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므 파탈 - 치명적 유혹, 매혹당한 영혼들
이명옥 지음 / 다빈치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팜므파탈 - 세기말 탐미주의와 상징주의 문학과 미술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요부형 여성 이미지를 뜻한다. ...19세기 예술가들의 발명품인 팜므파탈은 대중들 사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그렇다면 세기말 예술가들이 쾌락과 고통, 사랑과 죽음의 주제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세기말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전통적인 성 가치관이 무너지고 자의식에 눈을 뜬 신여성들이 목청을 높이던 시기다. 여성들은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여성의 육체에 내려진 편견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행동과 주장을 펼쳤다. ... 남성들은 동등한 성의 자유를 주장하고 해방을 부르짖는 여성들에게 두려움과 경계심을 느꼈다.

저자가 내리고 있는 팜므파탈의 정의와 등장배경이다. 저자가 이런 배경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관점을 가지고 있을바에야 책 내용 서술에서도 좀 더 자신있게 자신의 관점을 관철하고, 분석을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책 내용에서는 릴리트편(이 책에서 처음 안 사실인데 최초의 여자는 이브가 아니란다. 아담과 같이 창조된 릴리트란 여자가 있었는데, 아담에게 순종하지 않은 죄로 신의 벌을 받아 악마로 변한 뒤 낙원에서 추방당했단다. 그 이후 그 잘난 순종을 위해 아담의 갈비뼈로 다시 만든 여자가 이브이고.... 근데 이브도 별로 순종적이진 않은 것 같은데... 그러면 신의 뜻대로 안되는 유일한 존재가 여자인가?)에서 약간 저자의 관점이 비치는 정도이고 나머지 내용은 팜므파탈로 선정된 여성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화가들이 그들을 어떻게 그렸나 하는 설명이 이어진다.

선정된 모델들의 이야기도 대부분 여기저기서 들어본 내용이고 그림들에 대한 설명도 그리 특별할게 없다. 여러 사람이 여러 책에서 다룬 내용들이고 이걸 하나로 모아 저자가 새롭게 쓰고자 한다면 저자 자신만의 관점이 책속에 녹아있다면 좋을 텐데, 그저 평이한 소개글에 그친게 못내 아쉽다. 더구나 책 말미에 저렇게 팜므파탈이 등장한 배경을 자신있게 써놓고도, 내용의 전개는 19세기 남성들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 간 것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도판들은 그런대로 괜찮다. 머리 아플 때 하나씩 그냥 들여다보기 좋은책?

보너스 -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


르네 마그리트의 <집합적 발명>1935
인어에 대한 남자들의 성적 환상을 조롱한 그림이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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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넘어 2005-08-2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팜므 파탈. 요 책은 별로인가 보군요. 문제의식이 재미있네요. 일단 메모해 놓고 관련 책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히피드림~ 2005-08-2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 초등학교 저학년때 쯤 우연히 길거리에서 보고 어린 마음에 굉장히 신기하게 와닿았던 기억이 나네요. 마그리트의 그림인줄은 오늘 처음 알았어요.^^;; 잘 읽구 갑니다.^^

클리오 2005-08-25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그림 초등학교 때 처음 봤었는데.. 그때는 뭐 누군가 세계의 신기한 일 쯤으로, 저런 인어가 발견되었다는 투로 이야기했었던 듯 한데... ^^ 다들 모르는게 힘이었었지요..

비로그인 2005-08-25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랬습니다..;;

바람돌이 2005-08-2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문제는 문제의식과 본문 내용이 따로 노는거라고 생각이 됩니다만...그리고 본문의 내용도 이런 관련서적을 완전히 처음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미술에 관한 책이나 그리스 로마신화 단 몇권이라도 읽은 사람에게는 잘 알려진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새로울게 별로 없다고나 할까?
punk님, 클리오님 /초등학교때 이 그림을 봤었다구요? 대단히 문화적으로 앞서가는 동네였군요. ^^ 저의 초등 시절은 시골구석이어서 이런 문화적 혜택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죠. ^^
비숍님/마그리트의 그림은 항상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재미가 만만찮죠? 그래서 즐거워요.

kleinsusun 2005-08-2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다 색깔도 그렇고....그림이 참 슬프게 느껴지네요.
갸녀린 다리도 그렇고.... 왜 이렇게 슬프지...?

