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도 해도 너무했다. 바로 날씨 너!
미친듯이 바람 불다 사월의 눈보라까지 맞은 날 콧물 흘리며 낚지 덮밥 먹었다.
넓고 휑한 그 식당. 아이에게 먹이려 알밥을 비비다 왠지 찜찜했던지 알을 계속 건져 옆으로 이동시키는 친구에게
왜? 매울까봐? 했더니 대답은 식당주인과 아줌마가 해 주신다.
하나도 안매워! 그걸 다 왜 빼! 

백 평은 되 보이는 그 넓은 식당 소머즈의 귀를 가졌는지
카운터의 주인 아저씨랑 부엌 근처에서 서빙보던 아주머니
정색을 하신다. 일순 무안해진다. 죄송합니다,라고 해야 하는 건지. 
나의 친구는 그게 아닌데,를 삼킨다.

엄마는 따뜻하게 파카입고 아이는 얇은 봄잠바 걸치고 바람 분다고
온 얼굴로 칼바람을 환영하며 콧물까지 흘리며 좋아해 주신다.
일순 계모가 된 느낌이다. 

폭풍의 언덕 초입의 경비실에 택배가 맡겨지면 이런 날 정말 슬프다.
뒷문에서 내려 내리막길로 내려오려는 꼼수를 동원한 오늘 딱 걸렸다.
알라딘 책 경비실에 맡겨져 있단다. 분명 아이는 내려오는 것만 즐거워하지
올라오려 들지 않을 것이다. 

슬픈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 반값으로 나온 입체 북<나의 체리나무집>이 저 택배 박스에 있다고 아무리 꼬드겨 봐도
주머니에 딱 손 꽂고 요지부동이다. 그러더니 이런다.
엄마! 그거 분홍색 구두야? 지금 꺼내줘. 

눈보라는 더욱 거세진다.
정말 느무느무 춥다. 온 몸이 곱아들 것 같다. 머리는 산발이다. 나도 힘들다. 이 언덕을 칼바람 속에 오르는 것이.
이건 아주 예쁜 언니 집이야. 구두는 없어.
 

아! 포효해 주신다. 분홍 구두가 웬 말이드냐?
왜 <나의 체리나무집>대신 분홍 구두가 나와줘야 하지?
이 비약을 어떻게 해석하고 해결해줘야 하는 거지?
  

집에 오니 <나의 체리나무집> 그 섬세하고 예쁜 집 상당 수를
초장에 찢고 무너뜨리고
지금 아빠랑 영풍문고로 가주셨다.  

몸살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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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13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요새 감기몸살 조심해야하는데요,
오늘 따뜻하게 하고 푹 주무세요.
전 며칠 고생하다 오늘 영 괜찮아졌어요.
여기도 오늘 봄바람이 대단하네요. 벚꽃잎이 난분분~~~

blanca 2010-04-14 12:4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감기 걸리셨군요. 오늘도 역시 날씨가 어제와 별반 차이가 없더라구요--;; 벚꽃 너무 이쁘지요? 프레이야님도 감기 끝 몸을 잘 추스리시기를 바랍니다.

穀雨(곡우) 2010-04-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홍구두라...^^ 울 집 꼬맹이한테 분홍구두를 사 주겠노라고 큰 소리치고
사러 갔더니 사이즈 품절...@.@ 어찌나 실망하고 슬픈 눈을 해 대던지...
갑자기 구두에 떠 오른 잡설입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꼬드겨 다른 걸로 대체
했지만 아직도 서운했던지 구두만 보면..아빠는 #@$%% 안드로메다 언어를....ㅋㅋ

blanca 2010-04-14 12:41   좋아요 0 | URL
저 이번 주말에 사주마고 약속했는데 진짜 곡우님 같은 경우가 생기면 어쩌지요? 여자아이들은 분홍 구두에 대한 로망이 있나봐요^^;; 이쁜 언니가 신고 가는 것 보고 한참을 들여다 보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4-1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살이 온 블랑카 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읽는 내내 웃느라고.... 아이고, 허리야.
그쳐,, 입체북을 좋아라는 하는데 갈가리 찢는걸 보면 마음이 아파요.
저희 딸두 동물 나오는 입체책의 상당 부분이 올렸다 폈다 하느라고 찢어졌어요...
뱀 대가리(!) 붙이느라 고생한거 생각하면.. ㅋㄷㅋㄷ

감기 조심하세요, 어제 너무 추웠어요!

blanca 2010-04-14 12:42   좋아요 0 | URL
그러면 안되는데 저는 책에 상처를 주는 걸 보면 화가 갑자기 치밀어 올라서요--;; 그러면 안되는데. 사실 제 책도 아니잖아요. 그죠?ㅋㅋ 마녀 고양이님도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오늘 패딩 입고 나갔는데도 더운 줄 모르겠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04-14 14:26   좋아요 0 | URL
추운날은 아예 나갈 생각도 안 해여,, ㅎㅎ

순오기 2010-04-14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는 정말 미친거 같아요. 도서관에 우람한 벚꽃들이 마구마구 흩날리고 있었어요.ㅜㅜ
칼바람에 계모가 된 기분, 왜 난 실실 웃음이 나오죠.ㅋㅋ
따뜻한 물(차) 자주 마시면 웬만하면 이겨내던데... 허브차도 도움되고요.

blanca 2010-04-14 23:30   좋아요 0 | URL
봄이 날짜상으로는 반도 더 갔는데 오는 것도 못 본 것 같아요. 안그래도 오늘 살구꽃과 벚꽃 구분하며 다녔어요^^;; 너무너무 추워요. 감사합니다. 순오기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2010-04-15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4-2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에 간혹 워더링하이츠 이야기 하셔서 저 블랑카님 집 근처로 피크닉 가고 싶어요^^
바람 맞고 싶다는.

blanca 2010-04-21 12:05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희 집에 오면 다 씩씩거리며 이사가라고 하더라구요^^;; 바람 맞으시면 안되죠 ㅋㅋㅋ 저희집 근처로 오시면 환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