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에서 '조선일보', '장자연'을 쳐보니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조선일보를 조선일보라 부르지 못하는 언론사들. 언론사들이 간만에 '큰웃음'을 선사한다. 지난 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장자연리스트에 조선일보 방 사장과 스포츠조선 사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안다. 보고 못 받았나?"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이를 보도한 언론사가 거의 없다고 한다.
미디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오마이뉴스>와 <민중의 소리> <프레시안>만이 언론사와 언론사 대표를 직접 언급했다. <헤럴드 경제> <뉴시스> <이데일리> <아이뉴스24> <CBS> 등은 해당 언론을 ○○일보, XX일보 등으로 보도했다고 한다.
그래서 진짜 없는지 뉴스 검색창에 '조선일보', '장자연'을 쳐봤다.
일간지는 하나도 없고 미디어오늘이나, PD저널, 미디어스 같은 미디어 전문매체나 인터넷 매체만 보인다.



▲ 포털 뉴스검색창에서 '조선일보', '장자연'을 쳐보니 우리가 알 만한 일간지는 하나도 안 나오고, 미디어전문매체나 온라인매체의 기사만 나온다.


이번에는 XX일보를 쳐봤다. 우리가 잘 아는 언론사들이 이제야 얼굴을 드러낸다.

장자연 문건에 따르면 '당시 <XX일보> X사장을 술자리에 만들어 모셨고, 그 후로 며칠 뒤에 <스포츠XX> X사장이 방문했습니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 세계일보, 노컷뉴스


가장 일반적으로 보도한 유형이다. 그밖에 경향신문과 서울경제, 이데일리, 해럴드생생뉴스 등은 OO일보도 보도했다. 그것은 조선일보가 언론사에게 배포한 참고자료 때문이다. 국회 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작성된 '보도에 참고 바랍니다'라는 자료에는 "본건과 관련해,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보도하거나 실명을 적시, 혹은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중대한 명예훼손 행위에 해당되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 드린다"고 적시돼 있었다.

조선일보가 돌린 자료의 내용이 사실일까. 조선일보를 적시하면 정말 감옥에 가게 될까. 프레시안은 그것이 궁금했는지 변호사의 자문을 구하고 기사를 내보냈다. 한 변호사는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다퉈 볼 여지 자체는 없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본회의장 발언을 보도하는 것 자체가 법에 걸린다는 식의 '입막음'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도 변호사 출신이기 때문에 법적인 판단을 하고 대정부질의를 한 셈인데, 그는 <프레시안>과 대화에서 "그 분 정도면 공적 인물이기 때문에 사생활 부분에 대한 것이라도 프라이버시권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면서 "특히 내 발언을 보도한 언론 매체는, 형법에 의해 면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촘스키의 '선전모델'로 본 주류언론 백태


▲ 노엄 촘스키의 <여론조작>에서는 현대사회의 언론이 점점 언론의 기본적인 기능보다 사기업화되고 있는 모습을 '선전모델'이라는 용어를 통해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선전모델(Propaganda Model)이라는 말을 처음 꺼낸 사람은 미국의 살아있는 양심이라고 추앙받는 노엄 촘스키다. 선전모델이란 언론의 ‘사회적 목적’이 국가와 사회를 지배하는 특권 집단의 경제적ㆍ사회적ㆍ정치적 의제를 대중에게 주입하고 옹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얼핏 보면 언론은 사회의 건강한 여론을 만들어내고, 권력자에 대한 비판기능을 소명으로 아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사회가 전반적으로 건강할 때의 일이다.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은 언론이지만, 병든 언론은 병든 사회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론의 기본적인 기능은 대중에게 메시지와 기호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개인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주고, 정보를 제공하며, 가치관, 신념, 행동규범을 지속적으로 심어주어 사회의 제도적 구조 속으로 사람들을 몰아넣는 것이 언론의 주된 책무다. 언론은 주제 선별, 관심 분산, 쟁점 설정, 정보 여과, 강조와 논조를 통해, 그리고 수용할 만한 전제의 범위 안에 논쟁을 제한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권력자의 이익에 봉사한다.
언론은 절대로 전위적일 수 없다. 전위적인 행위가 일반으로부터, 특히 권력자로부터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서 언론이 입을 열기 시작한다. 삼성비자금 사건 당시 언론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언론이 삼성으로부터 광고가 끊길 것을 두려워해 '삼성' 두 글자를 무겁게 생각했다. 하지만 일이 커지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닥치자 모든 언론들이 동시에 '삼성'을 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도 삼성 두 글자를 두려워해 한줄도 보도하지 않은 언론사도 파다하다.

