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읽는 세계사 - 사소한 몸에 숨겨진 독특하고 거대한 문명의 역사
캐스린 페트라스.로스 페트라스 지음, 박지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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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자에 읽은 역사 책 중 재미로는 단연 압권, 얼른 누군가에게 얘기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라는 최재천선생님의 추천사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다. 이런 류의 다이제스티 역사서가 이제 좀 지겹기도 했고, 또 이런 류의 역사책을 가장한 가쉽서들에 대한 불만도 있어서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난 결론은 나 역시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고로 이 글은 입이 근질거려서 쓰는 리뷰 되겠다. 





 일단 목차가 근사하다. 이 그림이 진짜 목차다. 1. 구석기 시대 여성의 손 2. 핫셉수트 여왕의 턱수염 이런 식으로 말이다. 다만 미리 말하는데 이 그림에는 사진이나 삽화가 없다. 딱 1개의 삽화가 있는데 그게 이 차례이고, 그리고 딱 1개의 그림이 있는데 그건 바이런의 초상화다. 사진이라고 딱 1장 넣어놓은게 왜 굳이 바이런의 초상화였을까? 그걸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은데 내 추측으로는 바이런이 잘 생겨서이지 않을까이다. 거짓말이라고? 아니 이 책을 읽어본 분들이라면 분명 나의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이 책의 작가들은 남매라는데 사심이 가득하다. ^^ 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그 바이런의 얼굴이다.(바로 이 책 유일의 그림이다.)




뭐 이정도면 사심이 가득해도 할말 없는 얼굴이지 않나? 바이런은 이 잘생긴 얼굴로 엄청난 바람둥이였다니 여러방향으로 인류애 가득한 분이셨겠다. 물론 이런 얘기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애초에 몇 페이지 읽지 않고 내 손에서 던져졌을 것이다. 저자들이 바이런에서 얘기하는 것은 장애가 있던 그의 발과 그의 삶 문학이 연결되는 지점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외모와 삶과 문학작품이 일치하는데다가, 또한 그 일치를 위해 삶의 다양한 장면들을 관리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유지하는 모습까지 보다 보면 어쩌면 바이런은 당대의 아이돌 스타가 아니었을까싶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광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니, 그의 신체이형증(자신의 신체적 불완전성, 그러니까 발의 장애-을 지나치게 곱씹는 정신질환)과 당시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점으로 표현되던 동성애취향에 대한 고뇌까지가 모두 바이런이다.(이 장면에서 책 내용과 상관없는 하나의 궁금증을 풀었는데, 그것은 해리포터에서 볼드모트를 항상 이름을 말할 수 없는자라고 부르는것에 대한 궁금증이다. 서양전통에서는 무언가 지나친것에 대한 이런 표현이 일종의 관용적 표현인듯 하다.) 



  사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있는 이야기는 내게는 첫번째 구석기 시대의 여성의 손이었다. 부끄럽게도 나 역시 동굴벽화 하면 알타미라나 라스코의 동물그림부터 떠올리는데 그게 최초의 그림들이 아니란다. 최초의 동굴그림은 여성과 아이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손도장이다.



지금 현재 알려진바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이다. 보르네오섬에서 발견되었다. 이런 류의 손도장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래 사진은 프랑스 가르가스 동굴의 손도장 벽화이다. 




사실 벽화라고 하는 것도 손도장이라고 하는 것도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이런 손도장은 손을 벽에 대고, 대나무 대롱 같은것에 물감을 가득 넣어 입으로 뿌려서 자국을 남기는 기법으로 그려졌다. 오늘날 그래피티를 그리는 기법과 비슷하다.

