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 반장 카르페디엠 13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은진 옮김 / 양철북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성장소설의 주인공들은 늘 무언가를 잃은 아이들이다.
아 그래 보통은 가족이지... 마코토도 그렇다. 아빠를 병으로 잃은 소녀.
하지만 소녀라는 호칭이 왠지 뜬금없이 느껴지는 용감하고 당찬 아이 마코토.
외발자전거를 묘기대행진 하듯 능숙하게 타내며 옳지 못한 일에 절대 등돌리지 않는, 그리고 슬플때면 아빠가 가르쳐준 휘파람을 불면 울지 않게 된다며 누구보다 능숙하게 휘파람을 부는 마코토.
그런 마코토가 어쩐지 나는 더 마음이 쓰이고 안타깝다.
너무 일찍 커버린걸까?
조금은 더 응석도 부리고 아이다운 투정도 부려도 될텐데..... 

아이들의 세계가 늘 언제나 티없이 맑다고 착각하는 어른들이 많다.
어른들 역시 그 시절을 통과해왔음에도 자신이 어땠는지는 까맣게 잊고 아이들의 세계는 순수하다느니 하는....
하지만 그 세계에도 여전히 비겁함, 잔인함은 여전히 존재한다.
책 속에 펼쳐지는 아이들의 세계는 그런 세계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전학온 마코토가 오자 마자 반장이 되겠다고 선포하는 바람에 "쟤 전학온 주제에 너무 재수없지 않아?"라는 한 마디로 마코토 왕따동맹이 결성되어버린다.
현실감이 없다고? 아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그런 왕따 동맹에도 의연하게 자기 길을 가는 마코토가 현실감이 없는거지...
체육시간에 언제나 뭐든지 느려서 제대로 다 해내는 일이 없는 그래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다카노와 짝이 되어 결국 결승점까지 느리지만 도착하고야 마는 마코토.
체험학습 버스속에서 멀미로 고생하는 친구를 절대 외면하지 않고 같이 내려 남은 길을 걸어가 줄줄 아는 아이 마코토.
상습적으로 아이들을 괴롭히는 상급생 껌딱지단에도 굴하지 않고 대항해 결국 그들을 물리치고야 마는 마코토.
아 정말 비현실적이다. 이런 아이가 정말로 있을까? 

어쩌면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마코토는 작가가 정말로 마코토같은 어른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의 입장에서 어른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모든것을 생각하고 해결하려 하는 그런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에서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책을 생각해줄줄 아는... 그리고 아이들의 세계를 존중해줄줄 아는 그런 어른 말이다. 

나는 아이들의 세계를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아는 어른일까?
반성하며 책을 덮는데 순간 마코토가 그리워진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 츠요시가 된듯한 기분.
아 책 속의 조그만 삽화들이 참 재밌다. 아이들이라면 키득거리며 즐거워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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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3-23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그림 참 귀엽죠. ^^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들의 모습은... 참 징그럽지 않나요? ㅠㅜ

바람돌이 2009-03-23 00:51   좋아요 0 | URL
그런 의미에서 마코토는 아이가 아니죠. 어른이 바랄게 아니라 그런 어른이 되어야 한다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다른 아이들의 모습이나 학급의 모습은 참 재밌게 읽었어요. ^^

글샘 2009-03-25 19:02   좋아요 0 | URL
저도 마코토를 보면서, 아, 저렇게 힘든 사람 옆에서 있어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지요. ^^ 멋진 책입니다.
 

어디 갈 일 없는 일요일 아침은 느긋하다.
원래는 지인들과 가까운 곳 등산을 계획했으나 비때문에 그냥 연기했고 마땅히 아무 계획 없는 모처럼의 일요일
더군다나 지난주 내내 공사때문에 피곤했던 덕에 토요일 저녁은 일찍 잠들었다.
아 나만... 옆지기는 몇년만에 초등학교 친구 만난다며 나가 언제 들어왔는지 모른다.
오늘 저녁쯤 고백으로는 새벽 5시쯤이었다나? ㅠ.ㅠ 

일요일 아침.
느지막히 9시쯤 일어나니 아이들은 벌써 일어나서 신나게 TV보며 바나나를 먹고 있다.
나 역시 바나나 한개를 입에 넣으며 아이들과 잠시 놀아주다.
왜 일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밥하는게 안될까?
한시간쯤은 정신차려줘야 밥하러 일어나지니...ㅠ.ㅠ
드디어 해아의 한마디
"엄마! 똥은 안 나오는데 배가 아파"
"해아야! 그 때는 배가 아프다는게 아니라 배가 고프다는거야"
"아니야 배 아파"
"그래 그럼 아침밥 먹고 나서 계속 아픈지 보자" 

