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제목보고 생각했다. 여행에 무슨 기술이 필요하겠냐고... 그러다 원제를 보니 여행의 예술(The Art of Travel)이다. 음 뭔가 있겠다도 싶다. 표지의 그림도 인상적이고....

책은 여행의 출발에서부터 귀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보고자 하는지 왜 여행을 하는지 여행을 여행답게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사소한 자질구레한 준비가 아니라 여행을 여행답게 할 수 있는 마음자세와 인문학적 소양과 같은 것들) 에 대해서 사색하고 있다.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는 주제들이지만 알랭 드 보통의 만만치 않은 인문적 소양과 글솜씨로 인해 그의 글은 빛나고 있다. (그의 기준대로라면 이런 표현은 얼마나 진부한 표현인가) 글 전반을 흐르는 은근한 그의 유머감각 역시 책을 읽는 내내 미소띄면서 마음 편하게 책을 읽게 했다. 온몸의 긴장을 풀고 흐느적거리며 그가 들려주는 얘기를 들으며 그의 여행 동반자들과 같이 나도 여행하는 기분. 나른하고 즐겁다.

기대에 대하여 - 여행을 계획할 때의 설레임을 가장 사랑하는 나는 그 기대감만을 사랑하는 데제생트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내 나의 여행계획 단계를 떠올렸다. 그 기대감과 설레임. 동시에 떠 오르는 무수히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 그래도 데제생트와 내가 다른건 그는 그 기대감만을 사랑하고 나는 그 현실적인 여러 불편함도 사랑한다는 거다.

여행을 위한 장소들에 대하여 - 출발! 짐을 싣고 차의 시동을 걸고 고속도로를 달릴 때의 그 짜릿함! 지나치는 나무의 초록색도 논밭의 색깔들도 바람에 스쳐 지나가는 꽃들의 색깔조차도 어제 보던 것과 다르다. 어디든지 떠나고 싶은 여행자의 마음은 보들레르의 한마디로 집약된다.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더불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나타나는 많은 이방인들 또는 여행자들 - 그 우울하되 우울해보이지 않는 묘한 느낌의 그림들이 이 글과 얼마나 어울리는지....

이국적인 것에 대하여 - 해외여행의 경험이 달랑 한 번 뿐인 내게 이국적인 것은 그리 실감나게 와닿지는 않는다.플로베르의 그 이국적인 것에 대한 집착은 거의 강박증으로까지 보일정도다. 그럼에도 이국적인 것을 통해 상상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창조할 자유를 얻는다라는 구절은 맘에 든다.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하여 - 누구나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싶어한다. 나의 경우 내가 느낀 아름다움을 내 소유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디카를 들이댄다. (물론 결과는 신통찮지만) 알랭 드 보통은 여기서 러스킨을 들이댄다. 보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데생을 끊임없이 강조했다는... (데생에 소질이 있는가 없는가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그는 화가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 위치에서 좀 더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게 목적이니까) 주변에 미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늘 느끼는 점. 사물에 대한 또는 사람에 대한 관찰력이 정말로 예리하다는 것..그래도 나도 데생을 배우고 싶다는 꿈이 갑자기 무럭 무럭 커지고 있다.

그 외에도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숭고함의 감정, 여행에서 미술이 하는 역할 등 여행에서 우리가 맞닺게 되는 여러가지 것들이 바로 옆에서 나의 귀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처럼 소곤거린다. 여기서 알랭 드 보통의 관점에 동의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그를 따라가면서 맞아 또는 아니야 라고 얘기하기만 하면 된다.그 역시 그저 고개를 끄덕여 줄것만 같다.

그저 편안하고 즐겁고 그리고 사색깃든 여행을 다녀온 느낌 - 그것으로 즐겁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5-20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5-05-20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의 소설은 썩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런 책이 오히려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바람돌이 2005-05-2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은 전 이름도 모르다가 알라디너들 땜시 알게 된 사람이구요. 처음 잡은 책이 이거여서 소설이나 작가를 통째로 평가하기는 힘들구요.
어쨌든 여행을 좋아하는 또는 동경하는 사람은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로드무비 2005-05-20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알랭 드 보통을 무지 좋아해요.
유쾌한 냉소.
이 책은 읽어보지 않았는데 바람돌이님의 리뷸 보니 한번 읽어봐얄 것 같네요.
그의 책들 중 제일 빠지는 책이라고 들었는데......

