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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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정말 자기결정대로 살고 있을까?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큰 일까지 말이다. 얼핏 보면 그런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고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정말 내가 나의 결정대로 살고는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결정하는 삶을 위해 이 책에서 세가지 키워드를 꼽으라면 나는 타인, 기억, 감정을 들겠다. 무인도에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항상 나를 둘러싸고 있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게 마련이다. 가깝게는 가족부터 친구, 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문화라는 것까지 나의 결정 하나하나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결국 타인은 타인일 뿐이다.

바로 라브뤼예르가 꼬집었던 것으로, 타인은 어디까지나 타인에 불과하며 그들이 우리를 평가할 때 우리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오직 그들만의 문제인 수만 가지 요인에 의해 그 평가가 왜곡되고 부정적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 결정적 삶은 이러한 낯섦도 견뎌낸다는 것을 뜻합니다. p.36

또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다. 머리속에 자리잡은 어떤 기억의 노예로 평생을 살아가거나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일이다. 어떤 사건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 사건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자기말로 표현해내느냐에 따라 기억의 주인이 되거나 노예가 될 수 있다.

감정이라는 것 역시 억눌러야만하는 간사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감정을 자신의 긍정적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성공과 경쟁이 최대 목표가 되어버린 오늘날, 소신있게 자기 결정으로 사는 일은 힘들다. 그러나 다음의 것들을 주기적으로 생각하며 내가 없는 내 인생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 거리 유지하기

각자 차별화된 자아상 만들어가기

그 자아상을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새롭게 고쳐나가며 발전 시키기

자기 인식을 넓혀가기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과 기억을 갈고 닦기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타자의 조종을 명료히 꿰뚫어 보고 방어하기, 그리고 자기 목소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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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의 지혜 - 혼돈의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기
앤디 메리필드 지음, 정아은 옮김 / 멜론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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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나귀의 귀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은 매혹적인 일이다. 한번쯤은 해볼 일이다. 당나귀 귀를 손으로 어루만지면 갓 오븐에서 꺼낸 신선한 바게트 같다. 더없이 따뜻하고 부드럽다. 촘촘하게 짜인 직물이랄까, 잘 숙성된 밀가루로 만든 빵이랄까. 그리고 그 바게트가 회전하는 것을 보라!
p.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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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라고 듣는 순간 내가 생각한 거라고는 알타리 무였다;;

알타이는 몽골의 어디쯤인 데 저자가 3주간 그 곳에서 머물면서 쓴 여행에세이다. 그곳에 가게 된 이유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고 나서 였다고 한다. 한페이지에 인용된 그 책을 나도 읽어보고 싶었으나 번역이 되지 않은 것인지 검색을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동행인 마리아, 한스에 대한 묘사였다. 낯선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 또한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과 같은 여행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리아에 대해 묘사한 부분을 유심히 읽고 옮겨보았다.

마리아는 인생의 어떤 면에 있어서는 매우 근본주의적이었다. 사랑의 대상이 가진 모든면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했고, 좋아하는 일을 향해 나갈 때는 다른 방향을 전혀 돌아보지 않는 고요한 과격함이 있었다. 그 점이 처음에는 나를 깜짝 놀라게도 했다. 그렇다. 마리아에게는 유럽 여인치고는 아주 드물게도 매우 아시아적인 어떤 요소, 아시아적인 느림과 고집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특히 동아시아적인 내성적 요소가 강했으며, 그 경향이 외모에서도 강하게 느껴졌다. p.116

오페라를 정말 좋아해서 일주일에 세번이나 입석으로 본다는 마리아는 자신의 이야기가 이렇게 쓰여졌다는 것을 알까, 아마도 알겠지? 달달한 다른 여행기와 다른 책을 읽고싶으신 분에게 추천.

 

 <실내인간>은 읽지 않았고 <보통의 존재>는 재밌게 읽었다.

저자는 글을 계속 쓰기로 한 모양인데 창작의 고통(?)에 대해 책의 상당부분에서 언급한 점이 흥미로웠다. 글을 쓰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꽤 힘든 작업이었나 보다.

아주 재밌어서 이틀만에 다 읽었다. 하룻밤에 절반을 읽고 그 다음날 절반을 읽었다. 정말 소설같기도 한 남의 연애사가 이렇게 재밌기는 또 오랜만이다. 외로움의 절절함, 사랑하면서 느끼는 불안감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이런 극적인 스토리가 아니어도 담담하게 누군가를 위로해주었던 <보통의 존재>가 훨씬 좋았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무엇인지는 책의 뒷부분에 나온다.

나도 그 말이 참 좋다.

 

 

 

<사는 게 뭐라고>에 이어 이 책도 읽었다. 중간에 뇌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나누는 인터뷰가 인상깊었다. 나와 상관없는 3인칭의 죽음, 나와 가까운 사람 2인칭의 죽음, 나 자신인 1인칭의 죽음.. 의사가 치료하던 환자가 죽으면 의사는 2.5인칭 정도의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마지막 부분에 고통이 너무 심해서 호스피스 병원에 2주 정도 머무는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더이상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사노에게 찾아온 어느 여인의 말에 사노 요코는 마음의 평정을 찾은 당신이야말로 몸이 아닌 영혼을 구원받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 그 여인은 그런 사실을 알려준 당신을 만난 것이 곧 구원받은 것이라고 한다. 서글프면서도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한 책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자연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꽃이 필 무렵에만 눈을 빼앗겼다가 시들면 금방 잊어버렸다. 벚꽃은 1년에 한 번만 떠올렸다.

