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문이 닫혀 있는 동안 생각보다 더 알라딘이 각별한 의미가 있었구나, 싶었다. 다른 곳에 가도 영 흥이 안나고 적응도 안되고 그랬다. 인터넷 서점이 전산상 문제로 문을 닫는 동안 입을 적잖은 경제적 손실과 이미지 실추도 안타까웠다. 혹여 서재 글이 다 날라가는 것 아닌가, 싶은 우려도 들고. 백업이 뭔지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 몇 달에 걸쳐 작업해 놓았던 레포트를 품고 컴퓨터 전원이 나가서 아예 안들어왔던 경험이 있다. 수리기사분은 자신없다고 손사래를 쳤고 나는 그 분이 구원투수인 마냥 매달렸다. 기적적으로 레포트가 복원되었을 때의 그 안도감과 그 분에 대해 느꼈던 경외감이란^^;; 알라딘 같은 업체는 심정이 어땠을까 싶다. 

중고서점에서 산 <부의 제국 록펠러>를 읽고 있다. 책값과 분량의 압박을 상쇄키셔주고도 백만번의 키스를 날려주고 싶을 만큼(누구한테?, 판매자한테--;; 죄송합니다.)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남은 분량이 아까워서 들춰보고 아쉬워하고, 또 아쉬워하고 있다. 지루하고 난해할 것으로 각오했는데 전혀 아니다. 저자 론 처노는 한 인간의 일대기를 정밀한 대물렌즈로 들여다 보는 작업과 높은 곳에서 전체를 조망하는 일은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마치 예술 같다. 록펠러의 악업과 모순을 낱낱이 고해 바치면서도 그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있다. 금융전문저술가로서의 저력은 쉽고 알아듣기 쉬운 설명으로 빛난다. 용어 하나하나를 친절히 풀어주고 그에 연결된 배경그림을 그려주는 배려까지 덧붙인다.  

어젯밤 열두시 무파마 라면을 끓여 먹으며 EBS명화 사이코를 봤다. 라면을 먹으며 이 라면을 먹는 것은 당신 때문이다,라고 강조를 열심히 하며 죄책감을 희석시켰다. 영화사에 스릴러 장르를 확립한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설명은 다 보고 나서 안 사실이다. 60년대 흑백영화가 어찌나 긴장감 작렬에 시나리오 탄탄인지 실눈뜨고 봤다.(무서워서) 다중인격 사이코의 연쇄살인을 다룬 작품인데 후에 나온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가 이 영화를 그대로 복제, 모방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은 것 같다. 특히나 살인마 노먼 베이츠로 분한 앤소니 퍼킨스의 열연이 대단했다. 초조해하면서도 능글거리는 표정을 만면에 띠우는 모습은 섬뜩했다. 정작 주인공 여자가 샤워실에서 난도당하는 장면은 보지도 못하고(이 장면이 하이라이트란다,피는 초콜렛 시럽을 활용했다고 한다.) 언니가 그녀를 찾아 나서는 장면부터 봤는데도 이렇게 사로잡혔는데 나머지 놓친 부분을 챙겨 볼 일이 기대된다. 





 

 

 

 

 

 

 

앤소니 퍼킨스가 <양들의 침묵>의 앤소니 홉킨스 인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다.  



발로 연기하는 이들이 이 분한테 수업을 좀 받아줬으면 싶은 소망이다. 너나 잘하라면 할 말은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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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0-04-25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사이코를 봤다굽쇼? 행운아시네요. 일요시네마, 말고 라고 또 있는 건가요? 지금 저 일요시네마 <이창> 보면서 댓글 달아요.

blanca 2010-04-25 19:48   좋아요 0 | URL
팜므느와르님 이창 저도 봤어요! 역시 실망시키지 않더라구요. 히치콕 특선으로 Ebs에서 새며 다 해줬던데 뒤늦게 알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이코도 중반 이후부터 봐서 클라이맥스는 놓쳤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4-2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안소니 퍼킨스와 안소니 홉킨스를 혼동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군요.제 친구들도 그래요.고전영화에 익숙치 않으면 그렇지요.한때는 퍼킨스 형님도 꽤 날린 남자랍니다.잉그리드 버그만을 사랑하는 연하의 남자 역도 했구요.

blanca 2010-04-25 19:49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렇군요. 퍼킨스 진짜 연기 잘하던데요.고전 영화도 일가견이 있군요. 저는 얼굴이 너무 변했다고 생각했답니다.ㅋㅋ

Kitty 2010-04-25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소니 퍼킨스 완전 매력남이죠 ㅋㅋ 진짜 잘생겼고요 ㅋㅋ 저는 홉킨스보다 퍼킨스를 먼저 알아서 양들의 침묵에서 홉킨스를 보고 아니 늙으니 얼굴이 변했네 ㅠㅠ 했지요;;;; ㅋㅋㅋ

blanca 2010-04-25 19:50   좋아요 0 | URL
그죠? 키니님 저랑 완전 똑같아요. 늙으니 얼굴 완전 변했다고 ㅋㅋㅋㅋ 근데 인물검색 해보니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살아 있으니 말이 안되는 거죠 ㅋㅋㅋ 반갑습니다. 완전 똑같은 생각을 해서요.^^

