 닥치는 데로 읽어서 인지 2022년은 종이 책 기준으로는 늘 해마다 읽는 양 정도로 읽었지만 구매량은 훨씬 늘어서 각 서점들 플래티엄이자 프레스티지 회원을 유지 중이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그때 그때 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여러 매체나 셀럽들이 추천하고 소개 하는 책이여서 구매 하는 경우는 없다.

어린 시절 부터 내 손으로 직접 책을 구매 했기 때문에 누구 누구의 추천에 흔들리지 않는 고집이 있다.

그리하여 올해 2022년 내 손으로 뽑은 최고의 소설은 다음과 같다.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의 < 폐허의 형상>은 작가의 실체 체험과 조국 콜롬비아 현대 역사 속에 허구의 이야기를 교묘히 엮어 넣었다.


'죽음은 모든 사람이 보는 가운데 숨김없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내밀 한 방식으로 도래한 것이 아니라 대낮에 난입한 것이다.'


이 작품은 1948년 4월 9일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콜롬비아 자유당의 대표 호르헤 엘리에세르 가이탄 (Jorge Eliécer Gaitán Ayala , 1903년 1월 23일 ~ 1948년 4월 9일)의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하는 소설로 그가 살해되었을 때 콜롬비아는 보수파와 자유파의 대립이 치열하던 시기였다.

당시 보수파 정치인들은 자유당이 집권한 기간 동안 잃어버렸던 나라를 되찾는다는 명분으로 때로는 보수파들의 과격한 행동을 묵인하고 때로는 종용하며 자유파의 저항이 범 국가 차원에서 통제되고 이런 악순환의 연쇄 고리처럼 딸 붙는 엄청난 비극적인 사건들이 콜롬비아 전체 현대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여전히 누가 가이탄을 죽였는지 그 배후 세력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작가 바스케스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의 사건은 파묻어 버리고야 마는 승리자들의 프로파간다, 그 이상인 적이 과연 존재 했는가를 되묻는다.

작가 바스케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폐허의 역사, 형상의 모습을 후대에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하늘이 무너져 내리기를 기다리며 이 책을 완성했다.


[나는 내 나라의 과거가 이해 불가능하고 어두운, 진정한 암흑의 영역이 되었음을 깨닫기 시작한 순간이 언제 인지 모르고 내가 그토록 신뢰하고 예측 가능하리라 믿었던 모든 것이 내가 자란 곳, 내가 말하는 그곳의 언어, 내가 경험한 그곳의 풍습, 초 중등학교와 대학에서 배운 그곳의 과거 해석하고 이해하는 척하는 데 익숙한 그곳의 현재 우리가 방심하자마자 끔찍한 인간들이 튀어나오는 그늘 진 곳으로 변한 순간이 언제인지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의 < 폐허의 형상>중에서


'삶에는 어떤 알맹이, 핵심, 중심이 있어서 모든 게 거기서 비롯되고 다시 거기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1580년대 영국 스트랫퍼드 헨리 스트리트에 살던 부부에게 세 아이가 있었다. 첫째 딸 수재나에 뒤이어 태어난 쌍둥이 남매 햄닛과 주디스.

1596년 쌍둥이 남매 중에 남자 아이인 햄닛이 열 한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라는 역사적 사실 기록에서 출발한 작가의 상상으로 탄생한 작품 <햄닛>

열 한 살 햄닛이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며 어른들을 찾는 장면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청년시절 셰익스피어와 가족들, 셰익스피어와 애그니스의 만남, 아내 애그니스의 신비로운 능력, 결혼과 출산, 역병과 죽음, 런던으로 떠난 후에 열 한살 나이에 죽은 자신의 아들을 무대 위에서 환생 시켜낸 아버지 셰익스피어의 모습을 시 공간을 초월한 감각적인 글쓰기로 완성했다.

그는 죽어서 떠나갔어요,

그는 죽어서 떠나갔어요,

머리 맡은 푸른 떼로 덮이고,

발치에는 돌이 놓였죠.

<햄릿> 4막 5장

He is dead and gone,lady,

he is dead and gone;

At his head a grass-green turf,

At his heels a stone.

Hamlet,Act IV, scene v

공식적으로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부터 정부 기록물에 년도와 날짜 출신 지역으로 기록 된다. 누군가는 단 한 줄의 기록으로 누군가는 여러 장의 기록으로 그리고 누군가는 역사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이름을 새기게 된다.

단 한 줄로 기록된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한 상상력이 대 문호 셰익스피어의 아들의 이름 <햄닛>을 영원한 문학 작품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영장류인 인간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은 바로 상상력으로 인간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상상하며 뇌 영역을 확장 시켜 나갔다.

때로는 그 상상력 속에 자신의 기억과 체험을 넣어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 시켜 나간다.

허구의 이야기에 빠지는 인간의 뇌는 재밌는 것 생생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스토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몰입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들은 마법사, 각자의 천재적 재능을 쏟아 부어 탄생 시킨 이야기의 마법사들이다.


김영하 작가는 책을 고를 때 다음과 같은 , 네 가지 기준으로 선택한다고 한다.

첫째는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둘째는 꼼꼼하고 믿음직스럽고 우아한 편집을 제공하는 출판사

셋째로 번역서의 경우에는 신뢰하는 번역자의 책을 고르고

마지막으로 처음 접하는 저자의 책일 경우는 작가의 관상을 눈 여겨 본다고.....











