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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결말부를 조금 남겨두고는 옮겨탄 히로세 다카시의 <제1권력>을 다 읽고 난 후 인터넷에 접속하자 천안함 사고는 북한의 소행이 거의 확실하다는 미고위관계자의 발언이 포탈 대문에떴다. 미국을 지배하는 , 아니 전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세력은 군수산업의 활황을 고대하며 사람들이 전쟁신드롬에 사로잡혀 있도록 세뇌한다. 그들은 공장의 가동이 멈추기를 바라지 않는다. 전시체제는 일반인들이 느끼는 생존과 안위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걱정하는 두려움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더없이 매혹적인 투기의 기회다.   

 

론 처노의 <부의 제국 록펠러>에서 그의 탐욕스럽고 무자비한 자본가적 면모보다는 고결하기까지 했던 자선제국에 경도되었던 시간들이 이 <제1권력> 앞에서는 고도의 치밀한 기만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함을 가지게 한다. 물론 전자는 존 D. 록펠러 개인의 삶을 근접거리에서 촘촘히 복원해 낸 것이고 후자는 록펠러 개인 그 자체보다는 그 가문 전체가 모건 가문과 연합하여 어떻게 미국을 위시하여 세계 전체를 거대한 투기의 장으로 변질시켰는지에 대한 비판적 통찰의 프리즘을 통과한 해석이다. 또한 같은 미국인이 자국의 거부에 대한 기본적인 경외의 심정을 바탕으로 중립성을 유지하고자 했던 노력과, 바깥에서 일본의 반전운동가가 호모 이코노미쿠스로서의 전제를 바탕으로 그 탐욕스러움을 조망한 것은 분명 본질적인 차이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이 차이점을 인정하고 들어간다면 한 가문에 대한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시선과 자선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은 분명 의미있고도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제1권력>은 모건가록펠러가, 이 양대 자본가가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각료직에 자신의 충견들을 앉혀 암암리에 백악관을 두 집안의 하수인들로 채우고 수송, 자원, 과학, 기술, 식량, 정치, 군사, 사법, 보도, 오락 등 전분야들을 어떻게 좌지우지한 지에 대한 밑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20세기의 다양한 중대사건을 추려낸 후, 이 사건에서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 인물의 가계도를 작성하여 모건가와 록펠러가와의 은밀한 연결망을 들어냄으로써 역사의 진상을 모건-록펠러의 언어로 다시 써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 결과는 소름끼치도록 경악스럽다. 1.2차 세계대전, 나치스, 매카시즘, 노벨상, 올림픽, 케네디 암살, 워터게이트, 한국전쟁, 이란.이라크 전쟁, 아카데미상 등 굵직한 사건들과 조직중 어느 하나 이 음험한 자본가들의 계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평화로운 중립국을 표방하며 유유자적하는 스위스의 바젤클럽, IBRD,IMF, UN  등도 기실은 모건과 록펠러들의 수족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수많은 대의들, 진실한 가치들은 하나의 기만과 연극으로 치환되고 오직 물적 지배력의 유지와 확장에 사로잡힌 탐욕의 전형들은 규벌을 형성하여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각계각층에 자신의 의붓자식들을 심어 놓는다.   

또한 독일,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미국 자본과의 결탁은 추잡스럽기까지 하다. 기실은 히틀러를 용인하고 그의 자금력을 키워주었다는 얘기다. 평화주의자 근절을 위하여 파시스트 전술을 택한다게 논리로 작용했다. 돈 앞에서 가치사전은 분서되어야 할 모양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국전쟁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이전 한국과 미국이 군사협정을 이미 맺은 터였고, 51년~53년 네바다주에서 무려 30회나 핵실험을 하다 휴전 한 달전 갑자기 중단했다는 얘기는 록펠러가와 모건가가 개전 날짜와 종전 날짜를 정확하게 인지했었다는 얘기와 맞물려 전쟁 촉발의 중추를 짐작케 한다. 초등학교 시절 일요일 새벽의 그 아늑하고 평화로운 시점 갑자기 북한이 남침하였다는 그 도발의 서사는 하나의 우스꽝스런 내러티브로 전락한다. 한참후에야 그것이 아닐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지만 막상 그 전말을 일본인 저자의 입으로 듣게 되다니 아이러니하다. 다카시는 이 전쟁이 원.수폭 예산을 끌어내기 위해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또한 저들이 우려한 휴전으로 인한 군수경기침체가 현실화되지 않아 만족해한 모습에 대한 묘사는 우리가 쓰는 역사라는 것이 과연 가능은 한것인가에 대한 무력한 절망감마저 자아낸다. 아니, 과연 우리라는 주어를 동원하는 것이 하나의 기만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휴전 이후 베트남 전쟁을 개시한 것에 대한 저들의 주도면밀함도 결국은 전장이 아닌 하나의 투기장을 예비하고 무고한 젊은이들을 총알받이로 동원한 잔인함인 것이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의 아홉살 오스카는 수많은 각본과 각종 낭설과 추측이 난무한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는다. 오스카는 일본에서 미국의 원폭투하로 딸아이를 잃은 엄마의 인터뷰 내용을 반아이들 앞에서 틀어준다. 정작 버섯구름을 목격하지는 못한 그녀는 상처에서 구더기가 끓는 채 죽어가는 딸아이의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죽고 싶지 않다, 고 절규하던 모습. 인간에게는 그것이 전부인 것이다. 살고 싶고 숨쉬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하고 싶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이런 기본적인 일들이 거대한 탐욕과 그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음모 앞에서는 자질구레하고 짓밟아도 되는 것으로 전락한다. <제1권력>을 읽으면서 오스카가 떠올랐고, 러브 어페어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오버랩됐다. 수많은 연인들의 기다림과 만남의 낭만의 상징인 그곳이 이 음험한 세력들중 하나로 백인극우세력인 K.K.K를 지원한 듀폰의 부사장이었던 이의 작품이라는 대목은 그 낭만마저 퇴색시켜 버리는 것이다.  

사랑을 얘기하고 진실의 아름다움에 기대는 모습이 유치하고 설익고 심지어 무지한 것으로 전락하는 시대를 경멸해도 될까. 그래도 결국 역사에는 자정능력이 있고 생명이 숨결에는 향내가 스며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려도 괜찮을까. 무언가를 안다는 것이 더이상 슬픈 일이 아닌 시간들을 살고 싶어진다. 