프레이야 2010-04-25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무파마 라면 좋아했는데 그걸 밤12시에 드시며 사이코를요? ㅎㅎ
그러고보니 히치콕 영화 중 그걸 저도 처음부터 끝까지 못봤네요. 찾아봐야겠어요.
<부의 제국, 록펠러>는 님의 좋은 평에 기대어(^^) 검색하고 담아놓을래요.

blanca 2010-04-26 10:0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이게 다 옆지기 때문입니다. 밤에 꼭 무언가를 폭식하고 나야 잠이 드는 습관이 있어서요. 아,<록펠러>는 정말 강추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4-25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소니 퍼킨스 최고의 히트작은 '페드라'지요.거기서 의붓어머니를 사랑하는 청년으로 나와요.우리나라에서도 방송에서 여러번 방영했는데 한 번 보세요.마지막에 페드라! 하고 절규하면서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꽝! 하면서 영화가 끝나지요.

blanca 2010-04-26 10:02   좋아요 0 | URL
아! 그 퍼킨스가 퍼킨스에요? 아! 예. 꼭 봐야 겠군요. 그렇군요.

꿈꾸는섬 2010-04-26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문이 닫혀 있는 동안 여기저기 쏘다니다와서 닫혀 있는 시간이 길었는지도 몰랐네요.
무파마 라면을 먹으며...글을 읽는데 왜 이리 무파마 라면이 먹고 싶을까요? 도무지 살을 뺄 수가 없어요.ㅠ.ㅠ
무파마 라면이 없으니 다른 라면이라도 먹어야할까 고민중이에요.

blanca 2010-04-26 10:03   좋아요 0 | URL
ㅋㅋㅋ 꿈꾸는 섬님 항상 먹고 나면 후회합니다. 특히 밤중 라면의 유혹은. 다음날 아침에는 꼭 후회하게 되지요. 이렇게 얘기하며 항상 후회할 그 일을 하고야 맙니다.--;;

마녀고양이 2010-04-26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 12시에 라면을? 블랑카님 얼굴 좀 보고 싶네요... 퉁퉁 부은.. ㅡㅡ;;
블랑카님, 저번에 제가 샀던 <마릴린,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 이거 소설이래요... 으윽
글구 배달온 히틀러 장난아니게 두꺼워염.. ㅋㅋ 좋은 한주의 시작되세요!

blanca 2010-04-26 10:05   좋아요 0 | URL
ㅋㅋ 마녀고양이님! 안그래도 저도 그거 소설인거 알고는 깜짝 놀랐었는데. 논픽션인줄 알았거든요. 히틀러는 정말 다 읽고 리뷰 꼭 올려 주세요. 너무 궁금해요. 그런데 중고로 1권만 나왔던데 2권도 다 사신 거예요? 마녀고양이님도 행복한 한 주 시작하세요!

Joule 2010-04-27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 사이 지른 물건이 한 30만원어치는 돼요. 알라딘이 보상해 줘야 한다고 봐요.

blanca 2010-04-27 23:30   좋아요 0 | URL
쥴님 ㅋㅋㅋ 알라딘의 보상이 절실해 보입니다. 30만원이라굽쇼? 혹여 예쁜 아이템들 있으면 소개좀 해주세요. 쥴님의 지름신 강림 페이퍼로 주방물품들 구입해서 잘 쓰고 있답니다. 특히 마늘찍기 완소합니다.

섬사이 2010-04-2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코, 저도 봤어요.
스토리 보다도 독특한 카메라의 시각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군요.
특히 안소니 퍼킨스가 찾아온 사립탐정이 내민 여자의 사진인가를 보려고 다가갈 때의 얼굴을 담은 앵글에서는
'와!'하고 감탄했어요.
극중 노먼베이츠의 사저(?)를 담은 장면도 무척 유명하다죠?
사건이 해결되면서 건물이 점점 밝아지는 거라고 하더군요.
사이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이번 주엔 채플린의 영화를 한다던데,, 아이들과 같이 보려구요.

blanca 2010-04-27 23:32   좋아요 0 | URL
아아! 그런 거군요. 저는 몰랐어요. 다시 한 번 자세히 보고 싶어요. EBS 명화는 꼭 챙겨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녀분들이랑 같이 보면 더없이 좋겠어요. 저는 갑자기 고전영화에 푸욱 빠져서 그레이스 캘리의 다이얼M을 돌려라 다운받아 놓고 기대하고 있어요.^^히치콕이 그레이스 캘리를 엄청 좋아했다고 하더라구요^^;;

순오기 2010-05-0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EBS 시네마천국, KBS명화극장 꼭꼭 챙겨서 봤는데 알라딘에 빠진 후엔 잘 안 보게 됐어요.ㅜㅜ
덕분에 히치콕 영화는 그래도 많이 봤어요. ^^

blanca 2010-05-01 23:0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알라딘에 빠지고는 티비를 안보게 되더라구요^^;; 이것도 중독 수준인 것 같아요.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김훈 <자전거 여행> 서문 중 

그 어두운 방이란 바로 문학이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 천당과 지옥의 접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환상의 공간이 바로 내가 꿈꾸는 공간이다.
                                                                                                                         -김연수 <여행할 권리> 중 

일산에서 이제 사십대와 육십대의 들머리에 진입한 김연수와 김훈은 종종 어울린다. 그 둘의 문체는 완연히 다르다. 김훈의 그것이 건조하고 치열하게 불가해한 운명에 맞선 흔적들을 밀어넣는다면 김연수의 문장은 끝까지 가보려고 고군분투하는 그 과정 자체를 몇 줌씩 아쉬움과 그리움에 묶어 보여준다.  

