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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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쥔 물과 같은 내밀한 욕망을 보았다. 

질금질금 흘러내리고 마지막까지 손에 남은 것을 보았을 때 드는 안도 또는 연민은 

바닥에 쏟아진 콜라처럼 진득하게 말라간다. 예전의 그 맛, 냄새, 빛도 아닌 악취의 물질.

변해가는 점도와 질감은 치우기도 놔두기도 어려워진다.

스승과 제자는 그렇게 됐다.

마치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 감췄어야만 했던 것을 보였을 때 

나타나는 혐오는 사랑의 다른 말인 것이다. 

서로가 사랑했던 서로의 모습을 박제하기란 관계에 대한 질긴 애착인 셈이다. 


파멸적이다. 사랑의 금형이 여러가지인 것은 감춰진 것들을 본인도 알 수 없어서인데, 

알면알수록 우리를 채운 것들에 대한 이물감은 더욱 커져간다. 

섬세한 시적 감수성으로 포장된 겉면을 뜯었을 때의 기대는 반란을 일으킨다. 

은밀한 관계로 상징되는 은교는 묘한 흥분상태로 이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에대한 엿보기는 투명한 돋보기 앞에 증폭된다. 


읽는 내내 들키지 않으면서 엿보는 재미에 빠졌다.

두 남자의 관계, 그것의 성격을 드러내고 변화시키는 한 여자의 밀고 당기기는

독자의 욕망까지도 탐닉하는 저자의 못된 욕망을 드러내었다. 

물론 자신의 것도 드러난 것은 알고는 있겠지. 

그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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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 지음, 홍기빈 옮김 / 삼천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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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 하나를 얻었다. 공부할 것도 엄청 늘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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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7-31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야 한다는 말이군요...ㅎㅎ 역자가 홍기빈이라니..기대되네요..ㅋ

라주미힌 2012-07-31 17:01   좋아요 0 | URL
이쪽 계통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같은 사람은 되게 흥미로웠어요.
화폐사는 처음 접하는 거라... 오해했거나 몰랐던 것들 투성...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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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 대한 인류의 위협이 초월적 존재 앞에 겸손해 질 수 있을까.


무서운 것은 지력이 아니고, 하물며 무력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이의 인격입니다.” p. 415


가장 가까이 있는 수 많은 존재들에게서 느껴지는 불안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국제 사회나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들을 보면 ‘악’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월함이 곧 파괴와 살육으로 이어져왔던 인류의 역사를 대충 훑어도 인류는 진화와 문명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기만적인 말인지 안다. 버려지는 식량과 굶주리는 인간, 비용과 이윤을 위해 재단되는 노동, 구속되어진 신체와 삶에 신음하는 사람들, 인종과 종교, 문화와 경제, 영토 등등의 이유로 제 명을 다 하지 못하는 상황들...


문명은 한 가지 편의를 알려 줄 때마다 백 가지의 악을 감춘다. – 허먼 멜빌


이 소설에서 미덕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내리는데, 공존, 공생을 위해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한 경외심이 왜 우리는 그렇지 못한가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나 싶다. 하기 어려운 것, 우리는 그것을 채득하기 위해 혹독한 훈육이 있어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다. 비관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우리가 이 따위로 진화해왔지만,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가 번식력에만 있지 않다라는 약간의 가능성도 열어둔 게 작가가 발휘한 미덕이라면 미덕이다.


평화와 화합이라는 슬로건을 단 국제적인 쇼가 한창이다.

Inspire a generation! 을 주제로 한다는데, 이 소설이 주는 영감은 SF(Social Science Fiction)의 걸작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신인류의 탄생은 현생인류의 한계를 보여주고, 신인류의 인격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간결하지만 절실한 메세지가 인상적이다. 우리가 신인류의 인격에 어떤 태도와 방향을 가져야 하는지는 명확한데 말이다. 


이 소설에 또렷하게 보여지는 인류에 대한 혐오에 격한 공감을 하면서도, 그것 또한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는 씁쓸함 마저도 좋게 느껴진다.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재미있게 쓰다니... 싫은 듯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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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7-30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이 무척 좋았어요. 무거운 주제를 정말 재밌게 쓰기도 했고, 인류에 대한 혐오와 기대를 동시에 품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읽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기도 하고. ㅎㅎ

라주미힌 2012-07-31 09:27   좋아요 0 | URL
이 사람 책 두 권이나 더 갖고 있으면서도 이 책부터 읽게 되었네요.. 흐흐흐.
다 읽어볼 생각이 확 들데요...

라로 2012-08-0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소설이었군요!!^^;;
싫은 듯 좋다니,,,,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줘봐봐요.ㅎㅎ

라주미힌 2012-08-02 09:46   좋아요 0 | URL
맛있는 계란탕같은... 철장에서 기계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맛은 별개인 것이 되버리는... 그런 류? ㅎ... 날도 더운데 건강관리 잘 하세용...
 
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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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만들려하다 좀비가 되어가는 초라한 악의 형상이 촛불에 흔들흔들... 내 취향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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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3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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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특정 대상을 두고 무지막지하고 잔악하게 행해졌다는 점뿐만 아니라 끄집어 내면 여러 면에서 성폭력과 나치즘은 유사한 점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무찔러야 하는 것들의 증오의 근거로써 이 둘의 연관성을 굳이 연결하였다. 그들의 증오는 이유가 없지만, 우리가 가진 그들에 대한 증오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이런 식의 서술에는 문제가 있다. 죄악의 본질을 인간의 비이성, 비인간적, 비정상, 비윤리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까발려서 정의를 얻겠다는 식의 전개는 지극히 소설적이고 편해 보인다. 우리는 감춰진 것들로부터 고통과 억압, 상해,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경험하고 있는 것들로부터 이뤄지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또한 만능 캐릭터가 짠하고 나타나 그것을 깔끔하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도 않는다. 단지 증오에 대한 증오의 순환고리를 끊는 것은 철저하고도 완벽한 복수를 통해서 얻을 것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맛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만 묻어 난다. 그래서 말초적이다. 잘 짜인 소설이고 몰입할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이런 소설에서 그런 쾌락을 받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간판만 바꿔 다시 나오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새롭게 보이지 않듯 비슷한 쾌감도 반복되면 불감증이 오기 마련 아닌가. 감각도 기억력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에게 성격을 부여하고 여러 사건에 인물들을 잘 배치해 놓은 것은 소설이 가진 장점이지만, 이야기 이외의 것에서 무언가를 끄집어 내려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그런 점만 놓고 본다면 데이빗 핀처 감독이 만든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 소설이 가장 중점적으로 잘 다룬 부분은 그것이기 때문이니까. 사회적인 것은 액세서리 수준이고 영화에서 그것을 보여주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니까 과감하게 잘 쳐냈다. 그래서 데이빗 핀쳐의 영화는 단순하고 싱겁고 뭔가 빠진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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