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차의 꿈>을 봤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광활한 북서부의 삼림 풍경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크와 자연빛을 활용한 촬영 기법이 인상적인 영화다. 벌목꾼 로버트가 철도 건설 일을 하게 되며 우연히 목도하게 되는 폭력의 장면은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의 복선이 된다.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부부를 꼭 닮은 사랑스러운 딸을 얻고 생각지도 않았던 비극에 직면하게 된 한 사내의 일생을 잔잔하게 조망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결국 모든 것들과 서로 겹치고 얽히며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철도 노동자들, 벌목꾼들이 어두운 밤 타오르는 모닥불 옆에서 나누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아름다운 산문시처럼 들린다. 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원작자는 소설가 데니스 존슨이다. 


기차의 꿈 - 나무위키


















데니스 존슨의 소설 <예수의 아들>은 <기차의 꿈>과는 많이 다르다. 열한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집의 화자는 너무 젊고 술이나 약물에 취해 있거나 범죄를 저지른다.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보다 더 자유분방하고 더 대책 없는 나쁜 남자다. 현실에 있다면 그 누구도 결코 좋아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인물이다. "요령을 모르고", "이질감, 겉도는 느낌, 깊은 패배감"에 휩싸여 있는 남자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날입니까?"라고 말하는 세계는 거부감이 들고 폭력적이지만 놀랍도록 통찰력이 번득이는 날카로운 문장들로 독자를 매혹한다. 소설 속 주인공의 여자를 대하는 태도나 대사는 분명 문제적인데 그가 삶에 대해 느끼는 혼란과 그 본원적인 절망에 대한 묘사의 통찰력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데니스 존슨의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급소를 가격하는 힘은 미국 소설 쓰기의 미학에 대한 하나의 교본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독특한 색감과 질감의 표지와 도발적인 편집도 훌륭하다. 


잠시 후 하디가 조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을 하는데요?"

그러자 조지가 말했다.

"생명을 구해요."

-데니스 존슨 <응급실>


그 생명을 구하는 남자는 본인은 정작 자기가 운전하다 토끼를 치고는 그 뱃속에 있던 새끼를 죽게 놔뒀다고 주인공을 저주하는 모순적인 캐릭터다. 읽는 이들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허들을 가뿐히 뛰어넘어 그것을 현실적인 삶에 통합하는 놀라운 이야기들의 향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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