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생활의 즐거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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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말투는 고집스런 나이 지긋하신 지식인께서 계속 충고를 하는 듯한 말투이다. 그런데 그 충고가 기분나쁘지 않고 너무 고지식하면서도 완고해서 도리어 웃음이 난다. 일단 출발은 우리 인간은 지적 생활을 추구해야만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전제에서 비롯한다. 지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희생해야만 하는, 또는 지켜야만 하는 강령(?)들을 나열하는데 그 조언에 내 생활을 슬쩍 뒤돌아보게 만든다. 가령 엄청나게 규칙적인 생활을 했던 칸트의 하루 일과를 내 하루와 비교해보게 하여 이렇게 살 순 없군,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습관을 좋은 쪽으로 바꾸고 하루를 알차게 살고 그럼으로써 지적 탐구의 매력도 느끼는 것은 물론 지적인 결과물까지 생산해낼 수 있는 삶을 산다면 후회없는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습관을 바꾸는 것조차 힘들어하겠지만 말이다. 읽을 책은 너무 많고 쫓기듯이 책을 읽을 때가 많다. 이거 다 읽고 다음 책은 이것을 어서 읽어야지 하면서 말이다. 이 책에 가난한 지식인에게 라는 꼭지가 있다. 여러 권의 문학전집 컬렉션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하는 부자와 가난하지만 한권의 책을 반복해서 몇번씩 소중히 읽고 그로 인해 삶을 바꾸는 지식인도 있다는 것이다. 후자의 삶이 더 풍요로우리라 믿는다. 아직은 헝그리 정신을 갖고 열심히 사는 삶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이다. 누가보면 촌스럽겠지만 말이다.

 

사람이 자기를 상실하지만 않는다면

생활은 그를 넘어뜨리지 않는다.

타고난 나를 잃지만 않는다면,

나의 전부를 잃어도 좋으리라.

-괴테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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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4월이다.

아파트단지엔 목련이 수줍게 바닐라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피어나고 있다. 몸은 꽃놀이 가야지 하며 들썩이는데 미세먼지때문에 조금만 돌아다녀도 눈이 따갑다. 어서 맑아져서 봄내음에 취해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싶구나. 떠나고 싶은 이 봄의 마음때문에 설렌다.

 

저자가 말했듯이 집과 땅의 개념은 오늘날 재화의 가치로 인식되곤 한다. 예전처럼 자신이 직접 집을 짓고 이름을 지어주고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리는 거의가 하늘로 치솟은 공중에 몇동 몇호에 살고 있다. 현대의 건축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 같아 심통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으나 오래된 것들이 아름답긴 하지, 라는 두가지 마음이 읽는 내내 혼돈스럽게 머리속에 있다.

 

 

 

 

 

 

 

육십이 가까운 나이에 프랑스어를 정복해보겠다는 저자의 노력에 내가 다 질릴 지경. 프랑스어는 단어마다 남성형, 여성형이 있고 그것들이 어떤 규칙으로 나누어진 것도 아니라는... 오.. 읽는 내내 영어는 정말 쉬운 것이구나를 느낀다. 비록 일상회화도 정복하지 못했지만 언어를 관장하는 뇌의 영역이 활성화된 것을 보면 두뇌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임에는 틀림없다. 외국어를 배우고픈 향학열을 불태우게 만드는 책.

 

 

 

 

 

 

김소연의 이전 책 <마음사전>이 나온지 꽤 되었구나.

그 책도 읽었었는데.. 아련히 그 시절이 떠오른다.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옮겨본다.

 

'왜 학교를 그만두었어요?'라는 질문에는 '왜 학교를 다니나요?'라는 반문이 가장 현명하고, '왜 결혼을 안 했어요?'라는 질문에는 '왜 결혼을 했어요?'라는 반문이 가장 현명하며, '왜 아이를 안 낳았어요?'라는 질문에는 '왜 아이를 낳았어요?'라는 반문이 가장 현명하다. p.278

 

 

 

 

 

리베카 솔닛의 책은 작년에 한두권 읽고, 이제서야 다른 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고 그래서 울프의 소설들을 찾아 읽기로 했다.

