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념 전쟁을 하던 시기에는 사람이 사람을 믿기가 참 어려웠나보다.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보면 이보다 더 우울할 수가 없을 정도로 속고 속이는 반전이 가득하다. 이렇게 사람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은 스파이의 삶이 그 정도로 힘들었다는 것의 반증일 터이다. 그런 스파이들의 이야기가 멋진 한 권의 소설로 만들어졌다. 사실 이 책은 유수의 상을 받기는 했지만 냉전 시대의 우울한 면을 더 강조하고 있어서 마냥 재미있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멋지게 보이는 스파이의 이면에는 이런 갈등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주인공인 리머스는 위장 전향을 통해 동독의 유명한 스파이를 처단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명령을 전달받은 그는 그 자신이 모든 그림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본부의 그림은 그가 생각하던 것보다 상당히 컸다. 과연 그 작전에서 그는 무사히 살아돌아올 수 있을 것인지가 이 소설의 커다란 흐름이다.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상당히 우울한 독일 사회의 배경에 압도되었다. 물론 이 작품은 영국 정보부의 활동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독일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부분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유럽 전역에 드리워진 이념을 바탕으로 한 암투는 독일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사상이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또 그를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목숨 정도는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그들과 아예 다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이념 전쟁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덕분에 세계 대전이 일어나게 되었고 인류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도 내 주변에 스파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스파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한계가 많이 줄어들었다. 오프라인 뿐만이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충분히 내가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국가 기밀 자료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겠지만, 아주 실력이 뛰어난 해커라면 굳이 직접 투입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더라도 정보를 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약간은 고전적이지만 결말은 조금 우울한 소설이다. 그러나 스파이 소설의 새로운 전형을 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평소에 007 같은 이념 전쟁 시절의 스파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작품이 마음에 들 것이다. 음모가 넘치는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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