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독립언론 시사IN을 만든 '국민'의 두 얼굴

- '제9회 민주시민언론상'을 수상한 얼굴없는 독자가 보내는 편지

 

 

<2007년 12월 21일 제9회 민주시민언론상을 받은 시사모의 면면을 살펴보면 직장인, 출판기획자, 대학교 강사, 대학졸업생, 사회초년생 등 다양한 연령/계층대의 얼굴없는 일반독자들이었습니다>
 

2007년은 언론사상 가장 끔찍하지만 가장 빛난던 해

 

2007년은 우리 언론사상 가장 끔찍한 한 해이자 가장 빛나는 한 해가 되었습니다. 시사저널 사태에서 삼성비자금 고발, 2007 대통령선거 등 굵직한 이슈를 거치면서 우리는 언론이 공적 기능에서 멀어져 일개 사기업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았으며 자본과 권력에 중독돼 끊임없니 '있는 자'에게 머리를 숙이고 심지어 그들의 '나팔수'가 되어 몸을 파는 모습까지 보아야만 했습니다.

언론의 기본적 책무를 기억하는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괴로운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시사모')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얼굴없는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난 일종의 시민단체였습니다. 처음에는 시사저널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기자들에게 힘을 주고자 형성된 '도우미'의 성격이 강했으나 점점 사태가 악화되고 해결의 기미 없이 갈등이 지속되자 시사모는 자연스럽게 조직을 정비하고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10월 16일에 발족한 시사모가 2007년 10월 13일에 해단하기까지 무려 73개의 언론기관(방송사, 대학신문사 포함)가 821건의 보도로 참여했습니다. (2007년 8월 29일까지의 통계) 언론을 통해 기자들과 독자들의 힘든 싸움이 알려지면서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습니다. 시사모 해단식 직전까지 3,000명에 이르는 독자들이 실명으로 등록을 해주었고, 해외에 계신 분들도 따로 '시사모 해외지부'를 만들어 왕성한 지원활동을 벌였습니다. 창간 시사IN의 첫 번째 특종 역시 해외에 있는 시사모 회원에 의해서 성사될 정도였습니다.

기자들은 8개월간 봉급이 끊긴 상태에서도 대오를 잃지 않았고 독자들은 시사저널 사측에 의해 고발을 당해 검찰조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고 성원을 계속해 주었습니다. 큰 뜻을 위해 싸우면서도 가족에게는 큰 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큰 힘이 되어준 사람들은 기자들의 가족들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기자들의 가족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런 노력을 가상히 보아주었는지, 시사모는 '민주시민언론연합'(이하 '민언련')이 주관하는 '제9회 민주시민언론상 본상'에 선정되었으며, 시사IN의 전신인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은 <오마이뉴스>가 뽑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습니다. 우리 시사모의 독자들과 시사IN 기자들의 싸움을 아름답게 기억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민언련은 제9회 민주시민언론상 심사평에서 "언론개혁과 시민언론운동의 발전을 위해 큰 기여를 한 개인, 단체를 선정하여 수상한다는 선정 규약과 한 치의 오차 없이 딱 들어맞는 후보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 된 독립언론 ‘시사IN’의 산파역을 완벽하게 수행한 ‘시사모’는 바로 민언련이 꿈꾸는 민주시민의 전형"이이라는 과분한 찬사를 주었습니다>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독자들의 열망

 