둘이 만나는 지점은 언어로 함축해 낼 수 없는 그것에 가 닿았을 때 느끼는 막막함과 아쉬운 체념의 공감이다. 그럼에도 그 둘은 세계의 끝으로 밀고 나간다.  

삼십대오십대는 지나온 시간들이다. 다만 새천년에 당도하기 직전 출발의 어느 지점 그 시간을 공유했을 지도 모른다. 둘 다 이 여행을 1999년에 시작했다 

  

 

 

 

 

 

 

 

 

김훈이 풍륜에 몸을 싣고 세상의 길들을 몸 속에 들여보냈다 흘려보내며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겨 결국 평평해진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김연수는 세계의 끝 국경에서 붉은 아이스크림 같은 태양을 대면하고 존재와 삶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아직 답해지지 않은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은 필연과 우연의 조합 속 시간들에 스며 있는지도 모른다. 질문을 던지는 행위가 답을 깨닫는 그것보다 설익은 날것일지라도 그것대로의 미숙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오십대의 깨달음으로 삼십대로 돌아가 본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질문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속단하고 실수하는 처절함이 가지는 중량감은 존재의 중량감과 통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가장 많이 넘어지고 가장 많이 울었던 시간들, 내가 가장 나를 절절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그 때는 꿈을 꾸고 있는 세계 앞에 유일하게 혼자 깨어있는 나 자신에 대한 착각으로 충만하다. 그래서 젊음은 언제나 슬프고 언제나 부럽다.

김연수는 소통이 하나의 미망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명제를 서사화하고 있다. 김훈은 담담하게 그런 소통에 대한 열망마저 밀어놓고 묵묵히 삶을 살아나가는 인간들에 대한 관조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의 삶에서 김연수가 여행 중 만난 외국인들과의 소통에서 느끼는 그 벽 앞에서 감정적 좌절을 체념적 이해로 마무리한다면 김훈은 소통 그자체에 대한 열망을 접어버리고 그저 기착지에서 조우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나를 덜어주고 너를 나누어 받고자 하는 욕망이 그저 너의 삶의 체험들을 나눠 가지고 그 체험들에 연결되는 감정 안에서만 스치는 것으로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으려면 결국 우리는 나이들어야 하는 것인지. 살아간다는 것도 결국은 나는 나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과정인 것인지 질문들이 넘쳐난다. 어느새 나는 김연수처럼 질문만 하고 있다.

스무 살적 나는 서른 이후의 삶을 상상할 수 없었고 나를 둘러싼 사물들에 시선을 던지는 대신 내 안으로 끊임없이 침잠했다. 삼십을 넘고 나서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들이 눈물겹다. 하나 하나 눈에 박아넣고 마음으로 느끼고 싶어 안달이 난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밖에 알아나갈 수 없다. 나는 사십 이후의 삶을 상상하지 않으려 한다. 상상하지 않아도 이제 그 이후의 아름다움들이 예비되어 있음을 막연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덧없는 것들이 영원하다는 것을 깨달은 김연수처럼 사십 고개를 넘을 것이고 김훈처럼 구태여 고달픈 진화의 대열에 끼어들지 않아도 되는 먹이사슬 맨 밑바닥의 아름다움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며 오십 이후를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영원히 가져가고 싶은 것은 그래도 아름다움의 힘이 현실을 개조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김훈의 끝나지 않는 소망의 대열에 참여하고 싶다는 무리한 욕심이다.  

원근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지상의 한 점 위에 결박하고, 그렇게 결박된 자리를 세상을 내다보는 관측소로 삼는다. 이 부자유는 사람들의 눈 속에 편안하게 제도화되어 있고 그렇게 관측된 세상은 납작하다.
                                                                                                                                  -김훈 <자전거여행> 중 

 
우리는 질문하고, 그리고 그 질문의 해답을 찾아 여행할 수 있을 뿐이다.
                                                                                                                              -김연수 <여행할 권리> 중  

                                                                                                                                 

나를 좌표로 고정하고 어그러진 시선으로 세상을 폄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연수의 세계의 끝에 가 닿아 보기 위해서라도 계속 여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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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4-2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시 김훈 님 쪽에 쏠린답니다. 묵묵한 관조.
소통이란, 억지로 되는게 아니잖아요. 20대일 때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고 설득할 수 있고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 믿었던거 같습니다. 이제는,, 이만큼은 내 영역, 저만큼은 네 영역.. 이렇게 같이 나아가는게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블랑카님의 정보로,, 아침부터 책 쇼핑 실컷 즐겨서 즐겁긴 한데,, 파산입니다, 책임지세요!! ㅋㄷㅋㄷ

blanca 2010-04-20 17:3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랑 평전 같이 읽고 토론좀 해봐요 ㅋㅋㅋ 중고책주문의 문제는 그 판매자가 파는 책 검색하면 대부분 취향이 비슷해서 대박으로 지르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 죄송해요^^;;