그러면 도대체 구석기시대의 인간들이 왜 이런 손그림을 남겼을까? 정답이야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저 우리는 상상할 뿐이다.  어둡고 불편하고 위험해보이는 동굴 깊숙한 곳에 여성들과 아이들 몇몇이 조심스럽게 들어가는 장면을 상상한다. 그리고 벽에 손을 대고 입에 대롱을 물고 물감을 뿌린다. 그리고 자신의 손그림을 보며 무언가의 행위를 당연히 했을테고 그 무언가는 종교적인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어떤 부족은 자기 부족의 손자국을 전부 구별해낼 수 있다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무언가를 기원하고 남긴 서명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 이 책이 가진 장점 첫 번째를 말할 수 있다. 생각보다 몰랐던 이야기들이 많다. 이런 역사책들이 가지는 구태의연한 통속성, 여기저기 흔히 알려진 이야기들을 끌어모아 재배치한 느낌이 없다는.... 원래 이런 책을 읽을 때 책이 재미있으려면 내가 모르는 얘기가 훨씬 더 많아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재미를 보장한다. (물론 27편의 이야기가 다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많다는 것뿐.... 해리엇 터브먼의 뇌의 이야기는 좀 믿기 힘들고, 마르틴 루터의 장 이야기는 과장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흠은 책의 재미에 비하면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 이야기들을 더 좋아할 수도 있고......)



  이 책의 두번째 장점은 정치적 올바름이다. 특히 여성에 관한 서술에서 그 올바름을 유지하는 것말이다. 



  사실 다비드상 같은 조각을 볼 때 궁금했던게 있다. 조각의 다른 부위에 비해서 성기가 너무 작은 것이다. 그런데 부끄럼 많은 나는 어디에도 못 물어봤는데(사실 아는 사람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가 더 정답에 가깝지만), 이 책에서 제우스를 표현한 이 조각을 예로 들어 그 비밀을 말해주고 있다. 바로 당대의 그리스인들이 생각한 완벽한 남성의 특징 중에 바로 '작은 음경'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정말???? 믿을 수 없어!!! 그럼 오늘날은 왜 이렇게 된거야????)그리스 인들의 생각에 모범적인 남성은 '햇볕에 그은 피부, 잔근육, 탄탄한 몸, 평온하고 신중한 마음'이 포함되는데 크고 불룩한 음경은 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음경뿐 아니라 곧추선 음경 역시 무절제와 무분별한 성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당연하게도 공식적인 입장일 뿐이고 사적으로는 성난 황소와 같은 음경이 각광을 받으면서 은밀하고도 공공연하게 만들어져 유통되었다고 하니 남성들의 성적 이중성은 시대를 막론한다. 저자들은 여기서 여성의 조각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아주 기묘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즉 고대 그리스 여신 조각상들은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성기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글을 보자.


여러 학자들은 이것이 작은 음경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미소지니스트(여성을 혐오하는 남자라는 뜻으로 놀랍게도 그리스어다!)의 사고가 확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성들은 욕망을 억눌러야 했던 반면, 성적으로 적극적인 존재로 여겨진 여성들은 조각상에서만큼은.... 욕망을 가져볼 기회조차 거부당했다.  - 48쪽


  고대 미술에 나타나는 이 오래된 미소지니를 확인하는걸 잊지 않는다. 참 성차별의 역사는 길기도 길지만 모든곳에서 깨알같이 많기도 하구나. 서양만 그러한가? 그럴리가!!! 베트남의 영웅 찌에우 티 찐은 가슴이 90cm여서 가슴을 뒤로 넘겨 다녔다는 전설이 있는 이이다. 3세기 중국의 침략에 대항해서 싸운 여성영웅이다. 워낙 오래된 일이고 자료가 없어서 그의 실제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데, 오히려 수세기가 지난 뒤에 중국의 영향을 받아 유교문화권이 된 베트남에서 그녀가 어떻게 평가되고 쓰여졌는지를 알려준다. 베트남의 유교적 가치관에 입각한 가부장제에서 그녀는 역사적 인물이 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온갖 믿기 어려운 일화들과 신체적 특징들이 과장되이 전해지게 된다. 결국 그것은 그녀를 신화화해서 무성적 존재로 만드는 방법에 의해 유교질서 안으로 그녀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 다른 생각도 가능하겠지만 이렇게 역사속에서 서양과 동양 가릴 것 없이 성차별의 역사가 스며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도 신선한 시도였다. 그 외 카톨릭의 성유물 숭배와  당대 카톨릭의 부패를 연결하는 이야기, 세익스피어의 작품이 당대의 권력자에 대한 아부가 되는 이야기들도 우리가 어떤 사건들을 볼 때 그 이면을 같이 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려주었다.


