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 걸었다 - 뮌스터 걸어본다 5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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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지하에 마련된 작은 식당에서 이미 식어버린 채소 수프 한 그릇에 빵 한 조각을 먹고 나와서는 불이 켜진 도서관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들의 뒷모습에서 나는 책 읽기가 노동인 인간의 슬픔 같은 것을 느낀다. 읽기와 쓰기를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작은 항의 같은 것도 들어있겠다 싶다. 빠른 시간 내에 최대의 결과를 얻어내야만 하는 시대정신에 맞추어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의 우울도 분명 드리워져 있을 것이다. 빨리빨리 해치우지 못하는 일이 진득한 책 읽기이다. 한두 장에 지나지 않는 글을 일주일 이상이나 붙잡고 있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쩌랴. 저 별 같은 이름 모를 수많은 책들이 누군가 와서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도서관. 내가 발굴하지 않으면 도서관이라는 무덤 속에서 사라질 책들. 그리고 책 읽기가 끝나도 다시 열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책들. 책 노동자들이 자주 우울한 건 그들의 노동으로도 책 읽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라는 예감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p.204

아호수를 바라보며, 이 시를 읽으며, 내 일생에 있었던 불가능한 사랑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거의 죽을 것처럼 차오르던 열정과 실망 뒤의 아픔으로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았는지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사랑의 순간에, 또한 사랑이 떠나가고 난 뒤에 저절로 솟아오르던 시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이 내 속으로 들어와 거대한 물 흐름을 만든다는 것도 생각했다. 그러니 떠난 사랑들이여, 당신들이 남기고 간 물은 인공 호수가 되어 언제나 변함없이 내 마음에 머물고 있음을 아시라. 어떤 사랑도, 비참하게 배반된 사랑마저도 사랑이었으므로 그 사랑의 마음이 물처럼 흐르던 동안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웠고 삶은 살 만했는가. 물은 흐르고 사랑은 그 밑에 고여 흐르지 않는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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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야간비행 - 정혜윤 여행산문집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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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모른다.

I know not what tomorrow will bring.

-페르난두 페소아

 

이상하게 나는 경어체(~ㅂ니다)로 쓰이거나 편지 형식으로 쓰여있는 책을 싫어한다. 몰입이 안된다고나 할까. 게다가 이 책은 시작부터 미스 양서류라는 들어본 적도 없는 표현까지 나와... 아예 기대가 없었다. 서두에 이상하면 그냥 읽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형식이 불편함에도 어느덧 이 책에게 스르르 마음을 열고 있는 나를 보았다. 필리핀 보홀의 사람들 이야기 때문에 그랬을까. 가난하지만 순수한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져와 마음을 조금씩 이 책에게 주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페르난두 페소아와 리스본 이야기가 나오니 어쩔 수가 있겠는가. 한번 유럽여행을 하게 되니 두번은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유럽으로 스페인을 생각하면서 그림 한장 없는 이 책을 더듬더듬 읽어가며 소리없는 감동을 느낀다.

저자처럼 리스본에 가게 된다면 <최후통첩>을 고할 것들의 목록을 써 가서 그 장소에서 읽어보리라 다짐해본다. 아주 작게 중얼거리게 될지라도. 내일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는 알 수 없다. 특히 여행지에서의 경험은 더욱 그렇다.

당시에 제 마음은 어두웠지만 내가 사는 세상도 어두웠지만 저는 빛과 함께했다고 느낍니다. p.275

이 부분을 읽다가 왈칵 눈물이 나올 뻔했다. 힘들었던 시기에 어렵게 떠난 여행이라면 그 시간이 인생 전체에서 보았을 때 작은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본 자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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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

그래서, 책은 별로 못 읽었다;;

쓸쓸한 이 분의 감성이 나는 참 좋다.

따뜻하고 포근한 글 보다 외로움이 묻어지는 글에서 찾아오는 따뜻함이 나는 더 진하게 느껴진다.

