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방법을 약간 파괴했다. 원래 종이에 손글씨로 메모(1단계)하고 엑셀에 옮겨 적었는데(2단계), 바로 2단계로 건너뛰었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그 시간에 자료를 한 권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그 대신 출력해서 많이 읽어봐야겠다.


나는 1997년부터 종이에 책의 내용을 베껴 썼다. 내가 손과 볼펜과 종이로 돌아다닌 시간은 '정신'이 될 정도로 뇌리에 새겨졌다. 짧고 가볍게 읽을 책들은 눈으로 읽지만, 중요한 책들은 손으로 읽었다. 손으로 읽은 책들 중에서 쓰기를 위해서 필요한 내용들은 데이터가 되었다. 


두 번째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는 바로 10여년 동안 입력했던 데이터가 있었기에 쓸 수 있었다. 10MB 짜리 엑셀파일을 본 적이 있는가. 


세 번째 책으로 작업하고 있는 "10대와 통하는 인문학_공자의 논어"는 읽을 양이 많이 있어서 종이 메모를 생략했다.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줄지 모르겠다. 내가 이제까지 읽었던 논어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한 논어와 공자에 대한 이야기를 새로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내가 읽었던 방식으로 공자와 논어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독서방법의 파괴는 나에게는 도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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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1-26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MB 짜리 엑셀파일...?
그런 프로그램도 있니?
내가 그런 쪽엔 문외한이라...ㅠ

그렇구나. 역시 내공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지.
난 팔이 아파서 자꾸 안하게 되더라구. 그러다 보니...ㅠ
10년 전이면 네가 장가 가기도 훨씬 이전이란 말 아니니?
그때부터 그런 책을 염두해 두고 있었다니 대단하다.
넌 분명 좋은 아빠, 좋은 저자가 될 거야.^^

승주나무 2017-11-27 07:01   좋아요 0 | URL
10년 전이면 신혼부부였죠. 10MB짜리 엑셀프로그램이 아니라 엑셀파일에 계속 글을 집어넣다 보니 용량이 커져서 지금은 10MB가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워드 치는 연습을 해서 팔 안 아프고 제법 칠 수 있었던 게 컸어요^^

stella.K 2017-11-27 13:14   좋아요 1 | URL
헉, 네가 결혼한지가 벌써 10년이 됐구나.
세월 빠르네. 그럼 학부형이겠구나.
난 아직도 아들내미들 개구장이 준 알고 있다.
자주 안 보니까 이런 오류가 발생하는 거야.ㅋㅋ
얼마 전부터 너랑 교류가 생기니까
가깝게 느껴지고 좋다.
어쨌든 소통은 자주하고 봐야 돼.^^

승주나무 2017-11-2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알라딘을 다시 시작한 게 잘 한 것 같아요. 아이들 아직 개구쟁이인 건 맞아요. 7살 9살이면 한참 개구질 때죠^^
 

그렇게 안 열릴 것 같았던 '경기도 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우수콘텐츠 등 경기도에서 공모한 곳에 도전한 것이 이번까지 세 번째. 

출판사에서 도전해보자고 했을 때 그 무시무시한 경쟁률과 쟁쟁한 경쟁자들 때문에 반신반의했어요. 

제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겠어요. 


그런데 선정되었다는 발표를 듣고 저도 모르게 꺅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그것도 도서관에서. 



전체 171개 출판사 경쟁에서 제가 도전한 인문고전은 63개였습니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네요. 



이번 경험을 통해서 작가로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게 가장 큰 소득이죠. 

사실은 상금이 더.....쉿!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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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1-23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게 있었구나.
잘된 일이다. 축하한다.
상금이 짱짱한가 보구나.
서울에 있으면 한 턱 쏘라고 했을 텐데...ㅠ

승주나무 2017-11-24 11:16   좋아요 0 | URL
누나~ 반가워요. 잘 지내시죠?
제주에 사니까 참 만나기 어렵네요.
고마워요^^

순오기 2017-11-24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아~오랜만의 댓글에 놀러왔는데, 이런 경사가 있군요. 정말 축하합니다!!♥

승주나무 2017-11-24 11:17   좋아요 0 | URL
앗~! 순오기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쓸게요~

비연 2017-11-24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승주나무 2017-11-24 11:17   좋아요 1 | URL
와~! 고맙습니다. 비연 님^^ 잘 지내시죠?

비연 2017-11-25 14:28   좋아요 0 | URL
넘 반가와요^^ 전 뭐 그럭저럭요 ㅎㅎ

thkang1001 2022-07-2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경기도 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승주나무님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알라딘 승주나무. 참 가슴 떨리는 닉이었는데 그 가슴은 어디로 간 것인지. 

한 4년 정도 공부방을 하다가 전업작가로 돌아왔어요. 

4년 동안 책은 읽었지만 산소호흡기처럼 초단위 분단위로 읽었어요. 

살려고 읽었기에 쓰지는 못했고요. 

새 책을 쓰고 염치없이 고향집에 들어와 방소지를 하고 있습니다. 


책만 쓰는 전업작가는 아니고요. 

여기 저기 영업 다니면서 강의 따고 그 강의로 생계 유지하고, 

나머지는 책 쓰고 있습니다. 

