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어제 제 생일이었답니다. 구사일생 예전에 이력서에 참 많이도 써먹었어요.
그 정도로 제가 뭐 승부근성이 있다는 둥의 말도 안되는 과장의 근거로요^^;;
A디스켓에 제 생일을 어떤 것의 수단으로 저장해 두고 매일 가슴에 품고 다니며
나를 좀 써달라고 발이 부르트게 뛰어다니던 시간들이 지나갑니다.
사랑하는 사람보다 면접관에게 잘 보이려고 새벽에 일어나 화장하던 시간들.
대기실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 막 누르고 있던 순간들.
그 십 분도 안되는 시간에 저의 전존재를 농축해서 보여주려고 연기도 과장도 했던
그 설익은 장면들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이제 저는 청춘의 경계라는 서른 세 살의 기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왜 하필 서른셋이냐고 묻고 싶은 모양이군. 글쎄 서른셋은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돌아간 나이고
알렉산더가 거대 제국을 건설하고 죽은 나이지.
서른셋이 지나면 더이상 청춘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요절이란 말도 서른셋이 되기 전에 죽은 자들에게나 주어지는 것 아니겠나.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중
해야만 하는 일들을 불성실하게 하며 살아 온 삶이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성실하게 하며 살겠습니다.
제게 하는 약속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