'불멸에 대한 확신은 영원히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한두 번은 더- 어쩌면 어느 늦은 오후에, 사랑의 순간에, 죽음의 찰나에-숭고하고도 창조적인 무의식을, 날카롭고 맹목적인 직관을 얻게 될 터였다. 진실로, 자신은 언제나 불멸 한다는 깨달음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야생의 심장 가까이'중에서

'낮을 빼앗기고, 눈이 뽑히고, 빛을 박탈 당한 이들의 목소리가 요동치는 이 야상곡보다 더 아름다운 선율이 있을까?

-엘렌 식수 -아야이! 문학의 비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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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2-16 2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전에도 보고서 이 책 좋겠다하고 찜했던 것 같은데 여지껏 도전못했던 <폐허의 형상> 찜해놓아야겠어요!^^
저도 늘 베셀과는 거리가 멀고 누가 추천해주는 책 읽는다고 해서 만족스럽지 않더라구요. 역시 내가 직접 골라야 만족도도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작년보다 올해가 훨씬 많이 읽었어요. 워낙 그전에 안 읽었던지라~ 저도 슬슬 결산 정리를 해봐야겠네요^^*

scott 2022-12-16 22:12   좋아요 3 | URL
언론이나 기타 매체에서 뽑아 놓은 책들 전부 비슷해서
식상하고

이번 NYT에서도 한 해 좋은 책들 리스트 올라 왔는데

어떤 문학 기자가 2022년에 인상 깊었던 소설 책이 없었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ㅎㅎㅎ

화가님의 결산 정리 궁금합니다!

이 포스팅은 소설편

담번은 역사-에세이 등으로 올려 볼까 이 책 저 책들 고르고 정리 하고 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12-16 22: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탄도 기대가 되네요?
왠지 김금희 작가님이나 김초엽 작가 에세이가 올라올 듯도 싶구요?ㅋㅋㅋ

scott 2022-12-16 23:22   좋아요 4 | URL
금희 초엽은 올해 리스트에서 탈락
에세이 리스트엔 영쿡 미쿡인이 ^^

미미 2022-12-16 2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관상ㅎㅎㅎ 저는 스콧님이 소개해주신 작가들 중
마음이 움직이는 경우 일단 구매! 쟁여두면 언젠가 읽을거란 믿음으로 모아둡니다
‘야생의 심장 가까이‘ 문장
역시 꽂히네요*^^*

2022-12-16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의책장 2022-12-17 0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cott님 선정이니 무조건 찜콩합니다^^
2022 서재의 달인 그리고 북플 마니아에 선정되신 것, 축하드려요♥

scott 2022-12-17 00:25   좋아요 2 | URL
하나님도 추카추카
하나님 올해 베스트 리스트 궁금합니다 ^^

yamoo 2022-12-17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흠...저두 이런 페이퍼 하나 서야하는뎁~~

버릴 책이야 수두룩해서 사진만 찍어서 올려야 겠고...

영원히 간직할 책은...타타르인의 사막과 나는 고백한다..정도..

팔아버려야 할 책도 많은데, 안 팔려서 걱정..ㅎㅎ


근데, 제안들 시리즈...이건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책들이 혼잡스럽게 섞여 있어 참으로 이 시리즈를 컬렉션해야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결론은 몇 권 빼고 정리하자로 기울어지고 있습니다..ㅋㅋㅋ

scott 2022-12-17 18:49   좋아요 1 | URL
오 ! 타타르 나는 고백 야무님에게 최고작이였군요
제안들 가격 사악하지만 엘렌 식수 책은 넘 훌륭해서 용서 해주기롱 😄
정리는 과감하게 하지 않으면
책 탑에 깔릴 지도 ^^

어쩌다냥장판 2022-12-17 2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추천 소설도 있었군요~ 저는 책에 관한 지식이 많지 않아 그저 시간만 허락되고 내앞에 주어지는게 뭐든 읽는 편이라 대부분은 추천에 의지하긴 하는거 같아요 단하나 고집하는건 에세이는 말고였지만 ㅎㅎㅎ
추천책들 소개글은 일단 냥이들 챙기고 길애들 만나고 와서 다시 천천히 장바구니로 담아야 겠어요~~^^

2022-12-17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2-21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최고의 책이라니 저도 일단 담아갑니다.
전....고민이 많아요. 이 책도 좋고 저 책도 좋고..달리 말하면 확!!와닿는 책은 없었다는 거 같기도 하고....스콧님 추천은 믿고 보는 *^^*

2022-12-21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2-12-22 14: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알라디너스 픽에 스콧님 글이 주루루룩!! <폐허의 형상> 리뷰 올려주셨을 때 보고 찜해뒀었는데.. 올해의 픽으로 또 꼽아주시니 꼭 읽어봐야겠어요 ㅠㅠ
그런데 김영하작가 기준 중 관상이라니 ㅋㅋㅋ 재밌습니다 ㅋㅋ

scott 2022-12-22 14:57   좋아요 1 | URL
김영하 작가님 새벽에 가끔 페북에 자신이 현재 읽고 있는 책장(한 부분만 공개) 보여 주면서 주절 주절 글을 올리시는데(나중에 펑하쉼)
엄청 웃깁니다 ㅎㅎㅎ

저도 작가 관상 보고 구매 할 때가 있어요

<폐허의 형상> 정말 명작 입니다
조구호 교수님 번역도 훌륭하고(스페인어권 중에 쵝오)
논픽션과 픽션을 넘나드는 작가의 필력도 대단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