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지금의 옆지기랑 나는 참 연애를 오래 했었다.
그 덕분에 우리 둘이 결혼하는건 거의 당연지사로 양가 집안에 받아들여졌었다.
근데 우리 친정어머니.
뜬금없이 초를 치시는거다.
궁합을 봐야한다나?

나: 그래서 궁합 안좋으면 지금와서 어쩔건데?
엄마 : 그럼 부적을 하든지 굿을 하든지 방비를 해야지....

이런 젠장!!! 
엄마 말은 저렇게 하지만 만약 점쟁이가 궁합 안좋다 하면
그 뒤로 나를 얼마나 볶아서 괴롭힐지 안봐도 훤하다......

그래도 울 엄마 고집이 평소에 잘 없다가도 한번씩 장난이 아닌지라
일단 감시 겸해서 엄마를 따라 평생 처음으로 엄마 단골 점집엘 갔었다.

먼저 우리집 식구들 사주를 놓고 쭉 일년신수를 보더니.....
근데 이놈의 점쟁이 우리 아버지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나 정말로 우리 몰래 혹시 우리 아버지랑 같이 산거 아닌가 생각했었다.
와 ! 정말 기가 막히게 족집게다...

두근 두근.... 드디어 궁합의 시간!!!
근데 한참을 나와 옆지기의 사주를 바로보던 점쟁이
아주 곤란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점쟁이 - 사귄지 오래됐나? (점쟁이들은 왜 반말을 잘할까?)
나 - 네! 좀 오래됐습니다.
점쟁이 - 그래도 왠만하면 헤어지지....
나 - (속으로) 와 똥밟았다. ㅠ.ㅠ
점쟁이 - 둘 다 사주가 나쁜건 아니고 괜찮긴한데, 둘이 너무 안맞다.
               연애할때는 표안나지만 그냥 친구로 사귀기에는 더할데 없이 좋지만 결혼은 아니다.
               너그 둘이 결혼하면 이남자 너거 아버지 뺨칠거다.
               왠만하면 하지말지? 
      (눈앞이 캄캄!!! 요정도로 얘기하면 진짜 울 엄마 앞으로 날르 볶아 죽이겠구만.... ㅠ.ㅠ 당시 우리 옆지기 집이 잘살길 하나, 직장이 제대로 있나....내세울거라고는 사람 착해보인다는 것 하나빼고는 암것도 없었는데....이놈의 점쟁이에게 갑자기 살의가 드는 순간...)

 점쟁이 - 남자가 나이는 니보다 겨우 한살 많은데 결혼하면 억수로 권위적이고 독재적이 될거다.              }
                남자 고집이 너무 세서 니 진짜 마음고생 많이 한다.

바로 이순간 나의 질문
나 - 저기 지금 누구랑 궁합 보는건데요.
점쟁이 - (우리 동생의 이름을 가리키며) 야 아니가?

우리 옆지기는 나보다 한 살이 적다. (일명 연하남)
점쟁이는 당시의 통념대로 나이를 보고 당연히 남자보다 나이 적은 우리 여동생과 결혼한다고 생각했던 것.

일단 상황 정리. 걔가 아니고요. 저는 얘거든요. 하고 .......

점쟁이 무안한듯 막 웃더니....
다시 사주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는 막 웃으며 딱 한마디 하더라....

점쟁이 - 니가 더 못돼서(즉 내가 더 성질이 더러워서???) 괜찮다. 결혼해라!!!

이런??? 결국 괜찮다는건데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어쨌든 내가 더 못된 덕분에 무사히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큰 탈없이 잘살고 있으니 점쟁이 말이 맞는건가...
이 이야기는 아직까지 우리 시집에는 비밀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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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9-06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배려하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건우와 연우 2006-09-06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니가 더 못돼서 괜찮다...
여자 못됐다는건 성격 딱부러지고 똑똑한 경우에 나오는 말이지요...^^

Mephistopheles 2006-09-0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 점쟁이 얼마나 무안했을까요..ㅋㅋㅋㅋ

urblue 2006-09-0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좋은데요. 딱 좋은 궁합 아닌가요?

