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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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물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선 그렇게 좋은 느낌의 단어는 아니다. 세상물정을 안다는 것은 이제는 속세(?)의 때가 묻어 더 이상한 순수한 아이로는 돌아가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웬만큼 살아본 경험을 담보로 남에게 쉽게 속지 않고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막상 책을 들여다 보면 내가 생각했던 물정과는 조금 다르다. 이 사회를 사회학자의 눈으로 본 시각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도 언급했듯이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를 '세상으로서의 사회'로 인식한다면 사회학자는 '세계로서의 사회'로 인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텍스트를 노련하게 읽고 그 이론을 이 세상에 적용하여 사회를 해석한다는 것이 우리같은 범인들에게 무슨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 이런 종류의 책이 필요없는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해야겠다. 강신주의 다상담에서 들었던 것 같은데 이론과 실천은 절름발이처럼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흔히 언행일치라고 해서 이론과 실천이 동시에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둘은 절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론으로 한발 나아가면 실천으로 다른 한발이 나아가면서 한 개인 나아가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 반대로 행동이 먼저 나아갔는데 알고보니 이런 이론도 있었더라며 이론을 발전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고 흔들리며 조금씩 나아가야지만 발전이 있는 것이다.

 

  책에서 기억나는 부분은 개인에 대한 관심이 곧 자기 속에서 사회를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나 개인이 문제가 아닌지도 모른다. 사회라는 거대한 구조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문제들.. 그것들에 관심을 갖고 생각하고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 이 책의 힘은 여기에 있다.

 개인에 대한 관심은 나의 이익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개인이라는 작은 단위 속에서 반복되는 사회라는 커다란 단위에 대한 생각이다. 개인에 대한 관심을 나의 이익에 대한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은 개인을 언급할수록 탐욕스러워지지만, 자기 속에서 사회를 발견하는 사람은 개인을 언급할수록 품이 넓어진다.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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