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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마당을 쓸었습니다 - 나태주 시선집
나태주 지음 / 푸른길 / 2016년 6월
평점 :
다시, 충청북도중앙도서관으로 왔다. 독서교육팀이 신설되고 책임을 맡았다. 사람을 과대 평가함은 불안과 부담을 동반하는데 직장에서는 실제 한 일보다 과대 평가를 받는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고자 No 보다는 Yes를 외치며 새로운 일을 벌린다. 누군가 나를 잘 아는 사람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조종하는 듯하다. 조종 당하는 기분이다. 아직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걸까?
얼마전 우리도서관에서 도서관, 유관기관, 출판사, 서점, 프리마켓이 참여한 제4회 충북도서관북페스티벌이 열렸다. 행사의 일환으로 나태주시인 강연회도 진행했다. 사회를 보라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Yes를 외쳤다. 그리고 후회했다. '후배 사서 시키세요. 경험을 쌓게 해야죠' 이런 말을 왜 못했을까? 나는 사회를 잘 보기 위해 종합자료실에서 시인의 책 목록을 확인했다. 시집, 에세이, 동화까지 50여권의 책을 집필했다. 1년에 한 권씩은 발행하신걸까? 그 중 몇 권의 책을 읽었다.
사회 끝자락에, 내가 유일하게 외우는 시이기도 한 '풀꽃'을 함께 낭송하며 작가님 강의를 듣자고 했는데 백명이 넘는 대부분의 참석자가 시를 암송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국민 애송시답다. 시인은 70세가 넘으신 연세임에도 꼿꼿하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아담한 외모, 미소 가득한 포근한 인상은 영락없는 시골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다. 강연 주제는 '시가 당신을 살립니다'로 시인의 시를 읽고 살아갈 힘을 얻은 장애우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꺼낸다. 평생 가슴에 아픈 상처로 남았을 자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담담히 말한다. 죽다 살아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지금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는 표현이 참 곱다. 반가워서 고맙고, 고마워서 기쁜 삶으로 살아가자는 말이 오늘따라 정겹다. 운이 좋으면 2014년에 개관한 공주풀꽃문학관에서 그가 직접 연주하는 풍금소리도 들을 수 있다.
시인의 시집 중 제목이 특히 마음에 드는 '시, 마당을 쓸었습니다(나태주 저. 푸른길)'는 주제에 따라 3부로 나뉘었는데 1, 2부는 시와 시인이 대상이다.
'마당을 쓸었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아름다워졌습니다.'
풀꽃을 좋아하고, 사랑을 노래한 서정 시인답게 그의 시는 맑고 곱다. 마당을 쓸고, 꽃 한송이 피우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면 세상은 지금보다 아름다우리라.
'누구나 마음속에 어린아이 하나 살고 있지요./눈이 맑고 귀가 밝은 아이./작은 바람 하나에도 흔들리고 구름 한 쪽에서도 울먹이고 붉은 꽃 한 점에도 화들짝 웃는 아이.//'
시인은 우리가 어린 시절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 두고 온 아이를 불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무미건조한 지금의 내가 아닌, 그 아이가 대신 말해야 하며 잃어버린 바로 그 시를 찾아야 함을 이야기한다. 시를 매일 한편씩 읽고 필사하면 메마른 감성에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을거야. 3부에서는 시인을 위하여라는 부제로 유안진, 허영자, 박용래, 박목월, 윤동주시인, 이해인수녀님 등 시인들에 대한 간절한 애정을 담은 글을 시로 엮었다.
시집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일흔이 넘은 연세에도 나를 불러주면 어디든 가리라는 마음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난다는 시인의 열정이 놀라웠다. 강연내내 진솔함과 유머코드를 잘 살려 청중을 압도하는 그의 내공이 부러웠다. 큰 수술을 몇번이나 하고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삶을 관망하는 여유가 존경스럽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열정적으로, 조금 더 즐기며... 지금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는 말을 기억해야겠다.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독서 인구 비율이 낮아진다. 40대는 63.2%, 50대는 47.2%, 60대 이상은 27.1%로 점점 낮아진다. 바람직한 비율은 4-50대에 하향 곡선을 그리다 60대부터 다시 상승 곡선을 만들어야 한다. 백세 시대인 요즘은 퇴직후에도 꾸준한 책 읽기가 필요하다. 지인들과 실버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를 꿈 꾼다. 자연스러운 토론 문화를 위해서는 독서 습관이 형성되어야 한다. 독서의 계절 9월, 한 권의 시집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시가 당신을 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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