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내리는 그 어딘가에서 낮술을 홀짝이고 싶은데 

그럴 날이 오려는지 모르겠고..  

 

사람 앞일 참 모르는 것이긴 한데 

난데없이 부천과 분당을 주구장창 오가는 일이 생겨서 당황스럽고 ..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봄바람에 마음을 실어 보내려고 

와인과 재즈에 지친 몸과 마음을 푹 담갔던 주말이 다 갔습니다.  

 

* 어제 모처에서 타로점을 보았습니다. 그 점괘대로 된다면 죽어도-_- 여한이 없을텐데말이죠. 노력해야지, 하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나름대로 뭔가 노력이랍시고 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리라 믿고 그 옛날의 나처럼 다시 그렇게 돌아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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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9-04-1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말에는 맥주와 재즈에 몸을 담그고 있었는데 ㅎ
이리스님이 바라시는 일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 될꺼예요!

이리스 2009-04-12 20:40   좋아요 0 | URL
주말이 행복하셨겠어요.
저는 지난주 말로 콘서트에 이어 이번주말도 재즈 라이브로 연짱~
잘 되길 바라주셔서 감사해요. *^^*

무해한모리군 2009-04-12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소주에 몸을 푹 담궜습니다. ^^

이리스 2009-04-12 22:11   좋아요 0 | URL
으하~ 화끈하셨겠어요. :)

무해한모리군 2009-04-12 22:17   좋아요 0 | URL
아 이젠 옮겨타 경주법주에 담그고 있습니다.

이리스 2009-04-12 22:22   좋아요 0 | URL
어우어어.. 경주법주..
저도 일잔 주세열~~ ㅋㅋㅋ
 

 

 

 

 

 

 

 

삼십대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

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

았다, 다만 깜짝 놀라 친구들에게 전화질이나 해댈

뿐, 뭐 하고 사니, 산책은 나의 종교, 하품은 나의 기

도문, 귀의할 곳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 공

원에 나가 사진도 찍고 김밥도 먹었다, 평화로웠으

나, 삼십대, 평화가 그리 믿을 만한  것이겠나, 비행

운에 할퀴운 하늘이 순식간에 아무는 것을 잔디밭에

누워 바라보았다, 내 속 어딘가에 고여 있는 하얀 피,

꿈속에, 니가 나타났다, 다음 날 꿈에도, 같은 자리

에 니가 서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너랑 닮은 새였다

(제발 날아가지 마),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사랑은 여전히 오는가, 여전히 아픈가, 여전히 신열

에 몸 들뜨나, 산책에서 돌아오면 이 텅 빈 방, 누군

가 잠시 들러 침만 뱉고 떠나도, 한 계절 따뜻하리,

음악을 고르고, 차를 끓이고, 책장을 넘기고, 화분에

물을 주고, 이것을 아늑한 휴일이라 부른다면, 뭐,

그렇다 치자, 창밖, 가을비 내린다, 삼십대, 나 흐르

는 빗물 오래오래 바라보며, 사는 둥, 마는 둥, 살아

간다
 
 
*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시집을 읽고 지낸다. 사람들이 상상을 뛰어넘는 형태로 구겨져 실린 버스 안에서 용케 자리를 잡고 앉아 음악을 들으며 시집을 펼친다.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은 시집으로 구원받는다. 다 자란 삼십대는 여전이 아픈 사랑이 올 것을 믿으며 사는 둥 마는 둥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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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 2009-03-30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며칠 전에 이 시 일기에 적었었는데 깜놀햇네요ㅎㅎ 몸으로는 아직 4,5년 남았으나 이미 마음은ㅠ

이리스 2009-03-30 15:34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몸도 마음도 ㅎㅎㅎ
깜놀할 일이 의외로 종종 있는 세상이더라구요~ ^^;

마늘빵 2009-03-3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대는 제2의 사춘기... -_ㅠ

이리스 2009-03-30 15:35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럴지도 몰겠수.

무해한모리군 2009-04-10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 한달에 한권을 읽어내는 시집
이번달은 이녀석입니다.

이리스 2009-04-12 19:38   좋아요 0 | URL
한달에 한권이면 일년에 열두권!!
^_^
 

인터넷 검색으로 안되는 일을 찾는게 더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원하지 않는 바도 노출되는걸 막을 방도가 없다. 의도하지 않은 노출을 일일이 고민해봐야 머리만 아프다는 걸 안다.  