바람돌이 2005-05-20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책이 가장 빠지는 책이라굽쇼. 이런 보통의 다른 책을 빨리읽어봐야 할 것 같군요. 이런 기대되라.. 룰루랄라.....

클리오 2005-05-2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리뷰를 잘쓰신다니까요... ^^

바람돌이 2005-05-2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클리오님 칭찬의 대가시라니까요...^^

히피드림~ 2005-05-23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갈 처지도 안돼는데 괜히 이 책 읽었다가 여행에 대한 동경만 심해지는거 아닌가요? ^^ 그래도 언젠가 나만의 여행을 떠날때를 대비해서 읽어보면 좋겠네요. 추천누르고 갑니다.

바람돌이 2005-05-23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님 여행을 직접 떠나지 못할 때는 전 여행서를 읽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마치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 나잖아요. 사실 가장 싸게 그러면서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여행이 아닐까 싶은데...^^ 우리 같이 떠나자구요. 책속으로나마....^^

hkhahn 2005-05-2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rt 가 반드시 예술로만 번역되진 않던데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도 원제가 "The Art of Loving"였으니까요. 기술과 예술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Art가 두 의미를 모두 포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이 책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 2005-05-2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khahn님 만나서 반가워요.
그렇긴 하지요. 결국 여러가지로 번역할 수 있다는 건데 가장 적당한 말을 찾아낼 수 없는게 번역의 어려움이겠지요.
.

겨울아이 2005-05-30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번역은 어때요? 보통의 철학산책은 번역 약간 불만족 스러웠거든요..

바람돌이 2005-05-3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etmeluv님 글쎄요. 저는 번역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다만 읽는데 그리 껄끄럽지는 않았습니다. 읽으면서 번역에 문제있다는 생각이 안들었다면 그런대로 괜찮았던게 아닐까 싶은데....
저의 경우 철학서적들은 항상 번역이 불만이었습니다. 이건 철학서적이 아니니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다.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품페이의 기둥에 2미터 높이의 문자로 '선더랜드의 톰슨'이란는 인간이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았단다. 참 이런 인간은 다른 나라에도 있구나 싶어서 웃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인간보고 크레틴 병자(크레틴 병은 갑상선 호르몬의 결핍에 의한 것으로 소인증과 정신박약의 증세를 보인다)라 명명했다. 참 적절한 명칭이다.

우리 나라의 온갖 산하에도 어디든 빠짐없이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남기려는 인간들이 즐비하다. 옛날에 학교 애들 데리고 부여 정림사터 5층석탑에 가서 그곳에 써놓은 당나라 소정방의 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산에 가서 'ㅇㅇㅇ 왔다감' 적는 인간처럼 소정방도 백제 사비성을 점령하고 이 정림사지 5층석탑에다가 '소정방 왔다감'이라고 써놨다고.... 근데 소정방은 조금 더 썼다. 와서 전쟁해서 이겼다는 말까지....

갑자기 이런 얘기를 왜 하냐고? 우연히 알게된  '김현수'란 인간 때문이다. 내가 아는 김현수도 참 많다. 하지만 모르는 김현수도 많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김현수가 있을까?

그 수많은 김현수란 인간 중에 어느 한 넘이 자기 이름을 남겼다. 어디냐고?

경주 에밀레종 안쪽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일명 에밀레종 - 성덕대왕 신종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국보다. 나도 10월 3일 되면 그 종소리 들으려고 아침부터 설쳐서 경주에 간다. 그런데 어느 김현수가 참 글씨도 반듯하게 이름을 남겼다. 엄청난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도대체 언제 새겼을까?"

"청동에 글씨 새기려면 쉽지 않았을 터인데 뭘로 새겼을까"

"들켰을까 안들켰을까? 그동안 말이 있었는데 나만 모르는 사실이었을까?"

"종 안쪽에 들어가면 낮이든 밤이든 어두컴컴해서 잘 안보일건데 촛불켜고 새겼을까? 후레쉬 들고 새겼을까?"

...........

세상에는 크레틴 병자가 참 많다. 옛날에도 오늘날에도 우리나라에도 남의 나라에도.....

우 쒸~~~ 전국의 김현수 다 모여! 필적감정 할거야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여우 2005-05-20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현수는 모르고 조현수는 압니다.
참고로 전 그 현수가 아니어요...^^

바람돌이 2005-05-20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여우님 이름이....
방금 여행의 기술 리뷰 쓰면서 다 쓰고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나 보다가 여우님 글이 보이길래 읽고는 참 명문장이구나 하고 왔더랬어요.
여행이라면 밥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저이길래 저랑은 여행에 대해 다른 생각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파란여우 2005-05-2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마나.. 제 이름은 현수가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보통의 이 책은 일주일간의 장기여행지에서는 꽤 쓸모가 있을 듯합니다.

