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만 나타나면 자신과 연관시키려는 욕망


▲ 이명박 대통령이 양복 위에 한국 야구대표팀 유니폼을 덧입은 모습. 스포츠스타가 탄생하면 꼭 자신과 연관시키려는 욕망은 서울시장에 이어 대통령이 되어서까지 바뀌지 않았다.
(사진 : 오마이뉴스) 


李대통령, 김연아 선수에게 축하전화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김연아 선수(19·고려대)에게 축하전화를 건 일로 인해 뒷말이 무성하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무려 1,000개가 넘는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체로 현실 정치보다 가십거리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모습에 대한 비판과 최근 야구와 피겨에서 떠오른 스타들의 좋은 이미지에 편승하려는 대통령의 '욕심'을 문제삼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이 국제대회에 우승한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를 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 이상한 일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연아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서 격려한 일이 뉴스에 오르고 구설수로 되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은 역시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것은 대통령이 이전에 보여주었던 스포츠에 대한 집착과 바뀌지 않은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 2002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히딩크 대표팀감독에게 명예서울시민증을 수여하면서 자신의 아들과 사진을 찍게 했는데, 아들의 복장(축구유니폼과 샌들)과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처사가 구설에 올라 결국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사진과 사과문 캡쳐 : 오마이뉴스)

2002년 월드컵 4강으로 전국민이 축구열풍에 빠져 있을 때 대통령은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는 행사를 한 것은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인에게 명분으로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욕심은 여기서 더 나아가 히딩크 감독을 사적인 사진촬영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국민적 공분을 샀다. 가족과의 사진촬영 없이 명예시민증만 수여했더라면 정치적으로 잇속만 챙기고 끝났을 일이다.

얼마 전 WBC 준우승을 한 한국대표팀을 청와대에 초청한 일에서도 이런 문제가 감지된다. 국가원수로서 국가의 이름을 세계에 떨친 스포츠 스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를 한 것은 명분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미 베이징 올림픽에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기 때문에 청와대 초청도 신중해 했어야 했다. WBC의 일정과 국내 프로야구 일정이 겹치기 때문에 프로팀 감독들은 전력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선수 차출에 동의해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렇다면 감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선수들이 소속팀에 복귀해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 청와대로 초청하면 선수들은 그만큼 소속팀 적응이 지체될 수 있는데 그것은 감안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그리고 유니폼은 꼭 입어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 베이징 올림픽 사건이나 2002년 사진촬영 사건이 없었더라면 아무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용산참사나 언론인탄압이 없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야구 대표팀 유니폼 입은 대통령, '점령군 사령관' 보는 것 같아 씁쓸..

나는 대통령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어쩐지 '점령군 사령관'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용산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이 불법적 시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고인이 된 분들이 국민의 한 사람이라면 국민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위로의 한마디쯤 해도 좋았을 텐데 '떼법'에 대한 엄중한 사법조치나 '준법'만을 강조했다. 망인들에 대한 위로 한마디에는 그렇게 인색한 대통령이 대표팀의 유니폼은 곧잘 입는 수고를 보여준다.

대통령의 사적인 정치가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시장에 가서 자영업하시는 할머니를 안아드리는 일, 현장사무소 가서 실무자들에게 일장 강연을 하는 일, 전봇대 걱정을 하는 일 등은 사적 정치이거나 '쇼'로 분류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그게 무슨 문제인지 고민하기보다는 당장 달려가서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 보여주고 끝나버리는 허무함의 극치이다. 대통령의 이런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정치가가 있다. 바로 정자산인데, 맹자는 자신이 집필한 <맹자>라는 책에서 정자산의 사적 정치에 대해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자산(子産)이 정(鄭)나라의 정사를 맡아 보았는데, 자기가 타는 수레로 진수와 유수에서 사람들을 건네 주었다. 이를 두고 맹자가 말했다. "은혜롭기는 하나 정치는 할 줄 모른다. 매년 11월이면 도보로 건너는 널빤지의 작은 다리가 이루어지고, 12월이면 수레가 지나는 큰 다리가 이루어지면, 백성들은 물을 건너는 것을 걱정하지 아니한다. 군자가 정사를 공평하게 하면, 길을 나가서 사람을 피하게 해도 좋다. 어찌 사람마다 건네 줄 수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 모든 각 사람으로 하여금 다 기쁘게 하려면, 날마다 그렇게 해도 부족할 것이다." - 맹자 이루하 편
子産聽鄭國之政, 以其乘輿濟人於溱洧. 孟子曰:  「惠而不知爲政. 君子平其政, 行辟人可也. 焉得人人而濟之? 故爲政者, 每人而悅之, 日亦不足矣. 」


대통령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말할 수 있다. 대통령은 쇼는 잘하지만 정치는 할 줄 모른다. 정치를 잘 못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쌓인 이미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스포츠와 관련된 구설수가 쌓였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되어서는 스포츠에 대해서 얼굴을 들이밀기보다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격려를 하는 것이 더 낫다.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눈에 띄는 성적만 내면 청와대로 불려나가야 한다면 누가 기운이 나서 열심히 운동하겠는가. 마치 청와대로 불려오고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대단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니올시다'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이 가십거리에 몰두한 것이라면 참 한가하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고,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불순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명한 대통령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를 자신과 연관시키지 않으려 할 것이다.


▲ 시사IN 기사에서 캡처한 사진. 우석훈 씨는 엘리트 스포츠를 한나라당이 모두 차지했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가 보다. 한나라당은 그새 광고문구를 "경제도 김연아처럼"으로 바꿔 달았다. 3월 12일 6조원 규모의 민생 대책을 결정한 비상경제대책회의 결과를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듣고 있는 장면. (사진 : 뉴시스, 시사IN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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