언론소비자운동을 하면서 확인한 것을 말씀드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시사IN의 문정우 편집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독자들의 열망을 확인해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한국 사회구조에서 시사IN이 창간한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시사IN' 현상입니다. 시사IN 현상은 진정성과 진전성의 만남으로 성립됐습니다. 위험을 무릅쓴 기자들과 독자들의 진정성이 한데 모인 결과가 바로 시사IN입니다. 이들의 신분변화를 살펴보면 현상이 설명이 됩니다. 기자들은 시사저널 기자-부분파업 기자-전면파업 기자-징계 기자-중징계 기자-피고발인 기자-단식기자-사직기자-시사IN 복직기자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독자 역시 시사저널 독자-시사모 회원-피고발인 독자-서포터스 독자-시사IN 독자라는 매우 순탄치 않은 신분변화를 거듭한 끝에 시사IN 기자와 시사IN 독자가 만나게 된 것입니다. 김은남 기자와 정희상 기자가 끝내 단식에 돌입했지만 기자들 모두 8개월 동안 단식을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생계의 근거가 끊긴 상태에서 싸움을 계속 했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은 기자들의 이런 위험을 무릅쓴 진정성을 믿고 진심으로 함께 싸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시사IN이 창간 선언을 하고 나서 1주일간입니다. 하루종일 독자들의 정기구독 예약, 소액투자 문의, 소액기부금 문의, 각종 응원메시지 등 화장실도 가기 어려울 정도로 독자들의 뜨거운 열정을 확인했습니다.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독자들의 열정을 확인한 것이 시사IN 현상에 참여하면서 얻어낸 가장 커다란 결실입니다.

저희들처럼 시간과 비용을 할애하고 고생한 '행동하는 독자'들도 중요하지만 더 소중하고 중요한 분들은 시사저널 사태의 심각성에 관심을 갖고 독립언론 시사IN을 계속 지켜봐 주시는 독자들입니다. 사실 시사모는 그 분들의 뜻을 대변한 사람들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는 <2007년 올해의 인물>에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시사IN' 전신)을 선정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미 대한민국에서 사라진 것 같은 '언론정신'의 가치를 끝까지 지키고자 한 기자들의 '어리석음'이 세상을 이롭게 할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선정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독립언론 시사IN을 만든 것은 같은 이름의 '국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에서는 이번 대선의 결과를 절반 가까운 압도적 지지(48.4% 득표율)로 해석하고 싶어하는 모양이지만, 유권자이자 언론을 걱정하는 독자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30.5%로 기권표(총 유권자 37,653,518명 중13,190,664표 기권, 37.0%)보다 적은 득표수라는 분명한 사실을 지적합니다.

3명 중에 2명은 어떤 방식으로든(대부분 기권표의 방식으로) 이명박 당선자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만약 전체 유권자의 2/3를 포용하지 못하고 '절대적 지지' 운운하며 일방적이고 오만한 정책을 쏟아낸다면 2/3의 유권자를 포함해서 이명박 당선자에게 표를 준 유권자의 다른 표정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만큼 대통령 당선자는 위태로운 국면에 서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고자 합니다.

분열된 여론은 통합하는 작업은 녹록치 않은 일입니다. '같은 이름의 국민'이지만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국민들'을 어떻게 포용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이 결정될 것입니다.

이번 대통령선거의 결과를 두고 유권자의 성향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보수 실용으로 기울었다거나,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졌다거나, 노동자이면서 자기배반의 투표를 했다거나 하는 말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치인들이나 호사가들의 불평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번 선거는 집권세력의 '자기배반'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아야 마땅합니다.

만약 이번 투표결과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거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에게, 시사IN 기자들과 이를 지지한 독자들이 1년간 싸워온 과정은 정치에 있어서도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지지를 구하는 기자들은 자신의 것을 내놓았을 뿐만 아니라(신분, 봉급, 기득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싸움을 멈추지 않고 차가운 천막에서부터 현재의 둥지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거처를 전전했습니다. 독자들이 기자들에게 지지를 보내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독자와 유권자의 지지는 양날의 칼입니다. 조형근 전 시사모 부회장은 민주시민언론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얼굴 없는 독자로 돌아가지만, 시사저널 사태와 같은 부당한 일이 다시 벌어진다면 머뭇거리지 않고 다시 모이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돌아올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도, 그리고 시사IN이라는 언론매체를 만든 것도 모두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언론이라는 점을 기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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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3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8-01-03 16:44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저도 그것 때매 속상하답니다.
그거 담당한 분이 자꾸 미적미적해서 이벤트도 다 김새버리고..
조만간 '쓰기'가 가능할 겁니다.
이상한 메시지는 아직 2007년 12월 29일 데이터를 쓰고 있어서 그런 거 같습니다. 쬐끔만 더 지둘려(기다려) 주시면...정상화 해노께요~~