바람돌이 2005-05-2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다른 사람이 현수군요. 제가 잠시 착각했네요.
갈수록 말귀를 못알아 먹는 것이 영 상태가 시원찮습니다요.

클리오 2005-05-2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에 갔다가, 조금이라도 공간이 있는 식물에 빽빽하게 낙서와 이름들을 써놓은 걸 보고 학을 뗐다지요.. ^^;

바람돌이 2005-05-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물에까지.....
근데 저도 여미지 식물원 2번이나 갔는데 그건 왜 못봤을까요?

비로그인 2005-05-2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썰미가 없어서 그런지.. 뭔가를 보면서 이름을 발견해본적이 없답니다..;;;

진주 2005-05-2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김현수님은 대전에서 소설을 쓰시는 작가이십니다.
그 분은 절대 아니니 빼주세요^^
 
유럽문화기행 1
위치우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 얼마나 가슴설레는 말인가! 내꿈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백수로 지내면서 여행만 하고 사는거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유치한 소망에 백범 선생의 말을 베끼는 무례를 범하다니....)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나를 지금 이 자리에 붙잡아 둔다. 아직 어린 아이들과 직장... (이런걸 다 팽개치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는걸 보면 내꿈은 겨우 이정도의 용기수준일뿐인가 싶다.) 그래서 늘 꿈만 꾼다. 그 꿈에 여행기들은 언제나  내 꿈의 동반자이다.

많은 여행기들이 범람하지만 나는 항상 사람의 냄새가 나는 책이 좋다. 그 사람이 여행지에서 만난 오늘의 사람이든지 아니면 역사속의 사람이든지... 단순히 유적지가 어떻고 관광지의 풍광이 어떻고 하는 글보다 그 속을 살아가는 살아갔던 사람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

오랫만에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사람의 향기를 흠뻑 마시게 한 책이다. 동부유럽을 제외한 전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저자는 그저 그 지역의 문화재나 볼거리를 소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의미의 여행기라면 이 책은 빵점에 가깝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유럽의 각 도시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 힘에 주목한다. 무엇이 어떤 힘이 그 도시를 만들었으며 그 도시의 문화에 빠진 것은 무엇인지 그곳을 그곳답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이러한 성찰은 저자의 뛰어난 역사지식과 또한 현장에서 도시를 보고 펼치는 사유의 깊이에 의해서 더욱 더 유려하게 빛난다. 하나 하나의 유물을 보고 감탄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도시 전체의 분위기와 문명의 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일반 여행자들이라면 엄두도 못낼 고수의 경지에 분명할 것이다.

이러한 도시의 문화에 대한 사유에서 저자가 잊지 않고 펼쳐놓는 이야기는 그 도시의 문화적 역량을 만들어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계사 교과서속에서나 봤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도시와 시대를 같이 호흡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이런 여행 이야기들을 통해 인류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한다. 인류의 역사가 걸어온 파괴와 전쟁의 역사보다도 문화의 힘이 도시를 인간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저자는 거듭거듭 말하고 있다.

2권에 스위스의 베른 편에서 저자는 도시의 등급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3등급은 도시의 생활을 가꾸는 것이고 2등급은 도시의 역사를 가꾸는 것이며 1등급의 도시의 자연을 가꾸는 것이다라는 얘기다.

우리의 도시가 세계가 잃어가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과 함께 유럽을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처럼 오후 시간이 났다. 뭘할까 고민하다가 사람들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선택된 영화가 이거다. 선택의 이유? 오로지 하나 시간이 맞는게 이것밖에 없어서....

뭐 감독도 굴곡은 많으나 나쁘지 않구 배우진 화려하고 돈 많이 들였다는 소문 짠하고....그리 큰 기대는 없었으나 또한 그리 실망할 것 같지도 않았다.

나의 경우 영화에 대해서 별로 까다로운 편이 아니다. 배우의 연기, 촬영, 스토리, 음악, 스토리 등 다 만족시키면 물론 좋은 경우지만 나의 경우 이 중 하나만 만족시키면 나쁘다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무 볼 것 없는 댄서의 순정조차도 문근영이 무지 예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가 들인돈 6,500원을 아까워 하지 않는다. 왜냐고? 내가 어디가서 단돈 6,500원으로 이런 즐거움을 살 수 있을까? 그것도 문화의 변방지대인 지방에서... 공연도 잘 없고 있어도 초청공연이란 명목으로 서울에서 1, 2만원이면 즐길 것을 여기서는 최소한 3, 4만원은 줘야하니 나의 주머니는 딱 영화가 내 수준이다. 그나마 좀 유명하다 하면 아예 쳐다보지를 못하게 올라가는 요금. 헉!!!!!!