어쩌다보니 최근들어 몇 건의 연락이 닿았다. 모두, 지나간 인연들이다. 그것도 오래전에(그러니까 한 5년은 족히 지나고 남음). 처음엔 그런 생각을 안해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묘하게 심사가 뒤틀리는 구석이 있다. why? 라는 부분.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서 왜 지나간 인연의 흔적을 찾아내어(내가 무슨 원하지 않아도 소식을 들려주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도 아닌데) 연락을 하며, 왜 걱정을 하는지?  걱정의 기저는 자기는 잘 사는데 나는 힘들어 보여서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는 짝을 만나 2세를 낳아 기르는 일이 응당 박수를 받고 가치를 인정받아야할 일이라는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인류 번영에 이바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쪽에게 걱정을 끼칠 일은 아니란 이야기다. 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둥 하는 대사를 읊어댈 나랑 가족관계에 해당하는 상투 튼 노인도 아니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니, 많이. 

결론은 하나 같이 나의 행복을 빌고 미안한 감정을 갖고 산다는 것이다. 행복을 빌어주는 건 고마운데 미안한 감정으로 행복을 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런 말을 지금 내게 굳이 전하는 이유는 또 뭐고.  

헤어지면서 상큼발랄한 감정을 가질 연인이 있기는 한가? 경중을 따질수는 있겠지만 누구나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내내 그렇게 오래도록 미안한 마음이 남을 이별이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사과에, 걱정에, 행복이라니! 이게 무슨 신파 삼종셋트인가?  

그 연락이 하나도 반갑지 않은 이유는 되짚어보니 그 출발이 우월함에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생각이 미친다. 발끈했다가 역으로 생각해보니 나도 그 누군가에게 말도 안되는 우월함을 갖고 착각으로 지은 새로운 관계도 안에서 그 비슷한 유치한 행동을 했던 때가 있었다. 우스꽝스럽고 창피한 일이다.  

원수진 거 아니니 연락하는게 화날 일도, 그 자체로 어이없을 일도 아니지만 웬만하면 결혼해서 애들 낳고 살면서 지나간 인연에게 연락해서 미안하니, 행복을 빌고 있다느니 하는 말을 굳이 직접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진심으로 기원해주면 안되려나? 

어차피 추억은 각자 따로 쓰고 따로 간직하는 것 아니던가. 이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내 기억 속의 마지막 모습에서 점프컷으로 이동해 유부남 애아빠가 된 모습으로 대체하고 싶을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는지?  

각자 자기가 택한 삶을 잘 살아가는게,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게 가장 바람직한거 아닌가. 과거에 대한 예의이며 현재에 대한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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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03-26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지랖이 넓어 슬픈 짐승이 바로 인간이라는 소문이 있더군요..

가정까지 꾸리고 옛 연인에게 다시 연락을 한다......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이리스 2009-03-26 01:41   좋아요 0 | URL
나에게 분을 품은채 저주를 퍼붓고 있는 -_-;것보다는 백배 낫지만
누군가의 말마따나.. ^^;;

무해한모리군 2009-03-26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생각하지만 사랑이 식은 그 순간 내가 사랑하던 사람은 세상에서 없어지는 거지요.
더 행복한 삶은 많지 않은거 같아요.. 다 고만고만한 고민을 안고 살고, 하나를 얻으면 놓치는게 있고..
오늘 아침은 비도 오고 제가 좋아하는 커피도 마시고 있고 전 그래서 행복한 중입니다. 이리스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빕니다 ^^

이리스 2009-03-26 10:0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렇게 소멸되는 것 같네요. 행복의 잣대로 보면 뭐 다 도토리 키재기라고 생각해요. :)

비오고 차 막혀 택시까지 탔건만 지각이구요. 하필 요런 타이밍에 영국에서 상사가 전화해서는 지각한거 딱 걸리고.뭐 그냥 웃었습니다. ㅎㅎㅎ
 

하루 중 내가 가장 '나'에 가까운 시간은 아무래도 욕조안에 있을 때가 아닐까 싶다. 물을 받는 동안 방안을 어슬렁거리며 30분 가량의 독서에 적합한 책을 골라든다. 그리고 음료수 혹은 와인을 준비해서 샤워 가운만 걸친채 욕실 문을 여는 그 순간  기분 좋은 설레임에 휩싸인다. 

책을 읽다가 가끔은 생각에 빠진다. 그건 책의 내용과 연관된 것이기도 하고 아닌 것이기도 하다. 이럴땐 녹음기가 필요한건가 싶게 생각한 걸 남겨놓고 싶다가도 그 순간의 흥을 깨기 싫어 몸은 놀리지 않고 순전히 머리속과 마음만 분주하게 내버려 둔다. 그 편이 자연스럽다.