P.S. <제1권력>에서는 할리우드의 진진한 뒷얘기와 스타들의 정치권과의 결탁에 관한 얘기도 맛볼 수 있다. 젊은 남자에게는 매력을 못느낀다는 케서린 제타 존스의 남편 마이클 더글러스의 용기있는 행보가 인상적이다. 그의 엄청난 재력과 능력에 대한 열변을 들은 기억이 나는데 GE의 사원이 원자로 사고 위험성 경고한 행동에 제인폰다와 함께 용기있는 지지를 보여주었단다. 그의 아버지들 커크 더글라스와 헨리 포드가 할리우드 빨갱이 사냥시절 역시 용기있고 결단력 있는 태도를 보여줬던 것과 연결된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거의 유일한 진실의 편에 선 사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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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0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1권력, 사고 싶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도저히 소화를 못 할거 같아서 포기했는데, 블랑카 님이 리뷰를 올려주셨네요... 참, 저번에 제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같은 책은 평생 안 읽을거 같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블랑카 님의 (의식하지 못한) 엄청난 영향력에 의해서, 주문을 했답니다. 아하하.. 읽어야 하는데. 끄응. 책이 하두 밀려서~

blanca 2010-05-04 09:03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저는 요새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답니다. 다 읽고 주문하기. 이거 정말 힘들더라구요. 읽고 싶은 책은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가 생각해 보고 주문하려고 애 쓰고 있구요. 엄청나게~는 끝부분을 못읽었어요. 제1권력은 강추입니다. 마녀고양이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지금 책 주문하고 빠뜨린 책 생각나서 추가로 하려했더니 출고되어 가슴아픕니다.

순오기 2010-05-04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을 읽고 이런 글을 쓰는 님이 존경스러워요.
어려운 책을 못 읽는 나는 그냥 올려주는 리뷰로 만족할래요.^^

blanca 2010-05-04 09:06   좋아요 0 | URL
만족하실 만한 리뷰를 써야 할텐데요^^;; 봄감기가 아주 매워요--;; 순오기님도 조심하세요!

마노아 2010-05-05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서 다음 책 주문하기! 늘 새겨보지만 절대로 안 되고 있는 부분이에요. 이 글을 읽고 나니 이 책도 꼭 읽고 싶어졌어요. 아, 그치만 주문은 다음으로 미룰래요..ㅜ.ㅜ

blanca 2010-05-05 17:42   좋아요 0 | URL
거짓말한 셈이 되어버렸어요^^;;지금 서점 구경갔다 또 왕창 주문했어요 ㅋㅋㅋ 그러니 마노아님께 다 읽고서 주문하기 운운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pw0607 2010-05-2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제1권력>은 히로세 다카시의 다음책을 기다리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blanca 2010-05-20 13:43   좋아요 0 | URL
이 출판사에서 계속 출간 계획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 책도 사실 꽤 된 책이라는 데 놀랐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lkj0850 2010-06-24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전 딴지 리뷰보고 제가사는 동네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어서 황급히 읽어 보았습니다.. 한 2년 전인가 인터넷에 떠돌던 영상과 흡사하던데... 그 영화제목을 잊어버리고 말았네여.. 영화내용과 책의 내용이 넘 흡사해서..이번주에 겨우 다 읽긴했는데
시일을 두고 다시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드네여.. 과연 그 많은 전쟁은 뭘 위해서 필요했던것인지... 많은 의문을 갖게하는 책이었습니다..허리우드의 빨갱이 사냥도 그렇고,핵개발도 그렇고...

blanca 2010-06-24 15:44   좋아요 0 | URL
lkj0850님 반갑습니다.^^ 아..그런 영화가 있었어요? 딴지 리뷰도 한 번 찾아 보아야겠습니다. 예전 글을 읽어 주시니 괜시리 고맙습니다.^^
 

역사가 존 D. 록펠러에게 최후의 평결을 내린다면, 그것은 마땅히 그가 의학 연구에 기부한 행위가 인류의 진보에 이정표 역할을 했다는 것이어야 한다. 과학은 처음으로 머리를 얻었다. 보다 장기적인 대규모 실험이 가능해졌고, 그 일을 맡은 사람들은 재정상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 예술이 교황과 군주들의 후원에 힘입었던 만큼이나, 오늘날 과학은 관대하고 통찰력 있는 부자들에 빚지고 있다. 이러한 부자들 가운데 존 D. 록펠러는 가장 훌륭한 전형이다.
                                                                                                                                                -윈스턴 처칠
                                                                                                     

는 떠돌이 난봉꾼에 아내 몰래 다른 여인과 중혼한 아버지의 가장 역할을 대신하여 열 여섯 살에 일자리를 찾아나서야 했다. 찌는 듯한 8월의 찜통더위속  6주 동안 매일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노동 끝에 마침내 위탁판매회사의 보조장부계원으로 취직한 9월 26일을 그는 평생 취직기념일로 기억하게 된다. 

소년 시절부터 돈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돈의 주인이 되기를 갈망했고 빨간 장부A에 수입과 지출을 기록해 나가며 십만 달러 부자의 꿈을 꾸었던 존 D. 록펠러평범한 대중들이 갈망하는 물질적 부의 성취와 고결한 삶의 지향을 몸소 구현한 모순적 존재이다. 그는 미친듯이 벌고 미친듯이 저축해 폭포수처럼 자선을 베풀고 삶의 장막 뒤로 퇴장했다. 록펠러는 치졸한 거부의 전형과 위대한 자선의 전범을 동시에 구현하였기에 드러난 행적에 대한 수많은 해석들과 비밀스런 삶에 대한 각종 추측들과 억측들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숙명적 딜레마를 가진 인물이다.  

누군가의 삶을 대물렌즈로 들여다 보는 일은 어느 정도 염증스러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니까. 어떤 측면으로든 위대하다고 평가받은 이의 삶은 한층 더 그러할 수 있다. 성취의 길목에서 불현듯 마주치는 수많은 유혹들에 대한 타협과 굴복은 더 빈번할 수밖에 없다. 그의 삶을 조준하는 일은 그의 삶 전체를 주변인들과 시대적 배경과 치밀하게 직조해 낸 하나의 커다란 밑그림 안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무엇보다 그를 미워하면서도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려깊게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 전기를 쓰는 일은 그래서 애증의 작업이다. 드라마틱한 삶의 서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픽션적 감동의 잠재태다. 이 소중한 자료를 얼기설기 엮다 보면 그 과정에서 빈약함과 허술함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조심스럽고 더없이 위대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론 처노는 이 모든 것을 해냈다. 완벽에 가깝게. 금융전문가로서 19세기의 자본주의의 태동의 그 정열적이고 무모한 과정을 섬세하고도 사려깊게 재현해 냈고 그 속을 종횡무진 누비며 최초의 다국적 기업을 건설해 냈던 록펠러의 열정어리고 때로는 치기어린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으며 인생의 황혼에서 자신의 부의 제국을 자선의 제국으로 치환해 나가는 그 드라마틱하고도 예술적이기까지 한 고결한 모습을 우아하게 그려냈다. 또한 유려하고 깔끔한 번역으로 론 처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복원해 낸 번역자들에게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 사기꾼 아버지와 독실한 침례교도의 어머니 사이에서 