세실 2006-09-06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넘 재밌어요~~ 뭐 다행이네요. 흐~
역쉬 연하남이라 그리 즐겁게 사신거였군요~~~
참고로 울 사주볼때도 제가 워낙 사주가 쎄다고 해서리 울 시엄니 해마다 풀어주고 있답니다. '신랑아니면 시집도 못갈 팔자라나 모라나~~~'

진/우맘 2006-09-0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ㅎㅎㅎ!!!! 니가 못 돼서~ 점쟁이의 센쓰!

BRINY 2006-09-0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ㅍㅎㅎㅎㅎㅎ!!

프레이야 2006-09-06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님의 카리스마로 모든게 해결되는게 아닐까욤? 연하남 부럽사와요^^

물만두 2006-09-06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바람돌이 2006-09-06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ㅎㅎㅎ 어쨌든 뭐 아직은 잘 살고 있습니다. 뭐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혼할 염려는 없는듯....
건우와 연우님/맞지요? 똑똑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렇게 말해줄 사람을 기다렸다고요. ㅎㅎㅎ
메피스토님/혹시 무안해서 좋다고 해준건 아니었을까 저도 그런 의심을 잠시 했었다고요. ^^
블루님/ㅎㅎㅎ 어쨌든 저는 뭐 맘에 드는데 옆지기는 저랑 사는게 진짜로 맘에 드는지 어떤지는 그 속에 안 들어가봤으니 모르죠. ^^

바람돌이 2006-09-06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겨우 한살 차이에 무슨 연하남... 그저 나이 차이는 한 5-6살은 작아줘야... ㅎㅎㅎ 세실님 궁합 봐준 점쟁이도 별로 맘에 안드는건 마찬가지군요. ㅎㅎㅎ
진/우맘님/점쟁이의 그 말 덕분에 저는 옆지기한테 지금도 툭하면 못됐다는 말을 듣고 산다고요. ㅎㅎㅎ
새벽별님, 브리니님, 배혜경님/역시 한살 차이 연하는 별로예요. ㅎㅎㅎ 울집 딸래미들은 확실한 연하와 결혼을 추진할까요? ㅎㅎㅎ
물만두님의 그 웃음의 의미는? ㅎㅎㅎ

반딧불,, 2006-09-06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바람돌이님의 칼이쑤마도 장난이 아니시군요^^

바람돌이 2006-09-0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ㅋㅋㅋ 칼이쑤마가 아니라니깐요? 못됐다고 했다고요. ㅎㅎㅎ

국경을넘어 2006-09-06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전의 반전... 점쟁이스럽네요. 그래도 그 점쟁이 제대로 보는 것 같은데요.... 킼키키키

클리오 2006-09-06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점집에서는 활달하고 똑똑하고 자기 직업있을 요즘 여자로 하면 좋은 사주를 쎄다고 하지요.. 좋은 궁합이네요.. ^^

2006-09-06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6-09-07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음 우리집 옆지기를 아는 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건.... 이런 내편이 아니었잖아... 가재는 게편이라는건가요? ㅠ.ㅠ
클리오님/역시 님이 제편이에요. 폐인촌님은 흥이라구요. ^^

2006-09-07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 몇달 친정어머니가 아프셨던 관계로 영화를 못본 분풀이를 하려는지 요즘 꽤 자주 극장 나들이를 한다.
물론 여기서 자주란? - 어린애 키우는 아줌마의 입장에서다.
근데 정말 갈수록 대박행진이다. 진짜 기분좋게도.....
여기서 대박은 관객수가 아니라 나의 별점이라고나 할까?
최근에 본 영화 - 괴물 - 예의없는 것들 - 천하장사 마돈나
모두가 한국영화다. 요
즘은 아예 헐리웃 영화는 호기심도 안 생긴다.
한국 영화가 즐겁다.

첫번째 대박 - 괴물
개봉날 바로 보러갔던 괴물은 그 직전에 봤던 한반도의 찝찝함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 이름을 믿고 봤던 영화.
혹자는 괴물의 컴퓨터 그래픽이 여전히 촌스럽고 어쩌고 하지만 내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괴물은 더 잔인하게 더 공공연하게 화면 가득히 펼쳐지고 있었으므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도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는게 신기했고,
또한 보는 사람에 따라서 참 다양하게 읽힐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꽤 재밌는 오락영화로, 또 어떤 이에게는 반미영화로도 읽힐 수도 있을테고...
하지만 내게는 삶의 중심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힘에 대한 영화로 읽혔다.
낙오자같은 사람들의 일상이 온갖 첨단장비나 무기로 무장한 권력에 던지는 냉소?
어쩌면 운동권 출신으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백수로 전전하는 삼촌은
이념 과잉과 목소리높은 구호의 이전 시대에 대해서도 던지는 냉소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냉소에도 참 아련한 애증이 깔릴 수 있구나 싶기도 했다.
우리의 다양한 삶과 그것에 대한 도전...
그럼에도 일상은  삶은 계속된다?