소통은 일정부분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해시킬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는 착각이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0-04-21 11:58   좋아요 0 | URL
평전 읽고 토론도 좋지만, 블랑카님과 수다도 즐거울거 같아요.
어쩐지 비슷한 느낌을 가진 분 같아서, 친근해여.
오늘 날 흐리네........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며, 커피 한잔.
갑자기 <네버 엔딩 스토리>의 행운의 하얀용이 생각나여.. 역시 생각이란 놈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니까. ㅋ

순오기 2010-04-24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갖고 있는 책은 대충 휘리릭 념겨만 보고 안 읽고, 없는 책은 소유 욕심에 갈망하는 모순이라니
여행할 권리는 있고, 자건거 여행은 없고... ^^

blanca 2010-04-25 13:1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 자전거 여행은 몇 년 전에 할인행사할 때 사놓고 안읽고 묵혀뒀던 책인데 알라딘 서재 어떤분이 인용해둔 대목이 좋아 다시 들춰보다 정말 반한 책이에요. 아아아. 진짜 순오기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제가 선물해 드릴까요?

순오기 2010-04-25 15:01   좋아요 0 | URL
자전거 여행, 초등학교 도서실에 학부모 책 구입했던 288권 속에 넣으려고 대충만 봤거든요.ㅋㅋ
내 책으로 밑줄 긋고 꼼꼼하게 봐야 필요할 때 인용하게 되니까...님은 그냥 갖고 계세요.^^
 

 

금요일 밤 열한 시 불타는 떡볶이와 김말이 및 각종 튀김을 폭식한 덕택에 한 시간 동안 고통에 허덕이며 화장실에 앉아 있었다. 일이 좀 될라치면 딸아이가 문을 벌컥 열고 "노래불러주까?"를 반복. 그 순간은 세상 모든 영화도 다 덧없어지는 것이다. 복통에 시달리지 않는 나머지 사람들이 모조리 부러워진다. 그 후로 컨디션은 계속 난조다. 부글부글 끓는 배를 움겨잡고 소세키의  단조로운 <마음>을 건성으로 읽으니 집중이 될 리가 없다. 나쓰메 소세키의 <그후>를 읽고 퍼지는 백합 향기에 취한 것은 다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합체가 되어야 하는데 건전하지 못한 장운동과 은은하고 단조로운 <마음>은 불협화음 그 자체였다. 리뷰를 쓰기 부끄러울 정도로 건성으로 까리하게 손톱 세우며 끝냈다. 몸컨디션이 안좋을 때 소설은 집중이 안되고 자꾸 날을 세우고 허구의 빈약함을 끄집어 내게 되어 논픽션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진실로 빈약한 장르 이동의 근거를 내세워 본다.

장바구니를 채웠다 끄집어 냈다 난리 부르스를 쳤다. 원래의 장바구니는 이러했다.

 

 

 

 

 

 

 

서재에서 살다 보니 결국 읽는 책도 서재지기님들의 추천의 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하이드님 서재에서 보고 서점에서 실물도 직접 보았는데 유명인들의 성공에 얽힌 뒷얘기에  확 구미가 당겼다. <제1권력>은 진지함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리뷰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JP모건과 록펠러로 대변되는 미국의 두 독점자본이 어떻게 미국을 중심으로 세게 전역의 정치,경제, 군사, 사회,언론, 사법, 자원 등를 교묘하고 은밀하게 지배한 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얘기다. 저자인 일본인 히로세 다카시는 반전 평화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이 책은 한동안 일본에서 외압으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예전에 케네디 암살 사건의 배후를 파헤친 작은 책자를 읽은 적이 있는데 주로 미국의 군수산업의 복마전의 암시만을 흘리다 끝냈다면 이 책은 그 군수산업 자체를 근원적으로 조종한 자본의 각축장에 대한 얘기다. 앞서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책의 저자도 일본인이었는데 거대한 미국의 헤게모니 앞에서 진실의 실체를 발굴해 내는 역할을 자처할 수 있는 국력의 방증인지 아니면 저널리즘에 대한 성향 탓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들은 장바구니에서 다 빠지고 정작 몇 번 들어왔다 나갔다하다 결국 주문하게 된 것은 <부의 제국 록펠러>다. 

 

 

 

 

 

 

 

 <제1권력>과도 맞물리는 지점이지만 록펠러의 유년기부터 98세로 (와우!) 죽을 때까지(목표는 백살까지 사는 거였다고 한다. 대단하다. 수명도 목표를 세워놓고 거진 이루어 낸 그의 주도면밀함이)의 생애 전체를 천 삼백여 페이지에 걸쳐 철저하게 고증하고 복원해 놓았다고 한다. 저자인  론 처노는 시사 평론가로서 J.P. 모건과 금융 권력의 이동에 대한 책으로 국내에서도 큰 호음을 받은 전력이 있다. 록펠러와 J.P.모건이 미국인들에게 가지는 체감적 의미는 바깥에서 우리가 머리로 느끼는 것과는 그 무게와 감응도가 하늘과 땅 차이일 것 같다. 그럼에도 한 인간의 생애를 전면적으로 파헤치고 해부하여 죽음까지 천착하는 그 과정을 훔쳐보는 것은 인생의 편린만을 디딜 뿐인 우리가 유일하게 삶 전체를 총체적으로 그것도 가장 성공했다는 신화로 남은 한 사내의 인생을 조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매혹적이다. 자서전과 평전은 그래서 언제나 나름의 의미와 감동을 보장하는 것 같다. 한 인간의 삶이 물론 자서전이나 평전의 대상으로 간택됐다는 데에서 평범한 우리들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시시하게 다가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삶의 결속에 들어가 버둥대다 다른 차원으로 가거나 혹은 마침표를 찍는 과정을 펼쳐 보면 그 하나로 대하소설의 전범 같다.