'조선일보 사장 발언 사건' 역시 이렇게 풀릴 가능성이 많다. 조선일보가 협박성 공문을 각 언론사에 전달했지만 모든 언론사가 조선일보를 거론한다면 일일이 대응하기는 힘든 노릇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대개는 조선일보의 위치에 있는 자가 승리하게 된다.

촘스키가 예로 든 사례 중 인도차이나 전쟁이 인상적이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은 끔찍한 양의 화학무기를 사용했는데 케네디 정부는 1961년과 1962년에 화학물질을 이용해 남베트남의 농경지를 파괴해도 좋다고 승인했다. 미국이 한 국가의 농경지를 파괴해도 될지 안 될지 판단하는 것은 너무 흔해서 의아해할 일도 아니다. 당연히 국제법 위반이지만 미국에게 그런 것이 통할리 만무하다.
1961년에서 1971년 사이에 미 공군은 600만 에이커의 농경지와 숲에 2000만 갤런의 비소계 다이옥신이 첨가된 농축 건조제, 즉 '에이전트 오렌지'를 살포했다. 뿐만 아니라 고성능 최루가스인 CS, 네이팜탄, 인화폭탄도 사용했다. 남베트남 땅의 약 13퍼센트가 화학 공격에 노출됐다. 뿐만 아니라 고무공장 30%, 맹그로브 숲 36% 등이 파괴됐다. 1967년 일본학술위원회 농업경제분과에서 작성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작전으로 인해 남베트남의 농경지 중 380만에이커 이상이 파괴되고, 농민 1,000명과 가축 1만3,000여두가 희생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기사를 보면 어이가 없다. 1990년대에 에이젠트 오렌지와 베트남과 관련한 기사가 많았는데, <뉴욕타임즈><워싱턴포스트><로스앤젤레스타임스><뉴스위크><타임>이 내놓은 기사 총 522개 중 농작물을 목표로 삼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기사는 단 9건에 불과했다.

동남아시아가 아니라 미국이 포함된 아메리카를 보면 그 노골성이 더 짙다.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는 언론인 탄압으로 따지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잔인한 나라다. 언론인을 대낮에 광장에서 살해하거나 시체를 불태우기도 한다. 그 나라에서 언론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거나 '어용언론인'이 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나라는 미국의 소중한 우방이었다. 이에 비해 니카라과는 어느 정도 언론자유가 부여된 나라였는데 미국의 우방이 아니기 때문에 <타임>은 선전모델을 충실히 적용했다. 미국이 싫어했던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정부는 비밀투표의 원칙을 지켰으며 투표행위의 증거로 신분증에 도장을 받으라는 강요를 하지 않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야당을 투표할 뿐만 아니라 기권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타임>은 니카라과가 '호전적인' 산디니스타 정부가 "무시무시한 폭력을 독점"하고 있으며, "자유선거의 경합을 위해" 그들이 "손아귀의 힘을 풀지" 지극히 의심스럽다고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선거 참여를 강요하는 정도가 심하고,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배급표를 잃게 될까봐 두려워한다"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보도했다. 그래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니카라과가 정말로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기자와 국민들을 학살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정부나 재벌에 순응적일 수밖에 없다. 언론을 다루는 장치가 무려 수백 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광고주는 광고로, 정부는 정책으로 탄압할 수 있다. 제도언론이 점점 사람들의 신망을 잃어가는 것은 진실에서 멀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언론들이 점점 오웰리즘(Orwellism :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묘사한 비인간적인 권위주의 사회의 특징으로, 선전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체제를 가리킨다)의 신봉자가 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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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性일보 이종걸의원에 이어 '명예훼손'으로 블로거 협박?!
    from Green Monkey Blog** 2009-04-08 01:54 
    조性일보 이종걸의원에 이어 '명예훼손'으로 블로거 협박?! 조性일보 편드는(?) 니글루스의 공습경보, 정통망법에 당하다!! * 성(性)과 성(姓)도 구분못하는 XX일보의 이종걸의원 협박질 어제(6일)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이달곤 행안부 장관을 상대로 한 국회대정부질의 과정에서 '장자연 문건'에 나온 일간신문사 및 스포츠신문사 회사명과 이들 신문 대표 2명의 성씨를 폭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관련 내용을 이종걸 의원 홈페이지와 언론보도에서 확인하고 위..
 