두번재 대박 - 예의없는 것들
순전히 신하균 때문에 본 영화다.
감독의 유머감각이 2%가 부족해 촌철살인의 장면이 좀 아쉬웠달까?
그럼에도 남녀주인공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영화는 웃기기 위해 수많은 대사를 남발하지만 그럼에도 어찌나 슬픈지....
그들의 삶이 슬프고, 사랑도 슬프고,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려 하는것도 슬프고....
또한 그들의 최후도 슬펐다.
영화를 보는 내내 웃으면서 마음은 슬퍼 죽겠는 웃기는 상황.
코믹느와르? 아니 그냥 슬픈 애정영화다. 내게는....

세번째 대박 - 천하장사 마돈나
이건 진짜 대박이다.
이 영화를 본 이유? 해변의 여인을 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어 대타로 선택!!
가끔은 대타가 진짜 대박일때도 있으니 세상은 살만한거 아닌가?
배우들의 평범한 연기가 정말 반짝 반짝 빛난다.
여기서 평범함이란 연기를 못해서 평범이 아니다.
진짜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처럼 그대로라는 말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세련된 연기력의 백윤식이 거슬릴 정도.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독특한 외모와 훌륭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나타났을까?
주인공 동구는 멋진 외모도 아닌 주제에, 즉 꽃미남 스타일도 아닌 주제에 여자가 되고싶어하는 소년이다.
그의 자충우돌 여자되기 도전기라고나 할까?
이정도면 그냥 예전에 본 일본영화 워터보이 정도로 여겨진다.(이색 스포츠를 통한 소년 성장기???)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어린 고등학생 동구에게 세상은 너무 힘들다.
세상에 패배한 채로 늘 술과 가족에게 분노를 퍼붓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싫어하면서도 닮아가는 동생
자신을 버린 엄마
돈이 있어야 꿈을 이룰 수 있는 현실!!!
그럼에도 동구가 그 엄마의 말처럼 자신을 사랑함으로 꿈을 잃지 않음으로 영화는 칙칙한 분위기를 벗어난다.
한편으로 이렇게 보면 너무 뻔한 영화같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힘이 스토리에만 있지 않음으로,
그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참 신선하다.
한편으론 우리 사회도 이러한 금기시 되던 문제들을 더 이상 선언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일상의 문제로, 삶의 문제로 다룰 수 있게 될 정도로 까지는 성장한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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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05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의없는 것들만 보면 님을 따라잡겠네요

진/우맘 2006-09-0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돈나도 그렇고...해변의 여인이랑, 참을 수 없는 연애의 가벼움도 보고 싶어요.^^

전호인 2006-09-05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한국영화 판이군여. 천하장사 마돈나가 질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sooninara 2006-09-0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물밖에 못봤는데...다 보고 싶어지네요^^

바람돌이 2006-09-05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님은 그냥 통과하세요. 태교에는 별로일듯한데요. ^^
진/우맘님/저도 해변의 여인 보고싶어요. 이 영화 별로 오래 안갈 것 같은데 꼭 봐야 할텐데... 그쵸? ^^
전호인님/여전히 괴물 아닌가요? 어쨌든 천하장사 마돈나 예상외로 너무 좋았어요. 2시간이 정말 너무 즐거웠다니까요.
수니나라님/아이들과 같이 볼 영화가 없네요. ^^ 그 불닭만 드시지 말고 영화도 사이좋게 같이 보러 가세요. ^^

마노아 2006-09-0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개 모두 제가 본 순서대로네요. 셋 모두 진짜 대박이었어요. ^^

바람돌이 2006-09-0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마노아님 개봉한 날짜 순서죠? 정말 셋다 대박이었어요. ㅎㅎㅎ

클리오 2006-09-05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영화 본지가 어언 얼마이던가....

