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다.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품페이의 기둥에 2미터 높이의 문자로 '선더랜드의 톰슨'이란는 인간이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았단다. 참 이런 인간은 다른 나라에도 있구나 싶어서 웃었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인간보고 크레틴 병자(크레틴 병은 갑상선 호르몬의 결핍에 의한 것으로 소인증과 정신박약의 증세를 보인다)라 명명했다. 참 적절한 명칭이다.
우리 나라의 온갖 산하에도 어디든 빠짐없이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남기려는 인간들이 즐비하다. 옛날에 학교 애들 데리고 부여 정림사터 5층석탑에 가서 그곳에 써놓은 당나라 소정방의 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산에 가서 'ㅇㅇㅇ 왔다감' 적는 인간처럼 소정방도 백제 사비성을 점령하고 이 정림사지 5층석탑에다가 '소정방 왔다감'이라고 써놨다고.... 근데 소정방은 조금 더 썼다. 와서 전쟁해서 이겼다는 말까지....
갑자기 이런 얘기를 왜 하냐고? 우연히 알게된 '김현수'란 인간 때문이다. 내가 아는 김현수도 참 많다. 하지만 모르는 김현수도 많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김현수가 있을까?
그 수많은 김현수란 인간 중에 어느 한 넘이 자기 이름을 남겼다. 어디냐고?
경주 에밀레종 안쪽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일명 에밀레종 - 성덕대왕 신종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국보다. 나도 10월 3일 되면 그 종소리 들으려고 아침부터 설쳐서 경주에 간다. 그런데 어느 김현수가 참 글씨도 반듯하게 이름을 남겼다. 엄청난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도대체 언제 새겼을까?"
"청동에 글씨 새기려면 쉽지 않았을 터인데 뭘로 새겼을까"
"들켰을까 안들켰을까? 그동안 말이 있었는데 나만 모르는 사실이었을까?"
"종 안쪽에 들어가면 낮이든 밤이든 어두컴컴해서 잘 안보일건데 촛불켜고 새겼을까? 후레쉬 들고 새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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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크레틴 병자가 참 많다. 옛날에도 오늘날에도 우리나라에도 남의 나라에도.....
우 쒸~~~ 전국의 김현수 다 모여! 필적감정 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