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말머리가 끝나고 이제 슬슬 스토리가 시작된다. 오늘은 매우 중요한 캐릭터가 등장하므로 예의 주시하시라.
샘의 표정이 흑빛이 되었다. 동료 샘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삼삼마왕이 돌아왔어요.”
샘은 단말마 같은 신음소리를 냈다.
“오~ 유남쌩!!”(웃찾사를 참조할 것)
삼삼마왕이 누구냐구~ 쌤에 의하면 ‘삼위일체’라고 하는데, ‘깜냥과 정신머리와 말투’가 가관이라는 뜻이다. 항간에는 삼삼마왕이 '스까이(SKY)'에 넣어다가 셤 통과했다는 속설도 난무하였으나, 오늘의 귀환은 그 모든 것이 물 건너갔다는 뜻 아니겠는감. 이 중 한 대학의 셤을 보고 나와서 삼삼마왕이 했던 말은 너무나 유명한 유행어가 되었다.
“스까이!! 잇츠 디삐껄트!!!”(SKY, It's difficult!!!) (스카이 패러디 버전)
글쎄 녀석이 대놓고 오쌤에게 화풀이를 하겠다고 공언했다지 않는가. 사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면서도 둘 사이에는 매우 찌릿한 기운이 돌았다. 삼삼마왕은 ‘삼체’로 유명하다. 삼체는 여러분이 알다시피 ‘주세요’를 ‘주삼’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삼체’에는 오묘한 뉘앙스가 있다. 그것은 반말과 존댓말을 넘나든다는 점이다. 오쌤은 이 부분이 매우 자극스러웠던 거고, 삼삼마왕은 이를 매우 즐겼다는 것이다. 이 대목은 둘 사이의 사소한 트러불에 불과하다.
암튼 수업이니까 들어가긴 들어가야겠고, 쌤의 마음은 매우 쌔콤했다. 학생들 가운데, 삼삼마왕은 평상시처럼 팔짱을 끼고 감독관처럼 앉아 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 녀석이 먼저 말을 건다.
“쌤, 그 동안 죄송했으삼”
- 아니 뭘~
“쫌~ 긍까, 시기심이 났던 것도 사실이삼. 왜 내가 이야기하면 횡설수설이 되고, 샘님이 하면 담론이 되는 건지 사실 난 납득하기가 매우 힘들었으삼. 지금이라도 그걸 좀 갈켜줄 수 있나염~?”
마왕은 삼체로 쌤을 자극했다.
- 그래, 넌 담론이 뭐라 생각하느냐?
“그냥 이야기 담이니까, 뭔가를 이야기한다는 거 아니에여?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담론이 되는 것 같은데.. 실제로 해보니까 도통 뭔지 모르겠으삼. 내가 봐도 뭔 말인지 모르겠고.”
- 그냥 이야기는 아니고, 일종의 ‘문제삼다’ 혹은 ‘시비를 걸다’라는 뜻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삼”
오쌤은 잠시 생각에 잠긴다.
- 어제 엠비씨 창사특집 봤니?
“아니, 그건 왜여~?”
- 거기서 이어령 쌤이 이런 말을 하지. 우리가 학교에 가서 들어가는 방을 ‘교실’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선생의 입장일 뿐이라고. 학교는 학생들의 것이니 당연히 ‘학실’이 되어야 하지 않냐고. 맹자도 인간의 병통 중 가장 못된 것이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습관이라고 했는데, 참 못된 버릇이 아닐수 없단다. 가르치고 배우는 방이라면 ‘교학실’이나 ‘학교실’이 되어야 한다고 하던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말이 되네염^^”
- 하지만 가르친다는 것은 ‘배운다’ 안에 모두 포함되니까, 딱히 가르칠 게 있겠니. 사실 난 널 보면서 많이 배운단다.
“돈은 안 받을게염~”
- 너 지난달 학원비도 밀렸드라. 그런 말이 입밖에 나오나부지....
“ㅋㅋㅋ 아니 신성한 학당에서 이런 신자유주의적인 말이 어데 있나염. 암튼 무슨 말인진 알겠네염.”
- 다른 예를 들어볼까. 우리 집안일을 ‘한다’고 하니 ‘돕는다’고 하니?
“‘돕는다’고 하져. 당근 도와줘본 적은 당추 없지만서두...”
- 이런 ‘네 가지 밥상님’(O가지 밥말~의 속어)이라니~ 암튼 그건 글코.. 왜 집안일을 돕는다고 하지. 집안일은 너의 일이 아니니?
“그러고보니 그렇군요.”
- 집안일을 돕는다는 말에는 ‘집안일’은 엄마나 일부의 사람들만 하는 거라는 고정관념이 전제되어 있단다. 그런 것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일종의 담론이라 할 수 있지. 시비를 건다는 거야. 아주 간단한 어휘이지만, 여기에는 매우 많은 내용이 들어 있단다. 당연히 ‘집안일을 한다’고 해야지.
“음, 글쿤요. 신기하당~”
- 머시
“담론이 만들어지는 게 매우 평범하면서도 날카롭디 않아요?”
- 음, 간만에 칭찬이구나. 암튼 니들도 샘님이랑 논술 공부하면서 ‘담론’에 대해서 철저히 익히도록 해라.
“샘님, 근데 샘님이 왜 샘님이에여? 샘님은 스스로를 ‘샘’이라고 하셔야 하지 않나요. ‘샘님’은 우리들이 부르는 호칭이잖아요. 그것은 샘님 스스로의 위엄을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고정관념 아닌가여?”
샘님은 부글부글 끓다가 참고 말을 한다.
- 음, 일리 있구나. 짜식~ 안 본 사이에 애버리지와 사가지가 동반 상승했구나. 이런 애버리지 되바라지 같은 넘.
옆에서는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는다.
‘에버리지 되바라지’
‘에버리지 되바라지’
글치만 쌤은 하나도 기뿌지 않단 말이다.
※ SKY, It's difficult!!!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앞 글자 이니셜. 즉 위 세 개 대학은 들어가기 매우 어렵다는 뜻임
※ 되바라지다
1. 어린 나이에 어수룩한 데가 없고 얄밉도록 지나치게 똑똑하다.
2. 겸손한 태도를 지키지 아니하고 쉽게 튀어져 나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