바람돌이 2005-08-27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그러고보면 마그리트의 그림은 세상을 향해 조롱하듯 비틀어주는듯 하면서도 묘한 애잔함이 있는것 같기도 해요. 어떤 작품은 거대한 슬픔이 보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이 사람 그림 참 좋습니다. 헤헤~~ ^^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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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게 바로 스밀라 당신이죠. 당신을  줄거리만 대충 적어놓은 요약문 같은데서 봤다면 나는 아마 헐리웃 액션 영화에 흔히 나오는 그런 여자의 하나쯤으로 오해했겠죠. 툼레이더에 나오는 안젤리나 졸리 같은....내가 영화가 아닌 책으로 당신을 만난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리고 어줍잖은 줄거리에 대한 정보가 없어 결국 내가 책을 읽어야만 했다는 것도....

책은 그리 쉽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책의 반을 넘어가기 전까지는 더 그랬죠. 하지만 그건 지겨워서라거나 어려워서라기보다는 당신의 생각과 감정과 사색을 따라가기 위한 시간들이 필요했기 때문인것 같군요. 추리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저는 추리보다는 당신의 생각이 더 궁금했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가, 하나의 사건에서 어떤 감정과 사색들을 불러일으키는가 그리고 타인에 대해-적이든 친구든 어떻게 반응하는가... 꼭 연애하는듯한 기분으로 당신을 따라다닌 것 같군요.

'이사야'라고 하는 옆집 소년의 죽음에 당신은 의문을 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된데에는 이사야에 대한 당신의 애정, 그리고 눈에 대한 당신의 감각이 의문으로 당신을 이끌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나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헐리웃 영화의 공식대로라면 당신은 복수심에 불타는 아이의 엄마쯤 되거나 아니면 세계평화를 위한 정의의 화신쯤 되어야되겠지만, 나는 그저 당신에게서 진정한 연민을 아는, 그저 왜 그애가 거기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고 싶어하는 그 아이를 진정으로 애도하는 그저 한 여인을 볼 뿐입니다. 이런 걸 휴머니즘이라고 하겠지만 이런 도식화된 정의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군요.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입으로 얘기하기는 쉽지만, 그리고 그걸 또 휴머니즘이라고 정의하기는 쉽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내 옆의 사람에 대해 진정한 애정을 가지는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당신은 이사야를 정말로 사랑했나봅니다. 나는 한편으론 당신이 그토록 그 아이를 사랑한 건 그 아이의 모습에서 당신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발을 붙이지 못하고 떠도는 경계인으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동지라고나 할까요.

그린란드인 어머니를 가졌고 덴마크인 아버지를 가진, 어렸을 때 강제로 덴마크에 오게 된 당신은 어느 사회에서도 이방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신의 영혼은 그린란드에 속해있다고 믿습니다. 문명에 대한 당신의 통찰은 덴마크가 아니 서구가 지금까지 이룩했다고 믿는 문명의 발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것인지를 여지없이 까발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말하죠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실제로 살아보는 것, 그 문화 속으로 이사하여, 손님으로 받아달라고 부탁해서 언어를 배운다. 어떤 순간이 되면 이해가 찾아온다. 이해는 언제나 비언어적이다. 무엇이 낯선 것인지 이해하게 되는 순간, 설명하려는 충동을 잃어버린다.(259페이지)

당신은 그저 생각만 하지 않습니다. 서구 사회가 문명의 이름으로 그린란드에 행하는 폭력과 온 힘을 다해 싸우죠. 그것이 당신을 당신이게 합니다.

흔히 이누이트들은 눈에 대한 수많은 다른 표현을 가지고 있다고 하죠. 그들의 눈덮인 빙원이 그들에게 그런 특출한 언어를 준것이겠죠. 당신 역시 여전히 그린란드인 이누이트입니다. 눈과 얼음의 땅, 북극에 대한 사랑과 감각이 당신을 그렇게 만듭니다. 결말마저도 얼마나 당신다운지....

