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갈 일 없는 일요일 아침은 느긋하다.
원래는 지인들과 가까운 곳 등산을 계획했으나 비때문에 그냥 연기했고 마땅히 아무 계획 없는 모처럼의 일요일
더군다나 지난주 내내 공사때문에 피곤했던 덕에 토요일 저녁은 일찍 잠들었다.
아 나만... 옆지기는 몇년만에 초등학교 친구 만난다며 나가 언제 들어왔는지 모른다.
오늘 저녁쯤 고백으로는 새벽 5시쯤이었다나? ㅠ.ㅠ 

일요일 아침.
느지막히 9시쯤 일어나니 아이들은 벌써 일어나서 신나게 TV보며 바나나를 먹고 있다.
나 역시 바나나 한개를 입에 넣으며 아이들과 잠시 놀아주다.
왜 일요일 아침 일어나자 마자 밥하는게 안될까?
한시간쯤은 정신차려줘야 밥하러 일어나지니...ㅠ.ㅠ
드디어 해아의 한마디
"엄마! 똥은 안 나오는데 배가 아파"
"해아야! 그 때는 배가 아프다는게 아니라 배가 고프다는거야"
"아니야 배 아파"
"그래 그럼 아침밥 먹고 나서 계속 아픈지 보자" 

원래 등산 계획이 토요일 늦게 취소되었던지라 집에는 김밥 재료밖에 없음.
그래도 밥해서 오늘은 정말 느긋하게 아이들과 같이 김밥을 말았다.
시간이 느긋하니 같이 하겠다고 설치는 아이들에게 한없이 느그러워지는 아침.
뭐 이런 것도 괜찮네....^^
근데 그제서야 부시시 일어나는 옆지기
눈도 제대로 못뜨고 일어나서 하는 첫마디가
"안 깨우고 자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뭐 몇년만에 만난 친구들이고, 또 주말에 혼자 나가서 노는 일이 거의 없는 옆지기인지라 그 정도는 용서하기로 마음먹었던 터... (오해는 마시라. 평일에는 늦게 들어오는 일 무지하게 많은 사람이니....일때문에 늦고 술먹는다고 늦고...) 

근데 그 다음 행동이 가관이다.
저 말뒤에 바로 직행한 곳. TV 탁 틀며 어! 야구가 왜이래 라니....
결국 지금이라도 일어난건 바로 야구 때문이었구나...
순간 옆지기에 대한 관대함이 싹 사라짐
게다가 야구보고 앉아서 아이들이 날라다 주는 김밥을 입만 벙긋벙긋 열며 먹어대는 얄미움이란.... 아 싫어....ㅠ.ㅠ 

어쨌든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난 이후 해아의 배아픔은 사라졌다. ㅎㅎ
오늘 공부 분량 다해야 인라인 타러 나갈 수 있다는 말에 평소보다 훨씬 빨리 공부 마쳐준 예린이.
어제 밤 비가 엄청 내렸다는데(나는 모르고 잤다. 아침에 어 비온다더만 왜 안오는거야 하다가 나중에 옆지기한테 한소리 들었다.) 낮에는 햇빛이 참 따뜻하다.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평일에도 엄마 퇴근하고 나서 인라인 타러 오자는 말에 아이들은 희희낙락이다  

아 내일부터 나흘간 난 꿈같은 휴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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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3-2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비담임 수학여행 시즌이군요. ^^

바람돌이 2009-03-23 00:30   좋아요 0 | URL
네. ㅎㅎ 너무 즐거워요. 정말 너무 오랫만에 담임을 안하는지라 이게 이렇게 마음편한 일인지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약오르시죠? ㅎㅎ

마노아 2009-03-2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보다 더 멋진 평일 휴가군요!ㅎㅎㅎ

바람돌이 2009-03-23 01:30   좋아요 0 | URL
하루 나가야 하는데 그것도 좋아요. 수학여행 안간 아이들과 반나절 놀아주고 그러고 나면 오후에는 수업준비좀 미리 해놓고 올려고요. 나머지 날에는 책이나 실컷 읽어주고 싶어요. ^^

hnine 2009-03-23 0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온다는 예보에, 아이와 함께 가까운 산에라도 오를 계획을 최소하고 집에 있었더니, 비는 아침에 잠깐 오고 말았고, 오후엔 해까지 반짝, 쾌청하던걸요. 먹고 치우고, 도서관 가서 책 빌리고 주말에 상영해주는 애들 영화 같이 보고, 저녁엔 키조개 굽는다고 온 집안에 다 냄새 피우고, 그렇게 일요일이 갔네요. 뭘 하든, 가족과 함께 하였으니 되었다 싶어요.
휴가로 부담없이 맞는 월요일 기운이 저에게도 느껴지네요.

바람돌이 2009-03-23 09:28   좋아요 0 | URL
저희도 그랬어요. 밤에는 비 많이 왔대요. ^^ 오후에는 바람도 없이 햇빛이 어찌나 따사롭던지... 멀리 안가도 아이들은 그저 즐겁기만 한걸요. 키조개 집에서 구워 먹다니 대단하세요. 저희는 정말 도시락거리밖에 장을 안봐나서 아점으로 김밥, 저녁으로 샌드위치랑 만두였어요. ㅠ.ㅠ 그래도 아이들과 같이 요리하는 기분은 좋던걸요. 뭐 요리랄것도 없는 메뉴긴 하지만... ^^

2009-03-23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23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3-23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그럼 아침밥 먹고 나서 계속 아픈지 보자"

어머니들은 천재세요 ^^;;

바람돌이 2009-03-23 09:37   좋아요 0 | URL
천재가 아니라 뭐 일요일 아침마다 듣는 말이니까요. ㅎㅎ

울보 2009-03-23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부터 휴가시군요,,ㅎㅎ

세실 2009-03-2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꿈같은 휴가 부럽습니다. 흐 저두 그냥 책이나 실컷 읽고 싶은데..워어~~
내일이랑 모레 부담없는 출장이라 책 가져가서 열심히 읽을까 생각중입니다.
해피한 한주 되세용~~

꿈꾸는섬 2009-03-2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한가한 주말도 필요한 거 같아요.^^
나흘간의 휴가도 푹 쉬셔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