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으로 안되는 일을 찾는게 더 쉬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원하지 않는 바도 노출되는걸 막을 방도가 없다. 의도하지 않은 노출을 일일이 고민해봐야 머리만 아프다는 걸 안다.
어쩌다보니 최근들어 몇 건의 연락이 닿았다. 모두, 지나간 인연들이다. 그것도 오래전에(그러니까 한 5년은 족히 지나고 남음). 처음엔 그런 생각을 안해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묘하게 심사가 뒤틀리는 구석이 있다. why? 라는 부분.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서 왜 지나간 인연의 흔적을 찾아내어(내가 무슨 원하지 않아도 소식을 들려주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도 아닌데) 연락을 하며, 왜 걱정을 하는지? 걱정의 기저는 자기는 잘 사는데 나는 힘들어 보여서라고 생각한다.
인류의 번영을 위해서는 짝을 만나 2세를 낳아 기르는 일이 응당 박수를 받고 가치를 인정받아야할 일이라는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인류 번영에 이바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쪽에게 걱정을 끼칠 일은 아니란 이야기다. 가문의 대를 잇는다는 둥 하는 대사를 읊어댈 나랑 가족관계에 해당하는 상투 튼 노인도 아니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니, 많이.
결론은 하나 같이 나의 행복을 빌고 미안한 감정을 갖고 산다는 것이다. 행복을 빌어주는 건 고마운데 미안한 감정으로 행복을 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그런 말을 지금 내게 굳이 전하는 이유는 또 뭐고.
헤어지면서 상큼발랄한 감정을 가질 연인이 있기는 한가? 경중을 따질수는 있겠지만 누구나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내내 그렇게 오래도록 미안한 마음이 남을 이별이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사과에, 걱정에, 행복이라니! 이게 무슨 신파 삼종셋트인가?
그 연락이 하나도 반갑지 않은 이유는 되짚어보니 그 출발이 우월함에 있었기 때문이라는데 생각이 미친다. 발끈했다가 역으로 생각해보니 나도 그 누군가에게 말도 안되는 우월함을 갖고 착각으로 지은 새로운 관계도 안에서 그 비슷한 유치한 행동을 했던 때가 있었다. 우스꽝스럽고 창피한 일이다.
원수진 거 아니니 연락하는게 화날 일도, 그 자체로 어이없을 일도 아니지만 웬만하면 결혼해서 애들 낳고 살면서 지나간 인연에게 연락해서 미안하니, 행복을 빌고 있다느니 하는 말을 굳이 직접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진심으로 기원해주면 안되려나?
어차피 추억은 각자 따로 쓰고 따로 간직하는 것 아니던가. 이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내 기억 속의 마지막 모습에서 점프컷으로 이동해 유부남 애아빠가 된 모습으로 대체하고 싶을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는지?
각자 자기가 택한 삶을 잘 살아가는게,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게 가장 바람직한거 아닌가. 과거에 대한 예의이며 현재에 대한 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