바람돌이 2006-09-0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클리오님/좀 더 기다리셔야 하겠군요. 뭐 마음에 다 차진 않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비디오라도.... 저 중에 천하장사 마돈나는 모든 분께 꼭 권해드리고 싶걸랑요. ^^
 

 

 

 

 

1. 삼국시대냐 사국시대냐?
 가야사에 대한 축소는 일제강점기를 전후하여 우리에게 강요된 식민사학의 결과. 19세기말부터 일제의 역사가들은 [일본서기]에 나오는 신공황후 삼한정토설화(서기 200년 신공왕후가 80척의 배를 이끌고 와서 신라를 치고, 삼국으로부터 조공의 서약을 받았다는 설화)를 비롯한 여러가지 왜곡된 사료들을 토대로 하여 이른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했다.
일제 시기에 일본이 우리에게 가르친 역사 교과서는 바로 이런 신공왕후와 왜 왕권의 위대성을 선전. 해방 이후 교과서는 바뀌었으나 가야사 부분은 거의 삭제 되거나 극도로 축소되었다.
결국 가야사에 대한 무지와 연구의 부족 자신감의 결여 등이 삼국시대론을 낳았다는 건데 아직도 안 바뀌고 있는 이유는?

2. 신사유람단???
1881년 일본에 파견된 시찰단.
첫째, 공식사절단은 아니었다. 중견관리로 구성된 비공식 시찰단.
둘째, 일본의 권고에 따라 시찰단을 파견했고 일본의 편의 제공을 받았으나 자의의 성격도 있었다.
셋째, 이들의 보고서는 통리기무아문의 개편에 주요한 참고 자료가 되었다.
이 시대 신사라는 명칭은 관리를 지칭하는데 관리가 아닌 민간인도 시찰단에 많이 포함 되었다는 문제.
거기다 일없는 관광객의 분위기를 풍기는 유람단이라는 호칭은 재고되어야 한다.
'1881년 일본 시찰단'으로 명명함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3. 개화파 용어와 개화파의 성격
교과서에서 흔희 온건개화파 급진개화파라는 구분을 사용하는데 이는 개념의 범주가 다른 두 개념을 사용하는 것으로 부적절하다. (그런데 온건과 급진을 대립시켜 설명하는건 개화파 뿐만 아니라 한두군데가 아닌데.... 고려말 신진사대부도 온건/급진으로 구분하는데.... )
개화사상을 엄밀한 의미에서는 '문명개화론"으로 한정짓자.
* 문명개화론 - 기존의 조선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었던 사고 패턴, 즉 조선은 이미 개화된 나라이고 구미열강이 야만'이란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꾼 논리(갑신정변의 주역들 - 김옥균, 박영효 등등),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 근대화의 지표
*동도서기론 - 조선이 개화된 나라이며 소중화라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무의 수준에서 사회체제의 변화를 수용. 중국의 중체서용론과 양무운동을 조선 근대화의 지표로 삼음. 엄밀한 의미에서 개화파라 지칭하기 힘듬.

4. 조규와 조약
청의 입장 - 장정, 조규는 조정이 특별히 윤허하는 조규로 상하관계의 나라들이 맺는 것이며, 대등한 관계의 나라들이 맺는 조약과는 그 명칭이 다르기 때문에 그 성질 또한 다르다. 청은 일본 조선과 조규를 맺고, 일본 조선은 서구열강과 조약을 맺게 함으로써 형식적으로 일본, 조선, 서구열강을 모두 조공체제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의도. 결국 조공체제를 전제로, 조약체제를 수요한 조규체제는 이른바 중국판 근대성의 모색이라 일컬을 수 있는 양무운동 실천의 일환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1876년 강화도 조약의 정식명칭이 조약이 아니라 조규이다. 그렇다면 이것의 의미는?
  ----- 솔직히 내 생각엔 아무 의미 없음. 조선이 당시 조약과 조규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으며 또한 그 내용의 문제가 워낙에 심각한 마당에 조약과 조규를 따져서 뭐하겠는가 싶음.

5. 을사조약의 제대로 된 명칭
조약이란 1. 주권자의 조약체결 권한 위임 
                 2. 체결 권한을 위임받은 전권대표의 조인
                 3. 주권자의 비준
협약이란 양국 주무대신의 합의와 서명만으로도 효력을 가질 수 있음.
을사조약에서 외교권의 위임은 분명히 조약의 수준에서 거론될 문제. 그런데 일본은 이를 협약 수주에서 처리하고 조인문서에는 정식 명칭이 빠짐.
결국 을사조약은 체결되지 않은 조약이 되며 따라서 명칭은 '외교권 위탁에 관한 한일조약안'정도가 될 것.