그러나 이 영화는 한 마디로 무참했다. 영화의 배경은 십자군 전쟁기 - 십자군에 의해 100년간 함락되었던 예루살렘이 이슬람의 술탄 살라딘에 의해 다시 빼앗기는 그 시기이다.

역사적 진실이나 삶의 철학을 제시하는데 자신이 없었으면 차라리 저건 완전히 뻥이야 하도록 그냥 오락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 일이지 어줍잖게  역사적 진실을 쫒겠다고(?) 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헐리웃 오락영화야 항상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분리에 항상 멋있는 영웅에 의해 완성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럴려면 또 절대적인 악이 있어야 하고....그럴려면 당연히 술탄 살라딘이 악이 되어야 하는데 거기까지는 이 오만한 기독교미국인들고 양심에 좀 찔렸나보다. 그러니 기독교중의 강경세력이 악이되지만 이들은 악으로 주인공과 대적하기에는 역사적 무게도 악인의 품위도 너무 약하다. 악이 이렇게 약하니 주인공인 영웅이 부각될리가 있나? 영화를 보는 내내 아무도 눈에 띄지 않으며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반지의 제왕에서 그토록 멋있던 올랜드 불룸은 없다.

그러나 문제가 이것만이라면 욕까지 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내돈 6,500원을 조금 아까워하고 말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 영화가 얼마나 오만한 영화인가 하는 것이다.

십자군 전쟁은 어떻게 보면 서구 기독교 역사가 저질렀던 지워지지 않는 죄악의 상징이다.  그들이 남의 땅을 침략하여 종교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학살했던가? 1차 십자군 때 예루살렘이 그들이 잆성하면서 그들은 이슬람교도 유대교도 심지어 이 지역의 기독교도들까지 엄청난 사람들을 학살했다. 그 이후에도 그들의 학살 행진은 쉰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100년 후 술탄 살라딘은 이슬람교의 종교적 관용정신을 이들에게 베풀었다. 무자비한 학살을 금지하고 기독교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정도가 되면 진정 무릎꿇고 감사를 올려도 시원찮은 것 아닐까

근데 영화는 이러한 살라딘의 관용이 이슬람의 종교정신이 아니라 이 영화의 온건파 기독교인인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술탄 살라딘에게 대항함으로써 힘으로 예루살렘을 정복하지 못한 살라딘이 할 수 없이 협상용으로 내놓은 것으로 말하고 있다. 결국 이것 역시 기독교도인 서구인의 힘이었던 것이다. (정의여! 영원히 기독교 서구의 것이어라~~~~)

결국 이 영화를 만든 이들은 십자군 전쟁이라는 기독교의 죄악에 대해서조차도 스스로도 피해자인 척하면서 누구도 만들어 주지 않는 면죄부를 자기들 스스로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면죄부의 발행이라..... 세계에 대한 미국의 오만함이 이제 역사에 대한 오만함으로까지 뻗쳐나갈 줄이냐.....

진짜 욕튄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5-05-13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에요...^^;;;

바람돌이 2005-05-14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기분이 이렇게 자극적이었다고나 할까요? ^^

2005-05-17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5-1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진짜 진짜 고마워요. 지금 바꿀래요.
제가 서재 이미지를 바꾸지 않은건 첫째 귀찮아서 둘째 능력이 안돼서 셋째 알라딘에서 제공한 저 뒹굴뒹굴 이미지가 진짜 저랑 똑같아서 게다가 얼굴도 저랑 닮아서였습니다. 그래도 좀 썰렁하긴 했는데 님이 주신 첫번째 이미지 너무 맘에 들어요.
와 오늘 기분 대끼리입니다. 진짜 진짜 고마워요

클리오 2005-05-17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이미지가 맘에 든다시더니, 세번째로 바꾸셨군요.. 그 이미지도 좋지만, 님께서도 이제 얼굴을 가지실 때가 되신 것 같아서요.. ^^ 맘에 드신다니 저도 좋아요...