그러나 이 두께. 이 가격의 압박. 멀미가 나서 몇 번이나 망설이고 집 앞 대학교 구내서점까지 마실가서 들었다 놓아도 보고 중고서점의 그 간질간질한 지금 아니면 놓쳐 버릴 것만 같은 초조함에도 낚여 결국 주문했다. 요즘 책값들의 상승추이를 보면 대체로 권당 만오천원 선에 근접한 것 같다. 그렇다면 여러가지로 할인받아 이 정도 두께와 저자의 노고가 들어간 책을 구입하는 것도 낭비는 아닐 것 같다고 자위해 본다.   

이 책을 포기하지 않고 다 읽고 마침내 리뷰를 쓸 수 있을까? 난망시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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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18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복통은 이제 사라진건가요?
저도 몸이든 마음이든 상태불량일 땐 역시 소설보다 비허구 쪽으로 고르게 되더군요.
소설 읽다보면 집중 안 되고 마음은 난삽하게 아무곳으로나 왔다갔다 그러구요.^^
님, 리뷰 쓰실 수 있다에 한표요!!

blanca 2010-04-18 21:2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결국 진통제로 ㅋㅋㅋ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좀 읽으며 위와 장을 다스려 보려고 합니다. 남편 말로는 제가 인터넷과 책만 봐서 건강이 악화된 거라고 진단을 내리더라구요--;;그렇죠? 정말 집중이 안되더라구요. 리뷰는. 아, 다 읽는데 의의를 두려고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들고오실 택배 아저씨의 수고와 책값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읽어 보려고 합니다. 마지막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마녀고양이 2010-04-19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9만원 대의 히틀러 전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중이여염. 진짜 땡기는데 넘 비싸여. ㅠㅠ
블랑카 님도 장이 약하군요? 난 컨디션 난조일 때 기름기 많은 고기나 고추가루 너무 많은 음식, 생인삼, 알로에 주스 이런거 아주 직방이예요. 화장실에서 눈물 찔끔거리며 몇시간 살아요. ㅋㅋ. 그럴 때는 온갖 잡생각이 다 나면서, 세상 자체가 원망스러워져여~ 히힛.

blanca 2010-04-19 14:33   좋아요 1 | URL
구만원이요? 그런데 히틀러의 전기라니 정말 흥미진진할 것 같아요. 혹시 중고로 나오지 않나 기다려 보시면 중고로 나오는 수도 있으니 기다려 보세요. 저는 위와 장이 교대로 난리랍니다. 그래도 절제하지 않으니 자업자득이지만요--;; 속쓰려도 커피 마시고 배탈나도 매콤한 것 먹고. 이러면 정말 안되는데.. 히틀러 전기 검색 한 번 해봐야겠어요. 가격 보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L.SHIN 2010-04-1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아이가 문을 벌컥 열고 "노래불러주까?"를 반복"

아, 여기서 그만 '그 귀여운 모습이 어땠을까'하고 웃음이 지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서재에서 살다 보니 결국 읽는 책도 서재지기님들의 추천의 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말 정말로 공감합니다.(웃음)

blanca 2010-04-19 14:34   좋아요 0 | URL
L.SHIN님 사람이 기본적인 욕구에 방해를 받으면 한없이 초라해진답니다.--;; 막 화가 나더라구요. 그죠? 서재에 올라오는 책들이 다 사정권에 있다보니 서재를 들여다 볼수록 책을 더 지르게 되는 것 같아요.

穀雨(곡우) 2010-04-2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비슷한 취양이 중첩되는 모양입니다. 알라딘지기님들은 어떻게든 좋은 책을 마구마구 잡아 내어 오는 지...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마 그 많은 것들을 다 주워담아 내려면...허더덕^^
<제1권력>과 <부의 제국>은 궁금하네요. 아울러 말콤 글래드웰의 이야기도...ㅋㅋ
아웅...장이 편해야 만사가 편한데...

blanca 2010-04-20 17:36   좋아요 0 | URL
곡우님.이제 좀 편안해졌답니다.^^;; 저도 기대됩니다. 열심히 읽어볼게요.

기억의집 2010-04-2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 1권력이 눈에 띄어요. 하지만 이젠 책 그만 사려고요. 이 사지 않겠다는 타령을 얼마나 하는지. 저 자신도 지겨울 때가 있어요. 사 놓은 책 다 읽고 사면 괜찮은데 문제는 아니라는 것.
록펠러를 사수 하셨군요.
그런데 블랑카님 애 키우면서 1300페이지의 압박이 가능하세요?

blanca 2010-04-21 12:00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정말 그렇네요.--;; 다른 책은 돌아보지도 않고 칩거해야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이런 책 잡고 있으면 책값이 굳더라구요. 중고서점 완소합니다.! 그런데 결국 판매자 것 다 둘러보다 보면 돈을 더 쓰게 되더라구요.