요 며칠간 스밀라 당신을 만나서 참 행복했습니다. 당신은 이제 당신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혼자서 덴마크 땅을 배회해야 할까요? 당신이 당신이 속한 곳에서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그럴 자격을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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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8-23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밀라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이런 식으로 리뷰를 써봤는데, 지나치게 감상적인 리뷰가 됐다. 역시 밤이라서 그런가?
근데 이 책 앞날개에 저자인 페터 회의 사진이 실렸다. 멋지다. 오랫만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분위기의 남자다. ^^

국경을넘어 2005-08-23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도 멋지군요. 저도 회 좋아하는데^^* 회먹는 걸 회식이라하고 회먹으면 돈 많이 나오니까 걷는 돈이 회비...... 크~ 날이 추워졌군요

야클 2005-08-23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다 읽고 한 50쪽 정도 남았는데... 리뷰 쓸 의욕을 상실케 하는 멋진 리뷰네요. 잘 읽고갑니다.^^

로드무비 2005-08-2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은 리뷰 안 쓰시는 변명도 수준급!^^

스밀라님 말고 이 책 리뷰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책인 것 같습니다.
편지 형식 리뷰 좋네요.^^

진주 2005-08-2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리뷰입니다. 저도 속히 님이 홀랑 빠진 스밀라를 만나고 싶어요. 편지글이 가장 부드럽게 감상이 잘 우러나오는 거 같아요. 가끔 학생들에게도 편지로 감상문을 쓰게 하는데.. 수작이 탄생하는 순간이지요. 멋지십니다. 바람돌이님.

클리오 2005-08-2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이 책에 정말 푸욱 빠지셨었나봐요. 제목도 심상치 않고.. 또 읽을 책들만 늘어나네요... ^^

바람돌이 2005-08-2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썰렁~~~ 3=3=3=
야클님/그래놓고 무지 멋진 리뷰를 써셨던데요. 전 이런 말 하면 진짜 못쓴단 말예요. ^^
로드무비님/처음 써보는 형식인데요. 근데 저랑 별로 안 맞는듯... 스밀라가 워낙에 매력적인 여주인공이라 책보다는 주인공에 더 공감했던 것 같아 이렇게 한 번 쓰보고 싶더라구요.
진주님/진주님도 아마 홀랑 빠지실걸요. 스밀라 멋져요.
클리오님/알라딘의 문제는 언제나 읽을 책은 늘어나고 그러면서도 책 읽을 시간은 뺏어간다는 거죠. 근데 이 책 제목 참 멋지죠. 근데 소설 내용과도 너무 잘 어울려요. ^^

바람돌이 2005-08-2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재밌게 보세요. 근데 이거 생각보다 책장은 안넘어가더라구요. 그만큼 음미하고 싶은 문장드링 많아서였던 것 같은데....

국경을넘어 2005-08-2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쒸. 본전도 못 건졌네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전5권 세트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책을 왜 봤을까? SF매니아도 아니고(매니아이기는 커녕 난 영화도 SF영화는 별로 안좋아한다.)...

다만 이 책이 재출간되었을 때 알라딘의 그 열광적이던 반응과 그리고 끝내주는 제목 때문이었을 것이다. 5권이나 되는 분량이 나를 망설이게 했지만 쉽게 읽히리라는 나의 성급한 판단이 이 책을 들게했다.

하지만 결론은 절대로 쉽게 안읽히더라.... 저자의 말도안되는 종횡무진한 우주적 농담을 따라가기에는 내 호흡이 너무 짧더군.... 이 책을 보기전에 주의할 것. 당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과학적 지식도 버려라. 쓸데없이 과학지식을 가지고 이것저것 재볼려고 하다간 아마 평생이 걸려도 이 책을 다 못읽을 것이다. 왜냐고... 과학적 근거가 있는 소리는 이 책에 단 한줄도 없으니까... 다 황당한 농담일뿐이다. 그것이 너무 황당하고 시시껄렁해서 오히려 책장이 안넘어가는 이런 황당한 일이..