록펠러는 야누스적 인물의 전형이다. 탐욕적 자본가와 고결한 자선가가 공존하는 그의 모습은 사기꾼 의사로 행세하며 떠돌아 다니다 마침내 가족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중혼을 한 아버지 빅빌과 그런 남편을 묵묵히 인내하고 기다리며 여섯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 엘리자가 빚어낸 조합이었다. 그는 평생 독실한 침례교도로서 극도의 절제와 절약으로 돈에 대한 색정을 물려받은 아버지의 잔상을 지워내려 애썼다. 걸핏하면 집을 떠나 남은 가족들이 외상을 깔며 생활하게 만들다 불시에 크리스마스의 산타클로스처럼 나타나 그 외상을 자랑스럽게 갚아주었던 아버지의 모습은 어쩌면 록펠러가 돈에 대한 하나의 착각어린 맹목적 애정을 가지게 된 하나의 요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돈을 불확실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자 가족적 안정의 중추점에 놓인 것으로 이해했다. 청소년기 일하던 사무실 금고에서 사천달러 수표를 몇 번이고 꺼내보며 황홀해 했던 그의 모습은 잃어버린 부정에 대한 하나의 대체물로서 그것이 자리매김했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그는 돈을 미치도록 사랑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항상 돈과 함께 나타나 가족을 안심시켰으므로.   

# 현대의 자본주의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언들

19세기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의 모습은 21세기 한국의 삼성과 닮아 있다. 스탠더드 오일은 수많은 자회사를 간부위원회하에 통제하고 소유하였으며 노조의 합법성을 절대 인정하지 않았다. 경쟁적 위치에 있는 정유회사들을 파멸키시거나 사들이며 문어발식으로 확장하여 업계를 장악하였다. 당시 석유수송의 중추적 역할을 했던 철도회사와는 비밀리에 카르텔을 맺어 독점적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였다. 정계에는 반독점 법안을 결렬시키고 거대 기업에 우호적인 정책추진을 펼칠 의붓자식들을 심기 위하여 비자금을 살포하였다. 수많은 비리와 독점행위에 대한 소송에는 뻔뻔하고 거만하고 무책임하게 대응하여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우리의 거대 기업과는 달랐던 점이 있다. 물론 이후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그는 경영권을 제3자에게 넘겼고 기업의 이윤을 공공의 재산으로 간주했다. 이윤의 착취 과정의 논란과 노조에 대한 인식의 편협함에서는 그도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결국 결과론적 이윤의 상당 부분을 공공의 것으로 환원함으로써 공적 책임을 방기하지 않았다. 또한 아들 주니어 록펠러가 결국 노동자들의 파업을 중재하고 그들의 처우개선과 노조의 결성을 인정함으로써 가장 아픈 상처를 들어내는 용기있는 결단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모습은 후손들의 유전자에도 각인되어 흘러내려 오고 있다. 거대 독점 기업이 해체되고 그 후신으로 남은 엑슨 모빌의 주주로서 경영의 합리와와 환경친화적인 주주 결의안을 내어 놓은 그들의 모습은 현재가 과거로 화석화되는 것만이 아님을 방증한다. 우리의 모습은 결국 미래 후손들의 예고와 다름아니다.  

또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거대한 스탠더드 오일 트러스트를 과감하게 해체하며 반독점법을 천명하는 대목은 오늘날 우리 시장 경제에서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 경제적 이권과 맞물려 있는 거대 자본과의 손쉬운 결탁대신 그 재벌을 상대로 외로운 투쟁의 기치를 내걸고 시장질서 구현을 위해 분투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돌올하다. 정치잡종이라 불렸던 그가 스스로가 내세운 자본주의의 윤리적 대의를 실현하는 과정은 우리의 주인공인 록펠러를 잠시 뒤로 밀어놓게 할 정도로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 자선 제국의 건설, 그 아름답고 합리적인 도정

록펠러는 도움을 받는 사람의 도덕적 뼈대를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베푸는 법에 대하여 고민했다. 그의 자선은 즉흥적이거나 과시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퇴임후 하루에 한 시간씩 자선을 위해 일했던 그의 자선은 체계적이었고 미래지향적이었으며 겸손했다.  거액을 기부한 대학이나 설립에 참여한 기관에도 교수 임용이나 표현의 자유에 결코 간섭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 선행을 과장하지도 않았다. 그의 자선은 과거의 탐욕스러운 자본을 기반으로 한 악업에 대한 회개의 개념도 아니었다. 십대 시절 1달러를 벌 때도 10센트를 기부하고 그만의 '장부A'에 기록해 둔 전례를 봐도 그의 자선은 신앙으로 체화되어 성장했던 것 같다. 양면적인 의미로 그는 돈에 대한 확실한 지배 개념을 터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돈을 제압하고 마침내 거기에서 자유를 얻었다.  

# 거부의 가난했던 자녀들

여덟살 때까지도 이 거부의 외동 아들은 누나들의 원피스를 물려 입어야 했다. 실제 그는 성장과정중 자신이 부자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다고 한다. 록펠러는 집안에 모의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고 아이들에게 회계장부를 꼼꼼하게 기록하게 했다. 아이들은 집안일을 해서 용돈을 벌었고 자전거를 한 대 사서 네 명이 돌려타며 양보하는 법을 배웠다. 자녀들은 장성해서 배우자 문제, 혹은 칼 융의 정신분석에의 지나친 경도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기기도 했지만 예술가와 가난한 자들을 자신이 가진 것들로 도와주는 것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5대손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록펠러가가 다른 재벌가들과는 달리 후손들의 사치, 향락, 방탕한 사생활들로 회자되지 않을 수 있었던 연유를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극도의 억압적 가풍은 자손들의 신경질환으로 발현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는 절약은 해야 될 때 하는 것이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탠더드 오일의 등유 포장 깡통의 납땜 한 방울을 절약할 것을 권고하여 수십만 달러를 절약한 사례를 위시하여 그의 구두쇠 근성은 여러 곳에서 에피소드를 낳았다. 그는 돈이 적절하게 쓰이지 않는 것을 못 견뎌 했다.  