도서관이 근처에 있으면 좋겠는데 그도 아니라서 참 난감합니다.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젖먹이 남동생을 잃은 아홉 살의 나는 진정으로 위로가 필요했다. 슬픔의 당사자들인 가족이 서로를 위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더군다나 누가 짐작이라도 했을까? 아홉살의 누나가 땅거미가 걸어들어 오는 그 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방바닥에 엎드려 동생 때문에 운다는 것을. 돌이켜 보면 거창한 위로를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너에게도 위로가 필요하고 너의 슬픔을 죄책감으로 덜어내지 말라고 얘기해 줬으면 됐을 것을.   

"뭔가를 먹는 게 도움이 된다오. 더 있소. 다 드시오. 먹고 싶은 만큼 드시오.
 세상의 모든 롤빵이 다 여기에 있으니."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중 

여덟살 생일을 맞는 스코티의 행성이 그려져 있는 케잌은 주인공의 죽음으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아들을 생일날 교통 사고로 잃게 된 부부는 주문한 생일케이크를 찾아 가지 않는다고 여러 번의 괴전화를 건 빵집 주인을 찾아간다. 큰 외상 없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한 아들의 죽음 앞 뒤엉킨 슬픔과 충격, 배려받지 못한 아픔에 대한 배신감 등으로 그들은 분노한다. 하지만 막상 그들 부부의 사연을 알고 난 빵집 주인이 진심어린 사과를 하며 따뜻한 계피롤빵을 내어주며 자신의 소외된 삶을 고백하고  부부의 상실감을 다독거려주자 그 기묘한 만남은 밤을 지새우게 되고 다사로운 햇살 같은 것이 된다.  

자식을 가져보지 못한 빵집 주인은 그들 부부의 슬픔을 예단하려 들지 않는다. 다만 짐작할 뿐이라고 덧붙인다. 위로의 계명 같다. 상대의 슬픔을 어떻게 속속들이 공감할 수 있겠는가. 애초에 그런 기대나 단정은 치워버리고 시작할 일이다. 그저 슬퍼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그 슬픔이 풀어 헤쳐져 저절로 흐를 수 있게 자그마한 통로 하나를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위로에 현란한 테크닉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그것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위로가 무엇인지 모르고 덥석 그것을 거머지고 휘두르려 하면서 상대를 은근하게 조종하려 하지 않았던가? 혹은 위로가 필요함을 알면서도 무심코 눈감아버리는 무의식적 방기를 습관화하지는 않았는지. 위로는 카버의 얘기처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그런 것같다. 

그리고 표제작 <대성당>. 이미 김연수가 <<세상의 끝 여자친구>><모두에게 복된 새해-레이먼드 카버에게>로 노골적인 오마주를 바친 작품이다. 아내의 친구를 카버는 맹인으로, 김연수는 인도인으로 설정하였고 카버는 그 불의의 방문객과 화자(남편)가 대성당을 함께 그리는 것으로, 김연수는 인도인이 그린 코끼리 그림으로 소통의 절정을 형상화한다. 

맹인과 정상시력을 가진 사람이 함께 눈을 감고 손을 겹쳐 대성당을 그린다는 상상만으로도 나에게는 카버를 읽을 이유가 충분했다. 그리고 실제 그 작품을 다 읽고 났을 때는 가슴 한 켠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더듬을 수 없는 지점 벼락 같은 것이 쾅 쳤다. 사람의 감정의 파고를 언어로 온전하게 가두어 둘 수 없음이 아쉬울 정도로 그럴 정도로 경이로운 느낌이었다. 소통의 장벽을 설정해 놓고 그것을 뛰어넘는 순간의 현현을 보여주는 그 지점, 화자는 외친다. "It's really something" 

 하루키와 김연수의 뜨거운 오마주를 한 몸에 받는 카버는  체호프와 닮아 있다는 극찬을 받았다. 단편소설의 성취를 판단하는 준거점에 떡 버티고 있는 체호프(정말 극렬하게 동의한다!)에 비견되었던 그의 단편소설집을 받아들고 난 감상은 참으로 복잡다단하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하나하나 다 흥미롭고 훌륭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드라마틱한 재미도 오헨리 같은 기가 막힌 반전도 없이 조곤조곤 얘기해 나가는 그의 사람 간의 소통에 대한 희구의 체현들이 어쩌면 취향에 안맞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성당>과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이 두편은 작가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작품이기도 한 만큼 이 두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작가에게 큰 빚을 진 것 같다. 그러니 리뷰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인 별점을 찍는 순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에 대한 야박한 별점과 이 두 작품에 고작 다섯 개의 별점밖에 주지 못할 그 통탄 사이에서 망설여졌다.

