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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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쥔 물과 같은 내밀한 욕망을 보았다. 

질금질금 흘러내리고 마지막까지 손에 남은 것을 보았을 때 드는 안도 또는 연민은 

바닥에 쏟아진 콜라처럼 진득하게 말라간다. 예전의 그 맛, 냄새, 빛도 아닌 악취의 물질.

변해가는 점도와 질감은 치우기도 놔두기도 어려워진다.

스승과 제자는 그렇게 됐다.

마치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 감췄어야만 했던 것을 보였을 때 

나타나는 혐오는 사랑의 다른 말인 것이다. 

서로가 사랑했던 서로의 모습을 박제하기란 관계에 대한 질긴 애착인 셈이다. 


파멸적이다. 사랑의 금형이 여러가지인 것은 감춰진 것들을 본인도 알 수 없어서인데, 

알면알수록 우리를 채운 것들에 대한 이물감은 더욱 커져간다. 

섬세한 시적 감수성으로 포장된 겉면을 뜯었을 때의 기대는 반란을 일으킨다. 

은밀한 관계로 상징되는 은교는 묘한 흥분상태로 이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에대한 엿보기는 투명한 돋보기 앞에 증폭된다. 


읽는 내내 들키지 않으면서 엿보는 재미에 빠졌다.

두 남자의 관계, 그것의 성격을 드러내고 변화시키는 한 여자의 밀고 당기기는

독자의 욕망까지도 탐닉하는 저자의 못된 욕망을 드러내었다. 

물론 자신의 것도 드러난 것은 알고는 있겠지. 

그게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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