2008-01-04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주나무 2008-01-04 10:46   좋아요 0 | URL
그래서..
내가 와짠나~~(웃찾사 버전ㅋ)

알지에서 알라딘에 파견나온 직원입니다 ㅋㅋㅋ

그나마 해적 님이 알라딘에 있어서 회원님들이 뭘 궁금해 하고 답답해 하는지 알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해적님도요~~ 꼭 16강에 오르시기 바랍니다!!!

메롱 2008-01-04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일아저씨 사진출처는 적어주셔야지요 흥!
메롱입니다.

-대략 제주에서 씀

승주나무 2008-01-04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이에는 제대로 썼는데..
쓸까말까 망설이다가.. 암튼 지송 ㅡㅡ;

2008-01-04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5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5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5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5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08-01-10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설이다 인사드립니다.

다른 분의 서재에 갔다가 전해들었습니다.

힘드시겠지만 기운내시길....

-알라딘마을 서재인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외신 “한국대선, 직선제 이래 가장 지저분한 선거”(기사클릭)

원본주소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12192247221&code=970100



워싱턴포스트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이 국가 지도자의 최고 덕목으로 여겨졌던 ‘낡은 한국’의 정서가 떠오른다

영국BBC방송
“대한민국이 1987년 대통령 직접 선거를 도입한 이래 ‘가장 지저분한 선거 중 하나(one of the dirtiest)’를 치렀다”
"이번 대선에서 ‘경제 살리기’만이 유일한 구호였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일자리 문제만 해결해 준다면 대통령이 윤리적인 인물*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윤리적 인물
외신이 이야기하는 '윤리적 인물'과 우리나라에서 이야기하는 '윤리적 인물'은 차원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무게감도 전혀 다른 의미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그곳의 '윤리적 인물'은 경제정책을 포함해서 모든 정책을 올려놓는 기반을 의미하며 '윤리적 인물'이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수백년 동안 헤아릴 수 없는 시민들이 희생당해 '피로 쓴 윤리'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있으면 좋고, 없어도 큰 상관없는' 엉성한 개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외국 못지 않게 많은 피를 흘렸지만 단지 피를 흘린 양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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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2-20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숨만 나오네요, 정말 부끄럽습니다.

승주나무 2007-12-20 22:31   좋아요 0 | URL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저마다 깜냥만큼 살아지는 거 아니겠습니까?ㅎㅎ

마노아 2007-12-2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어느 분 말마따나 해외에서 일본인인 척 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승주나무 2007-12-20 22:31   좋아요 0 | URL
일본어 공부해야게따 ㅡㅡ;
 

활시위 떠난 단일화... '반 이명박'은 어디로?(기사클릭)

이 글이 문국현 지지자들에게 동요를 일으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진심으로 '정치인 문국현'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문국현과 정동영이 단일화에 실패했다.
울 사장과 밥을 먹고 오면서
진심으로 문국현을 걱정했다.
이른바 '문국현의 정치적 죽음에 관한 방정식'이 성립됐기 때문이다.
문국현 죽음 방정식이란

이명박 - 정동영 = 문국현
또는
정동영 + 문국현 = 이명박

위 방정식에 관한 설명을 붙인다면, 이명박 당선으로 진보세력이 좌절되었고 그것의 간극이 문국현 지지표만큼이라면 '단일화 실패'에 대한 책임론은 정동영도 피할 수 없지만, 문국현이 정면으로 맞게 된다. 본의 아니게 문국현은 진보세력의 배신자가 되고 만다. 문국현이 친박주의자로 전향하지 않는 한 그의 정치생명은 커다란 타격을 입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 대선은 정동영에게는 불운이지만,
극적으로 문국현에게 더 불운일 수 있다.
그리하여 승주나무가 기대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본다.