세번째로 이 책의 장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대륙의 이야기들을 균형있게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아메리카 대륙의 문명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것이 없는데 이 책을 통해서 식상하지만 그들에 대한 이야기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 알아보기 힘든 조각은 멕시코 치아파스에 있는 마야문명의 유적이다. 마야의 야스칠란 왕국의 왕비였던 카발 쇼크 부인이 자신의 혀에 구멍을 뚫은 다음 나오는 피를 받아 제사를 지내는 제의의 한 장면이다. 이런 피어싱이 여성에 한해서만 이루어졌던 것은 아닌듯하고 그 대상을 어떻게 선정했는지는 오늘 우리가 알 수 없으나 끔찍하면서도 흥미로운 의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신들이 인간을 위해서 성스러운 필을 내주었기에 인간은 이 조각의 쇼크부인처럼 자신의 피를 양식으로 신에게 내주어 우주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 그들의 종교도 이해는 힘들지만 흥미진진하다. 


  결국 이런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입이 근질거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재미있고 괜찮은 이야기를 나만 알고있는것은 부당하니 말이다. 앗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의 장점이 하나 더 있는데 소소하지만 정말 깨알같은 유머와 농담을 즐길 수 있다는것이다. 딱히 대단한 농담도 아닌데 책을 읽다보면 저자들의 농담에 낄낄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농담이 너무 많으면 짜증나는데 그 경계를 잘 지키고 있으니 책의 퀄리티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고 즐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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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2-25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유머러스 하신데 그런 분이 읽으면서 웃으셨다면 믿고 볼 수 있겠네요!ㅎㅎㅎ

최근 미드에서 영국 남성의 성기를 봤는데(시체였지만..) 다비드상과는 꽤 큰 차이가 있더라구요.🙄

바람돌이 2023-02-25 19:27   좋아요 1 | URL
유머 역시 코드가 맞는게 중요한데 저랑 잘 맞는 코드였어요. ㅎㅎ 앗 요즘 저의 유머감각을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서 으쓱으쓱하고 있습니다. 역시 노력이 중요하다고....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다비드상 걔는 완전 꼬마잖아요. 저기 제우스도 마찬가지.... 제가 실제로 본건 거의 다가 꼬마 아기들건데말이죠. 거의 그 크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른 남자가 저러면 심각하게 병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

햇살과함께 2023-02-25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차 너무 맘에 드는데요?
근데 바이런 정말 저렇게 생겼나요?
미화된 건 아니구요? 제 스탈은 아니지만…

바람돌이 2023-02-25 23:24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목차보면서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ㅎㅎ
바이런 정말 잘 생겼대요. 다른 그림 찾아봤는데요. 저 그림보다 더 잘생겼던데요. 물론 미화된게 있겠지만 그대로 본바탕이 전혀 아니면 저렇게 못나오죠. ㅎㅎ

bookholic 2023-02-25 2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고 싶게 하는 리뷰입니다.. ㅎㅎ
제 리스트에도 올려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23-02-25 23:25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거예요. 요즘 많이 나오는 다이제스트식 역사서 중에서는 제일 좋았던 책이에요.

희선 2023-02-26 0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례가 신선하네요 그래서 몸으로 읽는 세계사군요 정말 몸으로... 그런 걸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단합니다 유머도 있다니... 바이런 초상화를 넣은 건 바람돌이 님이 생각하신 것처럼 이걸 쓴 두 사람이 좋아해선가 봅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3-02-26 21:57   좋아요 1 | URL
컨셉을 잡고 몸의 모든 부위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그것을 억지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서술한다고 공이 많이 들어간 책이었어요. 다소 무리가 있는 컨셉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훨신 잘 써진 책이었습니다.

은오 2023-02-26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대의 그리스인들이 생각한 완벽한 남성의 특징 중에 바로 ‘작은 음경’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헐 한국남자들 저때 그리스에서 태어났으면 완벽남에 가까웠을지도? 하다가....
”사적으로는 성난 황소와 같은 음경이 각광을 받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그렇지....

목차 진짜 멋지네요 ㅋㅋㅋ 오오

바람돌이 2023-02-26 21:58   좋아요 0 | URL
그럼 그렇지요. 그 부심이 어디 가겟어요? 만국공통이지.... ㅎㅎ
목차도 멋지지만 전 그 목차만큼이나 내용이 재미있어서 좋았습니다.
 

