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 게시판에 적혀있던 글이다. (듀나가 올린 글이 아니고 듀나 게시판에 회원이 올린 글이며 아래 글을 누르면 원글로 이동합니다.)
블로그와 사이월드가 만들어낸 최대의 폐해가 뭐냐고 저에게 묻는다면 저는 단호하게 "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 점." 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블로그는 개인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현한다.
아마 이러한 블로그의 자기 성찰과 사회적 재현의 플랫폼 기능은 ‘개인/자아의 브랜드화 경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인/자아의 브랜딩’을 통해, 블로그 네트워크가 소수자에게 보다 많은 기회와 자유를 부여하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닌 듯싶다. 많은 블로거들은 의식·무의식중에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기 위해 블로깅을 지속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럴 경우 언제나 결과는 참담하다. 보다 멋진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허공에 대고 독백을 늘어놓을 때, 남는 것은 “나는 정말 외롭습니다”라는 보기 안쓰러운 메시지뿐이다. 그나마 ‘개인/자아의 브랜드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경우라 해도, 비슷한 취향을 가진 온라인 추종자들이 만들어내는 신의 없는 메아리에 속아 자아 중독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블로그가 쌍방향 미디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리어 블로그의 포스팅 하나하나는 전통적인 미디어들처럼 ‘원-웨이-아웃’의 퍼블리싱 구조를 갖고 있고, 블로깅은 그 때문에 인기인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이 전권을 누릴 수 있는 각자의 블로그 공간에서 의식·무의식 중에 ‘자아의 브랜드화’를 시도한다. 문제는 ‘자아의 브랜드화’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경우, 언제나 결과는 참담한 ‘자아의 배설’이라는 점이다.”
위의 두 글은 http://blogessay.egloos.com/1102133 에서 가져왔다.
잠시, 여행을 떠나고
동시에 서재도 떠나면서 나도 좀 생각해 봐야겠다.
자아의 배설이라는 점은 이전부터 동의해 왔다. 다만 나는 그것이 폭력적인 배설이 되거나 타인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함량 미달의 배설인 경우만 아니라면 배설 역시 생산의 일부라고 생각해왔다. 배설이란 것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무엇을 취한뒤의 배설인가에 따라 그 배설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노출증.. 이것 역시 블로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자신의 소소한 사생활에서 부터 복잡한 가정사에 수위 조절이 어려운 연애사까지 낯모르는 사람 앞에서 줄줄이 풀어제끼는 사람. 이제는 흔한 경우가 되어버렸다.
외롭다고 처절하게 외치는게 진실인지, 만들어낸 그 브랜드가 진실인지, 그 무엇도 아닌지는 어쩌면 본인조차 모를 수 있을 듯 하다.
내 서재는 나한테 소통의 도구다. 거기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