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더 좋은 책들이 발견되는 건 왜 일까?

그렇다고 발견되는 책들이 가을에 막 출간된 것들은 아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나 둘 내 곁으로 오는 책들.. 두어권 아주 좋은 책들을 발견하고.. 세달 남겨둔 10월의 초입에..  2016년에도 좋은 독서를 했구나하고 안심을 하게 된다.

 

  <스톤 다이어리>와 <몸의 일기>를 읽었다. 우연히 연달아 읽고 보니 여자와 남자의 일대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한 듯 보인다. 시대적 배경도 1900년대이니 정말 비슷하다.

<스톤 다이어리>에서 주인공 데이지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듯한 인생을 살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데이지의 탄생에서부터 어떤 인생을 살다가 죽음에 까지 이르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몸의 일기>와 다른 점이라면 데이지를 둘러싼 인물들에 의해 데이지의 삶을 옅보게 된다는 것. 내 인생이 내 가족을 비롯하여 주변인들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서문에서 저자가 말하듯 우리가 자신의 삶을 알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답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의 삶 가운데 실제로 기록되는 것이 어느 정도이며, 이 정확한 기록이란 것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꾸며내거나 상상되거나, 기억되거나 지워진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 그래서 나의 삶은 내 것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삶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그 인생들의 중첩을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한 소설 <스토너>도 떠올리게 된다. 데이지의 남편 바커 플렛이 스토너랑 비슷한 캐릭터인 것 같다. 작년 이즈음에 읽었었는데 참 좋았다.

 

 

그러한 반면 <몸의 일기>의 주인공 처럼 자신의 몸을 철저히 기록한 사람도 있다. 우리가 흔히 일기를 쓸 때는 내면일기를 쓰게 마련인데 이 사람은 외면일기를 썼다. 그래서 하다못해 주인공의 직업조차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노화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우리가 자신의 몸 만큼 끝까지 적응안되고 두려워하는 것도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드는 과정. 그 과정을 내 자신과 비교해보며 조그만 위로를 받기도 한다. 우리가 몸 그 물질이 아니면 무엇이랴.. 재밌고도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49세 20일    1972년 10월 30일 월요일

 

 우리의 병이라는 게,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도 자기 혼자서만 알고 있다고 착하는 '웃기는 얘기들' 같다. 이명에 관해 얘기하면 할수록(이 병을 앓고 있다는 걸 감추기 위해 이 말의 뜻도 모르는 시늉까지 해가며),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어제 에티엔도 그랬다. 네가 먼저 물어봐줘서 고맙다, 실은 나도 그 증상이 있는데 깜빡했네! 그에 따르면 이명은 아주 적응이 잘 되는 병이라고 한다. 아니, 더불어 사는 거라고 봐야지, 그가 말을 고쳤다. 그래도 어쨌든 고요함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어. 에티엔도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엔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 똑같은 비유를 했다. 꼭 내 몸이 켜진 라디오에 연결돼 있는 것 같더라고. 스피커 신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게 정말 달갑진 않더군   <몸의 일기> p.281

 

 

 

난다 출판사에서 나온 여행 시리즈물을 거의 다 읽어서 김이듬 시인의 <모든 국적의 친구>를 찾아 읽으려다가 이 책 먼저 읽게 되었다. 슬로베니아라... 거의 정보가 없는 나라인데 이 책을 보니 정말 살고 싶은 편안한 마음이 드는 그런 나라인 것 같다. 뒷부분에 시인이 되었을 때 (등단하였을 때)의 감정을 표현한 부분에서 가슴이 저릿했다. 내게는 등단이 재생이나 부활처럼 느껴졌다. 피폐하고 부정적인 자아가 죽고 새사람이 되어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p.270

사람은 살면서 어떤 계기에 의해 새사람이 되기도 한다. 간절히 원했던 것을 이루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윤필이라는 만화가를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분의 만화를 특히 <흰둥이>를 꼭 보시기를....

밤에 본다면 펑펑 울 수도 있겠다.

세상의 어두운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흰둥이처럼 번쩍!하고 힘내는 날들이 오기

를 ..

 

참 오랫만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었다.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고 언론에도 자꾸 나오는 것이 내심 못마땅하여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도대체 내가 왜?)