1. 최상의 시나리오
이회창, 허경영, 정근모를 제외한 반 이명박 전선의 대선 승리

2. 차선의 시나리오
정동영 + 문국현 + 알파 = 이명박
'알파'가 클수록 좋다. 이것은 지극히 '친이명박'적인 발언이지만, 나에게는 정치인 문국현이 소중하다.

3. 최악의 시나리오
'문국현의 정치적 죽음에 관한 방정식'이 불러주는 대로 현실화되었을 때

그러면 누구에게 한표를 써야 하나~
이런 정치적 딜레마에 승주나무를 빠뜨리게 만든 상황이 정말 밉다~미워!!
이제는 대선 결과가 아니라 결과의 수치까지 걱정해야 하다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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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12-19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선의 시나리오대로 된 것 같아요..

정동영+문국현+알파 < 이명박

정동영으로 단일화할 바엔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지만..
막상 이런 결과가 나오니..
정말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데 왜 다행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걸까요 ㅠㅠ

웽스북스 2007-12-20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동영 지지자인 친구가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문국현을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정동영 표 깎아먹으러 이명박 진영에서 내보낸 사람 같다고 -_-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것들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의 그에게 있길 바랄 밖에요-
 

http://blog.aladin.co.kr/windshoes/1769914

바람구두님의 페이퍼를 읽고,
아니 읽기도 훨씬 전에~
자꾸 슬픈 마음이 들고,
거기다가 주위 사람들에게 겹겹이 상처를 받아서
이 글을 씁니다.
먼댓글로 쓰려는 데 안 되더군요.

제가 갑자기 바람구두 님을 붙잡고 울고만 싶은 것은
12월 19일이라는 선거날,
아직 뚜껑도 열어보지 않은 이 아침에
두 가지 비교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모 대통령이 끌고갈(사실상 '해집어놓을') 5년의 파편을 상상하는 것이고
더불어 5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요식행위는 영원히 계속된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은 더 이상 슬프지 않습니다.
눈을 뜨면 이것에 대해서 접하기 때문에
슬픔에 면역이 많이 됐습니다.
한미FTA를 하고 노동자들이 거리를 내몰리다가
피바람이 내 목까지 온다고 해도
나는 그럭저럭 이에 대한 슬픔을 맛봤습니다.
제가 다른 상황에 비해서 슬프지 않은 이유는
면역도 면역이지만,
이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있거나 또는 이 현상이 다른 상황에 파생되는 현상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다른 상황의 그림자에 불과한 모습입니다. '영원히'이라는 것은 사실 다른 문단에 있는 부사를 여기다가 옮겨왔을 뿐이니, 바람구두 님은 '영원히'의 그림자를 보신 겁니다.

제가 슬퍼하는 두 번째 문제는 사소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여럿이 오늘 즐겁게 타지에 있거나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즐겁게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를 겹겹이 접하면서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5년 후에도 이날을 잡아서 즐겁게 여행을 떠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기꺼이 투표를 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고, 그렇게 죽을 것입니다. 영원히
저는 그를 붙잡을 수도 없고, 붙잡을 생각도 없습니다.
호주 같은 나라처럼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 처벌하는 법률 같은 것도 우리나라에는 없을 뿐더러, 그 법률을 설사 우리나라에 시행한다고 해도 그 법률은 호주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국민이 동의한 호주의 법률을 우리나라에 적용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죠.
내가 지식인들에게 원망스러운 점은 이 문제를 환기시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식인의 많은 이야기를 들여다보지는 못했지만,
지식인들이 이야기하는 요지는 투표를 하지 않게 할 지언정, 투표하는 행위를 돌아다보게는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투표를 독려하는 글에서도 투표를 해야 한다는 당위적 선언만 있지 투표를 즐겁게 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습니다. 이것은 핵심을 잘못 잡은 상황 아닐까요. 투표를 독려하는 것은 현재 만연해 있는 '즐겁게 투표 회피하기' 문제에 대한 진단과 투표를 하는 행위에 대한 논의의 과정을 거쳐서 결과적으로 언급할 내용이지만, 앞의 내용들은 전부 뺀 채 '투표합시다!', '자신의 권리를 찾읍시다!'라는 말만 한다면 그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물론 이런 현상에 대해서 지식인들조차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도 이해는 갑니다만, 그것은 지식인들의 문제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인 행동은 유권자가 하는 것이고, 지식인은 유권자에게 자극을 주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투표를 하지 않는 이유는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이며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실정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는 것이 대답일까요? 나는 좀더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너무 식견이 얕아서 이런 문제제기에 대한 글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초면(사실 저는 구면)에 뜬금없이 이렇게 요청을 하게 됩니다. '즐겁게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가 문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만약 그것이 문제대상이 된다면 그것을 진지하게 논의한 글을 볼 수 있는지. 이것이 제 질문의 요지입니다.

