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어떻게 나는, 미래의 네가 날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지?

그저 몇 개월 아니면 몇 년의 연애가 아니라 몇 십년의 결혼생활에 있어서 말이야.

사실 5년을 사귀었네, 10년을 사귀었네, 하는 커플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느 쪽이건 다 한두번의 외도가 있었던데.. 그 정도의 기간에도 말이지.

그런것들이 두려워 가족이 되려 하고, 자식이라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공집합 만들어 그 힘을 빌어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배신에 대한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아. 때로는 아예 배신이라는 거대한 덩어리가 내 눈에는 안보인다고 믿으며 거실의 코끼리를 못본척 하듯 그렇게 살아가기도 할테지.

당황스럽다는 듯, 믿기지 않는 듯이 과거의 너는 내게.. 그녀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해왔어. 끄덕, 그럴 수 있지. 왜 없겠어. 그저 2, 3년 연애하는 커플들에게 그런 일이 생길 확률은 생각보다 높아.

누가 봐도 매력적인데라고는 찾기 힘든, 주목받지 못할반큼 매력이 없는 남녀라고 해도 이따금 인생에는 유혹의 손길이 찾아와. 한데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괜찮은 조건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갖춘 사람이라면 어떠할까. 답은 뻔하지.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말 독한 마음이 필요해. 나빠져야 해. 타인에게 무척 잔인해져야만 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배신하지 않을 가능성은 정말 희박하고 그래서 그것은 기적에 가까워.

하지만 기적을 믿는게 바보라고 누가 그러지?

기적을 믿고, 나도 그리고 미래의 너도 그런 기적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게 우스운건 아니야. 그건 충분히 값진 일이지.

그녀의 배신이 지금의 너에게, 쓰라린 상처가 되겠지만 난 지금의 네가 그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녀의 확고한 믿음에 반하고 그런 모습에 빠져들었는데 지금의 널 배신한 그녀가 당황스럽기만 한..그런 지금의 너자신도 언젠가 그녀처럼 굴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 평범한 사실을 말이야.

아픈 인생도 나쁘진 않아. 그 아픔보다 더한 것을 얻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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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1-11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ㅠ_ㅠ

이리스 2006-01-1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나 약골 유년기를 보낸 뒤 중학교때까지는 그다지 학업 성적도 우수하지 못했던 이들 형제는..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소재 밸리포지 사관학교(Valley Forge Military Academy)에 10학년으로 입학한 후 12학년(최종)까지 3년 동안 전체 수석과 차석을 형제끼리 번갈아가며 차지했다. 그렇다고 형제가 공부만 한 것은 아니었다.

축구와 육상, 실내축구 등 3종목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3개팀 모두에서 주장자리를 꿰찼으며, 어릴 때부터 배워 온 바이올린 실력을 바탕으로 현악 4중주단을 창단해 워싱턴 등지를 순회하며 청중들로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또한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한 코리안클럽을 이끌기도 했다.

이렇게 노력한 덕에 동생 재연은 과외활동과 성적 등 모든 분야를 통틀어 최고의 학생 단 1명에게 주는 '아메리칸 스콜라스틱 JROTC상(American Scholastic JROTC Award)'을 받기도 했다. 항상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큰 사람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잊지 않고 악바리 근성으로 매진한 결과였다.

이제 이들 형제는 하버드로 간다. 그곳으로부터 형제의 꿈이 새롭게 시작된다. 실험실에 틀어박혀 현미경만 쳐다보는 그런 생명공학자가 아닌,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음미하며 각종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그러면서 신약 개발에 최선을 다해 인류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 지난 3년간 그토록 가길 원했던 그곳에서 형제는 또 한 번의 비상을 꿈꿀 것이다.

.. 하버드 입학한 학생들의 수기와 어쩌면 별다를 것 없는 또 그런 책이다. 출판사 역시 같고. 나는 부디 이 책을 볼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항상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큰 사람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잊지 않고 악바리 근성으로 매진한 결과였다.-- 라는 데에 주목해주었으면 한다.

바이올린 연주와 축구부 활동이 오로지 하버드라는 골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의 하나의 과정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영어공부 하느라 잠못드는 많은 밤들 역시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가장 훌륭한 교육은 인생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스스로 키워나갈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이 땅에서 이학원 저학원, 또 여러 과외 선생님들에게 치여 사는 아이들이 일요일 아침, 책상머리에 앉아 풀기 싫은 문제집을 억지로 풀고 있는 건 아닐런지.

넌 무엇이 될 거니? 너는 지금 왜 이걸 하고 있니? 그러니까.. 너는 지금 어디를 향해 걷는거니? 이런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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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1-0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로 저렇게 커야되는데.

하늘바람 2006-01-0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런데 참 어려운 답인데요 미래가 두려운 게 어린시절의 특징인데 대단하네요

이리스 2006-01-08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그러게. 현실하고는 참 거리가 멀지.
하늘바람님 / 미래가 두려운건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죠. ^^;
 

가끔 화면에서 어린 호랑이나 사자를 보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마 그건 잠시일뿐이겠지. 곧 자라서 맹수의 본성을 드러내겠지. 어쩌면 키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건 맹수의 잘못이 아니다.