 

 

 

 

 

 

 

 

 

 

서울은 해가 인천앞바다로 지고 도쿄는 해가 산으로 져서 도쿄가 밤이 훨씬 빨리 찾아온다고 한다. 설국기행으로 시작되어, 일본인의 일상적인 습성 같은 것들을 서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풀리지 않는 숙제들이 여전하지만 요즘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가 일본이라고 하니 관심을 안갖을 수가 없다.

 

 

 

 

 

 

 

 

 

오. 드디어 다 읽었다. 릴라와 레누의 아이들을 통해 역사가 다시 반복될 것 같은 느낌...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폴리라는 지역에 대한 강한 인상이 이 책의 밑바닥에 깔려있다.

 

 

 

 

 

 

 

 

 

 

마스다 미리의 책도 읽었다. 이렇게 마음을 가볍게 해 주는 책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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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8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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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오십 초반의 클라리사 댈러웨이 부인이 파티를 여는 하루의 여정을 보여준다. 런던 구석구석을 마치 소개하듯이 클라리사의 동선에 따라 묘사되는데 금방이라도 런던에 가보고 싶게 만든다. 클라리사는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을까. 파티를 연다는 것. 그것은 사실 어떤 목적이 있는 일은 아니다. 자기가 아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 만남의 기회를 주는 것 정도랄까. 그런데 그런 일에 의미를 두는 클라리사는 그 준비과정에서 삶의 기쁨을 한없이 만끽한다. 그녀의 표현대로 삶에의 어떤 '봉헌'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클라리사가 한없이 순수한 여인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주변인들의 묘사에 따르면 그녀는 세속의 성공을 지향하는 인물이었다. 평범한 인간이 삶에서 아주 작은 기쁨, 행복을 느끼는 것의 중요함을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새긴다. 하지만 클라리사의 이런 삶에의 태도는 삶을 꼭 맹목적으로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끝나지 않아서 좋다. 셉티머스의 자살이 클라리사의 삶과 대비되는 장면은 버지니아 울프의 생의 마감이 자살로 종결되었다는 점과 어찌보면 일맥상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들을 더 찾아 읽고 싶다.

 

이상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행복해 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좀 더 천천히 지나갔으면, 좀 더 오래 지속되었으면 싶었다. 어떤 즐거움도, 하고 그녀는 의자들을 바로 놓고 책 한 권을 서가에 꽂으며 생각했다. 어떤 즐거움도 젋은 날의 승리들과 결별하고 살아가는 과정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다가 가끔 기쁨에 떨면서 해가 뜨는 것을, 날이 저무는 것을 발견하는 것에는 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부어턴에서도 다들 이야기하고 있을 때 혼자 하늘을 보러 갔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또는 식사 중에도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하늘을 바라보곤 했었다. 런던에서도, 잠이 오지 않을 때면 하늘을 보았고.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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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The Veteran

 

                       - 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 1893~1967)

 

 

내가 젊고 대담하고 강했을 때,

옳은 것은 옳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나는 깃털 장식을 세우고 깃발 날리며

세상을 바로 잡으러 달려 나갔다.

"나와라, 개**들아, 싸우자!"고 소리치고,

나는 울었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그러나 이제 나는 늙었다: 선과 악이

미친 격자무늬처럼 얽혀 있어

앉아서 나는 말한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거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사람이 현명해.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지-

이기든 지든 별 차이가 없단다, 얘야."

 

 

무력증이 진행되어 나를 갉아먹는다;

사람들은 그걸 철학이라고 말하지.

 

 

When I was young and bold and strong,

Oh, right was right, and wrong was wrong!