화를 내며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정치상황이 달라지면 투표장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즐겁게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정치상황이 달라지더라도 투표장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죽을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이것은 정치상황이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중간에 그것이 고착화되게 만든 다른 이유가 있지 않나 하는 혐의가 듭니다.

저는 저에게 할당된 투표소로 가면서 내내 즐겁게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사람들, 그리고 이 문제가 분명히 울면서 투표소로 달려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게 될 테니까요.

두서없이 긴 편지글을 쓰게 돼서 실례했습니다. 바람구두 님의 최근 글들을 보면서, 그리고 오늘의 글을 보면서 나의 대화상대로 인식하게 되어 말을 건넵니다. 답답한 이 마음 어디서 달래지 못해 바람구두 님에게 울면서 달려나간 것이니 노여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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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쌈빡하고 씨닉한 형 '우석훈 씨'가 시사인 13호에 재미있는 칼럼을 남겼다.

대선보다 더 중요한 승부가 지금 펼쳐지고 있다는 것..
2008학년도 대학입시 논술고사의 승부다.
향후 10년 동안의 한국의 청소년 독서문화를 결정할 승부이자,
향후 20년 이후 한국사회의 운명을 결정짓는 승부란다.

이번 승부는 평소에 독서를 생활화하거나 책을 통해 사고를 넓혀 온 이른바 '독서파'와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주급 100만원짜리' 프리미엄 논술강좌를 받아 죽어라 외워서 시험보는 이른바 '암기파'의 전쟁.
이에 관련해서는 지난번 작은 책 강연에서 우석훈 씨가 비슷한 요지의 말을 남겼다.

논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논출책 10여권을 다 외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논술 채점 교수 이야기 들어보니까 학원에서 나온 교재를 보더라. 학원 표 비슷한 거 찾는 것이 채점의 중요한 과정이다. 학원에서는 이것을 깨려고 책을 자꾸 바꾼다. 이렇게 채점자와 학원에서 자꾸 전쟁을 하는데, 참 한심한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서파와 암기파의 전쟁이라지만, 실은 암기파를 밀어주는 '학원 세력'과 독서파에게 점수를 주고 싶은 '채점 세력'과의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질 거라는 것이 우석훈 씨의 설명이다.

만약 '독서파'가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암기파를 실질적으로 조종하는 '학원 세력'들은 비지니스에 타격을 입게 된다. 당연히 주당 100만원 하는 학원비가 현실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암기파들은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며 책을 읽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암기파'가 승리한다면 주당 100만원이라는 형평없이 낮은 가격이 '현실화'(?)하면서 논술 사교육 시장의 가격 자유화 바람이 불 것이고, 우석훈 씨의 말대로 "10대의 독서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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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2-11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상 어느나라를 보더라도 논술과 논술과 비슷한 서술형 풀이에 암기가 존재하는 나라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밖에 없을 껍니다. 이 빌어먹을 사교육같으니라구..젠장.

승주나무 2007-12-11 17:54   좋아요 0 | URL
메피 님.. 잘못했어요.. 이미지까지 그러니 화가 많이 나신 것 같네요 ㅡㅡ;
'암기'가 필요한 곳이 있고 필요하지 않은 곳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反암기와 親암기 둘뿐이니 더 답답한 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