 역사 속에서 몸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많은 것을 말해주는 옛사람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보고우리가 그들의 삶과 문화를 더 잘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의문도 다루었다. - P15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핸드 스텐실은 인간이 예술을 통해의사소통한 모든 형태 중 사실상 가장 최초의 형태라는 것이다. 최초의 핸드 스텐실은 약 4만 500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이 아니라고 아무 이유 없이 무시당한,
딱정벌레 같은 눈썹을 한 우리의 사촌 네안데르탈인이 그렸을지도 모른다(덧붙이자면, 사실 네안데르탈인의 뇌 용량은 우리보다 10% 더 컸다). 말, 사슴, 동굴곰 등 선사시대의 아름다운그림이 그려진 ‘동굴 미술 전성기‘는 그 후 수천 년이 지나고 나서야 도래했다. - P25

이유가 무엇이든, 어느 학자가 ‘인간의 형상을 예술적으로 상징한 것 중 세상에 알려진 최초의 예술 형태‘라고 했듯이,
궁극적으로 핸드 스텐실이 인류 최초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P26

가짜 수염은 통치자와 영원히군림하는 신 사이의 연관을 강조했고, 파라오 역시 신적인 존재라는 개념에 힘을 실었다. 그렇기에 핫셉수트가 이전의 남성 파라오들과 마찬가지로 턱수염이 달린 끈을 묶기로 한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핫셉수트는 신성한 통치자라는 자신의지위를 전임자들보다 더 널리 알려야 했다. - P35

그리스의 여성 조각상에는 성기 자체가 없다. 돌출된 음순이나 골반 언저리의 둔덕 같은 부분, 음부 등 성적인 특징이나 성별을 나타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왜일까? 여러 학자들은 이것이 작은 음경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미소지니스트misogynist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라는 뜻으로 놀랍게도 그리스어다!)의 사고가 확장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성들은 욕망을억눌러야 했던 반면, 성적으로 적극적인 존재로 여겨진 여성들은 조각상에서만큼은.....… 욕망을 가져볼 기회조차 거부당했다. - P48

찌에우는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적을몰아내고 우리 민족을 자유롭게 하고 싶어. 왜 내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고 노예가 되어야 해?
나는 체념한 채 보통 여자들의 운명을 받아들여 첩이 되려고고개 숙이지 않을 거야." - P68

중국의 통치가 시작되자 여성들의 지위가 매우 낮아졌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여성 전사를 어떻게 다루었을까? 짜에우를 불멸의 슈퍼우먼이자 사람이 아닌 신으로 만들어, 유교사회의 규범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성 슈퍼히어로가존재하게끔 만들었다. - P69

찌에우, 그리고 동여매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다녔음이 분명한 그녀의 가슴을 깊이 생각해보자. 가슴을 그렇게훤히 드러냈다는 사실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그중 하나는, 찌에우의 가슴이 여성에게 요구되는 예의 바른 행동을 공공연히 무시하고 가부장적인 사회에 반발하는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큰 가슴을 동여매지 않았다는 것은 상류층이아니라 평민 여성임을 나타내기 때문에 계급 제도에 반대하는선언으로 볼 수도 있다. 이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여성 영웅의 배경으로는 보기 드문 사례다. 이런 의미에서 찌에우의 가슴은 실로 혁명적이다. - P71

그렇다면 왜 셰익스피어는 아주 유명하지도 않은 스코틀랜드의 두 왕에 대한이야기를 바꾸었을까? 엘리자베스 1세 Elizabeth 재임 시절에 튜더 왕조에게호의적인 이야기를 썼듯이, 「맥베스」를 통해 그는 제임스 1세 왕King James I에게 아첨하려 했다. 우연히도 제임스 1세는 덩컨의 후손이었고 신성한 왕권을 신봉했다. 셰익스피어는 덩컨이 왕위를 부당하게 잃은 것으로 만듦으로써제임스에게 영국 왕위에 오를 권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 P132

원래 코르데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를 암살한 다음 자신도 군중의 손에 죽기를 바랐다. (이는 18세기에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경찰을 자극하여 죽음에 이르던 방식을 왜곡한 것이었다.) 그리고 군중을 자극한 자살로 지롱드파의 순교자가 되고자 했다. 그 대신 코르데는 마라를 순교자로 만들었고, 이는 혁명론자인 자코뱅파가결집하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 P206

