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특정 대상을 두고 무지막지하고 잔악하게 행해졌다는 점뿐만 아니라 끄집어 내면 여러 면에서 성폭력과 나치즘은 유사한 점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무찔러야 하는 것들의 증오의 근거로써 이 둘의 연관성을 굳이 연결하였다. 그들의 증오는 이유가 없지만, 우리가 가진 그들에 대한 증오는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이런 식의 서술에는 문제가 있다. 죄악의 본질을 인간의 비이성, 비인간적, 비정상, 비윤리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까발려서 정의를 얻겠다는 식의 전개는 지극히 소설적이고 편해 보인다. 우리는 감춰진 것들로부터 고통과 억압, 상해,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경험하고 있는 것들로부터 이뤄지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또한 만능 캐릭터가 짠하고 나타나 그것을 깔끔하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도 않는다. 단지 증오에 대한 증오의 순환고리를 끊는 것은 철저하고도 완벽한 복수를 통해서 얻을 것이기 때문에 현실에서 맛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만 묻어 난다. 그래서 말초적이다. 잘 짜인 소설이고 몰입할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이런 소설에서 그런 쾌락을 받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간판만 바꿔 다시 나오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새롭게 보이지 않듯 비슷한 쾌감도 반복되면 불감증이 오기 마련 아닌가. 감각도 기억력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에게 성격을 부여하고 여러 사건에 인물들을 잘 배치해 놓은 것은 소설이 가진 장점이지만, 이야기 이외의 것에서 무언가를 끄집어 내려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그런 점만 놓고 본다면 데이빗 핀처 감독이 만든 영화는 잘 만들어졌다. 소설이 가장 중점적으로 잘 다룬 부분은 그것이기 때문이니까. 사회적인 것은 액세서리 수준이고 영화에서 그것을 보여주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니까 과감하게 잘 쳐냈다. 그래서 데이빗 핀쳐의 영화는 단순하고 싱겁고 뭔가 빠진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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