김연수의 번역은 의외로 직역이었다. 말미에 밝혀 둔대로 카버의 문체를 살리고 싶었던 탓이었다고 한다. 어색한 부분의 번역투 문장들에 대한 해명이기도 하지만 잘 읽히는 유려한 의역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말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번역자의 색깔이 불거지고 매끄러운 의역이 좋았지만 원작자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편집해 버릴 위험을 고려한다면 직역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읽는 입장에서 번역은 언제나 아쉬운 여지를 남기지만 그 지난한 노고의 과정 그 자체로 고마워해야 할 듯하다.  

사람은 누구나 언제나 소통을 갈구한다. 고독의 향유도 결국은 소통의 열망에 대한 고독한 위장에 불과하다. 일면식 없다 갑자기 비집고 들어오는 낯선 이와 어느 순간의 전부를 공유하며 감정이 오고가는 길목에서 카버가 우리의 소망을 대변한다. 나는 충분한 위로를 받은 것 같다. 늦어버렸지만. 혼자라도 시나몬롤빵 탐사를 떠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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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15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에서 두번째 문단의 번역에 대한 이야기, 공감되네요.
의역이 지나치면 그럴 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 좋다고들 하던데 전 못 읽었어요.
뭔가를 먹는 게 도움이 된다는 글귀에도 동감^^

blanca 2010-04-15 21:52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는 최근들어 의역의 함정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요.

이 책은 저에게는 저 위의 두 단편만 너무 좋았답니다.^^;;

후애(厚愛) 2010-04-16 0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시고 주말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세요.^^

blanca 2010-04-16 14:35   좋아요 0 | URL
후애님, 감사합니다. 드뎌 오늘부터 봄이 온 것 같은 날씨이네요. 벚꽃도 참 예쁘고. 후애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마녀고양이 2010-04-16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김연수 님 작품 읽기는 포기한지라,,, 그분의 번역작인데, 문체까지 살리기 위해 직역이라면 역시 포기하렵니다.
김연수 님 작품은 묘하게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요. 공감을 형성하는 분들이 따로 있는듯 합니다.

무조건적인 공감은 아는척이 될 수 있는 듯 해여. 상대의 느낌을 같이 받아주는게 아니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신을 위안하고 그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어요... 빵집 주인 참 좋은 분이네요.

아침부터 시나몬롤 빵이라~ ㅠㅠ. 살 빼야 하는데. 블랑카님. 우리 몸빼 바지 모임 하나 만들까요?

blanca 2010-04-16 14:39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조언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들어주는 과정에서 이미 위로가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시나몬롤빵이 카모메 식당에도 나오잖아요. 그 때부터 먹고팠는데 제빵 잘하시는 분들은 그거 보고 구워 드시더라구요. 마녀고양이님도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생각만 해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밴드바지 ㅋㅋㅋ 편한 옷에 중독되면 위험합니다.^^;; 제가 밑위 길이 긴 청바지 없냐고 하니까 옷가게 점원이 피식피식 웃으면서 그런건 딴데 가서 찾으라고 하던걸요.

穀雨(곡우) 2010-04-16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는 것에만 집착해서 그런지, 전 직역의 고통에 난독증에 빠질 때가 있더군요.
하지만 그 미묘한 차이이로 인해 어마어마한 궤도이탈이 되는 현실을 볼 때는
번역의 고통에 백배동감.
김연수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긴 책이라고 하니 읽어 봐야 겠습니다.
그리고 소통에 대한 멋진 생각에 아울러 공감합니다.

blanca 2010-04-16 14:41   좋아요 0 | URL
곡우님. 번역이 작품 자체를 어그러지게 만들고 아예 작가와의 소통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직역과 번역의 절충점은 참 미묘하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직역이 솔직히 잘 안 읽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곡두님이 어떤 작가분들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집니다.^^

기억의집 2010-04-2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나몬 듬뿍 들어간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어요.전 이양반 소설에 매력을 못 느끼겠어요. 이 책 말고 제발 조용히 좀 해줘 읽었는데.....
전 하루키가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노동자문학의 소설가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blanca 2010-04-21 12:02   좋아요 0 | URL
솔직히 체호프라는 극찬까지 받을 정도는 아니더라구요. 기억의집님 하루키는 좋아하세요?

기억의집 2010-04-21 18:57   좋아요 0 | URL
흐흠, 하루키 엄청 좋아해요. 한 20년빠라고 할까나~~~ 근데 요즘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 읽으면서 하루키에 대해 약간 삐긋거리기 시작했어요. 하루키가 보는 세상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고나 할까요.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일큐팔사 3권을 어떻게 끝낼지 모르겠지만...닫혀 있는 세계를 활짝 열어놓았으면 좋겠어요.
 

오늘 해도 해도 너무했다. 바로 날씨 너!
미친듯이 바람 불다 사월의 눈보라까지 맞은 날 콧물 흘리며 낚지 덮밥 먹었다.
넓고 휑한 그 식당. 아이에게 먹이려 알밥을 비비다 왠지 찜찜했던지 알을 계속 건져 옆으로 이동시키는 친구에게
왜? 매울까봐? 했더니 대답은 식당주인과 아줌마가 해 주신다.
하나도 안매워! 그걸 다 왜 빼! 

백 평은 되 보이는 그 넓은 식당 소머즈의 귀를 가졌는지
카운터의 주인 아저씨랑 부엌 근처에서 서빙보던 아주머니
정색을 하신다. 일순 무안해진다.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하는 건지. 
나의 친구는 그게 아닌데,를 삼킨다.