결국 바이런은 성적으로 ‘과도한 특정 행동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야 했다.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이 과도한 행동에는 ‘‘(원문 그대로 옮김)이라는 부도덕한 행위가 포함되었다. (그렇다. 당시에는 동성간의 관계를 감히 언급조차 할 수 없어서 점만 찍었다.) - P223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 좀 더 이해하기 쉽게말하자면, 해리엇 터브먼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 채 환청을듣고 환영을 보기 시작했다. 이 두 가지 덕분에 터브먼은 믿음이 강해졌고 자신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을 비롯한 초자연적인힘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는데, 덕분에 그녀는 이른바 동족들의 모세가 될 수 있었다. - P232

 ‘터브먼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 연극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읽는 걸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저자인 스토stowe 씨는 제가 저 멀리 남부에서 본 노예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시작도 안 했더군요." - P239

독일군 참모들은 ‘군사 세명을 이끌고 시궁창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를 조롱했다. 하지만 빌헬름은 군을 이끄는 데, 아니 적어도 이끄는 것을 돕는 데 성공했고 유럽을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궁창으로 몰아넣었다. - P255

링컨의 시신은 마침내 오크리지 묘지 Oak Ridge Cemetery의 납골당에안장되었다. 앉아 있는 링컨의 모습을 조각한 대형 동상이 있는 링컨 기념관Lincoin Memorial은 어떤 면에서는 지도자를 방부 처리해 놓은 공산주의 양식의 묘를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다. 대리석은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 P290

중국의 일부 시골 지역에서는 전족을 한 여자아이들이 실제로는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멀리 다닐 수없었으므로 집에 머물며 옷감을 짜거나 옷을 만드는, 따분하지만 꼭 필요한 일을 했다. 사실상 이들은 경제에 보탬이 되는,
발 묶인 죄수들이었던 것이다. - P297

구급차 한 대가 미술관 앞에 섰고 칼로가 들것에 실려 나왔다. 대기 중인 침대에 그녀를 눕히러 가는 동안,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칼로는, 무적의 프리다는 그 침대에 누워서 손님과 후원자를 맞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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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2-25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독한 책들을 이렇게 정리해 올릴 계획이 있답니다.
사실 어떤 책을 사기 전에 리류 작성자의 평가보다 책 내용이 가장 궁금하거든요.^^

바람돌이 2023-02-25 14:56   좋아요 1 | URL
저는 읽고 있는 그 때 그 때 올려요. 한꺼번에 올리려면 그건 진짜 일이 되버릴듯요. ㅎㅎ
저도 책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이렇게 책 내용이 어떤 식으로 쓰여져 있는지가 궁금해서 책을 살때는 이렇게 밑줄문장을 보기도 하네요. ^^
 

어떻게 되었나요, 라울? 어디에 있던지 모든 일이 잘되기를 기도합니다. 1973년 오빠가 남긴 말을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새로운 메타포가 있다. 새로운 소리가 있다. 새로운 관계가 있다. 남성과 여성은전과 달라질 것이다. 아이들도 달라질 것이다. 그들은 돈버는 일을쓸모없게 만들 것이다. 인간의 삶을 그보다는 가치 있게 하라. 일의개념을 고역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회복하라."
_2009년 4월 글로리아 카레파-스마트가 라울 펙에게 보낸 편지 - P13

미국 남부의 한 여성하나님은 살인도 용서하시고 간음도 용서하십니다. 그러나 흑백통합을 하려는 자들에게는 분노를 금치 못하고 저주하십니다. - P39

우리 중 누군가는 도로시와 함께 있어야만 했다!
바로 그날, 화창한 오후에프랑스를 떠나자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파리에 눌러앉아알제리 문제나미국 흑인 문제를 논하며 빈둥댈 수는 없었다.
다들 자신의 몫을 하고 있었고나도 돌아가 내 몫을 해야 할 차례였다. - P41