 

# 거인 평온하게 눈을 감다 

백 살까지 사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던 그는 자신의 인생에 깊은 영향을 끼쳤던 애버뉴 침례교회의 융자금 전액을 대신 갚아주고 바로 그 날 새벽 잠든 상태에서 평온하게 숨을 거둔다. 98번째 생일을 6주 앞둔 날이었다. 론 처노는 그가 사망했을 무렵 커다란 악의 세계로부터 헤아릴 수 없는 선함이 쏟아져 나왔으므로, 록펠러는 그 자신이 기대하고 확신했던 하나님의 마중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며 덧붙인다. 록펠러가 죽은 뒤 아들 록펠러 주니어는 자신의 이름 뒤에 주니어(2세)라는 표현을 없애지 않기로 했다. "존 D. 록펠러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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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4-2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좋은 리뷰입니다.
록펠러는 진짜 현대 사회에서 추구하는 인물의 전형 같아요.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베푸는. 그리고 정말 미국적인 인물이죠. 감탄은 하면서도, 저는 왠지 정은 안 가여. 너무 완벽해서 그럴까요? 록펠러 전기를 저번에 사시더니 다 읽으셨네요.... 저는 요즘 융의 자서전 읽는 중 이랍니다.

blanca 2010-04-28 16:3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융 자서전도 있어요? 우아! 안그래도 여기에 록펠러 딸이 융을 거의 숭배하다시피 하며 따라다니거든요. 그런데 또 프로이트가 융을 그렇게 싫어했다면서요. 그런 얘기들이 나오더라구요. 꼭 리뷰 써주세요. 저는 히틀러랑 융의 리뷰를 기다릴게요. 부담 막 드리고 있죠?^^;;

반딧불이 2010-04-28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이름만 듣던 록펠러에 대해 조금이나 알게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blanca 2010-04-28 16:30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의 소세키에 대한 섬세한 리뷰는 제 독서를 돌아보게 합니다. 제가 더 고맙죠.

루체오페르 2010-04-2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한권을 함께 읽은 기분입니다. 좋은 리뷰 감사히 잘 봤습니다.^^
ps : 칼 융 자서전의 제목은 '기억 꿈 사상' 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4-28 20:20   좋아요 0 | URL
루체님.. 오홋... 저는 지금 읽는 중이면서도 제목이 기억 안 났는데요.. ㅋㄷㅋㄷ
아..... 존경스러워라~

blanca 2010-04-28 23:16   좋아요 0 | URL
루체오페르님 감사합니다. 당장 찾아 보았답니다.

루체오페르 2010-04-29 00:53   좋아요 0 | URL
마녀님, blanca님 두분 다 제가 영광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4-29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록펠러도 록펠러지만 이런 평전을 지을 수 있는 저술가들이 있다는 사실이 부럽습니다.가까운 일본만 해도 전기작가들이 많이 활동하더군요.

blanca 2010-04-29 15:05   좋아요 0 | URL
예..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전기작가들은 한 인물과 시대를 재평가하는 중책을 맡게 되는건데. 이게 결국 역사관과 각종 정치 경제 정책들에도 전범이 되거나 반면교사로 역할을 할테니까요.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좀 삼천포로 빠지자면 국사가 수능에서 빠진다는 얘기듣고 정말 충격받았답니다.--;;

후애(厚愛) 2010-05-01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그리고 항상 건강하시구요.^^

blanca 2010-05-01 23:00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요! 이미 행복하게 보내고 계시겠죠?

순오기 2010-05-0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돈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쓴 부자였군요.
자식들이 부자라는 걸 느끼지 못하게 키웠다는 것도 대단하네요.

blanca 2010-05-01 23:01   좋아요 0 | URL
오늘 딸아이가 사달하는 구두, 펜, 다 사주면서 록펠러 생각했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요^^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김훈 <자전거 여행> 서문 중 

그 어두운 방이란 바로 문학이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 천당과 지옥의 접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환상의 공간이 바로 내가 꿈꾸는 공간이다.
                                                                                                                         -김연수 <여행할 권리> 중 

일산에서 이제 사십대와 육십대의 들머리에 진입한 김연수와 김훈은 종종 어울린다. 그 둘의 문체는 완연히 다르다. 김훈의 그것이 건조하고 치열하게 불가해한 운명에 맞선 흔적들을 밀어넣는다면 김연수의 문장은 끝까지 가보려고 고군분투하는 그 과정 자체를 몇 줌씩 아쉬움과 그리움에 묶어 보여준다.  

둘이 만나는 지점은 언어로 함축해 낼 수 없는 그것에 가 닿았을 때 느끼는 막막함과 아쉬운 체념의 공감이다. 그럼에도 그 둘은 세계의 끝으로 밀고 나간다.  

삼십대오십대는 지나온 시간들이다. 다만 새천년에 당도하기 직전 출발의 어느 지점 그 시간을 공유했을 지도 모른다. 둘 다 이 여행을 1999년에 시작했다 

  

 

 

 

 

 

 

 

 

김훈이 풍륜에 몸을 싣고 세상의 길들을 몸 속에 들여보냈다 흘려보내며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겨 결국 평평해진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김연수는 세계의 끝 국경에서 붉은 아이스크림 같은 태양을 대면하고 존재와 삶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을 던진다. 아직 답해지지 않은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은 필연과 우연의 조합 속 시간들에 스며 있는지도 모른다. 질문을 던지는 행위가 답을 깨닫는 그것보다 설익은 날것일지라도 그것대로의 미숙한 아름다움의 의미를 지닐 것이다. 오십대의 깨달음으로 삼십대로 돌아가 본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질문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속단하고 실수하는 처절함이 가지는 중량감은 존재의 중량감과 통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가장 많이 넘어지고 가장 많이 울었던 시간들, 내가 가장 나를 절절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것을. 그 때는 꿈을 꾸고 있는 세계 앞에 유일하게 혼자 깨어있는 나 자신에 대한 착각으로 충만하다. 그래서 젊음은 언제나 슬프고 언제나 부럽다.

김연수는 소통이 하나의 미망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명제를 서사화하고 있다. 김훈은 담담하게 그런 소통에 대한 열망마저 밀어놓고 묵묵히 삶을 살아나가는 인간들에 대한 관조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의 삶에서 김연수가 여행 중 만난 외국인들과의 소통에서 느끼는 그 벽 앞에서 감정적 좌절을 체념적 이해로 마무리한다면 김훈은 소통 그자체에 대한 열망을 접어버리고 그저 기착지에서 조우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나를 덜어주고 너를 나누어 받고자 하는 욕망이 그저 너의 삶의 체험들을 나눠 가지고 그 체험들에 연결되는 감정 안에서만 스치는 것으로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으려면 결국 우리는 나이들어야 하는 것인지. 살아간다는 것도 결국은 나는 나로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깨닫는 과정인 것인지 질문들이 넘쳐난다. 어느새 나는 김연수처럼 질문만 하고 있다.

스무 살적 나는 서른 이후의 삶을 상상할 수 없었고 나를 둘러싼 사물들에 시선을 던지는 대신 내 안으로 끊임없이 침잠했다. 삼십을 넘고 나서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들이 눈물겹다. 하나 하나 눈에 박아넣고 마음으로 느끼고 싶어 안달이 난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밖에 알아나갈 수 없다. 나는 사십 이후의 삶을 상상하지 않으려 한다. 상상하지 않아도 이제 그 이후의 아름다움들이 예비되어 있음을 막연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덧없는 것들이 영원하다는 것을 깨달은 김연수처럼 사십 고개를 넘을 것이고 김훈처럼 구태여 고달픈 진화의 대열에 끼어들지 않아도 되는 먹이사슬 맨 밑바닥의 아름다움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며 오십 이후를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영원히 가져가고 싶은 것은 그래도 아름다움의 힘이 현실을 개조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김훈의 끝나지 않는 소망의 대열에 참여하고 싶다는 무리한 욕심이다.  