 
 

만우절날을 핑계로 이렇게 남기고 갑니다.

이 말이 진짜인지 사실인지 궁금하실 거에요...

진실이기도 하고 진실이 아니기도 하고,

거짓말이기도 하고 거짓말이 아니기도 합니다.

만우절에는 뻔한 거짓말보다는 이런 애매한 말을 해야 어울리지~ 암 ㅋㅋ

궁금하신 분은 취재를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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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i 2009-04-01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 관두고, 새로 하나 얻으신 건가요? ^^
요새는 하도 불활이라고 여기저기서 떠들어대서, 직장 가지고 농담하는 사람 만나기도 좀 어려워요. 농담할 여유가 있을 때는 아직 괜찮을 때인것같습니다.
직장을 그만두셨든 아니든, 하시는 일 잘되셨으면 좋겠어요. ^^

승주나무 2009-04-02 09:56   좋아요 0 | URL
네.. 직장을 잃고 직장을 얻고라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직장이라는 개념 자체를 분해해 버렸습니다. 다른 직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할 겁니다.
저도 그 흐름에 따르려구요..
쓰고 나니 몹시 묘한 말이 되어 버렸군요~!~

stella.K 2009-04-0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 많이했다.^^

승주나무 2009-04-07 17:32   좋아요 0 | URL
네~~

무해한모리군 2009-04-0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출발 순조로우시기를 바래봅니다.

승주나무 2009-04-07 17:32   좋아요 0 | URL
어떻게 다들 아셨나 봐요^^

바람돌이 2009-04-0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새출발이라고 믿겠어요. ^^

승주나무 2009-04-07 17:32   좋아요 0 | URL
네~ 믿어주세요 ㅎㅎ
 

스포츠 스타만 나타나면 자신과 연관시키려는 욕망


▲ 이명박 대통령이 양복 위에 한국 야구대표팀 유니폼을 덧입은 모습. 스포츠스타가 탄생하면 꼭 자신과 연관시키려는 욕망은 서울시장에 이어 대통령이 되어서까지 바뀌지 않았다.
(사진 : 오마이뉴스) 


李대통령, 김연아 선수에게 축하전화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김연아 선수(19·고려대)에게 축하전화를 건 일로 인해 뒷말이 무성하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무려 1,000개가 넘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체로 현실 정치보다 가십거리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모습에 대한 비판과 최근 야구와 피겨에서 떠오른 스타들의 좋은 이미지에 편승하려는 대통령의 '욕심'을 문제삼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이 국제대회에 우승한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를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 이상한 일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연아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서 격려한 일이 뉴스에 오르고 구설수로 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은 역시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것은 대통령이 이전에 보여주었던 스포츠에 대한 집착과 바뀌지 않은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 2002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히딩크 대표팀감독에게 명예서울시민증을 수여하면서 자신의 아들과 사진을 찍게 했는데, 아들의 복장(축구유니폼과 샌들)과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처사가 구설에 올라 결국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사진과 사과문 캡쳐 : 오마이뉴스)

2002년 월드컵 4강으로 전국민이 축구열풍에 빠져 있을 때 대통령은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는 행사를 한 것은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인에게 명분으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욕심은 여기서 더 나아가 히딩크 감독을 사적인 사진촬영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국민적 공분을 샀다. 가족과의 사진촬영 없이 명예시민증만 수여했더라면 정치적으로 잇속만 챙기고 끝났을 일이다.

