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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이 어떻게 하늘 높이 올라갔나 - 움막집에서 밀레니엄돔까지 서양건축사
수잔나 파르취 지음, 홍진경 옮김 / 현암사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서양 건축사 관련 책들을 읽을때면 제일 괴로운게 용어들이다. 앱스니 트랜셉트니 플라잉버팀벽이니 하여튼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거의 외국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용어들 때문에 늘 당황하고, 또 이게 한번 찾아보고 기억했다해서 다음 번 읽을 때 기억이 나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볼때 마다 용어들이 너무 새로워 나의 머리를 의심케 한다. 건축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깊이있게 공부한 것도 아니고 약간의 호기심으로 서양미술사를 덤비는 나같은 사람에겐 이 건축용어들은 항상 절망을 안겨다 주었다.
그나마 이런 절망을 조금 덜 수 있게 해줬던 책이 이 책의 저자인 수잔나 파르취가 쓴 다른 책 <당신의 미술관>이었다. 그런데 이 작가가 아예 건축에 대해서 책을 썼다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제목도 얼마나 근사한가? <집들이 어떻게 하늘 높이 올라갔나>라니....
책의 처음은 로빈슨에 의해서 인도된다. 갑자기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이 당장의 추위와 비를 피하기 위해 어떻게 집을 지었을까를 추적해가는 형식을 통해 최초의 인류들의 집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쓴 재료들- 황토, 벽돌, 목재와 석재 -과 그 재료에 의해 만들어진 집들을 그림과 사진들을 통해 살펴보는 것이다.
책의 내용은 이어서 건축의 부분별로 서양건축의 역사를 살펴본다.
목차
평면도와 모형 -그리스의 도리아식 신전의 평면도에서 로마 시대 바질리카, 중세의 로마식 바시리카를 변형시킨 초기 중세교회의 평면도를 통해 건물의 기본 구조를 알아보는 법에 대해 얘기한다. 다음 모형을 통해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건물의외형을 알아볼 수 있는데 그리스 신전의 모형과 르네상스 시대 대저택의 모형을 통해 건축의 역사를 살펴본다.
기단에서 지붕까지 - 내가 가장 궁금한 부분. 이 책의 제목과도 가장 일치하는 부분이다. 집들이 어떻게 그렇게 높이 올라가면서 붕괴하지 않고 남아있을 수 있었는가, 중세 고딕 건축의 원리등이 사실 제일 궁금했다. 근데 이 부분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왜냐하면 내가 궁금했던 건 중세건축의 원리 부분이 집중적이었는데 아마도 전체 건축의 역사를 개괄하다보니 내 욕구를 다 채우기에는 모자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기단에서부터 벽과 지붕, 계단까지 건물을 지탱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친절하게 짚어주는 면은 감탄할만큼 친절하다.
단칸집에서 아파트 단지까지 - 이 단락은 주택이 어떤식으로 변천해왔는지를 살핀다. 부촌과 빈곤층의 구분없이 단지 집의 크기만 달랐던 메소포타미아 지역 우르의 주택단지에서, 부촌과 빈곤층의 구별이 생기는 이집트, 그리스의 시민사회를 반영하는 규격화된 주택지역, 세계제국의 중심부로 등장하면서 좁은 땅에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생긴 로마의 연립주택까지의 역사를 쉽게 알려준다.
침실 부엌 욕실 - 이 공간들은 인간의 기본적인 인간다운 삶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공간이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귀족이나 지배층의 대규모의 저택보다는 일반인들의 주택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중세 농노의 농가에서 산업혁명기의 슬럼가, 현대적인 의미의 연립주택(아파트)의 등장까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의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악화되고 혹은 나아져 가는지의 과정을 재밌게 읽었다.
도시의 발전과 도시계획 - 이제 막바지에 다다라 건축의 범위를 넘어서 도시의 등장과 발전, 그리고 도시계획을 주에의 도시에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도시-피렌체 -, 그리고 현대적인 의미의 도시들의 형성과정 -파리, 베를린의 도시계획에 대해서 살펴본다.
재밌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초보자가 보기에 아주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약간의 신경만 기울인다면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건축사 입문서라고나 할까? 책의 거의 전 페이지에 걸쳐 있는 도판과 사진들이 책의 내용을 보다 풍부하고 쉽게 만들어준다. 다만 좀더 나아가서 각각의 건축이 가지는 사회사적 의미를 보고자 한다면 이 책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많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생소한 서양건축을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