원근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지상의 한 점 위에 결박하고, 그렇게 결박된 자리를 세상을 내다보는 관측소로 삼는다. 이 부자유는 사람들의 눈 속에 편안하게 제도화되어 있고 그렇게 관측된 세상은 납작하다.
                                                                                                                                  -김훈 <자전거여행> 중 

 
우리는 질문하고, 그리고 그 질문의 해답을 찾아 여행할 수 있을 뿐이다.
                                                                                                                              -김연수 <여행할 권리> 중  

                                                                                                                                 

나를 좌표로 고정하고 어그러진 시선으로 세상을 폄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연수의 세계의 끝에 가 닿아 보기 위해서라도 계속 여행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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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4-2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역시 김훈 님 쪽에 쏠린답니다. 묵묵한 관조.
소통이란, 억지로 되는게 아니잖아요. 20대일 때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고 설득할 수 있고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 믿었던거 같습니다. 이제는,, 이만큼은 내 영역, 저만큼은 네 영역.. 이렇게 같이 나아가는게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블랑카님의 정보로,, 아침부터 책 쇼핑 실컷 즐겨서 즐겁긴 한데,, 파산입니다, 책임지세요!! ㅋㄷㅋㄷ

blanca 2010-04-20 17:3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랑 평전 같이 읽고 토론좀 해봐요 ㅋㅋㅋ 중고책주문의 문제는 그 판매자가 파는 책 검색하면 대부분 취향이 비슷해서 대박으로 지르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 죄송해요^^;;

소통은 일정부분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해시킬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는 착각이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0-04-21 11:58   좋아요 0 | URL
평전 읽고 토론도 좋지만, 블랑카님과 수다도 즐거울거 같아요.
어쩐지 비슷한 느낌을 가진 분 같아서, 친근해여.
오늘 날 흐리네........ 서로의 행운을 빌어주며, 커피 한잔.
갑자기 <네버 엔딩 스토리>의 행운의 하얀용이 생각나여.. 역시 생각이란 놈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니까. ㅋ

순오기 2010-04-24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갖고 있는 책은 대충 휘리릭 념겨만 보고 안 읽고, 없는 책은 소유 욕심에 갈망하는 모순이라니
여행할 권리는 있고, 자건거 여행은 없고... ^^

blanca 2010-04-25 13:1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 자전거 여행은 몇 년 전에 할인행사할 때 사놓고 안읽고 묵혀뒀던 책인데 알라딘 서재 어떤분이 인용해둔 대목이 좋아 다시 들춰보다 정말 반한 책이에요. 아아아. 진짜 순오기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제가 선물해 드릴까요?

순오기 2010-04-25 15:01   좋아요 0 | URL
자전거 여행, 초등학교 도서실에 학부모 책 구입했던 288권 속에 넣으려고 대충만 봤거든요.ㅋㅋ
내 책으로 밑줄 긋고 꼼꼼하게 봐야 필요할 때 인용하게 되니까...님은 그냥 갖고 계세요.^^
 

 

금요일 밤 열한 시 불타는 떡볶이와 김말이 및 각종 튀김을 폭식한 덕택에 한 시간 동안 고통에 허덕이며 화장실에 앉아 있었다. 일이 좀 될라치면 딸아이가 문을 벌컥 열고 "노래불러주까?"를 반복. 그 순간은 세상 모든 영화도 다 덧없어지는 것이다. 복통에 시달리지 않는 나머지 사람들이 모조리 부러워진다. 그 후로 컨디션은 계속 난조다. 부글부글 끓는 배를 움겨잡고 소세키의  단조로운 <마음>을 건성으로 읽으니 집중이 될 리가 없다. 나쓰메 소세키의 <그후>를 읽고 퍼지는 백합 향기에 취한 것은 다 옛날 얘기가 되고 말았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합체가 되어야 하는데 건전하지 못한 장운동과 은은하고 단조로운 <마음>은 불협화음 그 자체였다. 리뷰를 쓰기 부끄러울 정도로 건성으로 까리하게 손톱 세우며 끝냈다. 몸컨디션이 안좋을 때 소설은 집중이 안되고 자꾸 날을 세우고 허구의 빈약함을 끄집어 내게 되어 논픽션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진실로 빈약한 장르 이동의 근거를 내세워 본다.

장바구니를 채웠다 끄집어 냈다 난리 부르스를 쳤다. 원래의 장바구니는 이러했다.

 

 

 

 

 

 

 

서재에서 살다 보니 결국 읽는 책도 서재지기님들의 추천의 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하이드님 서재에서 보고 서점에서 실물도 직접 보았는데 유명인들의 성공에 얽힌 뒷얘기에  확 구미가 당겼다. <제1권력>은 진지함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리뷰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JP모건과 록펠러로 대변되는 미국의 두 독점자본이 어떻게 미국을 중심으로 세게 전역의 정치,경제, 군사, 사회,언론, 사법, 자원 등를 교묘하고 은밀하게 지배한 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얘기다. 저자인 일본인 히로세 다카시는 반전 평화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이 책은 한동안 일본에서 외압으로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예전에 케네디 암살 사건의 배후를 파헤친 작은 책자를 읽은 적이 있는데 주로 미국의 군수산업의 복마전의 암시만을 흘리다 끝냈다면 이 책은 그 군수산업 자체를 근원적으로 조종한 자본의 각축장에 대한 얘기다. 앞서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책의 저자도 일본인이었는데 거대한 미국의 헤게모니 앞에서 진실의 실체를 발굴해 내는 역할을 자처할 수 있는 국력의 방증인지 아니면 저널리즘에 대한 성향 탓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들은 장바구니에서 다 빠지고 정작 몇 번 들어왔다 나갔다하다 결국 주문하게 된 것은 <부의 제국 록펠러>다. 

