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나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철저하게 문과적 감성으로만 똘똘 뭉쳐 이과적 감성 지식 제로인 사람... 고등학교 때 나 빼고 모두 이해하는 것 같았던 플레밍인가 하는 사람의 오른손인지 왼손인지 하는 법칙을 아직도 이해못하는 사람(그 때 우리반 아이들이 개인지도까지 해줬지만 나는 이해못했다. 그 때 그 친구들의 한심해 하던 표정을 아직도 못잊는다.), 고등학교 성적표에 과학 과목을 '양'으로 도배해본 사람(그래도 나의 뛰어난(?) 무조건적인 암기력으로 '가'는 면했다),  운전할 때 핸들방향과 바퀴의 방향의 상관관계가 여전히 헷갈리는 사람이 나다. (그래도 운전은 이제 몸에 익어 오로지 이론 무시하고 몸이 그냥 알아서 한다)

이러니 의학 역시 과학 비슷한거라고 느끼는 나에게 이런 책은 손이 가는 책이 아니다. 아는 지인의 선물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안 읽었을 가능성이 더 많으리가.

근데 이렇게 무지한 내가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젠체하지 않는다. 어려운 말 없다. 가끔 읽는게 지겨워질 것 같으면 저자의 유머가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알아야 할 의학지식들을 꼼꼼히 가르쳐 준다. 내가 그동안 궁금해 하던 많은 것들이 책속에 거의 다 들어있다.

얼마전에 어머님이 수술을 하셨다. 그 때 본 서울의 커다란(너무 커서 길을 잃고 헤멘적이 여러번) 병원의 풍경은 이 책의 1장과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워낙에 지금의 나의 상황과 맞아떨어져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엄마의 수술 후 선택진료비로 청구된 그 엄청난 금액을 보면서 난 한동안 의아했었다. 도대체 선택진료가 뭐지? 뭐 좋겠지 하면서 신청은 했지만 나중에 나온 청구서를 보니 돈이 장난아니었다. 그런 나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면서 돈은 좀 들었지만 선택진료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하고....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의사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환자의 입자의 있을 사람들이 더 많을걸 고려하면 이 책은 상당히 유용하다.  적어도 내가 돈을 쓰면서 왜 쓰는지는 알아야 할게 아니겠는가? 게다가 아플 때 도대체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1장의 내용들은 모두가 잠재적 환자인 우리들에게 유용한 지식을 선사한다. 그것도 너무나도 쉽게, 재미있게...

2장에서 다루는 음지의 질환들은 보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저자의 시각이 맘에 들었다. 말더듬이. 틱, 탈모, 변비 등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서 사실 혼자서 맘고생만 하는 병들에 대해 보다 건강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우리 사회나 우리가 어떤식으로 대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3장 역시 난무하는 의학상식들에 대해 속시원한 결론을 얘기해준다. 물론 저자의 결론이 다 맞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어떤 의학적 행위를 할 때 이게 뭐라는것 정도는 한 번 생각하고 알 고 할 수 있도록 상식을 제공한다.

이 책이 지나치게 피상적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나보다는 똑똑한 사람들을 위한 얘기인것 같다. 나처럼 의학상식이고 뭐고에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정말로 딱인 책이었다. 그리고 앞의 다른 분의 리뷰에서 말한 것처럼 가정에 하나쯤 비치해두면 좋은 가정의료 상비약같은 책이라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

마지막 보너스 하나. - 이 책보면서 내가 깔딱깔딱 넘어간 부분

개한테 물리면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다. 개가 광견병에 걸렸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 하지만 대개의 경우 사람을 문 개는 그대로 달아나 버린다. .... 그럴때는 일단 비눗물로 씻고 지혈한 후, 국립보건원에가서 광견병 백신을 달라고 해야 한다. 물론 안준다. 개가 광견병에 걸렸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할거다. 왜? 백신 한병에 100만원이 넘으며, 보유 개수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견병이란 일단 발병하면 끝인데, 개를 찾아다니느라 허송세월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달라고 떼를 쓰거나 아는 사람을 통해 사정을 하는 걸 권한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이 원만한 공적 절차를 거쳐 해결되는 곳이 아니며, 큰 목소리와 버티기 등의 실력행사나 연줄을 통한 회유가 아직 통하니까 말이다. 이틀만 드러누워 있으면 십중팔구 약을 탈 수 있지 않을까. 극적인 효과를 위해 거품이 나는 약을 입에 넣고 있으면 더 빨리 얻을 수도 있다. 일단 자신이 살과 봐야 할게 아닌가.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으니 나도 개에 물릴지 알 수 없는 일. 꼭 외워두었다가 혹시 그런 일이 있으면 써먹어야 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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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8-18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늦은 시간에 리뷰 올리시네요.
정말 이 책은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작가의 모습이 선하게 보여요 그쵸? 유익하면서 굉장히 재미있고요, 저도 많이 웃었어요. 지금은 우리 아들이 읽느라고 시도 때도 없이 킬킬거리며 발작하는 웃음을 터뜨려요.

-플레밍인가 하는 사람의 오른손인지 왼손인지 하는 법칙을 아직도 이해못하는 사람, 진주 드림(이 부분 읽다가 제가 이 야밤에 배를 잡고 웃었어요. 리뷰쓰시는 님도 저자의 유머까지 그대로 전염되어 버린 것 같아요)

국경을넘어 2005-08-1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아내가 먼저 보고 있는데 저를 보는 아내의 시선이 별로 곱지 못하군요. 도대체 무슨 내용이 쓰여 있길래...

바람돌이 2005-08-1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진주님이야말로 이 늦은 시간에 아니 주무시고 뭐하신대요. 이렇게 돌아오셔서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너무너무 기뻐요. 앗싸 앗싸~~^^
한 며칠 알라딘에 제대로 못들어왔더니 병난것 같이 맘이 허해서 모처럼 시간난 오늘밤 야밤까지 이러고 있답니다. ^^

바람돌이 2005-08-1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폐인촌님 남자분이셨어요? 이 무슨 뒷북이람.... 저는 아이들 사진이 있길래 기냥 여자분인줄만....
글쎄요. 기냥 책 읽어보세요. ^^

국경을넘어 2005-08-1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어,,, 바람돌이님. 어제 달아논 댓글하고 다르군요^^* 제가 그땐 손이 떨려서 답글을 못달았습니다. 그 언저리에 있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05-08-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밤이 아닌 관계로 전연령용 멘트입니다요. ^^ 이런 소심한 나를 또 들켰군 ^^

2005-08-18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8-18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 책이 부인이 보시면 문제될 부분이 있나요? 폐인촌 님?? (잘 이해할 수 없다는.. 흐흐..)