그러다가 읽어보니.. 문화재청장 재직 시절의 에피소드도 간간히 나오고... 재미있긴 하다. (살짝 그 부분이 과도한것도 같지만)

여전히 우리 국토를 사랑하시는 마음 만큼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사람이구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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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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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젊다는 것이다. 어느덧 그의 나이가 60대 중반을 지나가고 있지만 글의 어느 구석에서도 늙은이의 자세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언제나 그의 글은 하루키의 글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오롯이 서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하루키에게 직업이라는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글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 상세히 나와있다.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는 물론, 그냥 하루키라면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

 

어떤 일을 몇십년 동안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하루키는 소설을 꾸준히 쓰기 위해 달리기도 꾸준히 해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뛰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매일 같이 복닥거리는 지하철로 출근하는 사람에 비하며 뛰고 싶을 때 한 시간쯤 뛰는 것이 뭐가 힘드냐고 대답한다. 이렇게 직업으로서의 일조차도 힘들이고 하지 않는 것 같아(실제로 그가 얼마나 힘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므로) 좋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가 어느 누구보다도 성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실하되 여유가 있는 사람이랄까.

 

소설가라는 직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하루키가 부럽다. 나도 나의 일을 안달복달하지 않으며, 너무 애쓰지 않으며 설렁설렁 하고 싶은데 자꾸 마음을 쓰게 된다. 그렇게 마음을 쓰는 동안, 육체의 노화와 함께 마음도 늙어가는 것 같다. 만사가 재미없는 요즘, 하루키의 글에서 조금 자극을 받는다.

 

하루키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해본다. '청춘의 나날을 즐길'여유 같은 건 거의 없었던 때에도 틈만나면 책을 읽었다는 것! (물론 나는 청춘의 나날에 엄청나게 여유로웠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먹고사는 게 힘들어도, 책을 읽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과 함께 나에게는 언제나 변함없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 기쁨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p.43

저도 그렇습니다. 하루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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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인 것은 나의 것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홀로인 것은 나의 것.

  내 영혼에 존재하는 나라.

  나는 나의 모국에서처럼

  여권 없이 그 나라에 입국한다.

  그 나라는 나의 슬픔과 고독을 바라본다.

  그 나라는 나를 채워주고

  향기로운 돌로 나를 덮어 준다.

 

  나의 내부에는 꽃이 만발한 꽃밭이 있다.

  내 꽃들은 내가 만든 것들이다.

  거리는 모두 나와 관련이 있지만,

  그곳에는 집이 하나도 없다.

  그곳은 나의 유년시절 이후 파괴되었고

  주민들은 살 집을 찾아 공중에서 떠돌아 다닌다.

  그 글은 내 영혼 속에 산다.

 

  내가 미소를 짓는 것은 나의 태양이 빛날 때이다.

  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밤에 보슬비가 오는 것과 같다.

  한때 나는 머리가 두 개였다.

  한땐 그 두 얼굴들이 사랑의 장밋빛으로 물들었고,

  장미의 향기처럼 갑자기 사라졌다.

 

  지금 나는 뒤로 물러설 때조차도 높다란 대문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그 문 뒤에는 벽에 죽 이어져 있는데

  그 곳에는 소리를 죽인 천둥과

  빛이 꺾인 번개가 잠들어 있다.

 

  홀로인 것은 나의 것.

  내 영혼에 존재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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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윤신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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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항상 약자에 대한 태도를 보고 사람을 평가한다. 돈 많은 손님이 식당 종업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상사가 부하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본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성 시험의 종착지는 아니다. 모욕을 받은 종업원은 손님의 수프에 침을 뱉거나 더한 일을 할 수도 있다. 부하 직원은 일을 엉망으로 처리해서 상사가 그 위의 상사에게 혼나도록 할 수도 있다. 약자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 힘이 약한 무력한 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을 거의 다 파악할 수 있다. 쿤데라가 말했듯이 가장 무력한 존재는 바로 동물이다. 마크 롤랜즈, <철학자와 늑대> p.328

 

이 책은 편지 형식으로 쓰여있다. 인간이 박쥐에게, 박쥐가 꿀벌에게, 꿀벌이 호랑이에게 등.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동물이면서 애증의 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멸종되어 더 이상 볼 수 없는 동물들이다. 박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닭둘기라 불리는 비둘기, 공룡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를 좋아하는 어린이?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 사라진 의문의 네안데르탈인들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알게 되어 재밌었다. 그리고 내가 동물들에 대해 대단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농작물을 헤치는 까치는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고 이유없이 삼분의 일정도가 사라진 꿀벌들의 소식은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하물며 호랑이라는 동물은 이제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 (등을 돌린 채 거의가 다 자고 있지만...)