원래 등산 계획이 토요일 늦게 취소되었던지라 집에는 김밥 재료밖에 없음.
그래도 밥해서 오늘은 정말 느긋하게 아이들과 같이 김밥을 말았다.
시간이 느긋하니 같이 하겠다고 설치는 아이들에게 한없이 느그러워지는 아침.
뭐 이런 것도 괜찮네....^^
근데 그제서야 부시시 일어나는 옆지기
눈도 제대로 못뜨고 일어나서 하는 첫마디가
"안 깨우고 자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뭐 몇년만에 만난 친구들이고, 또 주말에 혼자 나가서 노는 일이 거의 없는 옆지기인지라 그 정도는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던 터... (오해는 마시라. 평일에는 늦게 들어오는 일 무지하게 많은 사람이니....일때문에 늦고 술먹는다고 늦고...) 

근데 그 다음 행동이 가관이다.
저 말뒤에 바로 직행한 곳. TV 탁 틀며 어! 야구가 왜이래 라니....
결국 지금이라도 일어난건 바로 야구 때문이었구나...
순간 옆지기에 대한 관대함이 싹 사라짐
게다가 야구보고 앉아서 아이들이 날라다 주는 김밥을 입만 벙긋벙긋 열며 먹어대는 얄미움이란.... 아 싫어....ㅠ.ㅠ 

어쨌든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난 이후 해아의 배아픔은 사라졌다. ㅎㅎ
오늘 공부 분량 다해야 인라인 타러 나갈 수 있다는 말에 평소보다 훨씬 빨리 공부 마쳐준 예린이.
어제 밤 비가 엄청 내렸다는데(나는 모르고 잤다. 아침에 어 비온다더만 왜 안오는거야 하다가 나중에 옆지기한테 한소리 들었다.) 낮에는 햇빛이 참 따뜻하다.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평일에도 엄마 퇴근하고 나서 인라인 타러 오자는 말에 아이들은 희희낙락이다  

아 내일부터 나흘간 난 꿈같은 휴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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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3-2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비담임 수학여행 시즌이군요. ^^

바람돌이 2009-03-23 00:30   좋아요 0 | URL
네. ㅎㅎ 너무 즐거워요. 정말 너무 오랫만에 담임을 안하는지라 이게 이렇게 마음편한 일인지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약오르시죠? ㅎㅎ

마노아 2009-03-2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보다 더 멋진 평일 휴가군요!ㅎㅎㅎ

바람돌이 2009-03-23 01:30   좋아요 0 | URL
하루 나가야 하는데 그것도 좋아요. 수학여행 안간 아이들과 반나절 놀아주고 그러고 나면 오후에는 수업준비좀 미리 해놓고 올려고요. 나머지 날에는 책이나 실컷 읽어주고 싶어요. ^^

hnine 2009-03-23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온다는 예보에, 아이와 함께 가까운 산에라도 오를 계획을 최소하고 집에 있었더니, 비는 아침에 잠깐 오고 말았고, 오후엔 해까지 반짝, 쾌청하던걸요. 먹고 치우고, 도서관 가서 책 빌리고 주말에 상영해주는 애들 영화 같이 보고, 저녁엔 키조개 굽는다고 온 집안에 다 냄새 피우고, 그렇게 일요일이 갔네요. 뭘 하든, 가족과 함께 하였으니 되었다 싶어요.
휴가로 부담없이 맞는 월요일 기운이 저에게도 느껴지네요.

바람돌이 2009-03-23 09:28   좋아요 0 | URL
저희도 그랬어요. 밤에는 비 많이 왔대요. ^^ 오후에는 바람도 없이 햇빛이 어찌나 따사롭던지... 멀리 안가도 아이들은 그저 즐겁기만 한걸요. 키조개 집에서 구워 먹다니 대단하세요. 저희는 정말 도시락거리밖에 장을 안봐나서 아점으로 김밥, 저녁으로 샌드위치랑 만두였어요. ㅠ.ㅠ 그래도 아이들과 같이 요리하는 기분은 좋던걸요. 뭐 요리랄것도 없는 메뉴긴 하지만... ^^

2009-03-23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23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3-23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그럼 아침밥 먹고 나서 계속 아픈지 보자"

어머니들은 천재세요 ^^;;