그럼에도 이 책이 보여주는 세계는 그리 낯설지 않다.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제 마음대로 넘나들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의 모델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이 공간이다. 이 지구라는 공간이 얼마나 말도 안되고 웃기는 공간인지... 그 속에 살고있는 인간이란 존재들도 같이 말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세계를 인간이라는 존재를 마음껏 비웃고 있다. 이런걸 영국식 농담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박장대소를 어떤 경우에는 실소를, 또 어떤 경우에는 도대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하여튼 내가 아는 모든 웃음의 감정을 다 끼득거려 가면서 이 책을 봤다.

하지만 이 책의 기본적인 웃음은 '냉소'다. 그것도 지독한 냉소. 그는 인간성에 대한 지구의 미래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얘기하지 않는다. 말도 안되는 이 지구라는 공간을 냉소하고 비웃고 있을 뿐이다. 처음에는 박장대소하면서 보다가 점점 더 책갈피가 넘어가지 않는 이유의 많은 부분이 이 냉소의 덕분일 것이다. "그래도 세상은 좀 나아지고 있는거야"라고 애써 자위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저자의 '냉소'는 참 힘겹다.

이 책을 쓴 저자는 행복할까? 이런 냉소뒤에 남는 것은 뭘까? 책의 마지막은 결론을 제시한다. 행복하지 않는 결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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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8-19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낄낄거리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에요. 가끔은 심각한 더글라스 애덤스이지만, 이 책에선 도저히 그의 철학을 찾을 수 없고, 그냥 낄낄거리면서 썼을것 같으니깐, 그러니깐 낄낄거리면서 읽어줘야 할 것 같은. 그러니깐. 좋다는 얘깁니다. 오디오북으로도 들었는데, 더글라스애덤스가 직접 읽어요. 오버스러운 니그니글한 목소리가 정말 압권입니다.

돌바람 2005-08-19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자고 뭐하세요? 이런 야심한 시각에 리뷰를 다 올리시고(바람돌이님 버전으로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시리즈가 번역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잖아요. 그동안 우리는 백민석을 통해 비슷한 류의 작가들을 가깝게 접했고, 냉소와 조롱, 풍자는 더글라스 아담스의 통찰 방식인 듯 하여요. 저는 새와물고기판으로 나오다 중단된 3권까지 보았었는데, 책세상판은 좀 시간이 지나서도 읽고 싶어지면 읽으려구요.

바람돌이 2005-08-19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저도 낄낄거리면서 보다가 이게 4권쯤 되니까 도대체가 책장이 안넘어가더라구요. 바로 앞장에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고... 근데 더 웃긴건 다시 돌아가서 알아보고 싶은 맘이 하나도 안생기는 거예요. 어차피 상관도 없을거고, 앞으로 남은 부분 읽는데 지장도 없을거고...그러면서 5권쯤 되니까 우울해지네요. 책의 내용이... 근데 가끔 알라딘에는 외국어가 되는 분들이 있더구만요. 하이드님처럼.... 이 책 보면서는 워낙에 작가가 말을 가지고 장난을 많이 친 것 같아서 영국문화에 대해서 좀 알고 영어로 읽으면 더 재밌겠다 싶은 생각이 들던데.... 하지만 전 불행히도 외국어 알레르기라는 불치병을 가지고 있어서요. 기냥 하이드님 같은 분들을 부러워만 할 뿐입니다. ^^
돌바람님/ 그냥 오늘은 좀 우울하고 성질도 나고 그런 날이어서 지금 혼자서 맥주들고 이러고 있습니다. 이 책은 중간에 읽다가 말았으면 저같으면 다시 안봐질 것 같애요. 근데 진짜로 돌바람님이나 저나 새벽에 오면 만나지는군요. 저는 앞으로 이 생활 겨우 한 10일 남았습니다. ^^

돌바람 2005-08-19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주에 방학 끝. 담주부턴 죽었습니다. 일인 3역으로 변신합체를 반복해야 합니다. 윽, 그래서 기운이 떨어졌나, 저도 오늘 죽갔습니다. 깡통은 안 보이고, 나가긴 귀찮고~~

바람돌이 2005-08-19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잉~ 뭘하시는데 일인 3역이라뇨?

국경을넘어 2005-08-19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은 거의 은하철도 999같은데... 하긴 이것도 결국은 냉소 아닌가요? 정말 제목이 멋집니다.