제목도 참 좋구나.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돌아보게 되는 글들.

 

무구한 눈빛은 사람을 사로잡는다. 그 눈빛과 마주하는 순간 살고 싶어서 일순간 발바닥에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 눈빛이 내가 잃은 지 오래된 것이기도 하고 그 눈빛으로 내가 씻겨지는 기분마저 들기도 해서 마치 좋은 바람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은 것이다.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사람은 커피콩을 갈고 뜨거운 물로 커피를 내리는 동안 그 옆을 떠나지 않는다. 좋은 눈빛으로 주시하고 집중한다. 그런 사람이 내주는 커피는 이미 마시기도 전에 맛있다는 생각을 머릿속 가득 채워준다. 어떻게 보면 그 좋은 눈빛이 커피에 닿아서일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음식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좋은 눈빛을 가진 사람은 잘되게 되어 있다. 잘하겠다는 그 마음이 눈빛으로 옮겨가면서 마침내 좋을 수밖에 없는 결과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눈빛은 그 사람을 가장 절묘하게 드러내주는 설명서이자 안내서 같다.

-인생에 겉돌지 않겠다는 다짐은 눈빛을 살아 있게 한다

 

저번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 책은 쪽수가 없다.

좋은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책을 살 때는 거의 어떤 이유가 있는데, 이 책을 언급한 어떤 책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우연히 일기장을 들추어 보다가 발견 ^^;;; 근데 다시 찾아보니 또 못 찾겠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실제로 유형생활을 했을 때의 경험을 살려 쓴 것이라 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발목에 쇠고랑 같은 것을 차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목욕탕에서 씻는 장면이다. 마치 지옥을 연상시켰던 장면. 그리고 체형이라는 벌을 받는데 한번에 다 맞을 수가 없어서 나누어 맞는다는 이야기. 상상도 할 수 없는 감옥생활을 읽노라니 그 지옥같은 곳에서도 삶은 계속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랫만에 김형경의 책을 읽는다. 한때는 심리학에 관심도 많고 나를 넘어서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 때문에 이런 책을 열심히 읽기도 했다. 자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할 수 있을 때 더 큰 나가 되는 것 같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그 나의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만 할 수 있어도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이라 한다. 나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인가?

 

'박해감'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젊은 직장여성들이 상사가 나만 미워하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자주 하곤 하는데..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은 어렸을 때의 분노를 부모가 잘 받아주거나 조절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론은 우리들의 상사님들은 나를 미워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으며 중년인 그들의 삶의 무게를 버텨내느라 너무 힘드시기 때문에 그럴 여유조차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다! 기억해두자.

독서모임을 통해 성장, 치유(너무 식상한 말들이지만)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노석미의 글을 읽고 싶어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이다.

'너머학교'라는 출판사에서 시리즈로 나온 것 같은데 다른 책들은 청소년용인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이 책은 어른들이 읽기에도 괜찮다. 특히 전공은 아니지만 그림이나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면 흥미로울 것 같다.

우리는 밥만 먹고는 못 살아서,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미술관에도 관다. 내가 의미 두는 것들에 대해 아마추어이지만 조금씩 만들어보고 끄적대는 것. 그런 것들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다.

 

 

 

 

 

책 제목이 쓸데없이 긴 것 같지만, 내용은 참 좋다.

헤세가 사랑을 가득담아 쓴 책에 대한 기사문들.

이렇게 애정을 담아 서평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에서 다음에 읽을 책을 여러 권 건졌다.

 

 

 

 

 

 

 

 

 

 

감성이 뚝뚝 묻어나는 도시에 대한 사랑을 담은 아름다운 글을 찬찬히 읽는다.

이방인이 되어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고 싶을 때 이 글들을 읽는다면 참 좋겠다.