6. 일제시대의 적당한 명칭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성을 드러내면서 국망의 강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용어 - 일제 강점기
문제는 이 용어는 한국민족국가사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정당한 표현이지만, 탈민족주의자들은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용어이다. 사실 일제감정기라는 표현은 '왜정'이라는 국민정서를 학문적으로 포장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탈민족적 성향을 가진 역사학자나 사회과학자들은 경향적으로 '일제시대'라는 표현을 즐겨쓴다. 동아시아적 시각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도 한반도의 경계를 넘어 동아시아 전반으로 시야를 확대할 때, 근대 동아시아사는 곧 일본 젝구주의사라고 볼수 있으므로, 일제시대라는 용어를 선호.

7. 군대 성노예, 정신대, 위안부????
학문적으로 가장 적당한 명칭은 군대 성노예라고 하지만 나조차도 섬뜩한 이 단어가 이 책의 말대로 생존 피해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갈까? 이런 경우 학문적접근은 시기상조인것 같다.

8. 친일과 협력
오늘날 친일의 문제는 책임과 과거청산의 문제이다. 또한 그 친일파의 책임을 묻는 주체는 '민족'이 된다. 그러나 이 경우 기간의 근대사 체계가 '민족'의 가치를 절대화하면서 식민지에 존재했던 다양한 삶의 양식을 지배와 저항의 흑백논리로 재단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되엇다. 식민지 사회를 '제국주의의 지배 -피억압 민족의 저항'이라는 단순 도식으로 파악하다보니 사회정치적 행위를 저항이 아니며 '친일=반민족행위'로 평가하게 되었다는 비판이다.
  이런 입장에서 친일 대신 협ㄺ의 개념을 도입하게 된다. 식민지나 반식민지 주변부 내부에서 현지 엘리트로 구성되는 협력의 체제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런 경우 행위자 개인의 책임보다는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협력의 구조나 체제가 중요시될 수 밖에 없게 된다.
============= 어려운 문제. 개인의 책임을 어디까지 면제시켜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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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6-09-0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난 책 읽고 계시네요. 역사비평에 연재되면서 재미있게 읽은 꼭지였는데 ^^*

클리오 2006-09-04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을만하나요..라고 물을랬더니 폐인촌님이 좋은 평을... 이벤트 하던데 서평쓰세요.. 전 도무지 읽을 시간이 없을 듯해서 포기합니다. 흑..

바람돌이 2006-09-05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워낙에 오랫동안 공부를 안한지라 요즘 전공서적들을 이것저것 뒤적이니 재밌네요. 올해 3학년 국사를 7년만에 맡았더니 정말 제 바닥이 보이더라구요. ㅠ.ㅠ 이것 저것 열심히 책은 뒤지고 있는데 하도 오랫만이라 그런지 나날이 힘듭니다. ㅠ.ㅠ
클리오님/저야 워낙 오랫동안 공부에 손떼고 이것 저것 잡스럽게만 보다가 보니 새오워요. 아 그동안 진짜 무식하게 공부안했구나 뭐 그런 생각..... 늘 공부하시던 분들은 보면 뭐 그리 새로울 것 같지는 않아요. 저같이 오랫만에 공부하는 사람을 위한 정리서 같은 뭐 그런 책???? 어쨌든 재밌어요. 이것 저것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이 책 서평 이벤트도 봤죠. 상품이 무지 맘에 들던데.... ㅎㅎㅎ
 

 

 

 

 

1997년에서 1999년 - 그리고 덧붙여 2000년대 이야기 약간.

1997년의 시대의 화두는 IMF였다.
처음엔 그게 뭔지 조차도 몰랐던 그 단어가 우리의 삶을 그토록 절망적으로 만들줄 알았을까?
처음엔 늘 조금씩 있는 경기불황이겠지 하던건 정말 뭘 모르는 소리였었지...
날이면 날마다 이게 도대체 대한민국이 맞냐고 소리치고 싶던 날들.
날마다 도산하는 기업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들.
생계형 범죄는 자식의 손가락까지 잘라내고, 절망에 자살하는 사람들.
월급이 깎여도 그저 직장 안짤리고 있는것만으로도 고마워 죽을 것 같던 시절.

