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여자들 1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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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항상 매력적인 소재를 가진 나라이다. 지금은 이탈리아의 한 도시 이름이지만, 예전에는 유럽을 휩쓸었던 제국의 이름이었다. 로마는 수많은 인물들을 배출했고, 그 중에서도 카이사르는 세계사 교과서에 반드시 나올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의 이름은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했다는 사실은 의외로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로마사를 다루는 소설 중 한 파트가 '카이사르의 여자들'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여자가 많았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중의 네번째 이야기로 총 3권의 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읽은 부분은 네번째 이야기 중 첫번째 권에 해당한다. 사실 마스터스 오브 로마가 처음 출간될 때부터 꾸준히 읽은 독자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시리즈는 그 어떤 소설보다도 매력적이고 역사를 치밀하게 고증한 작품이라 로마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충실한 역사적 자료가 된다는 사실이다.  왜곡된 부분은 없고 사실에 근거해서 작가가 좀 더 극적으로 이야기라는 살을 덧붙인 것 뿐이다. 이 책을 쓰고 시력을 잃었을 정도로 저자는 이 시리즈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번 이야기에서 카이사르는 본격적으로 정치적 발판을 쌓기 위해 많은 활동들을 전개한다. 그 당시의 관습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자신의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신있게 활동하는 모습들이 꽤 담담하게 그려진다. 분명히 부정을 저지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는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이었나보다. 이 파트의 제목처럼 카이사르 주변에는 여자들이 많기는 해도 그의 기본적인 신념을 꺾을 정도로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카이사르 못지 않게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인물은 클로디우스이다. 속 좁은 인물인데 집요하게 복수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해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만다. 소문의 힘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파멸시키기도 하는 나쁜 인물이지만, 그런 그도 카이사르는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인정하기에 이른다. 이외에도 카토나 아우렐리아 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계속 등장한다. 

전체 7부작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서 아직 3개의 파트가 더 남아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시간을 들여 기다릴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특히 로마 시대의 세계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읽어봐야 할 필독서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카이사르의 인간적인 면모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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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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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말 독특한 SF 소설 모음집이다. 어떻게 하면 작가가 이런 상상력을 발휘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사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SF 소설이라고 하면 단순히 미래를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미처 상상하지 어려운 부분까지도 굉장히 자세하게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왜 나는 이런 책을 이제서야 만났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그만큼 매우 잘 쓰여진 책이고 상상력이 한껏 발휘된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당연히 읽어야 하는 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다. 

가장 첫번째 이야기로 실려있는 <바빌론의 탑>은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면서도 인생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기독교에 대해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인생의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 긴 작품은 아니라도 다 읽고나면 과연 나의 인생은 어떤지에 대해서 생각하며 긴 여운이 남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영으로 나누면> 이라든지,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도 무심코 지나쳤던 사회적인 통념을 집요하면서도 신랄하게 파헤치고 있어서 환상적인 소설이면서도 삶에 대한 성찰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남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내가 그동안 살면서 접해왔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는 내 인생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소재들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이 작품들이 '나의 인생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작가는 어떤 사람일지 더더욱 궁금해졌다. 인터네에서 잠깐 검색을 해보니 굉장히 이지적으로 생긴 작가의 사진이 나타난다. 실제로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작품에서도 전혀 어렵지 않게 이와 관련된 소재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사실 조금 어렵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더러 있기는 했으나, 전체적인 작품의 흐름을 해칠정도는 아니었다. 