다행히 출판사 컨택이 돼서 4년만에 두 번째 책을 안게 되었고요. 


앞으로 계간지처럼 낼지도 몰라요. 

책을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반가워요~~


앞으로는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글 남길게요. 

알라딘을 어떻게 내 생활 안으로 담을지 4년동안 고민을 못 풀었었어요. 


제주에 온지는 만2년쯤 되었어요. 언제나 그리웠던 고향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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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1-23 14: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도 안 변했네.
누가 널 애아빠라고 하겠니?ㅋㅋ
잘 지내는 것 같아 보기 좋다.
서울 올라 올 일 없나? 보구싶네.ㅎ

승주나무 2017-11-24 11:18   좋아요 0 | URL
하나도 안 변했나요? 아이들 사이에서 둘러싸여서 그런 것도 같고,
이런 저런 고민들에 둘러싸여서 그런 것도 같아요.
시간이 나를 침입할 틈이 있을까요? ㅎㅎ

순오기 2017-11-24 0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책은 판형이 작아서 아쉬웠는데... 이 책은 일반 책 사이즈겠지요?^^
두 아드님도 많이 컷죠?? 승주나무님 늘 웃는 얼굴 보여주셨는데...고향바닷가에서 좀 굳으셨네요.ㅋㅋ

승주나무 2017-11-24 11:19   좋아요 0 | URL
네 이번에는 일반 사이즈입니다. 인문학을 내용적으로 접근해서 자녀와의 소통과 부모의 자기 공부에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바람이 저를 굳게 했어요^^
 
서유기 1 - 돌 원숭이 손오공 문지 푸른 문학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김종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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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자랑스러운 책 읽기는 은하영웅전설 완독과 서유기 완독이다. 

은하영웅전설은 스무 살 때 절친의 매우 강력한 권유가 있은 지 20년만에 읽은 책이었고, 

영화가 개봉된다니 반갑다. 양웬리의 캐릭터 이외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은 책이다. 

일본 만화책 <쿠니미츠의 政>처럼 보여주려는 주제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편협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유기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즐독하는 한 젊은 작가가 극력 추천해서 읽게 되었다. 

내 가벼운 귀는 독서에 도움이 된다. 

서유기 10권은 내 인생책이 되었다. 

수백년 동안 집단창작했던 오래된 이야기를 괴테 같은 괴력의 작가 오승은이 독창적으로 재창조했고, 

삼장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여러 텍스트와의 전쟁에서 정본으로 살아남았다는 점과, 

예전에 읽으려고 했던 이탁오가 깊이 관여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탁오의 책을 자꾸 미뤄뒀는데 <서유기>를 읽고 나서 읽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분서>는 1권만 사뒀는데 이제 2권도 구해서 제대로 읽어봐야겠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그렇게도 비난했던 작품과 극작 기법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를 이보다 통쾌하게 걷어찬 오승은 서유기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고향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손오공을 위시한 진보적이고 건강한 민중이 툭하면 여래부처와 관세음보살을 소환해 문제를 해결하고 멈출 수 없는 독설과 조롱은 도무지 성역이 없다. 불교철학과 도교철학의 본의가 건강한 민중성과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작품 중 서유기보다 강력한 것은 못 보았다. 그뿐만 아니다. 지금까지 정치와 역사를 끌고 왔던 독서인층과 기득권, 권력자들을 삼장-국왕-관리-각종 기득권층 덩어리로 묶어 '위대한 서천행'에서 나름대로의 구실을 인정하고 있기에 서유기는 당대의 모든 계급과 주체를 망라한다. 그리고 이것들이 모조리 성장한다. 


서유기가 다른 성장소설에 비해 매우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는 부분은 '모든 것의 성장'을 그려낸다는 점이다. "도가 한 자 커지면 마는 열 자 커진다"는 서유기 퀘스트의 작동 원리는 요괴도 성장하고 문제도 성장한다는 점을 아주 잘 표현했다. 우리가 읽은 대부분의 성장소설은 주인공만 성장하거나 일부분만 성장하는 데 비해, 서유기는 악도 성장한다. 점점 고도의 스테이지로 옮기며 투쟁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전자오락 게임을 연상시킨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서유기의 플롯을 아주 잘 활용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여러 작품들은 서유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지적인 토양이 서유기를 철저히 배격하는 방식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서유기가 나의 인생독서가 될 수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제까지의 독서흐름에서 잡히지 않았던 매우 넓고 역동적인 공간에 나는 드디어 로그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유기는 그 공간의 인증키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일단 서유기와 인사는 했으니 앞으로 죽을 때까지 지지고 볶고 우려먹고 해야겠다. 



"젊으신 도련님이라 세상일에 철이 덜 드셨군! 도둑질하는 놈이 밝은 대낮에 손대는 것을 어디서 보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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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에티카> 입문 컨티뉴엄 리더스 가이드
J. 토마스 쿡 지음, 김익현 옮김 / 서광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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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읽기에 지면의 대부분을 할애한 것은 신의 한 수! 질문을 제시하고 글을 이끌어가는 방식은 신의 두 수! 에티카가 더 선명하게 이해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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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7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17-02-27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좋은 책에 아무도 댓글을 안 달아서요~~ 종종 출몰할게요^^

여울 2017-03-0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좋아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ㅎㅎ 자주 뵜으면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