그런데 그 고통을 온몸으로 맞으며 절망했던 사람이 국민 모두가 아니라는게 문제겠지....
있는 사람은 오히려 이를 기회삼아 돈의 덩치를 더 키워나가고...
빈부격차는 대다수의 사람을 더욱 더 절망으로 절망으로 내몰았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는 엉뚱한 방향에서 엉뚱한 대응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IMF사태는 '믿을 수 없는 정부와 공공영역'이라는 한국인의 기존 신앙을 강화시켰고 기존 가족주의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IMF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과정에서 기존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졌으며, 또 그래서 내 자식을 잘 교육시켜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최준식은 이렇게 개탄했다. "현금의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 가장 문제 되는것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내 새끼 위주의 무한경쟁 체제이다."(92쪽)

이른바 생존의 논리라는건가?
우리나라에서 교육열이 아이들을 죽여나가지 않은적이 없지만
실제로 IMF사태 이후 더 심각해진 건 맞는것 같다.

그런데 이 얘기가 시사하는 바 IMF가 우리에게 정말로 남긴것은 무엇일까?
정부는 벌써 IMF종료를 선언했고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고 죽는 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급한 불은 껏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는거 아닌가?
왜 그 때부터 갈수록 빈부격차는 줄어들줄을 모르는지....
왜 지금도 내 주변에는 너무 너무 어려운 아이들이 그 때나 지금이나 숫자상으로도 어려운 정도로도 어느쪽으로 따져도 줄어들지를 않는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던가?
IMF로 놀란 한국인들에게 그것이 남겨준것은 생존본능의 강화가 아닐까?
가난에 대한 사회적 연대는 사라지고,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나와 내 가족으로 모든 것이 환원되고...
'우리'는 사라지고 일단 중요한건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생존의 지상명령!!!
한국인들의 신체에 각인처럼 남겨진 IMF의 흉터가 아닌지.....

2000년대 중반의 한국인에게 분열은 우리의 운명이 되었다. 분열은 우리의 운명이라는 걸 인식하는건, 이제 우리의 목표가 '통합'이 아니라 '연대가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줄 수 있다. 자꾸 되지도 않을 통합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갈등과 증오도 일어나는 것이다. '분열'은 우리의 운명이지만, '연대'는 나의 운명이다. 그게 90년대의 한국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일지도 모른다.(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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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썼다가 등록하려니 오류떠서 몽땅 다 날렸다.
오기로 다시 쓴다.
기억을 더듬어 썼으나 쓰고 보니 또 좀 다르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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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해콩 > 몽둥이를 놓자 폭력이 보였다.

몽둥이를 놓자 폭력이 보였다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로 징계를 앞둔 상동고 이용석 교사의 심경 고백…폭력을 휘두르는 교사가 된 자신을 돌아보며 전체주의에 반대하기로 결심

▣ 이용석 부천 상동고 교사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아침이다. 교문지도를 해야 하니까 서둘러야겠다. 아 참! 오늘은 학교 전체 운동장 조회가 있는 날이잖아.

아침 7시에 학교에 도착했다. 오늘의 수업 자료가 들어 있는 가방을 책상에 내려놓고 교문으로 나간다. 난 학생생활지도 담당 교사이다. 내 손에는 이미 나에게 잘 길들여진 단단한 몽둥이가 들려져 있다. 교문에서 학교 건물로 이어지는 진입로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제대로 봐야 한다.


△ 지난 7월 징계위에 불참한 이용석 교사는 고민 끝에 출석하기로 결심했다. 8월4일 출석에 앞서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연설하고 있는 이 교사의 모습.

등교하는 아이들의 머리 모양, 교복 상태, 운동화 종류, 왼쪽 가슴에 부착돼 있어야 하는 이름표, 남학생의 넥타이와 여학생의 리본 착용 여부 등 이 모든 걸 한눈에 보고 지나가는 아이들 개개인을 모두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등교하는 아이들이 왼쪽으로 일렬을 지으며 들어온다. “너, 머리!” “너, 운동화!” “너, 야! 너 말이야! 왜 못 들은 척하고 지나가! 엉?” 색출된 아이들은 진입로 오른쪽에 손 들고 서 있게 한다.