얼마 전 WBC 준우승을 한 한국대표팀을 청와대에 초청한 일에서도 이런 문제가 감지된다. 국가원수로서 국가의 이름을 세계에 떨친 스포츠 스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를 한 것은 명분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미 베이징 올림픽에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기 때문에 청와대 초청도 신중해 했어야 했다. WBC의 일정과 국내 프로야구 일정이 겹치기 때문에 프로팀 감독들은 전력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선수 차출에 동의해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렇다면 감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선수들이 소속팀에 복귀해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 청와대로 초청하면 선수들은 그만큼 소속팀 적응이 지체될 수 있는데 그것은 감안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그리고 유니폼은 꼭 입어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 베이징 올림픽 사건이나 2002년 사진촬영 사건이 없었더라면 아무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용산참사나 언론인탄압이 없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야구 대표팀 유니폼 입은 대통령, '점령군 사령관' 보는 것 같아 씁쓸..

나는 대통령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어쩐지 '점령군 사령관'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용산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이 불법적 시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고인이 된 분들이 국민의 한 사람이라면 국민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위로의 한마디쯤 해도 좋았을 텐데 '떼법'에 대한 엄중한 사법조치나 '준법'만을 강조했다. 망인들에 대한 위로 한마디에는 그렇게 인색한 대통령이 대표팀의 유니폼은 곧잘 입는 수고를 보여준다.

대통령의 사적인 정치가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시장에 가서 자영업하시는 할머니를 안아드리는 일, 현장사무소 가서 실무자들에게 일장 강연을 하는 일, 전봇대 걱정을 하는 일 등은 사적 정치이거나 '쇼'로 분류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그게 무슨 문제인지 고민하기보다는 당장 달려가서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보여주고 끝나버리는 허무함의 극치이다. 대통령의 이런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정치가가 있다. 바로 정자산인데, 맹자는 자신이 집필한 <맹자>라는 책에서 정자산의 사적 정치에 대해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자산(子産)이 정(鄭)나라의 정사를 맡아 보았는데, 자기가 타는 수레로 진수와 유수에서 사람들을 건네 주었다. 이를 두고 맹자가 말했다. "은혜롭기는 하나 정치는 할 줄 모른다. 매년 11월이면 도보로 건너는 널빤지의 작은 다리가 이루어지고, 12월이면 수레가 지나는 큰 다리가 이루어지면, 백성들은 물을 건너는 것을 걱정하지 아니한다. 군자가 정사를 공평하게 하면, 길을 나가서 사람을 피하게 해도 좋다. 어찌 사람마다 건네 줄 수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 모든 각 사람으로 하여금 다 기쁘게 하려면, 날마다 그렇게 해도 부족할 것이다." - 맹자 이루하 편
子産聽鄭國之政, 以其乘輿濟人於溱洧. 孟子曰:  「惠而不知爲政. 君子平其政, 行辟人可也. 焉得人人而濟之? 故爲政者, 每人而悅之, 日亦不足矣. 」


대통령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말할 수 있다. 대통령은 쇼는 잘하지만 정치는 할 줄 모른다. 정치를 잘 못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쌓인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스포츠와 관련된 구설수가 쌓였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되어서는 스포츠에 대해서 얼굴을 들이밀기보다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격려를 하는 것이 더 낫다.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만 내면 청와대로 불려나가야 한다면 누가 기운이 나서 열심히 운동하겠는가. 마치 청와대로 불려오고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니올시다'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가십거리에 몰두한 것이라면 참 한가하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고,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불순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명한 대통령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를 자신과 연관시키지 않으려 할 것이다.