바람돌이 2005-08-19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철도 999가 훨씬 심각하죠. 차라리 제 감성에는 은하철도 999가 더 맞는것 같아요. 심각성 바람돌이? 이건 좀 아닌것 같은데... ^^

클리오 2005-08-1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시리 심각한 학문을 전공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지요... ^^;

2005-08-19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5-08-20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흐흐...^^
제게만 보이는 님/ 님과 취향이 비슷하다니 이런 황홀한 일이... 어쨌든 이 책은 나쁜 책은 아니예요. 다만 취향에 따라 열광하는 사람과 좀 힘겨워하는- 저같은 사람이 나뉘어질 책 같아요.

kleinsusun 2005-08-20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너무도 솔직한 리뷰에 힘을 얻고 갑니다.
저도 SF가 버겁거든요. 제 상상력을 타박하고 있었지요. ㅋㅋ

바람돌이 2005-08-2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의 글에서 제가 항상 용기를 얻는데, 한번쯤 저도 님에게 힘을.... 근데 잘 못하는걸로 힘을 줘도 되남요? ^^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나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철저하게 문과적 감성으로만 똘똘 뭉쳐 이과적 감성 지식 제로인 사람... 고등학교 때 나 빼고 모두 이해하는 것 같았던 플레밍인가 하는 사람의 오른손인지 왼손인지 하는 법칙을 아직도 이해못하는 사람(그 때 우리반 아이들이 개인지도까지 해줬지만 나는 이해못했다. 그 때 그 친구들의 한심해 하던 표정을 아직도 못잊는다.), 고등학교 성적표에 과학 과목을 '양'으로 도배해본 사람(그래도 나의 뛰어난(?) 무조건적인 암기력으로 '가'는 면했다),  운전할 때 핸들방향과 바퀴의 방향의 상관관계가 여전히 헷갈리는 사람이 나다. (그래도 운전은 이제 몸에 익어 오로지 이론 무시하고 몸이 그냥 알아서 한다)

이러니 의학 역시 과학 비슷한거라고 느끼는 나에게 이런 책은 손이 가는 책이 아니다. 아는 지인의 선물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안 읽었을 가능성이 더 많으리가.

근데 이렇게 무지한 내가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젠체하지 않는다. 어려운 말 없다. 가끔 읽는게 지겨워질 것 같으면 저자의 유머가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의학지식들을 꼼꼼히 가르쳐 준다. 내가 그동안 궁금해 하던 많은 것들이 책속에 거의 다 들어있다.

얼마전에 어머님이 수술을 하셨다. 그 때 본 서울의 커다란(너무 커서 길을 잃고 헤멘적이 여러번) 병원의 풍경은 이 책의 1장과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워낙에 지금의 나의 상황과 맞아떨어져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엄마의 수술 후 선택진료비로 청구된 그 엄청난 금액을 보면서 난 한동안 의아했었다. 도대체 선택진료가 뭐지? 뭐 좋겠지 하면서 신청은 했지만 나중에 나온 청구서를 보니 돈이 장난아니었다. 그런 나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면서 돈은 좀 들었지만 선택진료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하고....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의사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환자의 입자의 있을 사람들이 더 많을걸 고려하면 이 책은 상당히 유용하다.  적어도 내가 돈을 쓰면서 왜 쓰는지는 알아야 할게 아니겠는가? 게다가 아플 때 도대체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1장의 내용들은 모두가 잠재적 환자인 우리들에게 유용한 지식을 선사한다. 그것도 너무나도 쉽게, 재미있게...

2장에서 다루는 음지의 질환들은 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저자의 시각이 맘에 들었다. 말더듬이. 틱, 탈모, 변비 등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서 사실 혼자서 맘고생만 하는 병들에 대해 보다 건강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우리 사회나 우리가 어떤식으로 대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3장 역시 난무하는 의학상식들에 대해 속시원한 결론을 얘기해준다. 물론 저자의 결론이 다 맞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어떤 의학적 행위를 할 때 이게 뭐라는것 정도는 한 번 생각하고 알 고 할 수 있도록 상식을 제공한다.

