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고재열 기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지면을 설계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2면의 편집권을 독자에게 주고 싶다고 한다.
독자편집위원회를 꾸며서 기획을 하고 추진해줄 수 있겠냐고 한다.
"시사IN은 독자로부터 편집권을 이양받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 표시로 독자의 란을 만들어서 독자가 만들어가는 지면을 담으려 한다는 취지를 설명해 주었다.
예컨대 기사나 칼럼, 기자 모니터링 등에 독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편집국은 지면 디자인이나 편집, 교열, 미술 등만 서포터스를 해준다는 입장이다.
한겨레21에는 독자리뷰란이 있지만,
시사IN이 독자에게 2면을 요청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실험적인 사례가 될 것 같다는 말에 부담이 백배로 늘었다.
그러니까 내가 느낀 부담은 잘 해야 한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독자의 위상과 권리를 외치면서
정작 제대로 된 목소리 하나 모으지 못하고,
지면을 흐지부지 날려버릴 경우
시사인의 용감한 결정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일단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을 하나 세워두자.
지면의 필자가 되어 최고의 글을 써보내는 것은 좋은 시나리오가 아니다.
가장 최고의 시나리오는 독자의 열의와 끓어넘치는 끼를 흘리지 않고,
지면에 제대로 담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막막하다.
삼성에서는 이학수의 힘이 너무 세졌다지만,
알게모르게 내 영향력이 너무 세진 게 아닌가.
기자와 독자가 만나는 모델도 나보고 짜보라고 한다.
지면에 대한 위원회 구성이나 기획도 나한테 의뢰를 한다.
나는 좋게 말해 다소 활동에 자유를 갖는 프리랜서일 뿐이고,
그보다 안 좋게는 '백수'일 뿐인데..
생활의 압박을 남 못지 않게 느끼는 소시민 생활인일 뿐인데..
좀 막막하다.
이를 어찌 해야 하나.
사람은 어떻게 만나고 이야기는 어떻게 끌어모을 것인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