▲ 시사IN 기사에서 캡처한 사진. 우석훈 씨는 엘리트 스포츠를 한나라당이 모두 차지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가 보다. 한나라당은 그새 광고문구를 "경제도 김연아처럼"으로 바꿔 달았다. 3월 12일 6조원 규모의 민생 대책을 결정한 비상경제대책회의 결과를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듣고 있는 장면. (사진 : 뉴시스, 시사IN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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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무장군의 청와대 습격과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시킨다는 명목 하에 4월 1일 향토예비군을 창설했다. (1968년, 자료 :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 2009년의 여성 향토예비군 창설 현장. 위의 사진과는 41년 차이가 있지만 여성향토예비군이 창설될 때는 공통점이 있다. 북한의 상황과 권력의 위기감이 그것이다. 여성 예비군은 향토예비군 설치법 제4조 “예비군 대원에 지원할 수 있는 자는 18세 이상의 대한민국 남녀”라고 명시된 조항에 근거해 편성되고 있다. (1968년, 자료 : 연합뉴스)



최근 수도방위사령부에서 여성예비군 부대를 창설한 것과 관련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여성예비군이 탄생하는 데는 몇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는 북한의 도발이다.
한국 최초의 여성예비군은 1968년 박정희 정권 때 창설된다. 1968년은 북한의 도발 행위로 한국전쟁 이후 남북관계가 가장 긴장된 해였다. 강경파가 온건파를 숙청한 북한은 남한의 베트남 파병에 대한 응수로 대남도발을 집중적으로 벌였는데 1월 21일 북의 무장 게릴라 31명이 휴전선을 뚫고 청와대 부근까지 나타난 것은 큰 충격을 주었다. 이틀 후에는 원산 앞바다에서 미국 정보수집함 푸에블로 호가 북에 의해 나포되는 대사건이 벌어졌다. 그 해 11월에는 또 울진과 삼척 일대에 무장 게릴라들이 침투하는 사건이 있었다.
2009년의 상황도 이와 유사하다. 이명박 정권의 탄생으로 다시 남북관계가 냉각기로 접어들면서 북한은 핵과 함께 최근 대포동2동호로  미사일
로 추정되는 미사일 발사 준비를 끝내며 한반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미 금강산 관광은 물론 개성공단까지 폐쇄한다는 강경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남북은 정부 접촉은 물론 민간접촉까지 차단된 상황이다. 남한은 공안검사가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둘째는 북한의 도발 등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권력체제 유지를 위한 도구다.
'적대적 공존'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한반도는 적대적 상황을 이용해 극우정당이 권력을 잡는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고이즈미, 아베 전 총리나 현 총리 역시 북핵이라는 국면 속에서 권력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북한의 도발 등 불안정한 대외 여건으로 인해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1968년 여성예비군 창설은 박정희의 정권 강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었고, 학원에서 군사교육(약칭 교련)이 강제된 것도 이 즈음이다. 유신체제 내내 박정희는 북의 도발과 그에 대비한 안보를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권력 유지에 적절하게 활용했다.

셋째는 언론의 설레발이다. 위의 사진에서는 '승공의 아성되길'이라는 헤드라인을 썼다. '북괘야욕을 분쇄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도 보인다. 이것이 1968년의 신문기사이다. 2009년의 기사는 어떨까?

향토방위 '아줌마'가 책임진다
"아줌마의 힘, 향토방위 거뜬해요"…女예비군 훈련 열기
듬직한 "향토방위대" 여성예비군
“시누이ㆍ올케 우리가족은 여성 예비군”
 ‘아줌마 부대’ 나라 지킴이 맹활약'' 

언론사에서 뽑은 제목들이다. 하나같이 예찬적이고 피상적이다. 이것은 신문을 읽는 소비자들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씁쓸하다.
자주국방과 여권의 신장으로 인한 향토예비군 창설 취지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것이 어떤 목적을 위해서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 아닌지는 의심할 필요가 있다. 역사상 향토예비군을 권력획득과 체제유지로 이용하지 않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한국현대사 1호인 서중석 선생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웅진지식하우스)를 참조했다. 여성예비군뿐만 아니라 현대사의 중요한 맥락을 기사나 사진자료, 통계 등을 통해 현실감 있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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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8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28 2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제 : WBC 대회 정치적으로 보기

