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지금의 옆지기랑 나는 참 연애를 오래 했었다.
그 덕분에 우리 둘이 결혼하는건 거의 당연지사로 양가 집안에 받아들여졌었다.
근데 우리 친정어머니.
뜬금없이 초를 치시는거다.
궁합을 봐야한다나?
나: 그래서 궁합 안좋으면 지금와서 어쩔건데?
엄마 : 그럼 부적을 하든지 굿을 하든지 방비를 해야지....
이런 젠장!!!
엄마 말은 저렇게 하지만 만약 점쟁이가 궁합 안좋다 하면
그 뒤로 나를 얼마나 볶아서 괴롭힐지 안봐도 훤하다......
그래도 울 엄마 고집이 평소에 잘 없다가도 한번씩 장난이 아닌지라
일단 감시 겸해서 엄마를 따라 평생 처음으로 엄마 단골 점집엘 갔었다.
먼저 우리집 식구들 사주를 놓고 쭉 일년신수를 보더니.....
근데 이놈의 점쟁이 우리 아버지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나 정말로 우리 몰래 혹시 우리 아버지랑 같이 산거 아닌가 생각했었다.
와 ! 정말 기가 막히게 족집게다...
두근 두근.... 드디어 궁합의 시간!!!
근데 한참을 나와 옆지기의 사주를 바로보던 점쟁이
아주 곤란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점쟁이 - 사귄지 오래됐나? (점쟁이들은 왜 반말을 잘할까?)
나 - 네! 좀 오래됐습니다.
점쟁이 - 그래도 왠만하면 헤어지지....
나 - (속으로) 와 똥밟았다. ㅠ.ㅠ
점쟁이 - 둘 다 사주가 나쁜건 아니고 괜찮긴한데, 둘이 너무 안맞다.
연애할때는 표안나지만 그냥 친구로 사귀기에는 더할데 없이 좋지만 결혼은 아니다.
너그 둘이 결혼하면 이남자 너거 아버지 뺨칠거다.
왠만하면 하지말지?
(눈앞이 캄캄!!! 요정도로 얘기하면 진짜 울 엄마 앞으로 날르 볶아 죽이겠구만.... ㅠ.ㅠ 당시 우리 옆지기 집이 잘살길 하나, 직장이 제대로 있나....내세울거라고는 사람 착해보인다는 것 하나빼고는 암것도 없었는데....이놈의 점쟁이에게 갑자기 살의가 드는 순간...)
점쟁이 - 남자가 나이는 니보다 겨우 한살 많은데 결혼하면 억수로 권위적이고 독재적이 될거다. }
남자 고집이 너무 세서 니 진짜 마음고생 많이 한다.
바로 이순간 나의 질문
나 - 저기 지금 누구랑 궁합 보는건데요.
점쟁이 - (우리 동생의 이름을 가리키며) 야 아니가?
우리 옆지기는 나보다 한 살이 적다. (일명 연하남)
점쟁이는 당시의 통념대로 나이를 보고 당연히 남자보다 나이 적은 우리 여동생과 결혼한다고 생각했던 것.
일단 상황 정리. 걔가 아니고요. 저는 얘거든요. 하고 .......
점쟁이 무안한듯 막 웃더니....
다시 사주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리고는 막 웃으며 딱 한마디 하더라....
점쟁이 - 니가 더 못돼서(즉 내가 더 성질이 더러워서???) 괜찮다. 결혼해라!!!
이런??? 결국 괜찮다는건데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어쨌든 내가 더 못된 덕분에 무사히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큰 탈없이 잘살고 있으니 점쟁이 말이 맞는건가...
이 이야기는 아직까지 우리 시집에는 비밀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