가장 싫어하는 인간과 닮아버린…

아침 7시50분. 등교 시간이 끝났다. 이제부터는 모두 지각생이다. 지각생들은 진입로 오른쪽에 일렬로 ‘엎드려뻗쳐’를 시킨다. “인문계 고등학생들이 제정신이냐?” “넌 또 지각이야?” 지각생들은 엉덩이를 맞는다. 잘 부러지지 않게 다듬어놓은 몽둥이로 초범과 재범 등을 가려내어 엉덩이를 때린다. 어쩔 수 없다. 이건 벌이니까. 지각했으니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을 바로잡는 것이 결국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아직 아이들은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 이건 교사의 역할이자 의무이다.

아침 9시. 학교 전체 운동장 조회가 시작된다. 국기에 대하여 경례! 저 뒤에서 시시덕거리는 아이들이 눈에 보인다. 아이들 사이를 가로질러 가서 정강이를 냅다 걷어찬다. “지금 국기에 대한 경례 하는 거 몰라?”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중이다. 아이들의 줄이 흐트러지고 여기저기서 잡담이다. 아이들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며 정강이 차기, 뒤통수 치기, 꿀밤 주기 등 온갖 잡기를 동원해서 ‘질서’를 잡는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반장, 시작하자” “차렷! 선생님께 대하여 경례!”….

교사 1년차 때 나의 모습이다. 덕분에 나는 1년 내내 1교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울 수밖에 없었다.


△ 지금의 학교는 ‘이 사회’를 ‘그대로’ 가르치는 곳이다. 국기 경례에 대한 다른 의견도 다양성으로 포용하지 못한다.

군대 시절에 많이 맞았다. 군기를 잡기 위해, 부대가 원활히 움직이게 하기 위해, 상명하복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많이 맞았다. 그때 난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느꼈다. 인간으로서 존중이 아니라 오로지 계급에 의해 명령과 복종만이 존재하는 그곳에서 사람이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을 보고 치를 떨었다. 난 결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이미 나에게는 그 폭력이 내면화돼 있었다. 당연히, 혹은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각인시키면서 아이들에게 똑같은 폭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교사가 된 뒤 1년을 보내며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의 모습을 내가 닮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내 손에서 몽둥이를 놓은 것은 그로부터 1년 뒤, 상당한 시간이 더 흐른 뒤였다. 손에서 몽둥이를 놓은 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손에서 몽둥이를 놓은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에게 하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몽둥이를 들지 않은 손과 입과 마음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들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나에게 말이다.

‘하지 않는 것’으로 출발하다

여학생들에게 여자다움을, 남학생들에게 남자다움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남녀의 성역할을 고정시킴으로써 성적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있는 교무실에서, 꾸중을 듣고 있는 아이의 자존심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못을 해서 교무실에 불려와 교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이야기를 듣는 아이의 수치심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프다는 아이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되돌아가는 모습에서 신뢰가 무너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똑같은 머리 모양과 똑같은 복장에서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 전체주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장 선생님께 대하여 경례!’라고 힘있게 말하는 마이크 소리에서 군대식 복종 문화가 자리잡은 학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만들지도 않은 학생 두발 규정에 의해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아이들의 인권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라는 구호에 모두가 국기만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무조건적 충성을 요구하는 국가주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학교는 ‘이 사회’를 ‘그대로’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진 자, 남성, 성인, 이성애자, 비장애인 중심의 획일화된 가치관과 그것이 반영된 제도가 ‘상식이고 정상’이라고 말하는, 단지 차이일 뿐인 것을 차별하는 이 사회를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소외된 약자(없는 자, 여성, 청소년, 성적 소수자, 장애인)의 권리는 사회 전체를 위해 희생될 수 있다는,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미덕’이고 ‘우선’이라고 말하는 이 사회를 그대로 가르치고 있다. 그렇기에 말로는 다양성을 말하지만 사실은 ‘획일화된 상식’이 교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몽둥이만 들지 않았을 뿐, 획일화된 상식의 폭력이 이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던가. 아마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장의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지금의 학교 구조 속에서 일개 교사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몇 명의 학생이 남았는지가 교사의 학생지도 능력으로 이해되는 입시지옥 학교 현실에서 일개 교사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이들에게 인권은 사치가 되어버린 학교의 몰인권적 문화 속에서 일개 교사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에 대한 좌절과 무기력함이 부끄러운 시간들이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으로 아이들과 함께할 것인가? 학교가 단순히 지식을 주입시키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나는 삶으로 아이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믿는다. 나의 삶에서 차이를 차별하지 않고, 나의 삶이 획일적 상식이 아니라 다양성 그 자체를 인정하고, 나의 말과 행동이 어떤 대상에게도 폭력적이지 않도록 하는 것에서 말이다.