한국이 세계적인 강팀들을 누르고 WBC에서 떠오르는 별이 되었다.
이제는 누구도 한국의 야구 실력을 우습게 볼 수 없다.
일본의 이치로에게 한 방 맞은 것이 섭섭하기는 하지만 9회말 동점타로 만만치 않은 팀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이 스포츠에서 기적 같은 활약을 벌이면서
국민에게는 희망을 안겨 주었고, 잠시나마 삶의 고통을 위로해줄 수 있었지만
국민들의 고통은 다시 찾아온다.
매운 고추를 먹고 나서 얼음물을 삼켰을 때처럼 순간 매운 기운이 사라졌다가
다시 입가에 가득 침이 고인다.


▲ 지난해 8월 베이징 올림픽 이슈 때 일어난 일들을 보여주는 경향신문의 만평


우석훈이 시사IN에 남긴 칼럼을 보면 우리나라의 엘리트 스포츠가 한나라당 같은 수구보수의 텃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쨌든 정치적으로 한국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스포츠 분야는 아무리 따져봐도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데, 불행히도 4년 주기의 월드컵과 한국의 지방선거는 주기가 딱 들어맞는다. 한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불행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은 한나라당에게 지방선거 압승이라는 정치 성과를 안겨주었고, 이런 효과는 2006년에도 여전했다. 그러면 2010년 지방선거는? 지난 두 차례 월드컵은 지독할 정도의 쇼비니즘 월드컵인 데다 정치적 냉소와 무관심 속에서 지역에 조직을 가지고 있는 토호 세력에게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주었다. 객관적 정황을 따지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한국 축구에는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예선 탈락해 한 번쯤 쉬어 갔으면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월드컵 주기를 피해서 지방선거 일정을 조정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기본적으로 ‘엘리트 스포츠’를 지향하는 엘리트주의가 한나라당에 아주 잘 맞는 데다 지역 토호들, 이른바 지역 유지들과도 결합한 풀뿌리 조직까지 갖춘 한나라당에게는 특정 세력에 돈을 몰아주는 체육 정책도 잘 부합한다.
- 시사IN 78호, <진보 진영은 스포츠 정책이 있는가 >

나도 솔직히 우석훈과 같은 생각이다.
박찬호, 박세리라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고 하지만 실은 국민보다 실세 정치인들에게 더 큰 희망을 안겨 주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이 3S의 본질이니까.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승전보를 올리고 나서 청와대가 했던 일을 기억하면 짐작할 수 있다.
선수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국민에게 자랑하고, 축하 행사를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귀국하지 못하게 한 '오버액션'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번에 만약 역전 우승을 했더라면 이명박 대통령께서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며 성명을 밝힐 테고,
청와대로 초청해 일본을 세 번이나 이긴 자랑스런 한국 건아들이라며 치켜세울 것이다.
그리고 병역 면제 문제를 주된 이슈로 띄우며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나도 야구대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셈이지만,
나에 비하면 이 '관록의 정치인'들이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은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


▲ 이번 WBC를 바라보는 속이 시커먼 사람들의 표정을 그린 경향신문의 만평

따지고 보면 스포츠 이슈에 묻혀 버린 정말 중요한 사건들이 얼마나 많았나?

KBS 정연주 사장 해임 무효
41개 공기업 개혁 확정(사실상 민영화 발표)
일본 유일의 '강제징용전시관' 폐관 소식
강만수 장관 "양극화는 이 시대의 트렌드"

셀 수 없이 많은 이슈들이 묻혔다.
묵직한 스포츠 이슈가 지나가고 나면 우리들이 겪는 정치적 손실이 너무나 크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르고 나서 또 월드컵을 치르겠다는 정부의 선언을 접하면서 참 씁쓸한 생각이 지나간다.
한국팀에게는 정말 아쉬운 순간이지만,
이제 WBC가 끝났으니 우리는 일상으로 다시 돌아와서 정치인들을 향한 감시의 눈을 다시금 떠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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