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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새해에는 독서모임에서 글쓰기를 공부할 계획이다. 지역신문에 칼럼을 쓴지 10년이 지났는데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다. 전문 강사에게 강의를 들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책도 훌륭한 멘토가 된다. 첫 책으로 '글쓰기의 최전선(은유 저. 메멘토)' 을 선택했다. 은유 작가는 작년에 우리도서관에서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진행한 1318 독서마라톤 해단식에 초청한 강사다. 그녀는 글쓰기의 요령으로 설명하지 말고 보여줘라, 부사 사용 금지, 과잉감정 금지, 퇴고하기를 말한다. 퇴고하기에 좋은 방법은 소리 내어 읽어보고 걸리는 부분은 수정하는 것이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저자가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학인들과 나누었던 내용을 담고 있다. 책에는 '학인' 호칭이 자주 나오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수강생, 문하생의 다른 표현으로 '아직 더 배울 것이 남아 있는 사람' 이라는 사전적 해석이 마음에 든다. 글쓰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개론서는 아니지만,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우리의 삶, 관계,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다. 시집, 인문도서 등 함께 읽은 책들, 유년, 청춘, 연애 등 키워드 글쓰기, 감동을 넘어 감응하는 글쓰기, 사유 연마 등 글쓰기 방법도 들려준다. 부록에‘글쓰기 수업 시간에 읽은 책들’도서 목록과 간단한 리뷰는 글쓰기 공부에 도움이 될 보석 같은 책이다.
감동을 넘어 감응하는 글쓰기라는 표현이 신선하다. "감동이 가슴 안에서 솟구치는 느낌이라면 감응은 가슴 밖으로 뛰쳐나가 다른 것과 만나서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는 '변신'의 과정까지 아우른다. 감동보다 훨씬 역동적인 개념이다." 감응은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다. 저자는 감응 능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시집 읽기를 꼽는다. 문태준의 '가재미', 최승자의 '이 시대의 사랑', 감사인의 '가만히 좋아하는' 시집은 다행히 낯익다.
그녀는 글을 쓰면 무엇이 좋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딱 이만큼이다. 생의 모든 계기가 그렇듯이 사실 글을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런데 전부 달라진다. 삶이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느낌에 빠지며 더 나빠져도 위엄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매 순간 마주하는 존재에 감응하려 애쓰는 '삶의 옹호자'가 된다는 면에서 그렇다."
나는 업무 또는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클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대로 삶이 흘러갈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삶이 간결해지는 느낌이다. 가끔은 책에서 한줄기 빛을 발견한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좋은 글은 질문한다. 선량한 시민, 좋은 엄마, 착한 학생이 되라고 말하기 전에 그 정의를 묻는다. 좋은 엄마는 누가 결정하는가. 누구의 입장에서 좋음인가. 가족의 화평인가. 한 여성의 행복인가. 때로 도덕은 가족, 학교 등 현실의 제도를 보호하는 값싼 장치에 불과하다. 일상의 평균치만을 관성적으로 고집하며 살아가는 순치된 개인을 길러낸다. 하지만 평균적인 삶도 정해진 도덕률도 없다. 천 개의 삶이 있다면 도덕도 천개여야 한다. 자기의 좋음을 각자 질문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갖는게 중요하다. 작가는 그것을 촉발해야 한다.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차이를 보편으로 환원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로부터 기존의 보편을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글이 생명력을 갖는다. 내가 쓴 글이 숨 막히는 세상에 청량한 바람 한줄기 위안이 되는 것도 좋지만, 사막을 옥토로 만들 물음의 씨앗을 품고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질문하는 글'은 '생성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왜 라고 묻는 글, 자신을 다양한 존재로 개방하도록 등 떠미는 글, 도덕 위에서 춤추도록 깨달음의 오르가슴을 선사하는 글, 모든 글(책)의 최종 목적은 '감동'이다. 그리고 진정한 감동은 신체가 바뀌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이다. p.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