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하나씩 하나씩 만나면 참 예쁘다. 어떤 아이들도... 그런데 이것들이 단체로 몰려있으면 가끔씩 나를 열받게 한다. 특히 자신의 약간의 불편이나 희생 또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는 것에 너무 인색할 때....

5월 첫주 들어 어버이날이 있었다. 반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나의 출산경험을 과장 좀 해서 궁지렁 궁지렁 늘어놓고 드디어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써오라고 했다. 순간 아이들의 경악.....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그 중에는 노골적으로 신경질을 내는 아이들까지.... 어이가 없다. 그저 이유는 귀찮다는 것이다. 결국 노골적인 신경질을 보인 아이들을 따로 불러 얘기했다. 따로 부르면 너무나 약해지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참 받는거에만 너무 익숙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조그만거라도 자신이 주는 기쁨도 참 큰데...아이들이 써온 편지에 내가 대충만든 효도상품권 3장씩 넣어 편지를 돌려주었다. 어버이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간단한 잔소리와 함께....

내일은 또 스승의 날 편지를 강요해야 하는데....

한때는 편지를 강요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조금 생각이 달라진다. 고등학생이나 되면 모르겠지만 얘들은 아직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고 자신의 감정의 표현방법 이런 것들도 아직은 많이 배워나가야 할 아이들이란 생각이 이런 연례행사 같은 것들이라도 나로 하여금 챙기게 한다.

웃기는 오늘의 풍경 하나

이번주 금요일날 체육대회가 있다. 우리 학교는 봄과 가을에 각각 한번씩 체육대회를 하는데 봄은 약식의 좀 간단한 체육대회다. 전체 아이들이 다 참가하지는 못한다. 몇몇 선수들을 뽑아야 하는 것이다. 이 체육대회 종목들에 선수를 뽑아야 하는데 너무나도 의외의 상황에 직면했다. 나갈려는 아이들이 없는 것이다. 특히 여학생들.... 옛날 남학교나 여학교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하던 모습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남녀공학의 경우 여학생들의 내숭으로 인하여 거의 여학생들이 안할려 한다는 것이다. 온갖 유혹적인 말로 꼬셔봤지만 실패.... 결국 나 열받았다.

선수를 적어내야 하는 종이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 야! 더럽고 앵꼽아서(경상도 표현 그대로다) 못해먹겠다. 내가 이런 것까지 너그들한테 사정해야 하냐! 진짜 치사하다. 나 안해!! 너그들끼리 다 정해지면 나 찾아" 교실 문 닫고 쾅 나옴. 교무실로 돌아온지 겨우 10분 평소에도 늘 헤실거리는 다섯 녀석이 " 샘 우리 다 정했어요"  와서 알랑거린다. 참 이틀동안 안되던 것들이 빨리도 된다.

오늘은 나의 승리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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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1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승의 날 강요 편지 대목을 읽으며 거시기한 기분을 지니다가
극적인 반전의 승리라니요...제가 다 기쁨니다.^^

바람돌이 2005-05-1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씁슬한 승리지요. 그래도 이런 뻥에도 속아넘어가주는 이 아이들이 예뻐서 학교를 떠나지 못하나 봅니다.

진주 2005-05-1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학교에서 못 배우면 부모님께 편지쓰는 걸 어디서 배우겠습니까? 바람돌이님처럼 사명감을 가지고 그런 것 까지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어서 그마나 애들이 대충이라도 알고 지내는 것 같아요.^^샘 화이팅!
바람돌이님도 선생님이셨네요. 그러고보면 우리 알라딘동네에는 유난히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5-05-1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사명감씩이나요?^^ 그저 우리 아이들이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또 그걸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하는건데 글쎄요. 결과는 그리 신통찮은 것 같네요. 제가 제대로 아이들한테 표현을 못했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