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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문화기행 1
위치우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 얼마나 가슴설레는 말인가! 내꿈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백수로 지내면서 여행만 하고 사는거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유치한 소망에 백범 선생의 말을 베끼는 무례를 범하다니....)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나를 지금 이 자리에 붙잡아 둔다. 아직 어린 아이들과 직장... (이런걸 다 팽개치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있는걸 보면 내꿈은 겨우 이정도의 용기수준일뿐인가 싶다.) 그래서 늘 꿈만 꾼다. 그 꿈에 여행기들은 언제나 내 꿈의 동반자이다.
많은 여행기들이 범람하지만 나는 항상 사람의 냄새가 나는 책이 좋다. 그 사람이 여행지에서 만난 오늘의 사람이든지 아니면 역사속의 사람이든지... 단순히 유적지가 어떻고 관광지의 풍광이 어떻고 하는 글보다 그 속을 살아가는 살아갔던 사람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
오랫만에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사람의 향기를 흠뻑 마시게 한 책이다. 동부유럽을 제외한 전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저자는 그저 그 지역의 문화재나 볼거리를 소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의미의 여행기라면 이 책은 빵점에 가깝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유럽의 각 도시가 가지고 있는 내재적 힘에 주목한다. 무엇이 어떤 힘이 그 도시를 만들었으며 그 도시의 문화에 빠진 것은 무엇인지 그곳을 그곳답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이러한 성찰은 저자의 뛰어난 역사지식과 또한 현장에서 도시를 보고 펼치는 사유의 깊이에 의해서 더욱 더 유려하게 빛난다. 하나 하나의 유물을 보고 감탄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도시 전체의 분위기와 문명의 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일반 여행자들이라면 엄두도 못낼 고수의 경지에 분명할 것이다.
이러한 도시의 문화에 대한 사유에서 저자가 잊지 않고 펼쳐놓는 이야기는 그 도시의 문화적 역량을 만들어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계사 교과서속에서나 봤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도시와 시대를 같이 호흡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이런 여행 이야기들을 통해 인류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한다. 인류의 역사가 걸어온 파괴와 전쟁의 역사보다도 문화의 힘이 도시를 인간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저자는 거듭거듭 말하고 있다.
2권에 스위스의 베른 편에서 저자는 도시의 등급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3등급은 도시의 생활을 가꾸는 것이고 2등급은 도시의 역사를 가꾸는 것이며 1등급의 도시의 자연을 가꾸는 것이다라는 얘기다.
우리의 도시가 세계가 잃어가는 것은 무엇인지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과 함께 유럽을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