바람돌이 2009-03-23 09:37   좋아요 0 | URL
천재가 아니라 뭐 일요일 아침마다 듣는 말이니까요. ㅎㅎ

울보 2009-03-2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부터 휴가시군요,,ㅎㅎ

세실 2009-03-2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꿈같은 휴가 부럽습니다. 흐 저두 그냥 책이나 실컷 읽고 싶은데..워어~~
내일이랑 모레 부담없는 출장이라 책 가져가서 열심히 읽을까 생각중입니다.
해피한 한주 되세용~~

꿈꾸는섬 2009-03-2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한가한 주말도 필요한 거 같아요.^^
나흘간의 휴가도 푹 쉬셔요.ㅎㅎ
 

공사일정 

토요일 - 애들 방바닥 배수관 터짐, 물 흥건
            아이들 방 물건 몽땅 다 꺼냄, 집안 너저분....
일요일 - 아이들 방 공사. 억! 공사확장 필요. 욕실 안방까지 구멍뚫어 배수관 다시 설치결정
월요일 - 퇴근 후 안방 욕실 물건 다 꺼냄.
화요일 - 다시 하루종일 공사
             잘 곳 없음. 친정가서 하룻밤 신세짐
수요일 - 일단 먼저 마른 안방 청소 후 물건들 집어넣음
목요일 - 아이들 방 욕실 등등 나온 물건들 몽땅 집어넣음
            밤 12시 30분 청소 끝남. 에휴~~~ 

에고 힘들어....
그래도 자기 일도 아니면서 아이들 이층 침대랑 2인용 책상이랑 몽땅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까지,
거기다 출근하고 없는 우릴 대신해서 공사감독까지, 아 그리고 마지막 구멍난곳들 도배까지 해준 동생 J에게 심심한 감사를.... 다음 주에 시간내라. 꼭 맛난거 사주마... ^^ 

그러고 씻고 나니 이 시간인데 아 자고 싶다는 생각뿐...
하지만 낮밤이 다 바빴던 이번 주 때문에 내일까지 처리해야 할 일 남음.
예상 시간 약 2-3시간 정도...ㅠ.ㅠ 

기다리는 건 다음 주 월요일 뿐이다.
학교 아이들 모두 수련회 수학여행 등등 학교가 텅비는 것.
비담임인 관계로 인솔교사에서 빠졌다.
매일 출근은 해야 하나 그냥 가서 남은 아이들하고 좀 놀아주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수업준비좀 미리 하고 책보고 서재놀이하고....
아이들 없는 학교 진짜 기다려진달까? ㅎㅎ
다음 주 월요일 - 진짜 봄이여 오라!! 딱 그런 기분.... 

자 일하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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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20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 이제 뽀송뽀송해진 바닥과 사는 거죠? 다음 주 월요일을 기다리며 굿나잇이에요~

바람돌이 2009-03-21 12:00   좋아요 0 | URL
오늘 마지막 대청소 예정입니다. 그럼 진짜 뽀송뽀송해지겠죠. ㅎㅎ

turnleft 2009-03-20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어요 2. 저도 예전에 한국에서 반지하방 살 때 폭우에 빗물이 넘쳐 집이 살짝 잠긴 적이 있었지요. 그거 뒤처리하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물이란게 참 무섭더군요.

바람돌이 2009-03-21 12:02   좋아요 0 | URL
그건 저보다 더 골치아플 것 같군요. 짐들이 젖으니 그걸 말려야 하잖아요. 서울에는 진짜 반지하방이 많은것 같더라구요. 이 동네도 가난한 사람은 많고 산골짜기 집들은 많지만 반지하는 그리 없거든요.

울보 2009-03-2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고생많이 하셧어요
오늘 부터 날은 봄날씨던데,
월요일부터 좀 한가하시군요,,
그때 몸도 추스리세요,,

바람돌이 2009-03-21 12:03   좋아요 0 | URL
다른 동네는 다 봄날씨라는데 이 동네는 오히려 거꾸로 가네요. 조금 쌀쌀해졌어요. ^^;; 월요일부터 생기는 4일간의 이 한가함을 어쩌면 좋을까 고민중입니다. ^^

순오기 2009-03-2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림 두고 공사하는 건 정말 못할 일이어요.ㅠㅠ 그래도 감독해준 동생이 있다니 복 받으셨어요.^^
진짜 복은 월욜에 몰려오는 군요.ㅋㅋㅋ 애들 없는 학교, 룰루랄라~ 신나겠어요.^^