이 책이 지나치게 피상적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나보다는 똑똑한 사람들을 위한 얘기인것 같다. 나처럼 의학상식이고 뭐고에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정말로 딱인 책이었다. 그리고 앞의 다른 분의 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가정에 하나쯤 비치해두면 좋은 가정의료 상비약같은 책이라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마지막 보너스 하나. - 이 책보면서 내가 깔딱깔딱 넘어간 부분

개한테 물리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다. 개가 광견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대개의 경우 사람을 문 개는 그대로 달아나 버린다. .... 그럴때는 일단 비눗물로 씻고 지혈한 후, 국립보건원에가서 광견병 백신을 달라고 해야 한다. 물론 안준다. 개가 광견병에 걸렸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할거다. 왜? 백신 한병에 100만원이 넘으며, 보유 개수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견병이란 일단 발병하면 끝인데, 개를 찾아다니느라 허송세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달라고 떼를 쓰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사정을 하는 걸 권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이 원만한 공적 절차를 거쳐 해결되는 곳이 아니며, 큰 목소리와 버티기 등의 실력행사나 연줄을 통한 회유가 아직 통하니까 말이다. 이틀만 드러누워 있으면 십중팔구 약을 탈 수 있지 않을까. 극적인 효과를 위해 거품이 나는 약을 입에 넣고 있으면 더 빨리 얻을 수도 있다. 일단 자신이 살과 봐야 할게 아닌가.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으니 나도 개에 물릴지 알 수 없는 일. 꼭 외워두었다가 혹시 그런 일이 있으면 써먹어야 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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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8-1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늦은 시간에 리뷰 올리시네요.
정말 이 책은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작가의 모습이 선하게 보여요 그쵸? 유익하면서 굉장히 재미있고요, 저도 많이 웃었어요. 지금은 우리 아들이 읽느라고 시도 때도 없이 킬킬거리며 발작하는 웃음을 터뜨려요.

-플레밍인가 하는 사람의 오른손인지 왼손인지 하는 법칙을 아직도 이해못하는 사람, 진주 드림(이 부분 읽다가 제가 이 야밤에 배를 잡고 웃었어요. 리뷰쓰시는 님도 저자의 유머까지 그대로 전염되어 버린 것 같아요)

국경을넘어 2005-08-1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아내가 먼저 보고 있는데 저를 보는 아내의 시선이 별로 곱지 못하군요. 도대체 무슨 내용이 쓰여 있길래...

바람돌이 2005-08-1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진주님이야말로 이 늦은 시간에 아니 주무시고 뭐하신대요. 이렇게 돌아오셔서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너무너무 기뻐요. 앗싸 앗싸~~^^
한 며칠 알라딘에 제대로 못들어왔더니 병난것 같이 맘이 허해서 모처럼 시간난 오늘밤 야밤까지 이러고 있답니다. ^^

바람돌이 2005-08-1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폐인촌님 남자분이셨어요? 이 무슨 뒷북이람.... 저는 아이들 사진이 있길래 기냥 여자분인줄만....
글쎄요. 기냥 책 읽어보세요. ^^

국경을넘어 2005-08-1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어,,, 바람돌이님. 어제 달아논 댓글하고 다르군요^^* 제가 그땐 손이 떨려서 답글을 못달았습니다. 그 언저리에 있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05-08-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밤이 아닌 관계로 전연령용 멘트입니다요. ^^ 이런 소심한 나를 또 들켰군 ^^

2005-08-18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8-1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 책이 부인이 보시면 문제될 부분이 있나요? 폐인촌 님?? (잘 이해할 수 없다는.. 흐흐..)
 
십자군 이야기 2 - 돌아온 악몽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5
김태권 지음 / 길찾기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 스스로의 세상 보는 눈을 가지기 위해, 우선 우리는 우리 이웃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그러지 않는한, 우리는 옛날에 저질렀던 실수를 또다시 답습할 것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자는 다시 그 역사를 반복해서 살 수 밖에 없다...... (작가의 말 중에서)

먼저 프롤로그 - 이슬람 이전의 중동 - 이란을 중심으로(우리가 흔히 아는 페르시아라는 말은 페르시아인들 스스로는 쓰지 않았던 말이라 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이란'이라 불렀다고...)

