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나왔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학문의 분화와 전문성의 추구가 최고의 학문의 방법인것처럼 신봉되는 사회에서 인문학자와 자연과학자가 나누는 대담이라는건 그 기획 자체부터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자연과학에는 관심도 흥미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까지도 없는 나에게 그나마 자연과학도 참 재밌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준 최초의 사람이 바로 최재천씨였다. 내가 읽은 최초의 자연과학 서적이 아마 최재천씨의 <생명이 있는 것은 아름답다>가 아니었을까싶다.
두 사람의 대담으로 엮어가고 있는 책은 만만치 않은 화두들을 다루고 있고, 또 두사람의 말빨이 장난아닌지라 재밌게 읽어진다. (하지만 역시 말빨쪽은 도정일씨쪽이 한 수 위다. 아직까지는.... 하기야 말빨로 먹고사는게 인문학쪽인데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은 아닐 것도 같다.) 읽다보니 워낙에 광범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고 서로의 의견이 설왕설래하는지라 이거 다 읽고나서 리뷰쓸려면 아마 책을 처음부터 다시 봐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나의 머리의 한계다.) 전부터 생각한거긴 한데 이 책을 시작으로 새로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었다. <지금은 책 읽는 중> . 뭐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읽으면서 내 자신의 정리가 필요한 책들은 따로 정리를 해둘까 하는 생각에서 만든거다. 머리나쁘니까 중간 중간에 요약하고 생각해둬야 할 것들은 챙겨두는 창고라고나 할까? ^^
1장 즐거운 몽상과 끔찍한 현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왜만나야 할까? 이 두사람이 만나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얼까? 도정일씨는 '과학과 기술, 종교와 예술은 삶의 토대이다." 라는 말을 인용하며 인문학의 영역인 종교와 예수, 과학의 영역인 과학과 기술 이 두영역이 모두 인간문명의 토대를 이룬다면 그 토대들 사이에 접합 교섭 대화가 없을 수 없음을 얘기한다. 결국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라는 점에서 공통의 지반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현재의 우리 학문의 풍토는 자연과학이든 인문과학이든 서로간은 물론이고 내부에서도 엄격한 선을 긋고 다른 영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침범'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하다.
생물할쪽에서 최재천 씨의 경우 윌슨의 <통섭>이란 책을 예로 들면서 단순한 학문의 통합이 아니라 모든 학문분과가 활발하게 소통하고 서로 굳게 닫은 빗장을 열어젖일 수 있는 새로운 학문의 공간이 탄생해야 함을 얘기한다.
초반에서는 화기애애하게 그리고 서로의 만남에 대한 의미부여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출발점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약간씩 보이는 차이점은 이 두사람의 논쟁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자못 흥미진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