 

 

 

 

 

 

 

 <제1권력>과도 맞물리는 지점이지만 록펠러의 유년기부터 98세로 (와우!) 죽을 때까지(목표는 백살까지 사는 거였다고 한다. 대단하다. 수명도 목표를 세워놓고 거진 이루어 낸 그의 주도면밀함이)의 생애 전체를 천 삼백여 페이지에 걸쳐 철저하게 고증하고 복원해 놓았다고 한다. 저자인  론 처노는 시사 평론가로서 J.P. 모건과 금융 권력의 이동에 대한 책으로 국내에서도 큰 호음을 받은 전력이 있다. 록펠러와 J.P.모건이 미국인들에게 가지는 체감적 의미는 바깥에서 우리가 머리로 느끼는 것과는 그 무게와 감응도가 하늘과 땅 차이일 것 같다. 그럼에도 한 인간의 생애를 전면적으로 파헤치고 해부하여 죽음까지 천착하는 그 과정을 훔쳐보는 것은 인생의 편린만을 디딜 뿐인 우리가 유일하게 삶 전체를 총체적으로 그것도 가장 성공했다는 신화로 남은 한 사내의 인생을 조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매혹적이다. 자서전과 평전은 그래서 언제나 나름의 의미와 감동을 보장하는 것 같다. 한 인간의 삶이 물론 자서전이나 평전의 대상으로 간택됐다는 데에서 평범한 우리들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시시하게 다가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삶의 결속에 들어가 버둥대다 다른 차원으로 가거나 혹은 마침표를 찍는 과정을 펼쳐 보면 그 하나로 대하소설의 전범 같다.

그러나 이 두께. 이 가격의 압박. 멀미가 나서 몇 번이나 망설이고 집 앞 대학교 구내서점까지 마실가서 들었다 놓아도 보고 중고서점의 그 간질간질한 지금 아니면 놓쳐 버릴 것만 같은 초조함에도 낚여 결국 주문했다. 요즘 책값들의 상승추이를 보면 대체로 권당 만오천원 선에 근접한 것 같다. 그렇다면 여러가지로 할인받아 이 정도 두께와 저자의 노고가 들어간 책을 구입하는 것도 낭비는 아닐 것 같다고 자위해 본다.   

이 책을 포기하지 않고 다 읽고 마침내 리뷰를 쓸 수 있을까? 난망시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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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4-18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복통은 이제 사라진건가요?
저도 몸이든 마음이든 상태불량일 땐 역시 소설보다 비허구 쪽으로 고르게 되더군요.
소설 읽다보면 집중 안 되고 마음은 난삽하게 아무곳으로나 왔다갔다 그러구요.^^
님, 리뷰 쓰실 수 있다에 한표요!!

blanca 2010-04-18 21:2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결국 진통제로 ㅋㅋㅋ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좀 읽으며 위와 장을 다스려 보려고 합니다. 남편 말로는 제가 인터넷과 책만 봐서 건강이 악화된 거라고 진단을 내리더라구요--;;그렇죠? 정말 집중이 안되더라구요. 리뷰는. 아, 다 읽는데 의의를 두려고 하는데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들고오실 택배 아저씨의 수고와 책값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읽어 보려고 합니다. 마지막 남은 주말 잘 보내세요.

마녀고양이 2010-04-19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9만원 대의 히틀러 전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중이여염. 진짜 땡기는데 넘 비싸여. ㅠㅠ
블랑카 님도 장이 약하군요? 난 컨디션 난조일 때 기름기 많은 고기나 고추가루 너무 많은 음식, 생인삼, 알로에 주스 이런거 아주 직방이예요. 화장실에서 눈물 찔끔거리며 몇시간 살아요. ㅋㅋ. 그럴 때는 온갖 잡생각이 다 나면서, 세상 자체가 원망스러워져여~ 히힛.

blanca 2010-04-19 14:33   좋아요 1 | URL
구만원이요? 그런데 히틀러의 전기라니 정말 흥미진진할 것 같아요. 혹시 중고로 나오지 않나 기다려 보시면 중고로 나오는 수도 있으니 기다려 보세요. 저는 위와 장이 교대로 난리랍니다. 그래도 절제하지 않으니 자업자득이지만요--;; 속쓰려도 커피 마시고 배탈나도 매콤한 것 먹고. 이러면 정말 안되는데.. 히틀러 전기 검색 한 번 해봐야겠어요. 가격 보고 진짜 깜짝 놀랐어요^^;;

L.SHIN 2010-04-1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아이가 문을 벌컥 열고 "노래불러주까?"를 반복"

아, 여기서 그만 '그 귀여운 모습이 어땠을까'하고 웃음이 지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서재에서 살다 보니 결국 읽는 책도 서재지기님들의 추천의 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말 정말로 공감합니다.(웃음)

blanca 2010-04-19 14:34   좋아요 0 | URL
L.SHIN님 사람이 기본적인 욕구에 방해를 받으면 한없이 초라해진답니다.--;; 막 화가 나더라구요. 그죠? 서재에 올라오는 책들이 다 사정권에 있다보니 서재를 들여다 볼수록 책을 더 지르게 되는 것 같아요.

穀雨(곡우) 2010-04-20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비슷한 취양이 중첩되는 모양입니다. 알라딘지기님들은 어떻게든 좋은 책을 마구마구 잡아 내어 오는 지...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아마 그 많은 것들을 다 주워담아 내려면...허더덕^^
<제1권력>과 <부의 제국>은 궁금하네요. 아울러 말콤 글래드웰의 이야기도...ㅋㅋ
아웅...장이 편해야 만사가 편한데...

blanca 2010-04-20 17:36   좋아요 0 | URL
곡우님.이제 좀 편안해졌답니다.^^;; 저도 기대됩니다. 열심히 읽어볼게요.

기억의집 2010-04-2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 1권력이 눈에 띄어요. 하지만 이젠 책 그만 사려고요. 이 사지 않겠다는 타령을 얼마나 하는지. 저 자신도 지겨울 때가 있어요. 사 놓은 책 다 읽고 사면 괜찮은데 문제는 아니라는 것.
록펠러를 사수 하셨군요.
그런데 블랑카님 애 키우면서 1300페이지의 압박이 가능하세요?

blanca 2010-04-21 12:00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정말 그렇네요.--;; 다른 책은 돌아보지도 않고 칩거해야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이런 책 잡고 있으면 책값이 굳더라구요. 중고서점 완소합니다.! 그런데 결국 판매자 것 다 둘러보다 보면 돈을 더 쓰게 되더라구요.

도서관이 근처에 있으면 좋겠는데 그도 아니라서 참 난감합니다.
 

비를 맞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추리해 보이지  않을 설익음과 당당함이 있었다. 이제는 비를 맞고 있으면 조금 불쌍해 보일 만한 처지가 되었다. 비를 맞지 않고 빗소리를 들을 수 있어 다행스럽다. 빗소리는 그 어떤 배경음악보다 단조롭고 거슬리지 않는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었다. 소설 같았다. 김용철 변호사의 얘기가 신뢰성이 부족해 봬서가 아니라 그가 외부에 나와 토해낸 내부의 얘기들이 모이니 하나의 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대기업들의 눈가리고 아웅식의 편법 승계와 횡행하는 부조리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도 삼성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와 그 신화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욕하더라도 마지막은 그래도 삼성이잖아,라고 변명거리를 만들어 주었었다. 그래서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불편했을런지도 몰랐다. 언론에 의해 주입되고 각종 경제 지표에 깊게 물려 있는 거대 기업의 아우라에 물들어 우리는 그의 얘기를 경청하는 데 인색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삼성이 진심으로 불편해졌다. 거대 이익 밑에 깔린 도덕을 목도하는 일은 괴롭고도 아픈 일이었다. 언제까지나 이런 모습에 익숙해져서는 안될 터다. 불편하고도 아픈 진실을 들추어 내고 타성과 관성을 벗겨 내는 일은 숙명적으로 저항과 거부감을 동반한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존재의 방점을 찍어가며 살고자 한다면 그 소롯길을 피할 도리가 없다. 상쾌한 기분전환을 필요로 한다면 권할 수 없는 책이다.  