빛나는 공화국에서 태어난 미국 니그로의 경우... 태어나는 순간부터 달리 더 알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나뭇가지와 돌과 얼굴은하얗다고 여기게 되죠. 거울을 보기 전까지는 자신도 하얗다고여깁니다. 그러다 5살, 6살, 혹은 7살쯤 되면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응원하던 게리 쿠퍼가 인디언을 몰살하는 장면에서 그 인디언이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거든요. - P53

문제는 일종의 냉담함과무관심인데, 이야말로 분리 정책으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하는 대가입니다. 분리 정책의 문제는 바로 냉담함과 무관심입니다. 당신은 저쪽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릅니다. 알고 싶지않은 거죠. - P75

미국에서 나는 싸울 때만 자유로웠다.
쉬면서는 도무지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쉴 곳을 찾지 못한 이는싸움에서 길게 버티지 못한다...
젊은 백인 혁명가는대체로 흑인보다훨씬 낭만적이다. - P86

니그로는 한 번도 미국 백인들이 믿고 싶었던 것처럼 유순했던적이 없습니다. 그것은 신화였죠. 우리는 둑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지내지 않았습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어요. 매우 잔혹한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를 쓰고 있었단 말입니다. "니거"는 자기 자리에서 단 한 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습니다. - P87

백인의 증오는 공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밑도 끝도 없고 이름도 없는 공포.
한없이 두려워하지만실체는 사실 그의 마음속에만 존재한다. - P98

TV 속 이미지들은 시청자들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안심시키기 위해서 고안된다.
이미지들은 또한 세상과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대할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한다. - P125

폴 바이스흑인이나, 백인이냐에 초점을 맞추면 이 자리의 주제를 강조할수는 있겠습니다만, 이는 강조하다 못해 과장하는 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집단에 묶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을 한 집단으로 묶게 되죠. 저는 학문에 반대하는 백인보다 흑인 학자들과 공통점이 더 많습니다. 볼드윈씨도 문학에 문외한인 사람보다백인 작가와 더 공통점이 많고요. 그러니 우리가 왜 피부색에만집중해야 하나요? 종교도 있잖아요? 아니면 다른 뭐든? 사람들을연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말입니다. - P127

작가를 정체성으로 삼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려면 삶의모든 안테나를 꺼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이 사회를 비판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요. 죽을 수도 있단 말입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두려운데 타자기 앞에 앉아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겠습니까?
파리에서 지내는 동안 한 가지는 좋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이런특정한 사회적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제 공포는 마음속 피해망상이 아니라 모든 경찰, 모든 고용주,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보이는 현실의 사회적 위험이었습니다. - P128

"하지만 당신은 너무 신랄해요!"
글쎄, 내가 신랄한 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신랄한 거라면,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마치 인생은 신랄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듯이 행동하는미국인의 외면 또는 비겁함을 용인하고 싶지 않아서다. - P140

백인들이 해야 할 일은 애초에 왜 "니거"가 필요했는지 각자의 마음에 물어보는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니거가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그러나당신생각에 제가 니거라면, 그건 당신에게 니거가 필요하기 때문이겠죠. 여러분이 스스로에게 해야할 질문이고 이 나라 백인들이 스스로에게 해야할 질문입니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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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에서 허위 강간 고발은 인종주의가 발명한 가장 가공할 만한 책략 중 하나로 두드러진다. 흑인 공동체를대상으로 폭력과 테러의 물결이 일어나서 이를 정당화할 만한 설득력 있는 이유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흑인 강간범이라는 신화가 조직적으로 소환되었다.  - P266

백인 여성을 범한 흑인 강간범 신화는 못된 흑인 여자 신화의 쌍생아다. 둘 다 흑인 남성과 여성을 계속 착취하는 데에대한 변명으로, 또한 그 착취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안된 것이다. 흑인 여성들은 이 관계를 아주 명료하게인지했고 그래서 일찍부터 린치에 반대하는 투쟁의 선두에섰다. - P267

인종주의의 두드러지는 역사적 특징 중 하나는 늘 백인남성, 그중에서도 특히 경제적 권력을 휘두르는 남성이 흑인여성의 몸에 접근할 권리를 반론의 여지없이 소유한다는 가정이었다. - P269

다시 말해서 노예 소유주가 주장하는 권리, 그리고 여자 노예의 몸에 대한 그들의 권력 행사는 전체 흑인에 대해 그들이 상정하는 재산권의 직접적인 표현이었다.  - P269