바람돌이 2009-03-21 12: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살림두고 공사하는 것도 못할 일이고 일있을때마다 옆에 도와주는 지인들이 있다는 것도 복받은 일이고요. ^^ 원래 휴가란 막상 그 때보다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 때가 더 행복한 거겠죠? ^^

꿈꾸는섬 2009-03-20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으셨어요. 동생분께는 꼭 맛난거 쏘셔야해요.^^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복을 꼭 신나게 보내세요.ㅎㅎ

바람돌이 2009-03-21 12:05   좋아요 0 | URL
주말에 쏠랬더니 일있다네요. 다음 주에 꼭 쏠게요. ^^
꿈꾸는 섬님도 즐거운 주말 되세요. ^^
 

어제 아침
"엄마 큰일났어...우리 방에 사과매트가 다 젖었어"
"뭐?? 너희들 또 뭐 엎질렀지"
"아니야 와서 봐"
이럴수가.....ㅠ.ㅠ
방바닥 장판 아래로 물이 흥건하다. 그 물이 흥건하다 못해 밖으로 흘러나온것. 

또야!!! 정말 미치겠다. 어째 한해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냐?
이 집 이사와서 딱 1년되던  봄에 우리 집 작은 방 바닥에 배수관이 새서 방 몽땅 파고 배수관을 새로 놨었다. 돈 깨지고 성질나고 고생하고...
그 이후로도 딱 요맘때만 되면 우리 라인 어느 집에선가 물이 새서 천장이나 바닥을 타고 줄줄 흐르고 곰팡이 피고 하는 일을 반복.
그리고 이번에는 6년만에 다시 우리집이다.
하루만에 아래 2층까지 물이 타고 내려갔단다. ㅠ.ㅠ 

급히 공사하는 곳에 전화해서 아저씨 오셨는데 바닥상태보고 아저씨도 기급!! 
대충견적 35만원. 허걱스럽지만 그래도 어쩌랴 싶지만 그래도 아까운 내 돈...ㅠ.ㅠ
문제는 옛적에는 작은 방에 짐이 없었지만 지금은 애들 2층침대와 애들 책상(역시 2인용 책상)이라는 거대한 물건이 버티고 있다는 것.
난 못해 했더니 옆지기 왈 니가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도 안한다 ^^;;
미안하지만 집 근처 사는 후배에게 긴급구조요청!
옆지기랑 후배랑 둘이서 침대랑 책상이랑 분해하고 옮기는데 옆에서 좀 거들려고 했더니 안 그래도 난장판인 집에서 더 난장을 부리고 있는 우리집 두 녀석 좀 제발 옮겨달란다.ㅠ.ㅠ
그래서 우리집 여자 셋 쫒겨나다. ㅠ.ㅠ  

이날 밤에는 애들은 할머니집에 보내고 후배랑 옆지기랑 나는 근처 사는 또 다른 후배불러서 일단 밥먹고 그 집가서 새벽까지 밤드리 노닐다 귀가. (그래도 밥은 내가 샀다구...^^;;)
다음 날 공사시작.
근데 방바닥을 열심히 파시던 아저씨 말씀하시길...
요 배관만 바꿔가지고는 안되겠는데요 하시며 뭐라 뭐라 열심히 말씀하셨고 그걸 옆지기가 나에게 통역까지 해줬으나 솔직히 나는 못알아들음.
어쨌든 중요한건 사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여 큰방까지 파야하고 돈은 두배가 넘는 90만원으로 훌쩍 뛰었던 것...
그리고 공사도 하루만에 못 끝내고 며칠 후에 한번 더 해야 된다는 것.
아 정말....ㅠ.ㅠ 

그 얘기 듣고는 이제 집 치울 엄두도 못내고 그냥 아이들 데리고 집 앞 공원가서 놀기로...
노는 김에 다른 집도 불러서 같이 놀다.
우리집이 들어가기 싫으니 자꾸 남의 집을 맴돌면서 민폐를 끼치고 다님. 

오늘은 집에 들어가면 큰 방을 몽땅 치워줘야 하고 내일은 공사 끝나고 나면 온통 날릴 시멘트 가루를 청소해야 할테고 한 며칠간은 거실에 짐 쌓인대로 살아야 할테고...
집 청소 도와주던 후배 녀석은 방바닥만 그냥 덮고 이사가슈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90만원 때문에 이사를 할 수는 없잖아????ㅠ.ㅠ
근데 이놈의 집 진짜 이사가고 싶다. 다른건 다 좋은데 이놈의 물새는 것 땜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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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3-16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생각만 해도 --
어떻게 바닥만 덮고 이사가시는건 정말 어려울까요?