문득, 나도 그동안 마음 안에서 수많은 맹수를 키웠던게 아닌가 싶었다. 처음에는 귀엽고 예뻤으나 곧 그들은 맹수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날카로운 이빨로 나를 찢어놓았던 건 아닐까.

갈기갈기 찢긴 나는, 맹수탓도 할 수 없어 멍하니 그렇게 앉아서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상처가 아물무렵 나는 또 작고 귀여운 고양이를 기르게 되었는데 그건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 순식간에 갑자기 커져버린 그 고양이.. 아니 호랑이는 내 심장이 멎을 정도로 크고 무섭게 포효하며 한 입에 나를 집어 삼키려 달려들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혼비백산해서 도망치고, 도망치면서도 나는 왜 또 고양이가 호랑이로 변했는지 모르고 그렇게 오로지 살기 위해 온힘을 다해 뛰고 넘어지고, 일어서서 뒤도 못돌아보고 뛰고... 그랬던 것이 아닐까.

지난 일들을 돌아보니 내가 꼭 그랬던 것 같다.

맹수, 다시 키우지 않아야 할텐데. 이제 다시는 호랑이를 고양이인줄 알고 키우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할텐데. 더, 단단한 심장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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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1-07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게 나만의 생각은 아니어서, 구두님을 본 사람이면 다들 그렇게 말한다.

이리스 2006-01-0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 ㅡ,.ㅡ

마늘빵 2006-01-07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

이리스 2006-01-07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흠, 너마저..
 

지금은 많이 자제하고 있지만 한 때 나에겐 악취미가 있었다. 그건 돌이켜보니 살아가기 위한 본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견디기 힘들 것이 뻔한 내 상태를 알면서 나는 내 기억의 환부를 잔뜩 과장되게 벌리고 똑바로 들여다보도록 나에게 강요했다. 그리고 무뎌질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마침내 거의 무감각해질 무렵 나는 그런 악취미를 접었다. 그건 자학하고는 개념이 다르다.

나는 이기고 싶었다. 그 까짓 기억 따위에 지고 싶지 않았다. 제깟것이 그래봤자 기억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확실히 일깨워주고 싶었던 듯 하다.

약한 건 수치스러운 것이고, 수치스럽게 사느니 죽는게 낫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써놓고 보니 무슨 조폭같군..) 지금은 내 자신이 약한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우스운 것은, 강해지려고 거의 발악을 하던 시기보다 스스로 약함을 인정하는 지금이 오히려 실제로는 더 강해진것 같다는 것이다.

존경받을 만한 자격이 못되는 인간이 자기를 존경하라고 잔소리 늘어놓고 불평하는 법이다. 정말 존경받을 만한 사람은 자기를 존경해라 말아라 이딴 소리를 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히..

사실, 악취미가 오늘도 조금 동.. 하였으나 참았다.

이제 서른두 살이나 먹었으니 그런 유치한 악취미는 이제 정말 접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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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1-04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먼지를 말해줘야지.

비로그인 2006-01-04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 소년이 그러지요. 삼미가 내도록 지고, 획기적으로 지고, 또 지고,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지게 되자 `어쩌면 이건 축구일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는 장면.
어떤 일을 너무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면, 야구를 보며 어쩌면 이건 축구일지도 몰라, 라고 주저앉는 소년처럼 저도 상황 자체가 헛갈리는 순간이 옵니다. 생각하는 사람의 오류인가봐요. 님과는 약간 다르면서 같은.

이리스 2006-01-0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뭘 더 말하란 이야기?
쥬드님 / 아.. 야구가 축구로 보이는 순간이라니. 너무나도 저에게 딱 맞는 비유입니다. 제가 노린게 어쩌면 그런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환부를 들추어서 확 벌려놓고 그것을 계속 응시하다보면 고통이나 아픔 따위가 다가오기 보다는 그저 저건 하나의 세포조직, 육체에 불과하다... 라고 여기게 되는것인지도.. 댓글 감사합니다.
 

내 방 창밖으로 거대한 병원 건물 하나가 버티고 서 있다.

사이렌 소리가 이따금 요란하게 울려퍼진다.

지금 이시간에도 저 거대한 병원에서는 누군가 죽음을 맞고 또 누구는 간신히 고비를 넘겨 생을 이어갈 것이다. 또 누군가의 팔과 다리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잘려 나갈 것이다.

한 편에서는 쉼없이 신생아들이 태어나 울어대겠지. 그 아래 어두컴컴한 지하에는 장례식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통곡하고 있겠지.

하루 두시간 남짓한 수면으로 극도의 피로함을 견디는  젊은 청춘들이 환자들의 생과사를 손 안에 쥐고 묵묵히 일하고 있겠지.

나의 외삼촌도 몇 해 전 바로 저 병원에서 암으로 마지막 숨을 거두셨던..

죽음은 언제나 삶의 대극으로서 존재한다는 하루키상의 말이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걸음 옮기면 화려한 번화가, 이제 갓 이십대에 발을 들여놓은 새파란 청춘들이 목청을 높여 떠들어대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젊음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 싸늘한 밤공기에 다리를 내어 놓고, 윗옷을 벗어든채로 거니는 저 가벼운 청춘들.

나는 이런 풍경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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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1-04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사진 대신 저를 성찰하게 만드는 잔잔한 글이 있군요! 추천!

이리스 2006-01-0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