획일화된 상식을 거부한다

그래서 나는 하나만을 강요하는 모든 경향성을 반대한다. 그 경향성은 ‘전체주의’로 귀결될 것이다. 전체주의는 결국 모두에게 개인의 삶을 부정하는 억압과 폭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 경향성은 ‘인간’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획일화된 문화와 규범에 반대한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개인과 존재의 다양성을 말살하기 때문이다. 학교장의 지시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학교 구조에 반대한다. 그것은 일방적 복종만을 통해 이 사회를 그대로 재생산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힘들 것 없는 동작과 몇 마디밖에 안 되는 문장이 무조건적 충성만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 이 교사의 행동은 수구보수 세력의 ‘전교조 죽이기’에 이용되고 있다. 8월4일 집회에 나온 민주노총 조합원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권리와 정당성은 과연 누구에게서 부여받은 것인가? 지금 이 획일화된 사회에서 내가 ‘인간’으로 존중받기 위해 나는 내 삶에서 작은 것이라도 ‘획일화된 상식’을 거부하고 싶다. 국기 경례(맹세)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학부모들은 나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에 민원을 접수시켰고,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나를 교단에서 영구 퇴출할 것을 경기도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나를 ‘편향된 가치관 교육’의 문제 교사로 낙인찍었다. 그리하여 나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중징계 의결 예정을 통보받았다. ‘획일화된 상식’의 벽이 아직 매우 높다는 것에 마음이 우울하다.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상황이 나 자신에 대한 시험장이 될 것 같다. 과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차라리 헌법을 징계하라”

이 교사 사건은 수구 세력의 ‘전교조 죽이기’와 연결돼

▣ 수원=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이용석 교사의 징계위원회가 열린 8월4일 오후, 수원은 섭씨 35도까지 올랐다. 경기도교육청 앞에서는 40여 명의 동료 교사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땡볕 속에서 장시간 집회를 벌였다. 이 교사는 고민 끝에 징계위 출석을 결심하고 나왔다. 그는 “위원회에 들어가 징계의 부당성을 말하겠다”며 집회 군중을 뒤로하고 건물로 들어갔다. 징계위는 오후 2시께 시작됐다.

국기 경례를 하지 않고 ‘편향 교육’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위 회부까지 이어진 이용석 교사 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수구보수 세력의 일련의 ‘전교조 죽이기’ 속에서 돌출된 사건이라는 점이다. 도교육청의 ‘장학지도’로 해결되던 사안이 <조선일보>에 의해 대서특필돼 사회 문제화되고, 급기야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가 개입하기 시작한 점이 이를 보여준다. <조선일보> 등 수구보수 세력들은 전교조 부산지부의 통일교재 사건 등과 함께 이 교사를 지목하며 사상 공세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교사 사건은 근본적으로 사상과 양심의 자유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 개인에게 과연 불이익을 줄 수 있느냐는 논쟁적 장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교사의 행위가 공무원의 품위 유지와 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평화인권연대 등 39개 단체가 모인 인권단체연석회의는 8월3일 성명을 내어 경기도교육청의 징계 시도를 “우리 사회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검열하고 교사가 소신 있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징계위는 5시께 끝났다. 온도는 2도밖에 내려가지 않았다. 이 교사는 “가치관에 관한 문제는 징계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사실관계에 대해서만 답변을 했다”며 “이 때문에 징계하려면 차라리 헌법을 징계하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해 이 교사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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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9-03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댓글 잘 읽었습니다. 님이 말하신 것처럼 그런 경향도 있지요. 이 경우에는 결국 개인의 신념과 사상의 자유를 인정해주냐 마냐의 것인데 그것을 이념 대립으로 끌고 가면서 그가 속한 단체의 사상검증으로까지 사건을 확대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마도 이 사건을 크게 확대한 측의 의도일겁니다.
하지만 세상이나 역사는 이렇게 싸우는 사람에 의해서 변해간다고 믿습니다. 그 믿음이 이용석 선생님을 지켜주리가 믿기도 하고요. 쉽지는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