   

한 때 <냉정과 열정 사이>의 열풍이 대단했었다. 두 작가가 나란히 연인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고백한다는 발상 자체가 파격적이고 신선했던 것 같다. 잘 뽑아낸 작가들의 사진도 홍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츠치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의 얼굴선은 그대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환영을 만들어 냈다. 텍스트가 작가의 존재로 이미지화되는 경험은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배경인 이탈리아의 두오모도 더불어 각광받았었다.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녀의 책은 일단 잘 읽힌다. 복잡한 심리묘사도 지루한 배경 묘사도 없다. 푹 꺼지는 낡은 소파에 드러누워 졸며졸며 읽어도 왠지 다 작가는 이해해 줄 것만 같은 안온함이 있었다. 지극히 단조롭고 그 날이 그 날 같은 정말 드라마틱하지 않은 일상의 얘기들을 줄세워 놓았는데 그것을 하나하나 만져 보는 일에 중독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작 <빨간 장화>는 그런 단조로움이 더이상 나와 소통되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이별의 예감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나는 그 자리를 떠나려고 하나 보다. 식상하다고 감히 얘기할 수 없는 것은 나는 이 작가를 좋아했고 지금도 미련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를 여전히 사랑하는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은 지금 가고 있다.

김연수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말미에 실린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해설이 돋을새김처럼 떠오른다. 좀 과장하자면 신부측 하객이 신부보다 더 예쁜 경우 같다. 해설이 너무 좋았다,는 어느 리뷰어의 말에 말미의 피로감을 누르고 주의깊게 읽었다. 시적인 언어로 쓰인 작품에 대한 사려깊고 진지한 해설은 기대이상이었다. 맥락의 독서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수전 손택의 소설론이 인용되었고, 체호프의 단편의 떨림이 전해졌다. 김연수가 번역하고 오마주를 바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도 들이민다. 그러니 내 시야 반경 안에 들어올리 없었던 수전 손택의 책들이 들어왔고, 체호프의 단편에 압도되어 미친듯이 중고로 산 단편집에 줄을 좍좍 그어대고, 마침내 카버의 <대성당>까지 읽게 된 것이다. 이 정도라면 나는 신형철에게 오마주를 바쳐야 하는 건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은 <대성당>을 읽고 있는데, 아니 레이먼드 카버를 읽고 있는데(참 이상한게 왜 작가의 작품보다 작가를 읽는다고 해야 간지가 나는지,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아주 좋아 죽겠다고 과장하지는 못하겠다. 단편이 정말 끝내준다,는 생각을 줬던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얘기들과 아퀴를 지어야 하는 얘기들이 엉키는 그 교차로에 선 작가의 혼란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대단하다고 느꼈던 단편선은 솔제니친과 오정희 정도다.  

레이먼드 카버의 얘기들은(아직 표제작도 읽지 못했지만) 그리 대단한 얘기들도 아닌데 일단 재미있다. 동료집에 방문했다 그 집의 아기를 계속 보여 달라고 졸라대는데 안주인이 지금은 자게 하고 깨면 데려오겠다고 못 박는 그런 얘기.(사실 내가 그랬었다. 하도 시달리다 보니 손님들에게 아기를 깨워 보여주고픈 마음까지 사그라들더라.) 그렇게 귀하게 용안을 대면할 기회를 얻었으나 막상 못생긴 아이를 보고 거짓으로 예쁘다,고 못해주며 여럿이 무안해지는 그런 장면들에 대한 얘기. 그러니 너무 사실적이고 너무 적나라해서 되레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는 누가 소설로 써주기 전까지는 대놓고 하기 참 힘든 사연들이다. 

그리고 오고 있다. 이 책들이. 괜히 이런 책들이 읽고 싶어지는 때다. 뜨고 싶은가 보다. 

 

 

 

 

 

 

 

언제나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빠지기를 거듭하는 책들.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 너무 사랑한다고 외쳐대는 바로 그 책들. 나는 언제쯤 읽게 될까. 그리고 이 망설임은 뭘까. 

 

 

 

 

 

 

 

망설임의 이유는 단 하나다. 책장이 잘 안 넘어갈까 걱정되서다. 좋은 책이 언제나 기똥차게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누가 좀 재미있어 죽겠다고 당장 읽으라고 등좀 떠밀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요즘 드는 걱정들은 독서 편식이다. 문학과 심리학, 처세술, 자녀교육 쪽으로만 기우뚱하고 인문사회과학쪽으로는 담을 쌓은 독서가 현실감각을 마비시키고 있지 않나 심히 걱정된다. 꿈만 꾸지 그 꿈으로 가는 현실적인 이정표에는 청맹과니처럼 우둔하다. 그러니 각종 사회 현안들을 나의 열등감이나 투사시켜 극도로 흥분하고 떠들기나 했지 나름대로의 프리즘을 통해 통찰력 있게 해석하고 제대로 비판하는 일에 서툴다. 욕하기 위한 욕을 주워섬기는 일에 매달리다 보면 사람이 추해진다. 그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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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4-13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때마다 느끼지만 글을 참 잘 써요.
나는 대체 묘사가 안돼서 있는 그대로만 옮기니 재미가 없어요.ㅜㅜ
나도 이런 거 써야 하는데...읽었던 책, 읽다만 책, 읽어야 할 책~ ^^

blanca 2010-04-13 17:0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칭찬은 언제나 기분이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유명 블로거인 순오기님 글이 재미가 없다니요. 순오기님 글 읽다 가슴 찡한 감동을 많이 받았답니다.

다락방 2010-04-13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의 세권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과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마치 저를 위한 선택인것 같아요. 제가 모두 대단히 사랑하는 책들이에요. 특히 [엄청나게~]는 제 인생의 책이라고 선택할 만큼 아름답고 감동이 충분한 책이지요. 책장이 잘 안넘어 갈 것 같다는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엄청나게~]는 가끔 처음에 멈추는 사람들을 보긴 했지만, 사실 몇장만 읽어도 꽤 사랑스러운 소설이거든요. 저도 최근에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읽고 엄청 충격 받아서 중권도 사두었어요. 세 권 다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실 거에요. 정말로요. 제가 지금 등 떠밀고 있는거에요, blanca 님.

blanca 2010-04-13 17:0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셨군요. 위 세 책을 다 읽으셨군요. 우와! 저 책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봤답니다. 알고는 있는데 항상 뒤로 미루어 두게 되요. 꼭 읽게 될 거니 자꾸 미루는 건지, 참, 이상하죠?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에는 쌍둥이 형제가 나와 서로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면서요? 제 기억이 맞는 건지. 세 권인 줄 몰랐는데 알고 마음을 접었었는데 다락방님의 추천이라니 꼭 읽어야 겠습니다.