판타스틱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단연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아마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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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삼킨 소녀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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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가정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이 책을 읽으면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성장기에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고 자라지 못한 소녀가 유년기에 겪는 격동의 시간이 과연 그녀의 잘못만은 아닌 듯 하다. 물론 도덕적으로는 잘못된 것이 맞지만 그런 잘못을 바로 잡아줄 부모가 없었으니 무조건 아이의 탓만 할 것도 아니다. 굉장히 순수한 소녀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남녀 관계에 호기심이 많은 10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너무나 시골이라 특별히 유흥 거리가 없는 미국의 한 마을에서 자란 셰리든은 부모님의 사랑이 무척 절실했다. 평소에 책을 좋아해서 여러가지 책을 읽곤 했는데, 우연히 읽게된 한 소설을 통해서 육체적 쾌락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주변의 남자들에게 눈을 돌리게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동년배보다는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남자들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아마 무심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어난 일이 아닐까 싶기는 한데, 안타까우면서도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에서는 여주인공이 무척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자 아이로 등장한다. 이렇게 어린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에서 비도덕적인 이야기를 다루어도 되나 싶기는 하지만 이것 또한 사회적인 하나의 현상이라고 보면 어느정도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아이들이 별로 없어서 깊은 공감이 가지는 않지만, 미국에서는 다소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이라 고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성에 눈을 뜬다고 알고 있다. 아마 이렇게 문화적인 공감대가 다른 덕분에 우리 나라에서는 전혀 볼 수 없던 새로운 소설이 등장했다. 셰리든이 여기에서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도피하려는 생각을 줄곧 가지고 있었는데, 사실 이 소설의 뒷 편을 보면 이 때보다는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킬링 타임용으로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대단한 문학적 가치라든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작가가 그동안 내면에 가지고 있던 판타지가 자연스럽게 소설 작품으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 현재 작품보다는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가 더욱 기대된다. 자신의 마음 가는대로만 행동했던 셰리든이 이후 작품에서는 좀 더 철든 모습으로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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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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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 전쟁을 하던 시기에는 사람이 사람을 믿기가 참 어려웠나보다.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보면 이보다 더 우울할 수가 없을 정도로 속고 속이는 반전이 가득하다. 이렇게 사람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은 스파이의 삶이 그 정도로 힘들었다는 것의 반증일 터이다. 그런 스파이들의 이야기가 멋진 한 권의 소설로 만들어졌다. 사실 이 책은 유수의 상을 받기는 했지만 냉전 시대의 우울한 면을 더 강조하고 있어서 마냥 재미있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멋지게 보이는 스파이의 이면에는 이런 갈등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주인공인 리머스는 위장 전향을 통해 동독의 유명한 스파이를 처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명령을 전달받은 그는 그 자신이 모든 그림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본부의 그림은 그가 생각하던 것보다 상당히 컸다. 과연 그 작전에서 그는 무사히 살아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가 이 소설의 커다란 흐름이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상당히 우울한 독일 사회의 배경에 압도되었다. 물론 이 작품은 영국 정보부의 활동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독일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부분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유럽 전역에 드리워진 이념을 바탕으로 한 암투는 독일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사상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또 그를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목숨 정도는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그들과 아예 다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이념 전쟁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덕분에 세계 대전이 일어나게 되었고 인류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도 내 주변에 스파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스파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한계가 많이 줄어들었다. 오프라인 뿐만이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충분히 내가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국가 기밀 자료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겠지만, 아주 실력이 뛰어난 해커라면 굳이 직접 투입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더라도 정보를 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약간은 고전적이지만 결말은 조금 우울한 소설이다. 그러나 스파이 소설의 새로운 전형을 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평소에 007 같은 이념 전쟁 시절의 스파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작품이 마음에 들 것이다. 음모가 넘치는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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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가 사는 저택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2
황태환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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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좀비 주제 관련 문학이나 영화가 확실히 유행인 듯 하다. 최근에 히트를 쳤던 '부산행'도 그렇고 외국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워킹 데드'도 좀비가 주제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죽었다가 모든 것을 다 잊고 다시 살아나는 좀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터라, 썩 끌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잘 쓰여진 한국 소설이라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든 도시에 좀비들이 들끓는 곳이 바로 이 소설의 배경이다. 미리 안전 지대로 대피한 정상인들은 상관없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좀비들과 함께 폐허에 남아야만 했다. 그래도 인정이라는 것이 남아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식량이 헬기로 배급된다. 그것도 사람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여야 지급되는 식량이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곳은 예전에 병원이었던 곳으로 치매인 아버지를 모시고 근근히 살아가는 중이다. 멀쩡한 몸이면 좋겠지만 주인공은 발달 장애를 가진 난쟁이라서 예전에는 사람들이 무시하던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 덕분일까, 주인공은 보통 건강한 사람보다 더 오랫동안 좀비들을 피해 다닐 수 있었다. 좀비가 건장한 성인과 난쟁이를 구분해서 공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몸이 작다보니 좀 더 잘 피할 수 있는 신체적인 조건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냥 평범하게 숨어다니던 주인공은 어느날 갑자기 좀비들에게 공격받던 사람들을 자신의 아지트로 대피시키게 된다. 이후에 점점 주인공의 인격이 변하는 과정을 보게 되는데, 특히 무시받던 사람이 어떤 특권을 가지게 되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나보다. 항상 내가 좋은 위치에 있을 때 나보다 더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라는 것이 일반적인 명언이지만 실제로 적용하기란 쉽지 않은가 보다.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그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해간다. 

마지막 결말이 은근히 반전인데, 이건 실제로 이 작품을 읽은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이니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사람이 굉장히 궁지에 몰리게 되면 나도 모르게 자신을 방어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나오는 것만은 분명하다. 좀비로 가득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작가는 결국 사람의 본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는 다소 씁쓸함이 느껴졌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한국 좀비 문학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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