욕실의 크기에 비해 과도하게 큰 거울에 묻은 얼룩들을 보며 저걸 다 닦아내야지 생각하다가 문득 닦아내는 것의 순서를 놓고 보면 먼저 닦아야 할 건 저 거울이 아니라 다른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삶의 얼룩이 너무 오래도록 방치되어 이제는 마치 얼룩이 외투라도 된 것 같은데 그걸 닦을 생각은 안하고 욕실 거울에 묻은 작고 희미한 얼룩이나 신경을 쓴다. 

안다. 닦아내기 시작하기로 마음 먹으면 얼룩 아래 피부가 벌건 생살을 드러내고 있을것 같은 두려움이 먹구름처럼 밀려온다는 것을. 어쩌면 사실 얼룩이 그대로 눌러붙어서 이제는 그것이 내 일부처럼 여겨져 구태여 닦아내야 하는가 싶어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닦는다고 지워지리란 보장도 없으니 포기해버리자는 생각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전에는 돈으로 해결하지 않았던 부분을 돈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경우에 직면하곤 한다. 그건 주름살이 늘거나 흰머리가 나는 육체를 보며 느끼는 생경함이나 서글픔과는 다른, 치명적이고 치욕적인 감정이다.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각질들이 배수구를 타고 사라지고, 나는 욕조에 그 잔여물이 혹여 남았을까 싶어 수압을 세게 해놓고 샤워기를 욕조 곳곳에 대고 문질러 댄다. 生의 각질을 제거하는 일도 이처럼 단순하고 명료하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그것이 이처럼 반복적인 행위라 하더라도 푸념할 일이 없을텐데. 그러나 生의 각질은 생살과 구별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각질대신 생살이 떨어져 나가는 끔찍한 일도 생기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철수세미로 문질러 하얗게 되겠다는 꿈을 가진 검은 피부도 아니거늘, 보드라운 스펀지로 살살 문질러 보는 일 조차도 왜 이렇게 주저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이만 먹은게 아니라 겁도 그 만큼 먹어서 좀처럼 움직여볼 낌새도 안 보인다. 가엾구나.

내 몸에 난 흉터를 가만히 보다가 손으로 만져본다. 이 흉터가 생기고 나서 꼭 10년이 지났다. 몸에 난 흉터는 이제 더 이상 나를 아릿하게 하지 않는다. 이 흉터는 문신 같은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아릿함은 사라졌지만 기억만은 또렷하게 남아있다. 

또,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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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3-2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스스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도.

이리스 2009-03-25 14:23   좋아요 0 | URL
균형잡힌 자기애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요. -_-;
* 무플방지차원에서 쥬드님이 천사로 보인다고 할까요? ㅜㅜ
 

여러 가지로 머리가 깨질 듯 아프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살고 있다

일: 창간하려던 매체는 결국 무기한 연기되었다. 돈줄이 되어줄 곳이 미국 쪽 기업체인데 그곳이 아주 폭탄 맞은 상황이 되어놔서 속수무책이다. 그러니까 밥줄이 끊어지는 상황까지 간 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독인지 약인지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무언가를 창간한다. 그것도 급박하게. 맨땅에 헤딩하다 머리에 피딱지 앉은 거 떨어지기 전에, 손에 박힌 굳은살 떨어지기 전에 또 삽질하게 생겼다. 게다가 이번에는 데스크가 영국에 있다. 환장하겠다. 이런 미네랄.

가족: <레이첼 결혼하다>를 보고 너무 울다가 숨막혀 쓰러질 뻔 했다.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피해자다. 가해자는 없다. 미워죽겠지만 동시에 안쓰러워 속이 아릿아릿하다.

친구: 대체로 면목없다. 미안한 친구들에겐 계속 미안함이 쌓인다. 갚아야겠다. 간혹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사람들에게서 친구라는 이름표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당신: 왜 그렇게 사방팔방 도처에 당신이 있는 건지. 그런 당신인 줄 알았다면 인사도 나누지 않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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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돌이 2009-03-1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이 워낙 책들을 읽지 않으니까 좀 여유들이 있는 회사에서도 종이 매체는 접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더군요. 그래도 또 시작하는 사람들은 있겠죠. 불행인지 다행인지, 독인지 약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은 잘되시기 바랍니다. ^^

이리스 2009-03-19 13:3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어요. 잘 되어야 할텐데요. ^^;;;
시비돌이님도 쾌차하세욤!!

라로 2009-03-1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첼 결혼하다,,,저도 꼭 보고 싶어요!!근데 여기 대전에선 상영소식없다는~.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사람들에게 즐찾이라는 이름표 떼어내기 시작했다는~^^;;;

이리스 2009-03-19 13:38   좋아요 0 | URL
앗, 이렇게 저도 지워지는검니까? ㅜㅜ
대전에계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