엄마는 따뜻하게 파카입고 아이는 얇은 봄잠바 걸치고 바람 분다고
온 얼굴로 칼바람을 환영하며 콧물까지 흘리며 좋아해 주신다.
일순 계모가 된 느낌이다. 

폭풍의 언덕 초입의 경비실에 택배가 맡겨지면 이런 날 정말 슬프다.
뒷문에서 내려 내리막길로 내려오려는 꼼수를 동원한 오늘 딱 걸렸다.
알라딘 책 경비실에 맡겨져 있단다. 분명 아이는 내려오는 것만 즐거워하지
올라오려 들지 않을 것이다. 

슬픈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 반값으로 나온 입체 북<나의 체리나무집>이 저 택배 박스에 있다고 아무리 꼬드겨 봐도
주머니에 딱 손 꽂고 요지부동이다. 그러더니 이런다.
엄마! 그거 분홍색 구두야? 지금 꺼내줘. 

눈보라는 더욱 거세진다.
정말 느무느무 춥다. 온 몸이 곱아들 것 같다. 머리는 산발이다. 나도 힘들다. 이 언덕을 칼바람 속에 오르는 것이.
이건 아주 예쁜 언니 집이야. 구두는 없어.
 

아! 포효해 주신다. 분홍 구두가 웬 말이드냐?
왜 <나의 체리나무집>대신 분홍 구두가 나와줘야 하지?
이 비약을 어떻게 해석하고 해결해줘야 하는 거지?
  

집에 오니 <나의 체리나무집> 그 섬세하고 예쁜 집 상당 수를
초장에 찢고 무너뜨리고
지금 아빠랑 영풍문고로 가주셨다.  

몸살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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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13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요새 감기몸살 조심해야하는데요,
오늘 따뜻하게 하고 푹 주무세요.
전 며칠 고생하다 오늘 영 괜찮아졌어요.
여기도 오늘 봄바람이 대단하네요. 벚꽃잎이 난분분~~~

blanca 2010-04-14 12:4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감기 걸리셨군요. 오늘도 역시 날씨가 어제와 별반 차이가 없더라구요--;; 벚꽃 너무 이쁘지요? 프레이야님도 감기 끝 몸을 잘 추스리시기를 바랍니다.

穀雨(곡우) 2010-04-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홍구두라...^^ 울 집 꼬맹이한테 분홍구두를 사 주겠노라고 큰 소리치고
사러 갔더니 사이즈 품절...@.@ 어찌나 실망하고 슬픈 눈을 해 대던지...
갑자기 구두에 떠 오른 잡설입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꼬드겨 다른 걸로 대체
했지만 아직도 서운했던지 구두만 보면..아빠는 #@$%% 안드로메다 언어를....ㅋㅋ

blanca 2010-04-14 12:41   좋아요 0 | URL
저 이번 주말에 사주마고 약속했는데 진짜 곡우님 같은 경우가 생기면 어쩌지요? 여자아이들은 분홍 구두에 대한 로망이 있나봐요^^;; 이쁜 언니가 신고 가는 것 보고 한참을 들여다 보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4-1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살이 온 블랑카 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읽는 내내 웃느라고.... 아이고, 허리야.
그쳐,, 입체북을 좋아라는 하는데 갈가리 찢는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저희 딸두 동물 나오는 입체책의 상당 부분이 올렸다 폈다 하느라고 찢어졌어요...
뱀 대가리(!) 붙이느라 고생한거 생각하면.. ㅋㄷㅋㄷ

감기 조심하세요, 어제 너무 추웠어요!

blanca 2010-04-14 12:42   좋아요 0 | URL
그러면 안되는데 저는 책에 상처를 주는 걸 보면 화가 갑자기 치밀어 올라서요--;; 그러면 안되는데. 사실 제 책도 아니잖아요. 그죠?ㅋㅋ 마녀 고양이님도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오늘 패딩 입고 나갔는데도 더운 줄 모르겠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4-14 14:26   좋아요 0 | URL
추운날은 아예 나갈 생각도 안 해여,, ㅎㅎ

순오기 2010-04-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는 정말 미친거 같아요. 도서관에 우람한 벚꽃들이 마구마구 흩날리고 있었어요.ㅜㅜ
칼바람에 계모가 된 기분, 왜 난 실실 웃음이 나오죠.ㅋㅋ
따뜻한 물(차) 자주 마시면 웬만하면 이겨내던데... 허브차도 도움되고요.

blanca 2010-04-14 23:30   좋아요 0 | URL
봄이 날짜상으로는 반도 더 갔는데 오는 것도 못 본 것 같아요. 안그래도 오늘 살구꽃과 벚꽃 구분하며 다녔어요^^;; 너무너무 추워요. 감사합니다. 순오기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2010-04-15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4-2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 간혹 워더링하이츠 이야기 하셔서 저 블랑카님 집 근처로 피크닉 가고 싶어요^^
바람 맞고 싶다는.

blanca 2010-04-21 12:0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희 집에 오면 다 씩씩거리며 이사가라고 하더라구요^^;; 바람 맞으시면 안되죠 ㅋㅋㅋ 저희집 근처로 오시면 환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