My plume on high, my flag unfurled,

I rode away to right the world.

"Come out, you dogs, and fight!" said I,

And wept there was but once to die.

 

But I am old; and good and bad

Are woven in a crazy plaid.

I sit and say, "The world is so;

And he is wise who lets it go.

A battle lost, a battle won-

The difference is small, my son."

 

Inertia rides and riddles me;

The which is called Philosophy.

 

 

 

최영미의 <시를 읽는 오후>에서 읽은 시다.

마지막 연의 반전이 좋다.

작가의 말처럼 시를 읽는 오후, 나는 이미 아름답고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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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참 추웠다. 개인적으로는 힘든 일들과 쉽지 않은 결정이 함께 했다. 울기도 많이 했다. 그래도 책은 계속해서 읽었다. 책이라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 싶다.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

 

이십년이 넘게 근 삼십년 가까이 오로지 작가가 되기 위해 신춘문예에 붙기위해 한 길을 가는 심정이 오죽했으랴... 모든 것을 놓고 아이슬란드로 떠난다. 그 인생길을 헤아리는 것으로도 숙연해진다. 그런데 글은 의외로 씩씩하고 당차고 고생스럽지만 명랑하다. 그래서 좋다. 내가 이 추운 나라에 가볼까 싶다만. 이렇게 책으로라도 만나니 좋다.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하는 방식이라든지, 여러가지 글쓰기 철학에 대해서 이런 책들을 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혹시나 해서 읽어보지만 작가마다 아주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비슷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게 되면 도가 트고, 하는 노하우랄까, 그런것도 생기는 법이겠지.

이 책에서 재밌었던 부분은 뒤쪽에 수능 언어영역 문제지 형식으로 답을 맞춰보는 부분이다. 손석희에 대한 예리한 관찰이 재밌었다. 그 문제를 맞춰서 기분이 좋다. ㅎㅎ

더불어 읽을 몇권의 책도 소개되어 있어서 좋았다.

 

 

 

 

 

문학작품에 나오는 음식에 대한 단상들을 모아놓은 글이다. 이런 글을 더 감각적으로 쓸 수 있는데는 저자가 요리사라는 것이 한 몫 했을 것이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들도 다시 한번 주의깊게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음식들에 대한 묘사때문에 그 책을 다시 한번 찾아 보게 되기도 한다. 옮긴이가 이전에 재밌게 읽었던 <내 식탁 위의 책들>의 저자였다.

 

 

 

 

 

 

 

 

참으로 얼키고 설킨 인물들의 관계가 이 소설의 매력이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인 것 같다. 레누는 결혼까지 하고 결혼한 여자들이 흔히들 겪는 결혼생활의 지루함을 못이겨 한다. 거기에다 평생을 분신처럼 따라다니는 릴라의 운명까지 복잡하게 엮여있다. 3권의 끝에서 니노는 레누 인생의 구원자처럼 나타난다. 인상적이게도 다른 곳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이륙장면으로 끝나게 된다. 두껍지만 두꺼운 줄 모르고 4권으로 달려간다.

 

 

 

이 책을 추천해주었던 사람이 생각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책 추천은 함부로(?) 하면 안된다. 아주 오래도록 그 사람에게 기억될 수 있으니까. ㅎㅎ

 

한번에 많이씩은 못 읽겠고 드문드문 마음에 드는 구절이 사로잡아 수첩에 적게 한다.

 

신이 갖추게 되는 저 모든 형상들을 너는 짐작도 못하고 있다. 그중 한 형상만을 너무 바라보고 그것에 심취한 나머지 장님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너무나 고정된 너의 숭배가 보기에 딱하다. 좀 더 사방으로 퍼진 숭배였으면 싶다. 닫혀 있는 모든 문 뒤에 신은 있는 것이다. 신의 모든 형상은 사랑할 만한 것이며, 그리고 모든 것이 신의 형상인 것이다.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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