꽃이 지면 벚나무의 존재조차 까먹었다. 왕성하고 바지런히 일했던 시기에는 꽃집에서 꽃을 사기도 했고, 정원의 조팝나무가 폭포수처럼 꽃피울 때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에 비친 산의 단풍은 어딘가 이상했다. 고흐의 그림 속 빛나는 터치는 그가 창조해 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의 눈에 보였던 광경이 아닌가. 정신병으로 세상을 뜬 고흐는 죽음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세상이 그처럼 불타듯 보였던 게 아닐까. p.176

 

 나온지 몇 년 된 미술관 관련 책을 읽었다. 여행을 앞두고 읽었다면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지식도 적당히 들어가 있고 숨어있는 보물같은 정보도 준다. 읽으면서 어렸을 때 부터 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유럽인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도처에 미술관이고 초등학교때 부터 미술감상을 자연히 접하게 되니 당연히 아름다움에 대한 태도도 다를 것이다. 감상 수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나의 학창시절에 비하면 그래도 요즘은 좀 나아졌겠지만.. 언젠가는 나도 이 책들에 나온 미술관 안에 있을 수 있겠지. 계속 생각하다보면 조금은 늦더라도 시도하고 이루게될 수 있었으니까.

 

 

 

 

 

 

 

 

 

 

 

 

 

 

 

 

 

 

 

 

 

 

 

김중혁의 책도 읽었는데 뭔가 임팩트있게 기억나는 단편은 없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이복자매의 따뜻한 이야기다. 이렇게 사이좋고 화목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그 관계의 다양성까지 포용할 정도로 사람들의 의식이 성숙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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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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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이 말을 하고 나자 갑자기 그것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순간적으로 자기 말에 담긴 진실을 느낀 그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절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절망이 그토록 무거웠다는 것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이 들뜨다 못해 현기증이 날 것만 같고,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그는 다시 말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 p.264


여기 사람들이 실패라고 규정짓는 한 남자의 인생이 있다. '실패'라고 거창하게 말하기에도 너무 평범한 어느 누군가의 인생. 대학을 졸업하고 책과 공부가 좋아 교수가 된다. 잘 맞지 않는 여자와 살지만 이혼은 하지 않는다. 불륜이라 일컬어지는 순간의 사랑으로 잠시 살아나기도 하지만 어느 덧 나이를 먹고 병에 걸려 죽고 만다. 하나 있는 딸은 불행한 가정에서 자라 역시 불행의 시작이 보이는 인생을 걷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면 이렇게 실패한 스토너의 인생이지만 이 인생을 어느 누가 실패라고 함부로 말할 수가 있는가. 책에 대한 조용한 열정. 인생의 순간순간에 보여지는 신중하고 가치있는 선택들. 고통스러운 일상을 하루하루 견뎌내는 강인함.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어느 타인이 알 것이며, 어느 누가 내 행동에 뭐라고 하느냔 말이다. 문장이 아름다워 영문판을 사서 비교하며 다시 읽고 있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소설을 만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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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작은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했는데 이탈리아어 사전이었다. 외국어를 배우면서 느끼게 되는 애증의 심리를 그려놓았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너무나도 정복하고 싶은 그 욕망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숨어있었던 영어 공부 본능(?)이 읽는 내내 살아났고, 그걸 넘어서 스페인어를 한번 배워볼까하는 긍정적인 욕망까지 불끈불끈...

언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찌보면 우리의 모국어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한다. 가장 편안하고 아주 미묘한 뉘앙스까지도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그 나라 말을 몰라서 좋았던 점도 많았다. 온전히 풍경에만 집중할 수 있다던지 하는...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뜻이겠지? 생각만 해도 두근두근하다. 역시나 줌파 라히리 답게 훌륭한 에세이였다.

 

 

 

무쿠라는 떠돌이개를 집안에 들여와 죽을 때까지 키우면서 겪게 되는 일화를 그린 만화이다.

개에 대한 얘기들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짠하다. 이십대 중반에 무작정 도쿄로 상경해서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자리를 잡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나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몇 번 울컥하기도... 불안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헤쳐나가는 젊은이의 모습에 이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이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꿈대로 직업도 갖게 되었고 여러 권의 책도 냈으니 저자는 참 행복하겠구나.

 

 

 

 

계속 해서 툴툴대는 할머니지만 왠지 속이 다 시원하다. 거침이 없는 노년의 모습을 재밌어 하며 읽는데 알고보니 저자는 암에 걸렸고 몇년전에 돌아가셨다는 것도 책날개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나약해지는 것이 인간인데.. 내 삶을 당당하게 이끌어줄 무언가가 내게도 있다면 죽을 때까지 이렇게 거침없이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무언가를 찾고 싶어 고민인 요즘이다.

에이구.. 정말 사는 게 뭐라고!

 

 

 

 

 

 

 

이 소설을 읽노라니 얼마전 겪은 메르스가 생각난다. 전염병에 대처하는 당국의 태도가 그 당시의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또 그것에 대응하는 개인의 태도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인생개선 도서목록이라니...

수년간 독서를 해왔지만 그래서 인생이 개선되었을까?

독서를 하여 어떤 효과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독서를 해서 나에게 남은 것은 읽은 책의 목록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 목록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특히 고전들) 뿌듯하다.

몇년동안 읽어야지, 하면서 시작하기가 엄두가 안났던 책들의 목록을 저자처럼 수시로 작성하곤 있지만 실행에 옮기기란 어럽다. 언제나 말랑말랑하게 읽히는 신간들이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ㅋ

마음을 다잡고 적게 읽더라도 꼭 읽어야할 것들을 읽는 해를 언젠가 정해서 실행에 옮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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