이 장을 통해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진행된다. 중동지역의 역사가 서구인들에 의해 왜곡되어진 과정, 그리고 이유들, 헬레니즘 문화를 중동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볼것인지... 이 지역의 역사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역시 서구의 잣대로 재단되어진 -을  뒤집어 놓은 작가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롭고 통쾌하다.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을 역시 느끼게 해준다.

본격적으로 십자군 전쟁이 시작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시기는 1096년 부터 1106년까지 1차 십자군 원정대가 예루살렘을 정복하는 과정을 내용으로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차 십자군 원정도 2권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했으니... 다만 다행인건 작가가 중간중간에 '몇권에 보세요'라는 말을 남발하는 것을 보면 다음권들의 대충의 아우트라인은 만들어놓은 것 같으니까 2권만큼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듯하다는 거다. 하기야 이것도 나 혼자 생각이지, 알수가 없는 거지만...)

본격적인 십자군 전쟁을 다루다보니 1권처럼 직접적인 현재의 상황에 대한 저자의 개입은 그리 많지 않다. 전체적으로는 십자군 전쟁의 과정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이 전쟁 자체에 대해서도 곳곳에서 수많은 자료를 인용하며 각각의 상황을 서구인이 보는 시각과 중동지역 사람들이 보는 시각의 차이를 제시하고 있다. 흔히 이런식의 자료제시가 맹목적인 객관성(사실은 자기 생각이 없는 것에 불과한)을 추종한 결과일 때가 많지만 저자의 자료 제시는 아니다. 책을 읽는 독자에게 "봐라! 누가 옳은지... 너도 생각이 있으면 알 수 있겠지"라며 들이대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저자의 저돌성이 맘에 든다.

여전히 2권에서도 역시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역사를 박물관의 박제된 유물정도로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오늘날의 현실과 미래와 연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시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꽤나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이건 쉬워보이지만 사실 만화든 문학이든 이런 장르에서 자칫하면 도식화나 뻔한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아 오히려 재미를 해치는 요소가 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성공적으로 작가가 이야기와 역사적 전망, 비판을 결합시키고 있다는데 작가의 역량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앞서 작가의 말에서 스스로가 말했던 것을 아주 훌륭하게 성공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완결을 기다리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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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08-11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벌써 보시고 리뷰까지 쓰셨네요! 저는 1권을 보다 덮어 놓은 상태입니다. 부끄..^^*

바람돌이 2005-08-11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새벽이 되면 님을 뵐 수 있네요. 바쁘고 힘드신거 다 아는데 무슨 부끄 모드랍니까? ^^
저야 요즘 완전 주부라 괜찮지만 아영엄마님 이렇게 밤늦게까지 계시면 건강 해치는게 아닌가 걱정스럽네요.

클리오 2005-08-1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2권 읽어봐야 되는데 말이죠... ^^

Common 2005-08-11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역시 저보다 잘 쓰시네요. ㅠㅠ 저는 수양(침대에 누워 책을 보면서 킬킬거리기)이 더 필요한듯.

바람돌이 2005-08-1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1권보다는 박진감이 약간 떨어지지만 그래도 재밌어요. 빨리 읽으세요.
Common님/ 님의 리뷰도 좋았어요. 제가 그 나이 때 생각하면(아직 학생 맞죠) 비교도 할 수 없다니까요. 님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해 나갈지 기대됩니다. 수양(저의 경우는 소파에 누어 책보며 킬킬거리기)은 저 역시 더 필요한 거 맞아요. ^^

히피드림~ 2005-08-12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여간 재밌지 않으면 계속 속편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텐데...
오래 기다려서 읽으시는 바람돌이님의 그 정성과 안목이 더 대단하세요.^^

바람돌이 2005-08-1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punk님! 정성이라기 보다는 이게 제 성격인데요. 한 번 잡은건 왠만해서는 끝을 봐야 한다는... 진짜 그 책이 허접한 쓰레기가 아닌 이상은요. 보면서도 내가 이걸 계속 왜보지하는 것도 많아요. 물론 이 책은 아니지만...(이것도 편집증의 일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