고등한 동물 인류로 태어나 온갖 권리를 다 누리면서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부끄러웠다. 마크 롤랜즈의 말처럼 자신보다 약하고 무력한 것들에 대한 태도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인류가 사라지는 상상, 도시가 황폐화 되고 그 속에서 멸종되던 동물들이 제2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상상을 해본다. 언젠가 우리 인류도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이 보이지 않는가. 이 책을 많은 어린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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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마다 쓰던 페이퍼가 무색하게.. 나를 위한 한개의 글도 쓰지 못하고 여름을 맞이한다.

때이른 더위? 심지어 이젠 장마?가 바쁜 일상과 함께 어느새 내 옆으로 와있다. 이 분주한 상태.. 몇가지의 일을 부여잡고 있다가 이게 뭐하나 싶어 일기를 쓰고 마음을 다 잡는다. 내일 나의 직장이란 곳에 가서는 모니터 앞에 포스트잇으로 '대충하자!'라고 써놓아야 겠다. 이게 다 뭐라고..

정신이 피폐해지면 자연스레 몸까지 아파온다. 이럴 때일수록 느긋한 마음을 잃지 말아야한다.

 

그래도 몇권의 책은 읽었다.

우연히 두 권이 시드니에 대한 책이다. 호주라는 나라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는 캥거루와 코알라의 나라였는데.. 이 책들을 통해 조금 호기심이 생긴다. 하루키의 시드니는 오래전 시드니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다. 마라톤에 대한 글이 재밌다. 그리고.. 아.. 코알라.. 사람들이 너무나도 코알라는 안아보려고 해서 코알라가 엄청 스트레스라고 한다. ㅠㅠ 자연발생 화재가 자주 일어나는데 몸이 그을려도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먹고 있는 코알라라니..

두번째 책은 두 사람이 결혼기념으로 낸 책이다. 똑같은 시간, 동일한 장소에 대해 이렇게 다르게 쓸 수 있구나, 싶다. 박연준 시인에게 관심이 생겨 '소란'이라는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오랜만에 김남희의 책을 읽었다. 이제는 멀리 라틴아메리카까지 가신 모양인데.. 남미는 너무 멀어서.. 정말 마음먹지 않고는 못 갈 곳이라는 생각이든다. 가장 행복했다는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의 섬에서 나도 바다사자들과 뒹굴거리며 해먹에서 쥬스를 마시고 싶다. 그럴날이 올까.. 각종 바이러스가 창궐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곳들.

따뜻한 남쪽.... 에서 가장 기억남는 나라는 가난한 스리랑카.. 이제 오지여행이나 그런 여행들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이렇게 사람들이 구석구석 까지 찾아가다보면.. 그에 맞추어 원주민들도 상업적으로 변하고, 그들만의 문화는 현대화되어 특색을 잃고.. 그런 고민들이 드러나있다. 그리고 나이로 오는 고민들. 20대의 감성도 이제는 아니고 몸도 조금씩 노쇄해가고.. 그 부분을 읽으려니 많이 서글퍼져서.. 김남희씨를 막 응원하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음... 슬픈 일일까.. ^^; 나도 잘 모르겠다.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할 수 있다는 스님의 말..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말.

 

모든 것들을 자꾸 이해하려고 해서..

그런데 이해는 안되서....

 

그 모든 문제들이.. 자꾸 반복되나 보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유인나가 볼륨 라디오를 진행할 때 잠깐 소개되었는데 (또띠아에 대한 글) 궁금해서 읽었더니 재밌었다.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 변두리, 비주류의 사람들. 웬만해서 아무렇지 않은 것은 좋은걸까? 좀더 강해지기를. 웬만해선 끄떡없도록.

학부모 상담주간에 학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상담을 하는데서 빵 터진다.

 

 

 

 

 

 

고흐가 이렇게 많은 책을 읽었구나.

새삼 알게 된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 독학자. 그리고 고흐니까.

그냥 다 좋다.

 

 

 

 

 

 

 

 

 

와오. 전작주의자가 되려는지 다카키 나오코의 만화들이 나오는 데로 사 모으고 있다. 마라톤에 꽤 열심인 나오코.. 계주형식으로 하는 마라톤도 있다니. 귀엽고 가슴 찡하고. 재밌다.

 

 

 

 

 

 

 

 

 

그리고 이젠 폴 오스터의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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