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이 엎어지고(미국탓이다)
느닷없이 다른 일을 맡아 정신없이 맨땅에 헤딩하면서
내 바닥이 참으로 낮구나 새삼스러울 것 없이 깨닫고 또 깨닫고
그래도 얼굴에 철판깔고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피딱지 굳기도 전에 또 헤딩하고 있다.
다섯시간 이상 자고 살아봤으면 하는 한 주일이 지나가면서 극도로 지친 몸과 마음에 오기를 부려 무리한 일정으로 공부까지 같이 해나가고 있다.
결국, 몸은 고장이 나버렸고 학원에서는 과정 이수 테스트에서 떨어져 리핏판정을 받고야 말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욕심이 스머프라는 별명처럼 나는 언제나 과욕형 인간이므로 이렇게 파닥거리며 사는게 어울릴지도.
일도, 공부도, 우정도, 사랑도 모두모두 중요한데 어쩌란 말이냐!
남들은 황금연휴라며 놀러갈 계획도 세우고 들뜬 모양인데 난 마감 걱정에 딴 생각이 안난다. 돈 굳고 좋은거, 라고 어거지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만들어 보려 노력중이다.
비오는 프라이데이 나잇을 그냥 보내기 미안해서 기념으로 잭 다니엘과 아이스하우스, 호가든으로 밤을 불태워버렸다. 덕분에 새러데이 나잇에는 돈만 홀랑 내고 그 많은 와인 한 잔 입에도 못대고 시원한 생맥도 눈으로 구경만 하다 돌아와서 기절해버렸다.
요즘 다시 느끼는 건데, 삶의 의외성은 이 지독한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 같은 거다. 지루함이 패션의 죄악인 것과 같다.
그것이 좋은 쪽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