바람돌이 2009-03-17 08:45   좋아요 0 | URL
바닥 덮고 나면 뭐 앞으로 또 1-2년간은 버틸 것 같고 그간에 이사를 가면 된다? 근데 우리집이 요 근처에서 제일 싼 집이거든요. 주변 아파트 값 너무 비싸서 못가요. ㅠ.ㅠ

울보 2009-03-1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시겠네요,,
에고,,
힘내세요,

바람돌이 2009-03-17 08:45   좋아요 0 | URL
오늘 다시 공사 들어가는데 정말 두 방에서 나온 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저걸 다 넣을 생각을 하면 에후~~~ㅠ.ㅠ

Mephistopheles 2009-03-16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식이 된 집이라면 이제 여기저기 슬슬 파이프가 녹이 슬고 노후되서 뻥뻥 터지기 시작하는가 보네요..

바람돌이 2009-03-17 08:46   좋아요 0 | URL
연식이 오래 된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파이프배관 재료 자체에 문제가 있대요. 뭐 이집 지을 때 나온 최신 소재라는데 그게 그 때는 좋다고 처음 썼는데 함량미달이라네요. 그 파이프를 쓴 집들은 지금 거의 다 이렇대요. ㅠ.ㅠ

마노아 2009-03-16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0만원이면 이사 견적이네요. 아유... 이사철이긴 합니다만... 털썩..;;;

바람돌이 2009-03-17 08:47   좋아요 0 | URL
이사나 가면 포장이사 견적이니 내가 할일이나 별로 없죠. 이건 뭐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들고입니다. ^^;;

꿈꾸는섬 2009-03-16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배수관이 터져서 물난리를 겪으셨으니...90만원이라는 견적도 어마어마하구요. 속은 쓰리시겠지만 이사비용도 만만치않으니 잘 고치시는게 나을 듯한데요. 그리고 바닥만 덮고 이사가시면 아무것도 모르고 이사오시는분들은 어쩌시겠어요. 저희가 한번 그런 집에 들어갔다가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참 많이 분개했었답니다.

바람돌이 2009-03-17 08:48   좋아요 0 | URL
그쵸? 아무것도 모르고 이사오는 사람 열받겠죠? ㅎㅎ 그냥 이사갈 가능성이 눈꼽만큼도 없으니 하는 농담이랍니다. ㅎㅎ

Kitty 2009-03-17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고생하셨네요. 애들방에 자꾸 물 새면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나...ㅠㅠ

바람돌이 2009-03-17 08:49   좋아요 0 | URL
애들은 그 방에서 안 자요. 처음에는 이층침대 좋다고 며칠 자더니 자다 일어나서 무섭다고 울기를 몇번(이건 해아요.)결국 예린이도 혼자서는 못자니 모두 다시 안방으로 원상복귀랍니다. 지들 둘이서 놀때만 그 방을 애용할뿐이죠. ^^

하늘바람 2009-03-1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방인데 맘이 안좋으시겠어요.
작은 공사하면 그것도 아주 신경쓰이는데요.
이번에 고치면 다음부터는 아무일없었으면 좋겠네요

바람돌이 2009-03-20 01:12   좋아요 0 | URL
오늘 끝났어요. 정말 아예 뜯어고쳤으니 다음에 또 터지지는 않겠죠?
다음에 또 터지면.... 윽 생각도 하기 싫어요. ㅠ.ㅠ
 
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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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 광고카피하나는 정말 절묘하게 뽑아낼 수 있게 하는 작가다. 굳이 카피라이터가 골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뭐 있을까? 그의 작품 설정 자체가 쇼킹 그 자체인데...
모두가 눈이 멀어버린 세상(눈먼자들의 세상)
어느 누구도 투표하지 않았다. 투표율 0%(눈뜬자들의 세상)
그리고 이번에는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죽음의 중지)이다.
항상 설정 자체가 어찌나 획기적인지 번번이 그의 소설을 읽지 않을수가 없다. 뭐 그렇다고 내가 이 대단한 거장에게 불만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의 그런 설정때문에 또다시 책을 들고야 말게 해주니 고맙다고 해야지. 