 강간범 흑인 남자라는 가상의 이미지는 항상 대책 없이 난잡한 흑인 여자의 이미지를강화했다. 흑인 남자들이 통제 불가능한 동물적인 성욕을 품고 있다는 개념을 받아들이면 그 인종 전체가 동물 수준으로격하되기 때문이다.  - P278

북부의 자본가들이 남부의 경제를 식민화하면서 린치는가장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되었다. 테러와 폭력을 동원해서 흑인을 점점 늘어나는 노동계급 내에서 가장 야만적인 착취의대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자본가들은 이중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었다. 흑인 노동의 초과 착취에서 추가적인 이익이 발생하고, 고용주를 향한 백인 노동자들의 적개심은 누그러들것이기 때문이다.  - P289

게다가 공포를 자극하는 인종주의의 도구인 린치는 그 자체로 남성의 지배를 강화하는 기능도 수행했다. - P297

인종주의를 통해 확립된 패턴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공격은 유색인종 노동자의 상황이 악화되어가고, 사법시스템과 교육기관, 그리고 흑인과 다른 유색인종에 대한 정부의 학습된 홀대 속에서 인종주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 P303

하지만 임신중지권 캠페인이 거의 백합처럼 희디흰 사람들로만 이루어졌던 상황의 진짜 의미는 유색인종 여성의 미성숙하고 근시안적인 의식에서 찾을 수 없었다. 진실은 출산통제운동 자체의 이데올로기적 토대 안에 묻혀 있었다. - P307

유색인종 여성들은 임신중지권에 찬성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임신중지를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수많은흑인과 라틴계 여성이 임신중지에 의지하면서도, 임신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욕망보다는 새 생명을 이 세상에 내놓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비참한 사회적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 P308

출산통제운동에서 이 일화는 우생학적 사고와 연계된 인종주의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승리했음을 확인시켜준다. 출산통제운동은 그 진보적인 잠재력을 탈취당하고서 유색인종들의 개별적인 출산통제 권리가 아니라 인종주의적인 인구통제전략을 옹호했다. 심지어 미국 정부의 제국주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인구정책을 실행하는 데 운동의 핵심역량을 쏟아달라는 요청까지 받게 된다. - P322

오늘날의 흑인 여성들에게, 그리고 모든 노동계급 자매들에게, 가사노동과 육아의 부담이 자신의 어깨에서 사회로넘어갈 수 있다는 생각은 여성해방의 급진적 비밀 중 하나를담고 있다. 육아와 식사 준비는 사회화되어야 하고 가사노동은 산업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서비스는 노동계급이충분히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 P343

 많은 여성들이 ‘그냥 주부‘인 이유는 사실실업 상태의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 많은 여성들이 집 밖에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공공보육 같은) 사회서비스와 (육아휴직 같은) 취업 혜택을 요구하고, 여성이 남성과동등하게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이 ‘그냥 주부‘ 역할에 가장 효과적으로 맞서는 방법 아닐까?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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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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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이 모든 곳에서 우리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다. 의식하든 못하든 말이다. 다른 존재에 대한 공감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알아지는 것들이다. 그렇게 공감하고 연대하자. 나은 세상, 나은 삶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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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18 02: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진 백자평이네요 누구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군요 정말 그렇겠습니다 자기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희선

바람돌이 2023-02-25 12: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사람이란게 항상 자기 자신부터 생각하는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않으려 노력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coolcat329 2023-02-18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능력도 공부하고 노력해야 생긴다는 말씀 정말 동감이에요.

바람돌이 2023-02-25 12:05   좋아요 0 | URL
모르는걸 공감할수는 없으니말이죠. ^^ 다시 주말이네요. 이월의 마지막 주말 푹 쉬시고 따뜻한 3월도 함께 보내요. ^^

페크pek0501 2023-02-25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꼭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책값이 비싸서 망설였던 기억이...ㅋㅋ

바람돌이 2023-02-25 14:53   좋아요 1 | URL
진짜 책값 비싸죠. 학술서인경우는 더더더 비싼....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니니 책값이라도 높게 설정하는 마음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격때문에 항상 슬프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