 

 

사람은 그저 몇 가지 익숙한 생각들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법. 두 세 가지의 생각들을 가지고, 이리저리 떠돌며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면서 그 생각들을 반들반들해지도록 닦아 지니거나 변모시킨다. 이것이 바로 나의 생각이라고 제대로 내놓고 말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갖는 데는 10년이 걸린다. 이렇게 볼 때 사실 다소 절망적인 느낌이 들 만도 하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함으로써 세계의 아름다운 얼굴과 어떤 식으로 낯이 익어지게 된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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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5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5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휘파람 부는 사람 - 모든 존재를 향한 높고 우아한 너그러움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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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기이한 삶을 지켜보며 내가 느꼈던 의문들은 책을 찾아보면 해결될 것이고 그런 지식을 제공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지식의 궁전은 발견의 궁전과 다르며 나는 발견의 궁전의 진정한 코페르니쿠스다.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그 이상이다! 나는 그걸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
하지만 거미는? 거미조차도?
거미조차도.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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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실현을 해야 한다고 중고등학교 시절 부터 들어왔다. 그런데 그 의미를 지금에야 알 것 같다. 높은 직위에 있던 사람도, 남부럽지 않을 만큼 돈을 번 사람도 언젠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은퇴해야 할 시점이 온다. 그때 그 사람의 품위를 지켜주기 위한 것은 자기실현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의 여부이다. 돈과 직위로 자신을 증명하려 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내려오자마자 존재 가치를 상실하고 깊은 회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타인의 성공이 기준이 아닌 내 그릇을 얼마나 키우고 그 안을 무엇으로 채웠는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듯하다.

 

 

 

 

 

 

헤세의 고향을 찾아 칼프로 떠나도 좋을 것이다. 헤세의 묘지와 헤세의 정원을 찾아 몬타뇰라로 떠나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헤세로 가는 길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에게 열려 있다. 당신이 헤세의 책을 읽는다면, 당신이 헤세의 소설을 읽고, 시를 읽고, 산문을 읽는다면, 헤세는 항상 당신 곁에 있어줄 것이다. 우리가 책갈피를 소중히 넘기는 순간, 헤세로 가는 길은 우리의 마음속에 환하게 드러날 것이다. p.129

책의 반 정도가 사진이다. 헤세의 흔적들을 직접 보러 이 책에 나오는 곳에 갈 수 있을까, 싶지만 책으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으니.. 라는 말에 조금 위로를 받는다.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하는<헤세와 그림들전>에 다녀왔는데.. 좋았다.  11월 1일 까지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다녀오시길..

 

 

생애 최초, 첫 유럽 여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나는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한국인과 결혼하고 TV에도 여러번 나왔던 모양이다. 각 나라의 음식문화를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다. 음식만큼 추억과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또 있겠는가. 많이 경험할지어다. 아이들처럼.

 

 

 

 

 

 

 

 

 

이 책을 읽는 내내 하나씩 안쓰는 물건을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결국엔 정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쳐서.. 단촐하고 심플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버리는 것이 아쉬우면 작가처럼 그림으로 그리거나, 그도 어려우면 사진으로 남기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물건을 버리듯이,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하나씩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처음에 이 책이 나왔을 때 읽다가 별로라 생각되서 관뒀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다시 읽게 되었는데 또 다른 관점에서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것 같다. 친절이나 연민 같은 우리가 좋게 생각하는 감정들도 사실은 인간의 사악한 의도가 들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는 거의 모든 감정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변질되어 생기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스피노자의 책을 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또한 새로운 해석인 것 같다.  

 

감정을 느낄 겨를 없이 무뎌져만 가는 어른의 나날이지만, 조금씩 살아움직이며, 생각하며 내 마음이 살아 숨쉬게 하는데 독서만큼 좋은 것도 없지 않을까 싶다.  

 

 

느닷없이 체 게바라 평전도 읽었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 개인의 안위가 인생의 목표가 아닌 사람. 이렇게 큰 사람은 타고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만화책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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