인간이란 당연히 죽음을 향해가는 존재이면서도 끊임없이 삶을 갈구한다. 누구는 불로장생을 위한 불로초를 찾아헤맸다지만... 죽음만큼 공평한게 어디 있을라고. 누구나 죽는다. 그것도 딱 한번씩만... 그 죽음이 중지됐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아 인간의 유토피아가 드디어 도래했다? 아니 아니,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한권이라도 읽은 이라면 이 작가가 유토피아를 그릴리가 없다는걸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죽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경축할 일에 너도 나도 국기를 게양해서 집단적으로 축하를 벌인다. 하지만 그건 잠시일뿐...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온갖 문제점들이 불거진다. 이제 끊임없이 확장되어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게 될 요양원, 절대 퇴원못하는 환자들이 점점 늘어가는 병원, 생명보험의 의미가 무색해져버린 보험회사들... 뭐니뭐니 해도 압권은 실직위기에 처한 장의사들이다. 근데 이들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법 또한 얼마나 기발한지... 이제 이들은 사람 대신에 모든 동물들의 죽음을 반드시 정당한 절차를 거쳐 매장 또는 화장할 것을 국가에 요구한다. 장의사들의 이런 해결에 고무되어 각자 나름의 해결책을 정부에 요구하는 이들.
그리고 신종 마피아의 등장. 죽어야 하는데 죽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또는 가족들의 부담을 덜고자하는 이들에게 국경너머 죽음이 존재하는 곳으로 죽을 이들을 옮겨주는 마피아. 뭐 당연히 공짜는 아니지.... 그리고 이런 각각의 요구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
결국 세상은 죽음이 있든 없든 그리 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죽음이라는 인간 존재성의 끝이 사라진다는 엄청난 사건앞에서도 세상의 모습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들의 집합체이며 그 각각에 대응하는 정부, 정치가 역시 별반 달라지지 않는단 말이지... 죽음이 사라진다 해서 인간들이 갑자기 너그러워지거나 행복해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실인지도 모르지.

인간이란 존재는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건지도.... 국경을 넘어 죽음을 맞이하러가게 하는 행위가 공공연해지고 합법이 되자 좋아할 것 같던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 몰래 행동하는 것은 다르죠, 한밤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나가는 건 말이예요. 그러면 이웃도 그분이 여전히 고통스러운 병상에 누워 있는지 아니면 그냥 증발해 버렸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까요, 거짓말을 하는건 쉬워요, 슬픈 표정으로 말하는 건 말이에요, 지금도 여기 계시죠, 가엾은 양반, 하고요, 이웃집 사람을 층계참에서 만났는데, 그래, 할아버지는 요즘 어떠세요, 하고 물어봤을 때 말이에요,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사망증명서도 있고, 공동묘지에는 이름을 다 적은 명판까지 붙여요, 이러니 몇 시간 후면 시샘 많고 남 욕하기 좋아하는 동네 사람들이 할아버지가 죽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죽었다는걸 알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잔인하고 배은망덕한 가족이 할아버지를 국경으로 데려갔다는 말밖에 더 돼요, 그럼 창피해지는거죠,(92-93쪽)    - 인간이란 원래 이런거야....

그리고 느닷없이 죽음이 다시 찾아온다.(원래 죽음은 느닷없는게 더 자연스럽지만...)
그동안 죽지 않았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는 것. 그리고 죽음은 이제 자주색 편지지에 죽을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일주일 뒤에 당신이 죽을터이니 그에 대한 준비를 하라는.... 죽음이 원한건 주변 정리나 인사, 유언 이런 것들이었겠지만 오히려 인간들은 공황상태에 빠져버리고 마니 역시 죽음은 삶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겠지.... 

이제 책은 죽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이 살아온 모든 세월을 같이 살아온 그녀. 돌연한 그녀의 파업은 뭔가 변화를 주고싶은 변덕의 발로였을까? 전편이 죽음이 사라지고 죽음이 돌아온 세상만태를 스케치하는 것이었다면, 2부는 이제 죽음 그녀의 이야기다. 자신의 연출에 만족해있던 그녀에게 즉 죽음의 예고장을 발부하면서 자신이 일으킨 변화에 뿌듯해하던 그녀에게 문제가 생긴다. 유독 한 인간에게만 죽음의 경고장이 날아가지 않는 것.
이 딜레마를 그녀 죽음은 과연 풀 수 있을까? 그 해법이 죽음이 삶을 지향해버리는 것이라면? 이 지독한 모순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숙제다.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럼 이제 다시 어떻게 될까? 묵직한 숙제 하나를 받아들면 책은 끝난다. 이제 어떡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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