바람돌이 2005-05-17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이미지는 막상 띄워보니까 그림이 작아서 무슨 그림인지 알아볼수가 없네요. 그래서 세번째로 수정, 이 오리지널 바람돌이도 무지 맘에 들어요. 근데 포토샵으로 이미지 크기를 조정해도 여기에서는 그리 커지지 않네요. 제 능력의 한계를.... 어쨌든 변신도 하고 기분좋은 밤입니다.

아영엄마 2005-05-18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이미지 보니까 바람돌이 노래 부르고 싶어져요~ ^^ 그런데 가사가 다 생각나질 않는군요. 나이를 먹은게야...ㅜㅜ;

바람돌이 2005-05-18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방이 생긴 이후로 새로 생긴 집단 망각증이 아닐까요?
 

아이들은 하나씩 하나씩 만나면 참 예쁘다. 어떤 아이들도... 그런데 이것들이 단체로 몰려있으면 가끔씩 나를 열받게 한다. 특히 자신의 약간의 불편이나 희생 또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는 것에 너무 인색할 때....

5월 첫주 들어 어버이날이 있었다. 반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나의 출산경험을 과장 좀 해서 궁지렁 궁지렁 늘어놓고 드디어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써오라고 했다. 순간 아이들의 경악.....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그 중에는 노골적으로 신경질을 내는 아이들까지.... 어이가 없다. 그저 이유는 귀찮다는 것이다. 결국 노골적인 신경질을 보인 아이들을 따로 불러 얘기했다. 따로 부르면 너무나 약해지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참 받는거에만 너무 익숙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조그만거라도 자신이 주는 기쁨도 참 큰데...아이들이 써온 편지에 내가 대충만든 효도상품권 3장씩 넣어 편지를 돌려주었다. 어버이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간단한 잔소리와 함께....

내일은 또 스승의 날 편지를 강요해야 하는데....

한때는 편지를 강요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조금 생각이 달라진다. 고등학생이나 되면 모르겠지만 얘들은 아직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고 자신의 감정의 표현방법 이런 것들도 아직은 많이 배워나가야 할 아이들이란 생각이 이런 연례행사 같은 것들이라도 나로 하여금 챙기게 한다.

웃기는 오늘의 풍경 하나

이번주 금요일날 체육대회가 있다. 우리 학교는 봄과 가을에 각각 한번씩 체육대회를 하는데 봄은 약식의 좀 간단한 체육대회다. 전체 아이들이 다 참가하지는 못한다. 몇몇 선수들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이 체육대회 종목들에 선수를 뽑아야 하는데 너무나도 의외의 상황에 직면했다. 나갈려는 아이들이 없는 것이다. 특히 여학생들.... 옛날 남학교나 여학교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하던 모습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남녀공학의 경우 여학생들의 내숭으로 인하여 거의 여학생들이 안할려 한다는 것이다. 온갖 유혹적인 말로 꼬셔봤지만 실패.... 결국 나 열받았다.

선수를 적어내야 하는 종이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 야! 더럽고 앵꼽아서(경상도 표현 그대로다) 못해먹겠다. 내가 이런 것까지 너그들한테 사정해야 하냐! 진짜 치사하다. 나 안해!! 너그들끼리 다 정해지면 나 찾아" 교실 문 닫고 쾅 나옴. 교무실로 돌아온지 겨우 10분 평소에도 늘 헤실거리는 다섯 녀석이 " 샘 우리 다 정했어요"  와서 알랑거린다. 참 이틀동안 안되던 것들이 빨리도 된다.

오늘은 나의 승리다 히히~~~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여우 2005-05-1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승의 날 강요 편지 대목을 읽으며 거시기한 기분을 지니다가
극적인 반전의 승리라니요...제가 다 기쁨니다.^^

바람돌이 2005-05-1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씁슬한 승리지요. 그래도 이런 뻥에도 속아넘어가주는 이 아이들이 예뻐서 학교를 떠나지 못하나 봅니다.

진주 2005-05-1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학교에서 못 배우면 부모님께 편지쓰는 걸 어디서 배우겠습니까? 바람돌이님처럼 사명감을 가지고 그런 것 까지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어서 그마나 애들이 대충이라도 알고 지내는 것 같아요.^^샘 화이팅!
바람돌이님도 선생님이셨네요. 그러고보면 우리 알라딘동네에는 유난히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5-05-1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사명감씩이나요?^^ 그저 우리 아이들이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또 그걸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하는건데 글쎄요. 결과는 그리 신통찮은 것 같네요. 제가 제대로 아이들한테 표현을 못했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