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챙겨 볼만한 틈을 안주는 훌륭한 회사 덕분에 대체로 나는 본방송 대신에 케이블에서 해주는 재방송을 본다. 그러다 보니 정말 보고 싶은 드라마 아니면 찾아서 안보게 되는데 최근 내가 즐겨 보는 드라마는 sbs 금요 드라마 <그 여자>다.
결혼생활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다 보니 추잡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각자의 캐릭터가 꽤 분명하고 설득력이 있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이 드라마의 지금까지 진행된 스토리는 오해없이 축약하기 힘드니 생략하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스토리가 아니니까. 어제 재방송을 연달아 보게 되면서 3회 정도를 연속해서 본 것 같다. 어제 본 마지막 내용은..
마음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것을 서로 알고서 결혼한 커플이 있다. 그 마음 까지는 건드리지 않기로 서로 약속까지 하며 결혼한 커플. 이런저런 사정이 생기며 문제가 커지자 결국 남자는 이혼을 하자고 말하게 되었다.이혼하자고 하는 와중에 여자는 임신을 하게 되고, 아이를 구실로 이혼은 절대 안된다고 외칠 수 있을거라 여긴 여자는 당당해진다. 착한 남자니까 당연히 아이를 낳을것이라 여긴 이 여자. 물론 여자 생각은 맞았다. 그 남자에게 있어 아이를 낙태 한다는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단지 아이 때문에 이 여자와 평생 계속 함께 살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그는 이런 제안을 한다.
아이를 낳아달라고. 그리고 아이는 남자가 키우겠다고. 마음에 담아둔 그 여자한테도 물론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 여자는 이미 아이가 있고, 그 여자와 함께 살며 이렇게 아빠 다르고 엄마 다른 아이를 함께 키우는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러니 자신은 이혼을 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빠가 되겠다고 한다.
가끔 싱글 파더가 많아지면 남자들이 철 좀 들겠다는 그런 생각을 한다. 여자는 돈도 벌면서 살림 하고 거기에 아이까지 키우는게 드문 경우가 아니다. 그 고생이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낸다. 엄마라서. 모성이라는 그 이름 하나를 지고 가는 것이다.
게다가 저렇게 힘들여 키워놓으면 이따금 아들은 이런 소리도 해댄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둥, 아버지를 더 잘 챙겨드려야 한다는 둥. 어머니 희생을 밥 먹듯이 먹고 자란 아들이 아버지를 품어 안는 멋져보이는 행동을 하며 짐짓 그것이 제가 잘나서 그렇다는 듯 행동하고 심지어 어머니를 가르치려 들기도 한다.
부성은, 꽤나 뒤로 숨어있는 사회다. 남자는 돈만 벌어오는 것으로도 여전히 큰소리 치고 사는게 가능하다. 거기에 심지어 돈을 벌어오지 않아도 큰소리 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마디로 그냥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해지는 것이다. 오, 위대한 남자여!
만일 남자가 돈도 벌고, 살림도 하면서 아이를 키우면, 그렇게 한 1~2년이라도 살아본다면 지금 같은 헛소리는 해대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남자가 저런 고생하는 사이 여자는 고시공부를 하거나 아니면 어디 해외 지사같은데 파견나가 살고, 번 돈은 현지 생활비와 처가쪽 어른들 생활비로 거의 다 보낸다면 말이지. 홀로 가정을 지켜나가는 남자에게 처가쪽 식구들까지 챙기라고 한다면 아마 남자들은 자폭하지 않을까.
좀 극단적인 예처럼 보이겠지만 찾아보면 저렇게 사는 여자들이 존재한다. 줄어들기야 했지만 저렇게 해놓고 고시에 덜커덕 붙은 뒤에는 딴소리하는것도 다반사.
가정을 지키기 위해 대단한 위협과 맞서 싸우는 그럴싸한 모습에만 시선을 두지말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둥바둥 아이 기저귀 갈고, 걸레질 하면서 몇 푼이라도 벌기 위해 뛰어다녀보는건 어떨까.
모여서 도박에 열중하고, 단란하다는 곳에 즐겨 찾아가 어린 여자들 가슴 주무르느라 정신 없는 수많은 애아빠들에게 퇴근하고 곧바로 집에 가서 아이를 챙기고 살라 하면 제 자식들도 버릴까 염려가 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