마노아 2010-04-1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너무 맛있어서 출력해서 읽었어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일단 눈과 코를 자극하는 글맛이 있네요. 제시하신 책들도 분명 그럴 것 같아요. 저 중에서 제가 읽은 책들은 그랬어요. 저도 다락방님처럼 등 떠밀어요. 마지막줄 책들 강추예요~

blanca 2010-04-13 17:1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제 글을 출력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마노아님과 다락방님 함께 등떠밀어 주시니 기꺼이 떠밀리겠습니다.

프레이야 2010-04-13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동감이에요.
김연수의 저 소설집, 읽다만 책이에요.
읽어야할 책들은 부지기수로 쌓여있구요.
좋은 하루 보내요, 블랑카님^^

blanca 2010-04-13 17:1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이 글을 아침에 봤어야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거시기한 날씨 속에 아기가 길거리에서 떼도 한바탕 써주셔셔 아주 고단한 하루를 보냈답니다.--;; 저는 요즘 최대한 책을 천천히 사고 안 쌓아두려 분투중이랍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stillyours 2010-04-13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나게->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내 인생의 책이라 감히 말할 수 있었던 책들!
표지만 보고도 두근거려요.
저도 다락방 님 뒤에서 같이 등 떠밀래요!

그리고 <엄청나게-> 읽고 나서 그의 아내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도 읽으시기를 바란다는 !

다락방 2010-04-13 10:23   좋아요 0 | URL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도 좋아요! 이것도 등 떠밀어 주세요. ㅎㅎ [사랑의 역사]보다는 제게는 [오스카 와오~]가 더 좋았어요. 어쩌면 니콜 크라우스가 사프란 포어의 아내라서 질투와 시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ㅎㅎ

그리고요 blanca님,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도요! 많은분들이 [엄청나게~]보다 [군인은~]을 더 좋아하시더라구요. 물론 저는 그래도 여전히 꿋꿋이 [엄청나게~] 가 더 좋지만 말입니다.

stillyours 2010-04-13 11:07   좋아요 0 | URL
아, 나도 시기와 질투에 한표! <오스카 와오>도 좋았는데 결말에서 다소 손발이 오그라들었..다는..거ㅋ
그나저나 <군인은->도 읽어야지 했는데, 이 댓글에 등 떠밀렸어요ㅋ [훈훈한 등 떠밀기군요]

blanca 2010-04-13 17:13   좋아요 0 | URL
moon님 반갑습니다. 인생의 책이라니 이 이상 더 강력한 추천이 있을까요? 그런데 부부 소설가라니, 정말 질투가 솟구치네요--;; <군인은-> 책도 찾아 봐야 겠어요.^^

마녀고양이 2010-04-13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네요.. 그런데 글을 보면서 실실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블랑카 님과 저랑 책 취향이 영 딴판인거 같아요,, 심리 쪽만 비슷하고.. ㅋㅋ
댓글다신 분들이 너무 좋은 책이라고 동의하시는데,, 전 평생 손이 안 갈거 같아요,, ^^
대체 소설 쪽은 고전이나 스릴러 추리 소설 빼고는 왜이리 손을 못 대겠는지,, 반성 중이랍니다. 흐흐.

blanca 2010-04-13 17:16   좋아요 0 | URL
소설을 한동안 안읽다 작년들어서인가부터 갑자기 이 쪽으로 너무 집중되서 그것도 균형을 위해서는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갈등했답니다. 취향이 다양한게 좋은 거지요. 제 여동생도 소설을 절대 읽지 않는답니다. 아무리 재미있다고 꼬셔도 그러는걸요.

JJini 2010-04-14 17:35   좋아요 0 | URL
저도 고등학교 때부터 20대초반까지는 소설을 읽지 않았었어요ㅎ그때는 소설은 너무 유치하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생각은 미쳐 못하고 말이에요~ㅋㅋ
시간이 지나니 자연히 손이가고 눈이 가더라구요.

2010-04-14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4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덕수맘 2010-04-1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고있으니 저책들에 푸욱 빠져보고싶네요..어쩜이래도 제맘같은지...너무 급하게 독서를 해서인지 요즘은 언친듯 쉽게 책을 못잡고 있는 제게 활력소를 넣어주셨어요..헤헤 오늘부터 다시 독서님과 친해지고싶네요..울아들의 방해만 아니면..ㅋㅋ같이 읽는걸 좋아해서..전 늘 동화를 읽어야하는,,,ㅋㅋ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위주의 동화책을 산후 후회한적이 많았죠..ㅋㅋ덕수가 안읽더라구여..난 재미있는데 스타일이 좀 다른가봐여..ㅋㅋ

blanca 2010-04-14 12:39   좋아요 0 | URL
덕수맘님 반갑습니다. 저도 그렇게 산 책이 있어요. 호랑이 할머니 얘기인데 구름빵 작업한 작가가 한 거라고 해서 너무 신나게 사서 딸애 앞에 주었더니 울고불고 난리났더랍니다. 이 책 너무 예쁘고 좋은데 한 번도 제대로 읽히지도 못했답니다. 저도 딸내미랑 스타일이 다른가봐요.--;;

blanca 2010-04-14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af0309님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나 봅니다.^^;; 저는 거의 한 오년 동안 그러다가 김훈의 칼의 노래로 다시 소설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2010-04-15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4-20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이상하게 엄청나게 시끄럽고~~와 존재의 세가지 비밀 모두 별로였어요.
많은 리뷰어분들의 엄청난 호응에 저도 읽었는데 저는 그저 그랬어요. 제 감성이 별난건지 이해력이 떨어지는 것인지... 하핫!

가오리여사도 제 취향이 전혀 아니었다는.
그러고보면 취향이란 것을 무시 못 해요. 그쵸?
안 되겠다.^^ 오늘 블랑카님 글은 여기까지~~ 하늘같은 남편 와서 밥 차려야해요^^
낼 다시 올께요^^

blanca 2010-04-21 12:08   좋아요 0 | URL
저 지금 엄청나게~ 읽고 있는데 몰입이 안되네요--;; 아...요새 잡는 소설들은 제가 취향이 변한건지 대체로 자꾸 허술한 부분이 보여요. 당분간은 논픽션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댓글 순서를 거꾸로 달고 있네요. 기억의집님 가장 먼저 단 댓글인데 가장 나중에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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